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솔민

미안

복지사업 by 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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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은 손가락을 치켜든다. 손가락은  를 향하고, 손가락 끝은 검보랏빛으로 빛난다. , 정말 비참하게도 그것이 자신이 가진 능력이었다. 너를 다치게 할 수 있는, 능력. 

아니었다면 하고, 바라고 있었는데.

실낱같은 희망이 산산조각난다.

솔아, 은솔아, 한 번만 용서해줘. 


이 모든 일이 일어난 것은 김 민이 '빌런'이기 때문인가?

아니면 한 은솔이 '히어로'이기 때문인가?

둘은 연인이기 이전에 히어로와 빌런, 완벽하게 반대되고 대립되는, 그런 관계에 있었다. 그 관계 하에 둘은 흐트러지지 않은 관계를 가지고 있었으나, 이런 일이 생기리라는 것 쯤은 이미 둘 다 알고 있을 터였다. 적어도 어떤 이유에서든 한 번 이상은 싸우게 될 것이라는 것. 그래, 비껴나가는 것 없이 이런 결과를 낳은 것은 어쩌면 자신 때문이기도 했다. 민은 자신이 별 생각 없이 아는 지인을 돕겠다고 한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아무리 고등학생이라고는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는 지인도 결국은 빌런임에 틀림없다. 빌런이기에, 빌런이기 때문에, 라고 한다면 어쩔 수 없이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그것이 은솔과의 싸움으로 번지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 넘어갈 수 없었다. 빌런과 히어로는 그런 관계이니까.

검보랏빛의 손가락 끝이, 곧 나비 하나를 만들어낸다. 부디 다치지 않기를. 민의 뒤에서 날고 있는 것들보다는 훨씬 연한 색이지만, 분명 닿는다면 아플 것임에 틀림없다. 민의 뒤를 지키듯이 날고 있는 나비들은 모순적이게도 참으로 아름답게 빛내며 날고 있다. 


너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빌런 그 자체를 나타내듯이 어두운 모습의 남자는 빌런 쪽에 있으면서도 정반대에 대립되어 있는 곳, 히어로 의 자리에 있는 여자를 보며 입을 달싹인다. 그 누구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하기에는 이미 빌런 측에 선 이상 그렇지 않은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만큼은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다고 해야할까. 너를 다치게 하는 것은 결코 자신은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빌런들은 히어로가 자신들을 막는 것에 있어 불쾌함을 느끼기도 하지만, 결코 싫어하기만 하지는 않는다. 흥미, 관심이 있으니까 히어로에게 반되는 일을 하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모든 빌런이 그렇다고는 할 수 없지. 그래도, 적어도 그는 흥미로워하고 관심이 생겼기 때문에 그 길을 택했는지도 모르는 법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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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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