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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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첫째 주 금요일 * 친애하는 당신에게, 일기를 쓰듯 편지를 쓰기로 했어요. 사실 이걸 편지라고 할 수 있을지도 잘 모르겠지만요. 당신에게 말을 걸듯 쓰고는 있지만, 당신이 정말로 이 글을 읽을 날은 가급적 오지 않았으면 좋겠거든요. 부치지 않을 편지를 누군가 - 이 경우에는 당신이 - 읽으리라고 상정하면서 쓰는 건 참 묘한 기분이군요. 당신도 이미 알
01 남자는 회랑 한복판에 서 있다. 그는 눈높이 조금 위에 걸린 세 폭 제단화에 시선을 고정하고, 그곳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이 으레 그렇게 하듯 고개를 비뚜름하게 치켜들고 있다가, 이내 눈을 돌려 액자 아래에 붙은 라벨을 바라본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암굴의 성모. 목판에 유채. 이 그림은 함께 전시 중에 있는 나머지 두 점과 함께 밀라노 소재 산 프란체
태어났을 때의 기억이 누구에게인들 있을까마는 나의 경우에는 그것을 논하기가 특히 어려운 면이 없잖다. 나는 누군가의 몸으로부터 비롯하지 않았고 타인의 손에 길러진 적도 없으며, 애초 출생이라는 단어를 가져다대기에도 어정쩡한 무언가이기 때문이다. 그게 어미의 몸에서 분리되는 순간이든 알껍질로부터 풀려나는 순간이든, 혹은 세포 하나가 둘이 되는 순간이든 간에,
1 μετα δε το παραδοθηναι τον ιωαννην ηλθεν ο ιησους εις την γαλιλαιαν κηρυσσων το ευαγγελιον της βασιλειας του θεου και λεγων οτι πεπληρωται ο καιρος και ηγγικεν η βασιλεια του θεου μετανοειτε και πισ
여기 한 남자가 있다. 사람들은 남자를 일컬어 여행자voyager라고 부른다. 그에게는 돌아갈 곳이 있다. 그리워하는 공간이 있다. 몇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눈 깜짝할 새 오갈 수 있는 능력을 지녔음에도 섣불리 갈 수 없는 곳, 그러나 언젠가 반드시 돌아갈 곳이 있다. 그가 원래 있었던 곳이 있다. 그래서 남자는 여행자라 불린다. 여행이란 일시적인 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