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G/해피 케이오스
Guilty Gear Strive - 해피 케이오스 드림 * 드림주 有
이 녀석의 머리카락은 거칠거칠하다. 같다면 같은 곱슬머리인데도 하나 자신의 머리카락과는 아주 달랐다. 색도, 결도. 꼭 동료 털을 골라주는 원숭이처럼 하나는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을 피해 앞에 놓인 머리카락을 한 꼬집 한 꼬집 뜯어보고 있었다.
“저기, 쥐어뜯고 있는 거 아니야?”
“어, 아냐.”
빨랫줄에 널린 세탁물처럼 팔다리를 늘어뜨린 남자의 반항을 쳐내며 하던 것을 계속한다. 뒤지고는 있지만 딱히 뽑지는 않았다. 갖고 놀다 엉망으로 헝클어놓은 먼지 색 머리를 다시 정돈해주자 그나마 봐줄 만한 몰골이 되었다.
“다 놀았어?”
“아직.”
머리카락 다음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머리카락 사이로 삐죽이 솟은 뿔이었다. 피부색을 따라 회청색 빛을 띤 그것은 악마처럼 자기 존재를 자랑하고 있었다. 아까까지 그녀의 손장난을 방해하던 녀석이다. 손가락을 대어 만져보면 차갑기만 했다.
차가운 것은 뿔만이 아니다. 색을 공유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뿔처럼 그의 피부 역시 차가웠다. 칼날 같은 겨울바람에 몇 시간이고 시달리면 이렇게 될까. 인간다운 따뜻함이라곤 감정적인 부분도 생물적인 부분도 모두 상실해버리고 남은 껍데기가 이런 거라면, 요약하자면 인간성이란 온기라는 소리일까.
잠깐이나마 비약적인 생각에 빠졌다. 하나를 부른 것은 무릎 위로 머리를 눕힌 채 그의 손에 뿔 양쪽을 쥐인 녀석이었다.
“무슨 재미있는 생각을 하고 있어? 같이 놀자구.”
“싫어.”
“음~, 너무 단호한 거 아냐?”
“너한텐 그래도 돼.”
반쯤 나른하게 뜬 눈에 드리운 속눈썹이 길다. 인상 사나운 사백안으로 그를 보는 시선을 하나는 무시해버렸다.
이 녀석과 어울려주는 것은 여러모로 피곤할뿐더러 무리였다. 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랬다. 양 뿔을 쥐고 있던 손이 귀밑머리와 턱을 따라 내려갔다. 자신을 보는 시선과 뭔가 말하려는 입을 무시한 채 하나는 그 턱을 닫아버렸다. 인간이 아닌데도 그 턱은 인간의 턱 구조를 따라 아래쪽에서 가해진 힘에 불만스러운 듯이 다물렸다.
“…음―.”
서로가 거꾸로 얼굴을 마주한 채 미간에 주름을 잡고 인상을 쓴다. 남자는 하나가 자신과 제대로 놀아주지 않는 것이 불만이고, 하나는 이 남자가 어울려달라고 하는 것이 불만이었다.
나는 너를 감상할 테니 니 멋대로 놀아. 그렇지만 위험한 짓, 나쁜 짓은 하지 말아줘.
당연하게도 남자는 다른 걸 원했다. 살아 숨 쉬는 배역, 뻗어 나가는 의지, 얽히는 이야기. 장황하게 늘어놓을 필요 없이 거기서 컷 해도 충분했다. 모두 하나와는 거리가 먼 것들이니까.
이러니까 너랑 나는 안 되는 거야.
정말 그렇게 생각해?
하고 싶은 말과 예상되는 말이 각각 떠올랐다. 입으로 내뱉진 않았지만, 내뱉으면 분명 크게 빗나가지 않는 반응을 할 테지. 생각을 읽은 것처럼 남자의 눈썹이 휘었다. 말해봐, 내뱉어봐, 던져봐. 너를 보여줘. 사냥감을 본 고양이 같은 눈을 하고서 남자가 앙 다물렸던 입으로 미소를 그려 보인다. 하나는 눈을 가늘게 뜨며 그를 질타했다.
“그 입 닫으라 했지.”
“―느흔트 느므흔그 으느? 승츠븓는드그.”
뭉개진 발음으로도 히죽거림을 멈추지 않는 이 못된 입이 싫다. 하나는 턱을 더 세게 닫았다.
“넌 아무 말도 안 할 때 제일 이뻐.”
듣는 그에겐 의미 없을지언정, 말하는 그에겐 아직 의미가 있었다. 턱을 꼭 닫게 만드느라 작은 등이 더 움츠러들었다. 그의 머리를 끌어안은 듯한 모양새로 속삭이면서 하나는 손가락 끝으로 회청색 콧등을 문질렀다.
슬프게도, 아름다운 것에 찬사를 날리고 싶어 하는 마음만큼은 여전히 같았다. 대상이야 다르지마는. 꽃잎 위에 내려앉는 나비 같은 무게로 입술이 그 자리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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