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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향

복지사업 by 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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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상어의 혼혈이라는 것은 그렇다. 아니, 혼혈이라는 건 대개 그렇다. 자신을 힘들게 하는 원인이 된다. 그 어느쪽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은. 

부모란 이들은. 그들은 사랑을 했고, 사랑의 결과를 냈을 뿐이다. 결과는 그들의 사랑에 보답하기에는 너무 여렸다. 유순한 그 성격은 화를 불렀다. 혼혈이어서 그 무엇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성격은 자신 스스로를 갉아먹었다. 다들 그렇잖아요? 혼혈이라고 하면 은근히 무시하는 듯한 태도라던가... ... 실상은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이미 자신에게 그런 생각이 주입된 탓이었다. 어릴 적에 비뚜름한 제 모습에, 상어의 모습도 인간의 모습도 이도저도 아닌 모습은 자신을 힘들게 만든다. 송곳니만 뾰족하다던가, 목과 승모근으로 이어지는 그 곳에 아가미가 늘어져 있다던가, 단단한 피부가 종종 있어서 옷이 금방 헤져버린다던가. 색상을 간혹 구분하지 못한다던가. ... 그런 태도들이 모이고 모이다보면 누군가는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해 물어보는 법이다. 넌 뭐야? 그에 답할 수 없는 것은 이유를 찾으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인지, 혼혈이라고 멋대로 뿌리박고 그 해답만을 뱉어대며 자신을 갉아먹은 탓인지. 

그리고 그러한 태도들이 무서워서, 불안해서 자신은 도망쳤다. 도망치기 위한 길이 빌런이 되는 길이었다는 것도 어쩌면 해답이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 적어도 지금의 자신은 무언가에서 벗어난 듯한 생각에 비로소 숨을 텄다.

*** 

자신의 능력은 어디에든 사용할 수 있어서 사실은 조금 곤란하면서도, 편안했다. 그 작은 라이터에도 금속품이 있고, 지하에 매장된 것에도 철가루가 은은하게 있다는 생각을 하면, 참 다행이었고 미묘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걸 원한 게 아니었는데도요. 

제 손에 한가득 뭉쳐 기존 형태를 잃은 채 단단한 무기가 되는 모습을 보면, 뭔가 내가 그걸 망친 것만 같은... ... 굳이 필요도 없는 생각을 하고 마는 것이다. 그에 비해 성냥은 얼마나 좋던가? 라이터와는 달리 제가 능력을 써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 참편했다. 언제든 자기가 원할 때 불을 볼 수 있다는 점이. 뭐... ... 성냥팔이소녀같고 좋다고 웃어넘길 수 있다는 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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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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