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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목은 무슨 일을 하시나요

도작희 일상 사찰

복지사업 by 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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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목이 무슨 일을 하냐고 물어도. 잘게 혀를 차는 소리를 낸다. 이런 질문을 할 여유가 있으면 가서 네 일이나 마저 끝내라는 의미다. 언제나 적호파를 자신의 가족처럼 여긴다고 해도, 일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관리하는 게 가장 큰 일이리라. 그래, 맞다는 듯이 저 앞에서 두루뭉실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뻔뻔스러운 표정을 짓는 걸 보면 아마도 그리 자신의 일이라고 정해두지는 않았고, 실제로 자신이 하지 않아도 다들 잘 하기도 하고, 귀찮기도 하니 관리하지 않은 듯 하지만. 

어쨌든 이 파마를 잔뜩 해놓고 매번 실실 웃기만 하는 부두목을 쫓아다니자면, 주로 일과는 이러한 듯 하다. 우선은 가장 먼저 출근해서는 -물론 출근 순서는 가장 마지막인 듯 하다.- 자신의 자리에 가서 어제 미뤄둔 일을 처리하고 -아마도 서류작업인 듯 한데, 이 사람의 뒤를 쫓는 말단인 내가 볼 수 없는 자료인 듯 하여 조용히 그 앞에 앉아있었다. 부두목의 방은 나름 접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하는 듯이 약간 넓어서는 앞쪽에 소파도 있고, 테이블도 있었다. 아쉽게도 커피를 내리는 것은 나의 몫이었기에 부두목이 달라는 대로 잠시 말단의 일을 했다.- 잘게 중간중간 핸드폰을 깨작깨작 만져댔다. - 생각보다 긴 서류작업은 중간중간 컴퓨터로 작업을 하다가, 직접 종이 서류에 도장을 찍어가기도 했다. 두어 시간은 잡아먹은 듯한 작업 내내 부두목은 잘게 하품도 하고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아무리 사랑하는 조직의 일이어도 일은 싫은 모양인 듯. -내가 이런 사실을 메모에 적어가자 나중에 이 메모를 보고 내게 딱밤을 때렸다. 이런 사실을 알려지면 안 되나? 어차피 나만 볼 내용이니 적당히 적도록 한다.- 

그리고 나서는 얼추 식사 시간이 되어서 근처 식당으로 향하는 듯 하다가 잠시 고민하고는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하나 사서 나왔다. -나의 것도 사주셨다. 참으로 상냥하셔. 그리고는 내가 있어 식사 시간을 지켰다 말하는 걸 보아, 아마 평소에는 그리 잘 지키지는 않은 듯 하다.- 곧장 돌아와서는 도시락을 먹으며 서류작업을 대충 마무리한다. 정리되지 않은 것은 아직 아랫단에서 처리가 되지 않은 것도 있고, 다음 일정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책상 옆에 두고 그대로 자리를 비운다. -아주 가끔, 검게 정장을 입고 나오고는 하는데 마침 오늘이 그런 날이었기에 나도 동행하기로 했다.- 그대로 밖으로 나가서는 딱딱하고 사무적인 태도로 사람을 마주한다. 어디 조직이더라. 하여튼 이름은 잘 몰라도 한미한 조직이기에 그리 중요치는 않다. 무엇 때문에 만났는지 대략 이야기를 들어보니 적호파에서 주기적으로 진행하는 일 중 하나인 토토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그래, 아마도 스포츠 토토용 토지를 잠시 빌린다는 내용이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돈이 순식간에 말에서 말 사이로 크게 불려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는 당당하게 그 금액을 일정 날까지 받지 못하면 토지는 없고, 돈도 없다는 얘기를 던지고는 그대로 정장을 슬슬 풀며 자리를 벗어난다. -정말 잠시도 불편한 옷을 견디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말을 건네보니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답답해서 그렇다 하셨고, 아마 거짓인 것 같다 추측했다. 표정이 워낙 뻔뻔해서 뭐가 거짓인 줄 알기가 어려워서야...- 

다음으로는 다시 조직에 복귀했는데, 쭉 건물을 크게 돌며 어디서 싸움이 붙지는 않았는지, 문제 있는 곳은 없는지 쭉 돌아보는 것 같았다. 도중 틈틈이 조직원들을 만나는데, 어떻게 그들을 하나하나 다 기억하는지 이름도 부르며 인사도 설렁설렁 받아대고, 먼저 인사를 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니 신기한 모습이 제법 있었던지라. 아주 약간 존경스러운 눈으로 보게 된다. -이렇게 부두목을 존경하지 않아도 되나 싶지만 아직 나에게는 어색해서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 지 모르겠는 점이 있다. 다행인 것은, 부두목은 내가 그렇게 행동해도 전혀 갈구거나 화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은 이런 부분에서 나는 부두목을 약간 존경하고 있다, 이미.- 전체적인 시설을 확인하고 곧이어 각 부서에 가서는 일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조사를 했는데, 적호파의 일이라기 보다는 아무래도 카지노의 운영이 잘 돌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조사이겠지 싶다. 돌아다니는 내내 본 것이라고는 딜러 옷을 입고 접객을 하기 위해 자리로 돌아가는 사람이라던가, 도박기계를 고치는 정비원 옷을 입은 사람 밖에는 없는 것 같아서. -실제로 따지면 한참은 더 많았겠지만 영 정신이 없었던 통에.- 

그리고는 순찰인지 점검인지가 끝나자 정말 나를 내쫓으려고 하셨다. 도대체 뭘 하시기에 날 쫓아내나 싶어 몰래 미행을 하니, 5분도 지나지 않아 바로 들켰지만 결국 마음대로 하라는 듯이 대하셔서 정말 마음대로 움직였다.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라 해놓고서는 다시 정장을 빼입는 모습을 보면 궁금증이 도질 수 밖에 없지 않나. 그래서 쫓아가니 조직의 카지노에 직접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아마도 그것은 카지노에서 타겟을 제대로 먹이기 위해 바람잡이로 들어간 것이겠지. 나는 자연스럽게 옆에서 구경꾼을 했고, 호응을 유도하며 은근히 판돈을 키우는 그 모습이 익숙해보여서 꽤나 생소한 모습을 보았다. 잃거나 따는 것에 초연하면서도 그 판에서 그렇게 열심히 반응하고 소리치는 모습들을 보았다. 제법 신기하게 구경하다가는 주변에 이상한 기류를 흘릴 것 같아 약간 거리를 두고 구경했다. -이후에 판이 끝나고 와서는 눈치가 제법 있다고 칩 하나를 선물로 주셨고, 카지노를 나가기 전에 반납해야했다. 당황스러운 눈으로 부두목을 봤지만 뻔뻔하게 잘 모른다는 눈을 한 그 사람을 보며 약간 존경심이 줄어들었다.- 

그리고는 어느새 밤이 한참 지나서는 부두목은 내 등을 시원하게 때리시고 이제 들어가라며 내쫓았다. 정말 집으로 들어가시는 듯 해서 굳이 그걸 따라가기도 귀찮고, 집에 가서 오늘 이 일에 대해 적고 싶어서 그냥 고개만 끄덕이고 돌아왔다. 그리고 그 잠깐 사이에 또 정장을 풀어헤치고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저 사람은 정말 안 어울리면서 잘 어울리는 직업을 찾았다는 생각을 잠시. 

*** 

그러면 부두목은 하는 일 중에 제일 재미있다고 생각하거나...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게 뭡니까?

서류작업이지. 맞는지 내용 검토하고, 맞으면 승인하고. 그것도 내 자리에서 앉아서 할 수 있으니 얼마나 편해? 그리고 일에서 무슨 재미를 찾아. 그래도 따지면 바람잡이나... 그 날은 예정이 없어서 안 하기는 했다만, 돈을 빌려주고 그 사람이 망가지는 모습을 보는 게 제법 나쁘지는 않아. 

자, 그럼 이제 진짜 일이라도 하러 가는 건 어떠냐?  

예에. 그러겠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또 쫓아다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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