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

[겐르시] 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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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가 시릴 만큼 추운 겨울날이었다. 뼛속까지 시린 바람과 함께 하늘에서는 시커먼 구름이 가득했다. 애석하게도 차가운 구름 속에서는 차가운 겨울비가 뚝, 뚝 떨어졌다. 그마저도 질척한 눈과 함께 내리는 탓에 가뜩이나 차가운 겨울비는 서늘하고 얼음장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상하리만큼 주위가 고요했다. 자신을 뒤쫓아오던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도, 숲에서 들릴 법한 산새들의 울음소리도 더는 들리지 않았다.

‘하….’

피를 흘린 채 바닥에 누워있는 사내는 짧아지는 숨을, 그마저도 힘겹게 내뱉고 있었다. 수풀과 흙먼지에 뒤엉켜 몰골이 엉망이 된 그는 자신에게 다가올 죽음을 받아들이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체념한 얼굴에는 수많은 감정들이 뒤엉켜있었다. 그는 자신이 죽어가는 것이 억울했지만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실감했다.

하늘에서 내리는 차가운 빗방울에 온도가 느껴지지 않았다. 몸속을 파고드는 이질감을 느낀 그는 이질감에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며 애를 써보지만 그럴수록 자신이 죽어가는 것을 실감하는 것 같아 포기한 듯 눈을 감았다. 서서히 힘이 빠져가는 몸 때문에 흩어져가는 정신을 붙잡기도 버거운 듯했다.

‘난, 그저….’

사내는 눈을 감고 죽음을 받아들였다. 몸을 감싸던 감각들과 정신이 흐릿해져 간다. 이상하게도 눈물이 흘렀다. 모든 상황이 억울해서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건지, 의식의 흐려지는 건지도 구별이 되지 않았다. 눈을 감기 전 마지막으로 어렴풋이 본 것은 햇볕처럼 따스하고 눈부신 빛이었다. 그리고 그 빛을 가르며 자신에게 손을 내민 천사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이 전부였다.


‘또, 그 꿈이군.’

겐지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몸을 일으켰다. 꿈자리가 조금이라도 어수선해지면 늘 과거의 일이 악몽으로 다가왔다. 이제는 악몽이 삶의 일부가 된 지도 오래다. 그날의 수모를 겪은 것도 꽤 오래전의 일이었지만,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그 순간은 수년이 지나도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겐지는 수련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자신을 탓하며 짧게 허공에다 한숨을 내뱉었다.

손을 뻗어 탁상의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간은 새벽 3시를 가리켰다. 깨어있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었고, 다시 잠들기엔 정신이 생각보다 또렷했다. 침대에 멍하니 앉아있던 그는 침대에서 일어나 숙소의 공동 휴게실로 향했다. 자신의 방 안에서 어지러운 생각들에 부딪히며 골머리를 앓느니 차라리 밖에 있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겐지는 휴게실의 문을 열고 휴게실 안으로 들어왔다. 넓은 휴게실 안에는 조그마한 보조 조명이 은은하게 빛이 났다. 아무도 없을 것 같은 휴게실 안에는 치글러 박사가 소파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휴게실 문을 여는 소리를 들은 치글러 박사는 겐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에게 부드러운 눈빛을 보내며 미소를 지었다.

“늦은 시간인데 어쩐 일이에요, 겐지?”

겐지는 조금 의아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새벽이 깊어져 가는 와중에 아직 잠을 이루지 못한 치글러를 바라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눈빛을 읽기라도 한 듯 치글러는 맞은 편에 놓인 소파를 가리키며 앉으라는 손짓을 보였다. 치글러는 겐지에게 커피나 차를 권했고, 겐지는 그녀와 같은 아메리카노로 대답했다. 미리 내려둔 커피를 커피잔에 따른 그녀는 겐지에게 커피가 담긴 잔을 내밀었다.

“감사합니다.”

커피잔을 타고 올라오는 향이 은은하며 고소한 향이 퍼졌다. 향을 음미하며 겐지는 잔에 담긴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내린 지 얼마 지나지 않은 터라 따뜻함도 같이 온몸으로 퍼져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중간에 놓인 테이블에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그나저나 아직 안 주무시고 계셨습니까, 박사님.”

“아직 할 일이 많은걸요.”

그녀는 당연함을 넘어서 이런 생활이 익숙하다는 듯 대답하고는 전에 담긴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사실 오버워치에서 가장 바쁘고 가장 여유가 부족한 사람을 꼽자면 앙겔라가 손에 꼽힐 정도였다. 낮에는 훈련에 참여하거나 혹은 전장에 나서서 환자를 돌봤고, 밤에는 자신이 치료했던 환자들의 정보를 기록한 차트를 정리했다. 그 때문에 그녀는 늘 밤을 꼬박 새우는 것은 일상이었다. 그런 그녀의 일상을 지켜보며 겐지는 그녀에게 대단하다는 눈빛을 보내곤 했다.

한참 그녀와 이야기하다 커피잔을 바라보던 겐지는 자신의 꿈에서 나온 천사의 손길이 떠올랐다. 무슨 영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잠깐의 환영이라도 본 듯 미간을 찌푸리며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치글러는 겐지를 바라보며 의문이 담긴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걱정이 많아 보이는군요, 겐지.”

“박사님. 실은….”

표정 관리를 제대로 못 한 탓이라고 그는 자신을 자책했다. 그는 말을 망설였지만, 앙겔라는 그를 끊임없이 추궁했다.

“지금 상태가 안 좋은 건 아니겠죠?”

“그건 아닙니다만.”

겐지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자신이 꾼 꿈에 관해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자신이 죽기 전, 천사를 만나는 꿈을 최근 들어서 더 자주 꾸게 된다고 그녀에게 말했다. 치글러는 묘한 표정을 지으며 그를 바라보았다. 겐지는 그녀의 표정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듯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치글러는 자신 앞에 놓인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겨우 입을 열었다.

“참 기묘한 꿈이군요.”

“흠, 그렇습니까.”

겐지는 여전히 일괄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앙겔라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제 이야기를 잠깐 해야겠군요, 겐지.”

치글러는 무언가가 생각났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겐지와 앙겔라 사이에 기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추운 겨울이었다. 그 해는 동양에서 따뜻한 나라 축에 속하는 일본조차도 역대급으로 추위가 심했던 날이기도 했다. 앙겔라는 추위 속에서 아랑곳하지 않고 의료본부에서 환자들을 치료해주고 돌봐주는 데 집중했다. 사람들이 지쳐서 힘든 와중에도 그녀는 미소를 잃지 않았다.

“하루에 세 번, 꼭 챙겨 먹어요. 연고는 하루에 두 번만 발라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환자를 돌보고 가끔은 발키리 수트를 입고 전장에 참여하기도 했다. 코드명 메르시(Mercy)를 쓰며 전장을 누비며 환자들을 치료해주는 그녀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그녀가 이 시대의 천사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사람들의 목숨을 구하는 데는 일분일초도 지체해서는 안된다는 말을 늘 입에 달고 살았고, 전장에서도 역시 숨돌릴 틈 없이 바쁘게 임무를 수행하는 그녀였다.

전 세계 곳곳이 폐허였다. 옴닉사태로 폐허가 된 곳에서는 사람도 말썽이었다. 부족한 식량과 부족한 자원을 쟁탈하기 위해 각종 범죄 집단이 만들어지는 것은 일상이고, 그마저도 약자들은 모든 것을 빼앗기기 일쑤였다. 유럽도, 아메리카도 그러했듯이 아시아라고 예외는 없었다.

그해의 겨울은 지독하게도 추운 겨울을 맞이했다. 환자들의 골든타임이 전년도와 다르게 아주 짧아 그 순간을 놓치면 환자가 죽음을 맞이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치글러는 자신이 놓친 환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근처를 비행하며 환자를 추적하고 있었다. 바람이 차고 날카롭게 부는 것 같은 하늘에 비행도 꽤 조심스러웠다.

‘이 주위는 괜찮은 걸까….’

그녀는 저속으로 비행을 유지하며 주위를 살폈다. 눈이 내린 숲을 바라보자니 굉장히 장관이었다. 숲 전체가 하얗게 빛이 나고 있었고, 그중에서도 나무에 눈이 내려앉은 모습이 매우 아름다웠다. 그 모습은 마치 본래부터 새하얀 나뭇잎을 타고난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만들 정도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치글러는 잠깐 숲을 바라보고는 다시 본래의 임무에 집중해서 사람을 수색하고 있었다. 멀리서 사람의 흔적을 발견하고는 서둘러 그 방향으로 하강을 했다. 새하얀 눈밭에서 그녀가 발견한 것은 붉은 피로 범벅이 된 채 죽어가고 있는 한 사내였다.


“그게 당신이었죠, 겐지.”

치글러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차게 식어버린 커피를 마저 마셨다. 그날의 기억은 치글러에게도 꽤 충격적인 기억으로 남아있었다. 누군가가 그를 이렇게 만든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는 그를 살리기 위해 모든 의료기술과 모든 치료방식을 가리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겐지는 말없이 치글러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자신의 꿈에서 나타나던 그 천사의 실체는 눈앞에 앉아있는 그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겐지는 묘한 감정을 느꼈다. 눈앞에 천사가 있다는 사실보다는 자신을 살린 이유가 궁금했다. 단순히 의사라는 사명감으로 그리 행동한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궁금했지만 그는 무엇을 먼저 물어봐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생각보다 혼란스러워 보이는군요.”

겐지의 표정을 읽고는 그녀는 그의 표정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예상과는 달리 상당히 혼란스러워하는 그의 표정에 묘한 감정을 느꼈다. 앙겔라는 그의 표정을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녔다. 자신에 의해 살아났던 그는 자신의 정체성과 자신의 변해버린 모습에 늘 감정 상태가 불안했다. 치글러는 그의 표정을 천천히 살피며 자신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더 이어갔다.

“맥박수도, 체온도. 그때는 엄청 불안정했었죠. 곧 죽어도 이상할 것 없는 상태였으니까요. 당신을 데리고 본부로 돌아와 치료를 시작한 것도 저였어요.”

“박사님….”

“현대 의학으로도 치료할 수 없을 만큼 신경계가 손상되었죠.”

그녀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짧은 한숨 속에 많은 감정이 실렸다. 겐지는 여전히 의문점이 많은 듯한 눈빛이었다. 겐지는 뭐라 말을 하고 싶어 하는 눈빛이지만 그는 자신의 말을 삼키기로 한 듯했다. 앙겔라는 짧게 침묵을 유지하더니 제 할 말을 이어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살리고 싶었어요. 그게 전부였죠.”

“정말입니까, 박사님.”

치글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고는 그에게 자신의 입장을 말했다.

“처음엔 의사라는 책임감이었죠. 사람을 살려야 하는 게 의사니까요.”

“무슨 말씀이신지는 알 것 같군요..”

“그때만 해도 그랬죠.”

치글러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작은 미소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었다. 그녀가 사람을 살리는 이유에는 거창함은 존재하지 않았다. 사람을 살리는 것, 사람을 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그녀에게 겐지는 여태껏 다른 사람과는 다른 의미로 다가오기도 했다.


급한 일만 처리했을 뿐인데도 벌써 시계는 새벽 두 시를 가리켰다. 앙겔라는 제 사무실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다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밤을 새우는 것이 일상이 되었는지도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처음엔 할 일도, 해야 할 일도 많은 직업인지라 모든 것이 힘들었다. 그녀가 레지던트로 일하던 당시에 일을 그만둘까 고민도 했었다.

레지던트를 끝마치고 정식으로 의사라는 자격을 얻고, 그 후 오버워치의 의무관으로 활동하기까지 그녀의 삶은 여전히 바빴다. 그런 바쁜 일상이 익숙해진 탓에 이 정도 버티고 있다는 것은 본인이 더 잘 알고 있었다.

앙겔라는 환자들의 상태를 기록해둔 차트를 바라보며 정해둔 기준에 따라 차트를 분리하기 시작했다. 그 차트 안에는 겐지의 기록도 있었다. 그녀는 겐지의 차트를 한참 바라보았다. 처음 발견했을 당시보다 그는 확실히 좋아졌다. 실낱같은 희망도 없었던 그를 살리는 데엔 그녀의 공이 상당히 컸다.

“다행이라면 다행이겠지.”

치글러는 책상 한쪽에 놓아둔 텀블러를 집어 들었다. 저녁쯤에 내린 아메리카노가 차게 식어있었다. 그녀는 짧게 한숨을 내쉬고는 차게 식은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근래에 제대로 잠은 물론이고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었다. 그나마 제대로 쉬는 시간은 새벽 한가한 시간에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숨을 겨우 가다듬을 수 있는 이 시간이었다.

겐지의 차트를 조금 더 자세하게 바라보았다. 초기 발견 당시에 측정한 심박 수, 체온, 혈압 모두 정상을 되찾았다. 다만 초기와 다른 점이 있다면 신체의 대부분이 기계로 대체 되었다는 것이 달라진 점이었다. 치료하는 과정보다 수리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을 때도 많았다. 종합적으로 신체의 일부를 기계로 대체함으로써 그는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했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도 상당했다.

생각보다 그의 상태는 늘 불안정했다. 완전히 뒤바뀐 육체를 다루는 일부터 죽기 전에 구조되었던 기억 속에 얽매인 탓에 정신도 굉장히 불안정했다. 흔히 말하는 외상 후 스트레스 (PTSD)를 앓고 있던 셈이다. 약의 처방은 물론이고 겐지의 상태를 체크하는 것 모두 치글러의 몫이었다. 다른 의료진이나 다른 간호사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치글러는 그들의 손길을 거부했다. 본인이 자처해서 그를 간호하고 그의 상태를 체크했다.

‘서서히 괜찮아지니 다행이네. 그렇지만….’

사람의 몸에 기계를 이식하는 것은 이제 흔하게 보급이 된 의료 기술 중 하나였다. 겐지의 경우에는 그 기술이 상당히 많이 들어간 환자였다. 사고가 나던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를 살리고 싶다는 진심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가 잠들기 전, 병실에 가서 그의 상태를 확인하고 차트에 기록할 때 그의 눈빛을 바라본 적이 있었다. 모든 것을 체념한 눈빛 속에는 큰 상실감과 실망감이 가득했다. 그의 눈동자에는 너무나도 많은 상처가 비치는 탓에 당장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감이 오지 않았다. 많은 것을 묻고 싶고 많은 것을 알고 싶었지만, 그의 앞에서는 말을 아끼기로 생각한 그녀였다.

“내일이면 조금 더 나아지겠지.”

치글러는 차트를 책상 한쪽에 밀어두고는 책상에 몸을 엎드렸다. 그간 쉬지 못했던 몸에 한계가 오는 듯했다. 머리를 세게 치는 듯한 졸음을 이기지 못한 그녀는 짧게나마 눈을 붙이기로 했다.


치글러는 겐지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수많은 환자를 만나보았고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봉사활동도 했으며 수많은 전장을 누비며 전투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그녀는 그에게 보통 이상의 감정을 느끼곤 했다.

“별 이유는 없어요. 단지….”

겐지는 침묵을 유지하며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당신이 살아나기를 원했어요.”

“박사님….”

“그만큼 겐지, 당신이 더 행복해지길 바랐어요.”

처음으로 그녀에게 진심을 들은 겐지의 얼굴엔 놀람이 가득했다. 그는 평소와 같은 이성적인 감정을 유지해야겠다는 생각과 달리 밀려드는 묘한 감정에 고개를 푹 숙였다. 어쩌면 아무런 감정 없이 대할 수 있는 단순한 관계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도 자신의 행복을 간절히 원했던 것은 그녀가 유일했다. 자신은 뒤틀려버린 제 삶을 내려놓으려 했지만, 치글러는 자신을 끝까지 놓지 않았다.

어느덧 휴게실 창가가 서서히 밝아지는 것을 느꼈다. 두 사람은 휴게실 벽에 걸린 시계를 바라보았다. 새벽 다섯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치글러는 커피잔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고, 겐지 역시 뒤를 따르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조금이나마 푹 쉬는 게 좋아요, 겐지.”

“박사님도 편히 쉬세요.”

앙겔라가 서서히 시야에서 멀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겐지 역시 자신의 방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녀와 한 여러 이야기 중에서 확신했던 사실은 그녀가 자신을 구해준 천사였고, 곧 구원자였다는 사실이라는 것이다. 겐지는 숙소 안에 들어가서 침대에 누운 후에도 바로 잠을 청할 수는 없었다.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기 위해 몇 번의 한숨과 몇 번의 뒤척임을 하고 나서야 잠을 청했다.

겐지는 또다시 과거의 꿈을 그대로 꾸었다. 눈이 오던 날, 자신이 죽던 꿈을 반복했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흐릿하게 보이던 천사의 모습이 또렷하게 보였다. 그녀가 자신의 천사이자 구원자라는 꿈을 꾼 이후로 그는 그 악몽을 더는 꾸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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