마법사의 약속

거리의 기억

카인오웬

카인은, 지금 영광의 거리에 있다.

계기는 사소했다.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가서 마나 에리어에 앉아있을까, 하는 기분이 들었고, 그런 기분이 들자마자 출발했다. 아니, 하려고 했다. 문 앞에 오웬이 서 있는 것을 보기 전까지는. 카인은 평소에는 조금 둔한 면이 있지만, 오늘은 어째서인지 안 좋은 예감이 딱 들어맞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순진한 눈망울을 하고, 머리카락 끝을 만지작거리던 오웬은 카인을 바라보고 활짝 웃었다. 정확히 들어맞았다. 어린 쪽의 오웬이다.

“조, 좋은 아침이야.”

카인은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목소리를 내며 말을 걸었다.

“여기서 뭐 하고 있었어?”

“음, 있잖아, 있잖아. 기사님이랑 같이 있고 싶어서 일어나는 걸 기다리고 있었어.” 

어린 오웬은 이왕이면 혼자 두고 싶지 않다. 카인은 조금 고민했다. 예정이 틀어지겠지만 오웬이랑 여기에 남을까.

“기사님…… 어디 나가는 길이야?”

기대하는 듯한 눈빛으로 이쪽을 올려다보는 오웬을 보고, 카인은 마음을 굳혔다. 뭐 큰일이라도 있겠어? 같은 느슨한 생각이었지만, 오웬이랑 함께 영광의 거리로 향하기로 했다.

사실 오웬이 영광의 거리에 오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그러니까, 작은 쪽이 아닌 오웬이랑. 평범하지는 않아도 둘은 이미 카페에 함께 가기도 했다. 이제 와서 둘이 나가는 것은, 뭐랄까, 새삼스럽기도 했다.

오웬이 당연히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작은 오웬은 노는 것을 좋아한다… 고 느껴졌으니까. 하지만 의외로 오웬은 카인의 망토를 꼭 붙잡고 뒤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

오웬은 예쁜 편이다. 평소에는 냉혹하고 쌀쌀한 느낌이 들지만, 기묘한 상처의 오웬은 훨씬 풀어져 있다. 순진무구한 어린 아이. 가만히 있어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실제로 말을 걸어오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오웬은 그런 관심에는 익숙하지 않은 것 같았다. 평소였다면 모습을 감췄겠지만, 기묘한 상처 쪽은 마법을 쓸 줄 모른다.

“괜찮아, 다들 너한테 친절하게 대해주고 싶은 거야. 저기 봐… 사탕 예쁘네!”

“으음……”

오웬은 우물쭈물하며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래도 시선만큼은 사탕에 쭉 고정되어 있었다. 사탕 가게 주인은 그런 둘을 알아보고 손을 흔들며 말을 걸어왔다. 

“카인이잖아. 오랜만이네! 자, 사탕 줄게. 요즘 제일 잘 나가는 거야.”

카인은 건네받은 사탕을 오웬의 손에 쥐여주었다. 영광의 거리답게 검 모양을 하고 있는 사탕이었다. 끝은 조금 날카로우니까 조심하라는 말도 덧붙이자, 오웬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선 반짝반짝해, 하고 기쁜 듯 웃고 있었으니 사탕이 마음에 든 것 같았다. 그건 다행이다.

오웬은 여전히 낯을 가리느라 카인의 뒤에 딱 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한다. 카인을 알아보고 왔다가, 오웬을 보고 모두 귀엽다는 말을 해주고 가볍게 인사만 하고 떠난다. 평소 같았으면 좀 더 오래 붙잡고 있었을 텐데, 둘이 외출 나온 거라면 방해하지 않는 점이 섬세하다.

지금 영광의 거리에서 제일 유명한 디저트 가게로 향했다. 카인은 자신 몫의 커피를 시키고, 오웬을 위해서는 케이크를 시켰다. 조금 고민하다가 음료수는 커피가 아닌 코코아로 주문했다.

처음에는 반대편에 앉아있던 오웬은, 왔다 갔다 하는 사람들을 보고 불안한 듯 카인의 곁으로 다가왔다. 카인은 오웬을 창가 쪽에 앉게 한 뒤에 자신이 그 옆에 앉았다. 아까 받은 사탕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얼마 가지 않아서 디저트가 한가득 나왔다.

오웬은 항상 맞은 편에 앉아있었다. 하지만 어린 오웬은 카인의 곁에 있고 싶어 한다. 공통점은 있었다. 어떻게 저게 다 들어가는 걸까, 싶을 정도로 생크림이 가득한 케이크를 행복한 듯 먹고 있다. 그런 점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구나, 하고. 카인의 시선을 눈치챈 오웬이 한 입 먹어보라며 케이크를 집은 포크를 건넸다. 달콤한 것은 좋아하지 않지만… 거절하기도 좀 그래서 카인은 케이크를 한 입 받았다. 너무 달아서 곧장 커피를 마셨다.

“그거, 뭐야?”

“내 건 커피야. 오웬이 마시는 거랑은 달라.”

색도 이쪽이 좀 더 진하고 어둡다. 오웬은 어느새 케이크를 먹고 있던 손을 멈추고 그걸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아, 이거 본 적 있는 패턴이다. 기사님은 왜 맨날 맛도 없는 커피만 마시냐며 오웬이 커피를 뺏어 먹었던 적이 있었다. 한 모금 마시고 쓰다며 얼굴을 찡그린 다음 케이크를 하나 더 주문했었다. 카인은 말리지 못했다. 쓴 걸 알면서도 대체 왜 먹어본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엄청 쓰지만, 마셔볼래?”

초롱초롱 빛나는 눈빛을 무시하기도 힘들어졌다. 카인은 오웬에게 컵을 내밀었다. 오웬은 조금 고민하다가 무언가 결심한 것처럼 컵을 받아서 들고, 홀짝, 한 모금 마신다.

“……써.”

“그렇지?”

똑같은 반응이다. 카인은 조금 짓궂게 웃으며 오웬의 코코아에 마시멜로를 넣어주었다.

오웬은 포크 끝으로 뜨거운 코코아에 녹아가는 마시멜로를 콕콕 찔렀다.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조금 다르다. 카인은 어느 쪽의 오웬과도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하고, 또, 소중하게 대해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오웬은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어린 오웬은 조금 호의적이긴 한가. 카인은 쓴 커피를 한 모금 더 들이켰다.

카페를 나오고 나서 돌아가는 길에 사탕을 하나 더 사서 포장했다. 오웬이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서 선물하겠다고 하자, 오웬은 고맙다고 웃었다. 그렇게 웃는 얼굴은 평소와 똑같았다.

어린아이 같이 순진무구한 미소.

다시 돌아갈 때까지도 오웬이 사라지지 않은 것은 신선한 경험이었다. 카인은 오웬을 방까지 데려다주고, 내일 또 보자며 인사했다. 오웬은 사탕을 소중하게 쥔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까지 오웬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것이 조금 의외이기도, 외롭기도 했다.

……그리고 훗날, 오웬이 영광의 거리에 갔다가 “그 때 왔던 카인의 친구”라고 불리며 친절하게 대해진 끝에 도망쳐온 것은 또 다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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