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걔
아직 진통제 많이 남았어. 가득 차 있는 통, 두 개는 되니까. … 그러니까 어쩌면 대학도 같이 갈 수 있겠다. 그치. 약속해. 종종 그런 말을 던졌다. 딱히 무덤한 네가 모든 것에 긍정하는 답만 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꼴에 친구가 되어서는 약속 한 게 그거였다. 같이 가자, 대학. 곧 특수부대가 전국 감염병 청소를 시작합니다. 해당 라디오를 들
마모되고 닳아가는 감각, 사그라드는 열기와 차게 식은 피부. 가끔 숨이 모자라기도 하고, 또 시야가 암전하거나 흐려지기도 하면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려고 고개를 크게 젓는다. 모묘화는 자기가 죽어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목을 죄던 완벽주의가 없어진 건 불행인가 행운인가. 완벽함이라는 게 없어졌다 해도 어색하지 않을만큼, 피아노에서 오는 전율도 감정도
나는 내 악보가, 나랑 같이 불타서 사라지면 좋겠어. 같이 화장당하면 좋겠어. * 트리거 주의) 자살, 우울증 구태여 이런 상황에 그런 말을 꺼낸 것은 제가 사실은 죽음을 갈망하고 있기 때문인가, 아니면 그냥 미래를 그리는 망상인가. 이미 자신은 답을 알고 있다. 확실하게 전자에 가까웠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소중한 합주자구승하가 죽은 이후로 피아노
아니, 이건 전부 네 잘못이야. 이딴 재난 상황이 생긴 것도, 다른 애들이 다친 것도, 부회장이 허무하게 가 버린 것도 전부 네 탓. 이 따위로 행동할 거면 가서 네 친구랑 같이 좀비 밥이나 되어 버리던가. 말 진짜 X같이 하네…. 눈 가지런히 감았다 뜬다. 기저에 깔린 성격은 항우울제약를 복용하며 단 한 순간도 머리를 내밀지 않았다. 원래 온순하고, 무
바닥에 피 한 움큼 뱉어낸다. 신이 있노라면, 혹은 그것이 악마일지라도 제발 이 세상에서 절 붙들어주세요. 얼룩진 바닥에 바들바들 떨리는 손으로 성호 한 번 긋고 지독한 문양 하나 그린다. 살갗이 타오르는 듯한데 또 막상 아픔이 느껴지지는 않는다. 그려지는 대로 피가 굳어 모양이 잡히고 거대한 진이 만들어진다. 세상이 망한 것과 다름 없었다. 인간에게 있
아니, 술 몇 잔 마셨어, 진짜 얼마 안돼. 응? 아. 그냥... 좀 지쳐서. 알잖아, 얼마 전에 헤어진 거. 뭐, 군대로? 아직 휴학하기엔... 아, 그렇지. 같은 강의가 있긴 한데... 그래도. 일단은 고민 좀 해볼게. 어, 응... 응, 그래. 끊어. 빨간 머리카락이 눈 앞으로 흐트러진다. 이제 굳이 꾸미고 다닐 이유가 없어져서 그냥 내버려 두었다
제드 모리샤, 27살, 21년차 아역배우 출신 배우로 여러 번 잡지에 인터뷰를 하며 잡지 모델을 맡은 적이 있고, 평소 사복을 좋게 입어 패션 잡지에 주로 인터뷰를 하고 화보를 찍는다.오랜 시간을 영화와 드라마로 보낸 사람인지라 인맥이 꽤나 넓은 편이다.평소 영화를 자주 보러 다녀서 아마 이번 영화에 등장한 다른 배우의 영화를 본 적도 있을 것.어머니와 아
I miss you, but I don't know you. 셀라, 나의, 우리의 소중한 아이. 셀라. 이리오렴! 달콤하기 짝이없는 부모님의 목소리다. 그리고, 차갑게 가라앉는 뇌 속이 그것이 자신의 이름이 아니라고 알리는 것만 같다. 셀라는 제 언니의 이름이었다.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호그와트를 다니다가 방학 중에 죽어버린 제 언니. 똑똑하고, 우리
인간과 상어의 혼혈이라는 것은 그렇다. 아니, 혼혈이라는 건 대개 그렇다. 자신을 힘들게 하는 원인이 된다. 그 어느쪽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것은. 부모란 이들은. 그들은 사랑을 했고, 사랑의 결과를 냈을 뿐이다. 결과는 그들의 사랑에 보답하기에는 너무 여렸다. 유순한 그 성격은 화를 불렀다. 혼혈이어서 그 무엇에도 해당되지 않는다는 성격은 자신 스스로를
부두목이 무슨 일을 하냐고 물어도. 잘게 혀를 차는 소리를 낸다. 이런 질문을 할 여유가 있으면 가서 네 일이나 마저 끝내라는 의미다. 언제나 적호파를 자신의 가족처럼 여긴다고 해도,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관리하는 게 가장 큰 일이리라. 그래, 맞다는 듯이 저 앞에서 두루뭉실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뻔뻔스러운 표정을 짓는 걸 보면 아마도 그리 자신의 일이
멜렛 * 인퀴지터 제 성격의 하자를 알고 있으면서도 그 하자를 굳이 고치려 하지 않는 것조차 불량품과 같은 성격이다. 그 성격을 알면서도 끝끝내 자신을 팀장직에 올린 것도 다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염라를 붙잡고 매주 질질 짜는 소리를 하고 있는데도, 꿋꿋하게 선량한 표정으로 무시를 당하고 있으니 의미가 없다. 지금쯤이면, 어느 날 온 커다란 그 사람
함재이 * 페이버릿 뭐 어때. 사우님, 좀 여유롭게 가지? 그렇게 구는 거, 7팀장님밖에 없으십니다. 나태하기 짝이 없어서는 아침에 출근을 하는 둥 마는 둥. 와서는 휴게실에 한참을 박혀 있다가 나중에 느지막이 나와서는 한참 집중해서 뭔가를 달싹거린다. 일을 다 마무리 지어놓고 그러는 걸 보면 또 뭐라고 할 수도 없고. 무엇보다 사원이 팀장에게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