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글 메모
창작 세계관 [플러터]
네바로의 말대로 이건 나와 관련없는 일이고, 한번 무시하고 지나치면 될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 건 이곳이 내가 세상 밖으로 나와 처음 마주한 대지이기 때문이야.
내 처음을 누군가의 공포로, 분노로, 그리고 슬픔으로 뒤덮게 만들고 싶지 않아.
한 사람의 죽음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린다면 그 죽음은 의롭지 못해.
이곳은 너희의 터전이기도 하지만 내 삶의 시작이기도 하니까.
그런 슬픔은, 한 번이면 족해.
그것만으로, 내가 싸울 이유는 충분해.
─라르테일의 제안을 받아들이며.
단순히 녀석에게 감화되어 도우려는 건 아니다.
그저 이 알 수 없는 이끌림의 의의(意義)를 정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녀가 말한대로 네가 정말 「하얀 날개」라면 이 이끌림은 운명의 부속품에 불과하지만,
내 눈에 네가 나아가려는 방향은 마치, 개척자의 길처럼 보인다.
다만 케르가, 그와 같은 개척의 길을 걷는 동시에 너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려한다.
그곳은 어디인가. 과연 희망 한 점 없는 공허한 대지에서 넌 나를 이끌어 줄 수 있을까.
…냉정하게 말하자면, 여기 서있는 모든 이들이 힘을 합쳐도 라르테일을 이길 수는 없다.
나조차도 힘으로는 이길 수 없다. 그저 하나의 작은 변수가 되어줄 수 있을 뿐.
그러나 그가 내건 조건은 ‘자신을 이겨라’가 아닌, ‘자신을 설득시켜라’였다.
힘으로 이길 필요가 없다면… 딱 한 번, 그의 변수가 되겠다.
그리고 네 선택을 지켜볼 것이다.
부디 이 이끌림이 운명의 부속품이 아닌, 새로이 비상할 개척의 날개가 되길 빈다.
─네바로의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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