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이 쓰러지고 선망하던 사람은 산산조각이 났다. 그 날 이후 오미정의 세계도 같이 무너져내렸다. 그런 날이 있다. 특별한 날도 아닌데 예약도, 손님도 없는 날. 오미정은 매장 바닥을 한 번 쓸어낸 후 시계를 바라봤다. 이제 막 정오를 지났는데도 한 번도 입구의 종소리가 울리지 않았다. 거울을 한 번씩 닦고 창고까지 정리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하루가 한
-..오미정, 형사. 오미정이 형사라는 직업의 딱지를 뗀 지도 10년 째가 되던 어느 날이었다. 자신을 미정 형사라고 불러준 이는 몇 없었다. 그렇게 불러줄 이도 이제 거의 없었다. 한 사람을 제외하면. 오미정은 수화기 너머의 상대가 누구인지 알 수 있었지만 잊혀진 울림을 떠올리듯 상대의 이름을 조심스레 입에 올렸다. "..상일 경위님?" 수화기 너머
"오랜만." 서재호가 의자를 끌어당겨 앉으며 인사했다. 당연하지만 오미정은 대답하지 않았다. 과거 같이 일하던 시절에도 오미정에겐 기가 죽곤 하는 서재호였는데, 지금의 오미정의 모습은 서슬이 푸르다 못 해 서늘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다고 해서 웃는 얼굴로 무마하거나, 져 주는 듯 넘어갈 수는 없었다. 오미정은 유상일에게 동조해 죄 없는 아이를 죽
상일 경위님은 내 도움을 필요로 한다고 하셨다. 직접 찾아오시기까지 아직 시간이 있었다.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도울지, 돕지 않을지에 대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이미 전자로 결론을 둔 상태였고, 그것은 변함이 없으리라. 생각해야 할 것은 앞의 것과는 다른 문제였지만, 가장 본질적인 문제였다. 나는 상일 경위님을 사랑하고 있다. 그것은 부정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