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화창하고, 발걸음은 가볍다. 보도블럭 위를 밟는 숏부츠의 굽 소리가 발랄하기 그지없었다. 어쩐지 모르게 귀에 들어오는 그 소리를 리듬 삼아 하나는 경쾌하게 걸었다. 좋은 날씨, 좋은 기분, 좋은 시작이었다. 먼저 빵집에 가자 갓 구운 향기가 코 끝을 채웠다. 당일 구운 빵이 나오는 두 번째 시간에 맞추어 나온 것이었다. 디지가 원한 종류의 빵을
이 녀석의 머리카락은 거칠거칠하다. 같다면 같은 곱슬머리인데도 하나 자신의 머리카락과는 아주 달랐다. 색도, 결도. 꼭 동료 털을 골라주는 원숭이처럼 하나는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을 피해 앞에 놓인 머리카락을 한 꼬집 한 꼬집 뜯어보고 있었다. “저기, 쥐어뜯고 있는 거 아니야?” “어, 아냐.” 빨랫줄에 널린 세탁물처럼 팔다리를 늘어뜨린 남자의 반항을 쳐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