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NADA
그냥 되는대로 발을 옮기고 있었다. 걷고 있는 길은 딱히 정해져 있지 않았다. 말 그대로 내가 발을 디뎠을 때 제대로 걸을 수 있는 땅이기만 하면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내가 어디를 걷고 있는가가 아니라 나는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였다. 길을 잃어버린 미아. 꼬인 실타래. 나는 눈앞을 어지럽히는 머리카락을 치우며 한탄했다. 솔직히 말해 기분이 그리 좋진
이 녀석의 머리카락은 거칠거칠하다. 같다면 같은 곱슬머리인데도 하나 자신의 머리카락과는 아주 달랐다. 색도, 결도. 꼭 동료 털을 골라주는 원숭이처럼 하나는 거추장스러운 장애물을 피해 앞에 놓인 머리카락을 한 꼬집 한 꼬집 뜯어보고 있었다. “저기, 쥐어뜯고 있는 거 아니야?” “어, 아냐.” 빨랫줄에 널린 세탁물처럼 팔다리를 늘어뜨린 남자의 반항을 쳐내
날씨는 화창하고, 발걸음은 가볍다. 보도블럭 위를 밟는 숏부츠의 굽 소리가 발랄하기 그지없었다. 어쩐지 모르게 귀에 들어오는 그 소리를 리듬 삼아 하나는 경쾌하게 걸었다. 좋은 날씨, 좋은 기분, 좋은 시작이었다. 먼저 빵집에 가자 갓 구운 향기가 코 끝을 채웠다. 당일 구운 빵이 나오는 두 번째 시간에 맞추어 나온 것이었다. 디지가 원한 종류의 빵을
“여기에서 있었던 일들도, 자칫하면 모두 잊어버리게 되는 걸까.” 그것은 상대의 의견을 구하기보다는, 불안함을 곱씹기 위한 말처럼 들렸다. 한입 베어 문 빵조각을 꽂은 포크를 마치 해를 겨누듯 들어 올리면서 그 끝에 시선을 던진다. 너무나도 산만한 그녀의 모습에 멀린은 경쾌한, 혹은 가벼운 웃음을 지었다. “왜, 마스터? 간식이 입에 안 맞아?”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