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버워치

[캣아나] 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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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블랙워치를 나오고 나서 얼마되지 않아 소식이 들려왔다. 소문에 의하면 오버워치가 해체가 되었다는 소식이였던가. 나오기 전부터 꽤나 흔들리던 조짐이 있었다. 예상했던 결과였다. 레예스가 오버워치에 불만을 품기 시작할 때부터 난 언젠가 벌어질 일이였다는 것을 예상했다.

그와 신념과 생각들이 틀어지고 나서 과감하게 블랙워치를 나오게 되었다. 그렇게 조용하게 나오고 모든 것을 예상했지만, 막상 해체라는 사실을 접했을 때에는 생각이 꽤나 복잡했다. 그 동안 몸담았던 곳이라 어쩔 수 없는 모양이였나. 그리고 또 다른 소식은 길거리에 나돌던 신문을 통해서 접하게 되었다.

- 지휘관 아마리, 임무 도중 연락 두절. 생사불분명, 사망 추정.

차라리 접하지 않았으면 하는 소식이였다. 믿을 수 없는 소식이기도 했으며 한편으로는 믿고싶지도 않았다. 그토록 동경하던, 신념이란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준 그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나니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손에 수 많은 사람들의 피를 묻히고, 총구에 수 많은 총알을 발사하던 그 순간에도 죄책감 보다는 당연한 일을 한 것으로만 여겼다. 누군가의 죽음을 들었을 때 감정이 무뎌질 줄 알았다. 하늘을 쳐다보는 것도, 무언가를 하려는 생각 조차 죄가 되는 기분이였다.

'생사가 불분명한거니, 어디선가 살아계시겠지.'

희망을 품고 싶었다. 당신은 어디선가 살아있다면 살았지, 그리 허무하게 죽을 거라는 생각을 단 한번도 한적이 없었다. 신문 속의 타이틀도, 모든 것이 실감이 가지 않았다. 시간이 정지된 것만 같았다. 방금 전에도 담배를 피웠지만, 또 담배가 당기는 기분이였다. 속이 타고 기분이 울적했다. 그러나 이 기분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지는 않았다. 어디선가 당신이 나타나서 지금의 나의 꼴을 보고 비웃었으면 하는 바램이였다. 그 편이 마음이 편할 것만 같았다. 차라리 지금의 나를 비웃으면 당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실감 할 수가 있을 것 같아서.

'왜 수 많은 사람 중에서 하필 당신이여야만 했습니까..'

입술을 꾹 깨물었다. 수 많은 사람들 중에서 혼자서 감당했을 책임과 죽어가기 전 많은 희비가 교차할 때 당신이 짊어졌을 그 짐들을 떠올려보았다. 나같은 사람이 감히 생각할 수도 없는 그 시간을 보낸 것도 책임감과 강인한 신념이 있기에 가능했으리라.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연기를 들이마시고 허공에 내뱉었다. 허공에 내뱉은 연기는 흔적을 없애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모든 것이 부질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는 이 곳에 오지 않으리라 했는데.'

66번 국도는 예나 지금이나 폐허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 듯 했다. 선로가 끊겨버린 철도부터 갈 곳을 잃은 모래바람도 여전했다. 예전에 데드락 갱단에 속해있을 적이였지. 갱단 소탕작전을 기점으로 레예스랑 만난 것도 꽤 오래전의 일이 되어버렸다. 오래전의 일이 되면 무엇하나, 기다리던 당신의 소식은 여전히 들리지 않아서 답답할 뿐이였지. 그 공백에 익숙해져야 할텐데 여전히 그 공백과 익숙해지는 것은 쉽지 않았다.

주위를 둘러보자, 그 당시 전투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있었음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입에 물고 있던 담배를 바닥에 던지고는 신발 끝으로 비벼서 꺼버렸다. 바람소리 외에는 그 어떤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주위는 여전히 삭막했다. 낯선 소리 - 사람의 발자국을 포함한 인적이 느껴지는 소리 - 가 들리는 것보다야 훨씬 나았다. 마음을 풀어두고 여유를 갖고 있던 찰나였다.

- 피슉!

총알이 아슬하게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누군가가 이 곳에 있는 것이 틀림없다. 감성팔이를 할 여유조차도 없다는 것에 짜증이 치밀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살고 보자는 생각 보다는 빠르게 끝내고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욕구가 절로 들었다. 피스키퍼를 확인했다. 여섯발의 총알이 제대로 장전이 되어있음을 확인하고는 반격을 준비했다.

'다시 공격하겠지. 그 때를 노려주겠어.'

빈틈을 기다리는 편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제 다시 치고 들어올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적어도 경험상 다시 반격을 할 것이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폐허가 된 건물에 은신을 하고는 틈을 노리기로 했다. 물론 상대가 저격수라면 꽤나 골치가 아플 것이란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다음에 생각할 문제라는 것을 바로 떠올렸다. 공격이 빗발치는 예상과는 다르게 꽤나 고요했다. 어찌된 일이지. 상대를 예측하지 못한 적은 없었는데 이번엔 꽤나 예외였다.

'침착하자, 짐작컨데 분명 혼자다.'

총알이 날아오는 속도와 간격, 그리고 어렴풋이 느껴지는 침착함. 어림잡아 70퍼센트 이상으로 상대거 저격수라는 것을 확실시했다. 조금이라도 잘못 움직이면 머리가 날아갈 것이 분명했다. 틈을 이용해 피스키퍼로 한발 한발 역공을 했지만 상대 위치를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이러다가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여지껏 그리 살아왔는데 알게뭐람. 확실한 것은 상대는 꽤 엄청난 실력의 소유자라는 것이였다. 건물에서 살짝 고개를 내밀어 상황을 보았다. 위험한 행동이였지만 당장은 이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

'골치 아프군..'

바로 그 때였다. 내 쪽으로 다시 한번 총알이 스쳐지나갔다. 내게 날아든 총알을 겨우 피하고는 총알이 날아온 곳을 바라보았다. 잘은 보이지 않았지만 검은 후드를 깊게 눌러 쓴 누군가가 서있었다. 분명 두 손에는 총을 들고 있었지만 그 총구를 나를 향해 겨누고 있진 않았다.

"넌 누구냐-."

큰 소리로 들리게끔 외쳤다. 그러나 내 외침에도 상대는 답을 하지 않았다. 가면까지 쓰고 있어서 누군지는 알 수 없었지만 키는 제법 왜소한 편인건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총집에 넣어둔 피스키퍼에 손을 만지작거리며 언제든지 겨눌 준비를 하며 경계했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모습이 제법 위압감이 느껴졌다. 어쩐지 기분 나쁜 느낌도 들었지만 상대는 굳이 나를 노리는 기색은 아닌 듯 했다. 분명 나를 죽일 목적이였다면 진작에 난 죽었을텐데. 한참 경계를 하던 찰나에 검은 후드의 사람은 다리 위에서 폴짝 하고 뛰어내린다. 뛰어내리기에 제법 높은 위치인데도 망설임이 없었다. 그 동안 만났던 상대와는 차원이 다른 것을 느꼈다.

'뭐야..'

가만히 서있을 것 같았던 상대는 점점 내가 있는 곳을 향해 다가왔다. 뭐 저런 상대가 다 있는거지. 빠른 제압을 위해서는 섬광탄도 함께 써야하는 걸까, 진지하게 고민을 하며 상대를 바라보았다. 망설일 것만 같았던 상대는 거침없이 더 가까이 다가왔다.

"이제 그만 나오는게 어때?"

가면 속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어쩐지 낯설지가 않았다. 기분 탓이라 생각하고는 고개를 세게 가로 저어따. 드디어 때가 왔나보다, 투덜대며 건물 밖으로 모습을 보였다. 눈 앞의 상대는 생각보다 키가 왜소한 편이였다. 얼굴을 뒤덮는 가면하며 전신을 뒤덮는 후드 때문에 상대의 신원을 파악할 수가 없었다. 골치 아프군, 미간을 찌푸리며 상대를 바라보았다. 언제 공격을 다시 이어올지 모른다는 생각에 경계를 하며 바라보았다.

"그렇게 경계할 필요는 없을텐데."

"뭘 믿고 내가 그래야하지?"

"마음대로. 그나저나 시간이 흘러도 넌 여전하구나, 캐서디."

"뭐..뭐야. 나에 대해서.. 그보다 당신 정체가 뭐야!"

오른손을 총집에 가져다대곤 경계하며 상대를 바라보았다. 상대는 서스럼없이 제 가면에 손을 대었다. 그리고는 제 가면을 천천히 벗기기 시작했다. 본인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을 것 같았던 가면이 벗겨졌고 난 눈앞의 상대의 정체를 믿을 수가 없었다.

"아..."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는데?"

죽은 줄로만 알았다. 생사불분명을 넘어서 죽었다고 생각했던, 그토록 보고 싶었던 당신이 눈 앞에 나타났다. 믿을 수가 없었다. 이것이 꿈은 아니길 빌었다. 꿈이였으면 깨고 싶지 않을 그런 꿈이였다. 그 동안 아무렇지 않았던 머리와 심장이 요동을 치는 것만 같았다.

"유령이라도 본 얼굴이구나. 하기야 그럴만도 하지."

"어... 어째서..."

"자세한 긴 이야기는 나중에 하자구나."

반가움과 동시에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것을 느꼈다. 분명 반가워야 할텐데, 살아서 고맙다라는 말을 하고 싶은데 현실은 그러지 못했다. 눈가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 모자를 꾹 눌러쓰고는 최대한 감정을 숨기는 것으로 인사를 했다. 시간은 많았다. 그 동안 죽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너무나 괴로웠고, 너무나도 힘들었다. 이제 겨우 익숙해질 쯤에 나타날 줄은 몰랐기에. 한 단어로, 한 문장으로 감정을 정리할 수가 없었다.

"카우보이 컨셉은 여전하.."

"어째서..."

"으음?"

"어..째서.. 살아있다는 연락 한번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이를 꽉 악물며 대답을 겨우 이었다. 눈가에 흐르는 눈물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눈물을 들키면 마음의 짐을 짊어지게 할 것만 같은 생각에 이를 악물고 아무렇지 않은 척 말을 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울음에 목이 메이는 느낌이 들었다. 여러 감정들이 파도처럼 밀려들어왔다. 살아있었다면 언제든지 연락을 할 수도 있었다. 하다못해 직접적인 연락이 아니라도 간접적으로 누군가를 통해서 연락을 접할 수도 있었기에 반가움 보다는 서운한 감정이 더 앞섰다.

"미안해. 그 동안 많은 일이 있었어."

"..."

"살아있다고 연락하고 싶었는데, 차마 그럴 수가 없었어."

"그래도.. 아, 죄송합니다.. 부사령관님."

"괜찮아, 이해해."

오른손으로 미간을 꾹 누르며 눈물을 삼켰지만 북받쳐오는 감정을 숨기기는 여전히 어려웠다. 당신의 목소리에 수 많은 일들과 그간 겪었을 감정의 무게가 전해져왔다. 이기적이게도 내 감정을 추스리지 못한 죄책감이 밀려왔다. 긴 시간 속에서 당신은 많은 변화 속에서 강해졌지만, 난 아직 멀었다는 것을 또 다시 느꼈다. 모자를 더 꾸욱 누르며 얼굴을 최대한 가렸다.

"평소의 네 얼굴은 잘생긴 얼굴이라며. 왜 그렇게 가려?"

"아, 아닙니다.."

"흐음, 천하의 캐서디가 눈물을 보일 때도 있나봐-?"

"아닙니다. 제가, 언제 울었다고.."

당신의 시덥잖은 농담 또한 여전했다. 이런 분위기도, 그런 분위기와 목소리로 내게 말하는 당신이 늘 그리웠다. 부사령관이란 직급을 넘어서 당신이란 존재는 네게 그 만큼 특별한 존재였다. 거칠게 눈가를 문지르며 눈물을 닦아내었다. 눈물을 보일 생각은 눈꼽만큼도 없었다. 그만큼 눈치가 빠르신거겠지.

"제시. 사람은 시련 속에서 더 강해지는 법이란다."

"알고.. 있습니다."

"지금보다 그 다음의 시련이 더 클거야. 때로는 그 시련에 좌절 할 수도 있고."

"..."

"적어도 지금 여기에서는 내가 너를 지켜주겠다. 난 네 신념을 믿고 있었어. 예전부터 그랬었지."

"감사합니다, 부사령관님."

대답과 동시에 등을 토닥여주는 당신의 손길이 부드러웠다. 그간 허기진 마음에 단비가 되어주는 느낌이 들었다. 당신의 말에 신뢰감을 주고 싶었다. 미소를 지으며 당신에게 대답을 이었다.

"신념을 위해, 강해지겠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고, 누군가에게 진심 어린 말을 들으며 사랑을 받은 기억이 까마득했다. 그런 관심과 사랑을 당신에게서 배운 것을 당신은 알고 있을까. 이 생에 처음으로 신념이란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준 사람이 당신이란 것을 알고 있을까. 이 말은 영원히 전할 수는 없겠지만, 그보다 그런 당신이 이 세상에 살아있다는 것 자체에 감사함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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