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연渥緣
미토 리이치 생존 IF
오늘도 어김없이 피가 역류했다. 검은 옷자락은 피를 흡수해 더욱 새카매졌다. 눅눅하게 감도는 삶의 고통은 익숙하긴 커녕 불쾌했다. 너희가 남기지 않았더라면 견뎌내지 않았을 참으로 역겨운 감각이다. 빌어먹을-카나카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영역을 두 번이나 버텨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으며, 덤덤하게 후회가 없냐 물어오는 저 정의의 철퇴는 정말 한결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빌어먹을-카나카에게는 미안하지만-영역을 두 번이나 맞았고 살았다는 게 신기했다. 유감스럽게도 삼도천까지 향하지 않은 제 목숨을 보며 너는 안도할까, 잠깐 생각에 잠겼다. 오늘도 정의의 철퇴를 내린 경감님은 다행스럽게도 아무렇지 않아보인다. 킷사텐에 함께 가자는 약속도, 더 나아가 바다에 대한 시덥잖은 농담도 지속할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앞으로 쳐다도 보지 않을 것이다.
딱 죽을 만큼만 아팠던 것 같다. 잘 걷지도 못한 몸뚱아리는 그대로 물냄새 가득한 강가에 주저앉는다. 이대로 있으면 누군가는 나를 주워가주겠지. 무책임한 믿음을 건네며 숨을 몰아쉰다. 다리 위로 지하철이 지나간다. 덜컹거리는 균열을 따라 몸이 흔들린다. 약한 습기에도 상처가 아려온다. 바람이 칼날처럼 느껴진다. 심장박동을 따라 온 몸이 욱신거리는 걸 넘어 뒤틀리는 것 같기도 했다. 천천히, 차근차근, 삶고자 함에도 눈이 감겨온다. 평소에는 잘 오지도 않더니. 빌어먹을 졸음이다.
저 멀리에서 큰 소리가 들린다. [긴급]이라나 뭐라나. 내용이 명확히 귀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골 울리게 만들던 시위대의 야유 소리가 잠잠해진다. 지나가는 시민은 일괄적으로 네모난 화면을 들여다본다. 동공의 초점이 점점 돌아온다. 큰 차이가 나는 이형의 동공이 조금씩 또렷해진다. 그때 쯤 나는 스미다 강가를 벗어나 사람 사이에 널브러져 있었다. 결국 돌아오고야 말았다.
하루.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시간은 24시간으로 족했다. 사실 정신이 돌아오고 소식을 듣고 난 이후 3시간만에 일상을 단념하긴 했으나, 앞으로 살아갈 10년을 계획하느라 답답하고 막막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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