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키모모] 건네받은 것

나나계 by 휘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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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roll-p.postype.com/post/8769797 )에 대한 답록

“…응, 보여… 잠깐만.”

“아, 됐다. ……이거 잘 찍히고 있는 거 맞겠지? 유키, 보여? ……녹화하는 거니까 물어봐도 소용없지 참. 어디 보자.”

재생 버튼을 누르자 모모의 얼굴이 보인다. 영상이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제서야 모모가 준 영상 편지라는 것을 알게 된다. 화면에는 바닷가가 비친다. 꽤 어두운데. 어디지? 촬영장이라던가, 그런 차림이 아닌데. 대기하고 있을 때인가. 둘이 같이 있을 때 몰래 이런 걸 찍을 수도 있으니까. 2020년의 1월 1일이라는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지만. …거진 1년 전이잖아. 그 때부터 이런 걸 준비해 왔다는 걸 조금 믿기 어렵달까, 놀랍다는 말이 더 적절하겠지만. 추워 보여. …즐거워 보여. 그러고 보니 1월 1일에 그냥 잤지. 삐친 모모의 화를 풀어주려 맛있는 걸 잔뜩 준비해 주었던 기억이 난다. 저렇게 재미있어 할 줄 알았으면 제때 일어나서 같이 가줄 걸. 기대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영상에서는 표정으로 드러나니까. 춥지 않을까. 빨개진 코에 입이라도 잔뜩 맞춰주고 싶은데. 이런 걸 자신이 모르게 준비했다는 것부터 상을 잔뜩 줘도 모자란 걸.

긴장한 건지, 아니면 배려인지 수화기 너머에서는 소리가 들려오지 않는다. 모모의 말이 들리지 않는 것을 아쉬워할 새도 없이 화면 안에서, 오롯이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는 모모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거 그냥 나한테 찍어 달라고 하면 되잖아. 속으로 얘기한다. 감쪽같이 속아 넘어갔는 걸. 물론 모모는 서프라이즈로 해주고 싶었던 모양이고, 확실히 통했지만.

물건을 바리바리 들고 돌아다니는 것도 모모답다. 무겁지 않으려나. 물론 차 타고 갔을테고, 모모는 자신보다 힘이 훨씬 더 세지만. 영상 역시 평소에 보는 프로의 손길에 비하면 투박하지만 모모의 모습과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수화기 너머로 영상의 소리까지 다 들릴까.

“이번에는 정말로 일찍 일어날게. 약속. 운전은… 사고 안 나게 노력해야겠지만.”

1월 1일의 모모에게 코멘트를 하기에는 조금 늦었으니까, 전화 반대편의 모모에게 얘기해본다. 여전히 대답은 없다.

운동도 싫어하고, 벌레 나오는 것도 싫으니까. 추운 것만 아니면 겨울 바다가 더 좋다. 가끔 풍경을 보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도 좋아. 언젠가 비몽사몽한 채로 모모와 같이 본 적 있던 일출의 모습도 꽤 좋아한다.

“괜찮아. 딱 좋네. 음, 좋아. 마실 거 가지고 올게. 따뜻한 음료는 내가 준비해 둘 게.”

안타까운 일이다. 손도 저렇게 차가워 보이는데. 감기 걸리지는 않았을까. 생각해보니 감기는 안 걸렸던 것 같다. 그랬으면 정말 미안해서 두고두고 기억에 남았을 테니까. 진짜 건강 체질이라니까. 그래도 모모의 차가워 보이는 손을 꼭 잡아주고, 모모링 핫 에디션이라도 들려주고 싶을 정도다. 평소에는 모모의 체온에 이쪽이 도움 받고 있으니까, 그렇게 따뜻하지 않겠지만. 모모가 올 때까지 얼마나 걸리려나. 분말 코코아 한 잔과 커피 한 잔을 준비한다. 모모가 오기 직전에 우유 붓고 데워주면 되니까, 우유는 먼저 끓여 두는 걸로 하자. 방금 전까지 코타츠 안에 들어가 있었는데, 어떻게 알았지? 모모는 역시 나에 대해서는 잘 아는 면이 있다. 모모만큼 날 잘 챙겨주는 사람도 없으니까. 역시 사랑의 힘인가.

“내년에는 나도 고민해야겠는걸.”

소원이라고 해봤자 모모가 건강하기를, 모모의 목소리가 잘 나오기를. 그리고 올해도 무사히 모모와 행복할 수 있기를. 그런 얘기들이겠지만. 어차피 말하지 않아도 이루어질 거라고 생각한 채로 기다리고 있는 것보다는 종이 위에다가 적어 하늘에 날려 보내는 게 낫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까. 물론 모모한테 보여주지 않으면 말짱 꽝이지만. 그래서 결국 아침으로는 뭘 먹은 거지? 이건 모모가 오면 직접 물어보는 게 나으려나. …진짜 친화력 좋다니까. 팬도 아닌 듯한 다른 사람과도 잘 이야기하는 걸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아, 이제 시간 됐다.”

따뜻한 방 안에서 영상을 보고 있을 뿐인데도, 모모와 함께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전화 너머에도, 눈 앞에도. 온통 모모 투성이라. 집중하면서 해돋이를 바라본다. 올해는 보지 못했으니까.

“조금 시끄럽지? 이제 곧 일출이라 그래. 아, 저기 봐. 보이기 시작한다.”

모모가 보여주는 풍경이다. 눈을 깜빡이며 바다와 하늘의 경계를 바라본다. 빨간 해가 하늘에 떠오르는 모습이 아름답다. 모모가 아름답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터져 나오는 숨소리, 모두가 감탄한다. 모모의 눈에 붉은 일출이 비치고 있을 거다.

“예쁘다.”

빛을 받아 반짝이는 바다도, 그것을 보고 있는 모모도. 잠들어 있는 자신에게 그 풍경을 전해주려 노력했던 그 마음까지도. 이런 거 누구라도 좋아하게 될 걸. 내게 보여주는 모모의 모습도, 모모가 보여주려고 애쓰는 풍경까지도.

“마음에 들어, 모모.”

끝나는 것이 아쉽다고 생각했는데 다음 영상이 있는 모양이다. …이렇게 쭉 이어지는 건가. 내가 약속을 펑크낸 날이 그렇게 많았던가? 싶기도 하고. 설마 그건 아니겠지. 확실히 올해에도 몇 번 있었지만, 만약 그렇다면 생일 선물이 아니라 뼈가 담긴 영상이잖아. 모모가 그런 일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발렌타인 데이다. 주변만 봐도 알 수 있다. …라기보다, 발렌타인 데이라고 써져 있다. 사람이 많이 있어서 그런 걸까? 잔뜩 흔들리던 화면이 점차 균형을 잡는다. 미츠키 군의 목소리도 들려온다. 다른 사람 불러오겠다고 했는데, 그것 때문인 건가. 이쪽은 모모 혼자 떠드는 거라도 완전 환영인데. 그렇다고 해도 모모의 기획에 어울려주는 귀여운 후배에게는 퍽 감사할 따름이다.

버라이어티라도 되는 듯한 소개에 쿡쿡 웃는다. 역시 명 MC들. 카메라 워킹은 이상하지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추는 것도, 진행하는 것도 자연스럽다. 모모의 요리 실력은 확실히 괴멸적이지. 예전에도 요리할 일은 꽤 있었는데, 별로 나아진 것은 없다. 이쪽이야 모모에게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줄 수 있는 권리를 독점할 수 있는 것 같아 기쁘지만 모모도 일단은 혼자 살고 있으니까, 먹는 거 걱정된 단 말이지. 실제로 제대로 안 먹고 있기도 하잖아. 초콜릿 태우는 것 정도라면 그나마 낫다.

“주방에 불 안 나서 다행이다.”

그랬다는 보고는 못 들었으니까. 혹시 모른다. 불이 났는데 어떻게 진압을 해서 보고하지 않았던 걸지도. 역시 밥은 매일 자신이 해줘야 하는데, 하는 생각에 골머리가 썩는다. 지금까지 되어도 제대로 맛있는 밥을 짓는 걸 힘들어 한단 말이지. 즉석밥이라는 좋은 물건이 존재해서 다행일 따름이다.

“음, 기대할게.”

이쪽은 초콜릿도 얼추 만들 수 있으니까 모모에게도 선물해주는 편이지만. 역시 작년에는 수제 초콜릿은 아니었지. 모모에게 그런 거 기대하지 않으니까. 내년에는 기대해봐도 되나?

“다치진 말고.”

그렇다고 무리하길 바라는 건 아니니까 한 마디 말을 덧붙인다. 전화 너머의 모모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이쪽에 집중해야지. 오, 생각보다 제대로 된 토크쇼다. 새해의 일출을 담았던 영상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지만 모모가 후배들과 사이 좋은 모습 꽤 좋아한단 말이지. 저 애들을 마음에 들어 한다는 거 알고 있으니까.

사랑의 사과라, 귀여운 이름이네. 모모가 좋아할 것 같다. 단 건 그렇게 좋아하지 않으니까, 이런 걸 찾아볼 때는 발렌타인 정도란 말이지. 나중에는 조언을 받아 그냥 만들게 되니까 전문점의 초콜릿 구경도 꽤 이색적이다. 모모는 저런 걸 좋아하지. 나한테 주는 선물이긴 하지만. 두 사람이 사이 좋게 떠들고 있는 것만으로도 꽤 기분이 좋아진다.

두 사람의 색이 입혀진 초콜릿. 자신이 받았던 초콜릿이다. 저렇게 골랐던 건가, 하고 생각하면 또 귀엽고. 많이 고민해서 골라준 것들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역시 미리 알았으면 더 칭찬해줬을 텐데. 고마워, 정말 마음에 들어. 하고.

모모의 표정이 귀여워. 미츠키 군에게 찍어 달라고 한 게 다행이었네. 모모와 같은 풍경을 보고 있는 것도 좋지만 모모를 보는 것도 좋은 걸. 모모가 들고 있었다면 저런 표정은 카메라에 비춰주지 않았을 테니까. 나중에 미츠키 군에게 선물이라도 해줘야겠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두 사람의 어리광을 잘 들어주는 착한 후배들이니까.

“뭐랄까, 비밀 공작 같아.”

전화기에 대고 푸스스 웃어버린다. 팬들이 알아보고 따라오는 일이 꽤 있으니까 이런 비밀스런 움직임도 필요하지. 이쪽은 들키거나 말거나 별로 신경 쓰지 않는 타입이랄까, 애초에 모모와의 데이트를 빼면 밖에 잘 안 나가니까. 기껏해야 장 보러 가는 거고. 그래도 별 일 없었던 것 같아 다행이네.

“…나만 빼고 밥 먹으러 간 거야?”

나만 빼고, 라고 하기에는 4명 정도의 소인원이었지만. 어차피 부를 거면 이쪽도 불러주지. 섭섭하다고 할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그런 자리에 빠지는 건 아쉬우니까. 뭐, 선물을 골라 두고 본인을 부를 용기가 없었던 모모의 마음도 얼추 이해는 한다.

다음은 화이트 데이의 얘기다. 이쪽은 꽤 인상 깊게 남았던 선물이라 제대로 기억하고 있다. 지금도 가지고 다니면서 가끔씩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고는 하니까. 물론 내용은 나만 듣는 거니까, 절대 안 들려주지만. 몬모모, 진짜 귀여웠지. 이런 과정을 거쳐 나온 결과물이라는 게 조금 신기하다. 모모 혼자서 고안하고 컨펌 받은 건가. 열심히 회의하는 모습이 퍽 귀엽다.

“저것들, 전부 마음에 드는걸.”

역시 제일 마음에 드는 건 최종안이지만. 두 사람의 노력이 들어 있기도 하고. 그리고 폭신폭신하잖아? 통째로 돌릴 수는 없으니까 세탁하는 게 조금 고역이긴 하지만, 그 정도는 가사 9단의 노력으로 어떻게든. 사실 어느 쪽이든, 정말로 모모가 준 것을 제일 좋아했을 것 같긴 하지만. 기호 모양의 열쇠고리는 Re:vale를 소중하게 생각해주는 것 같아서 좋고, 몬모모는 귀여워서 좋고. 작은 모모는 모모를 데리고 다니는 것 같아서 좋았을 거다. 그래도 역시 마네코쨩이 요즘 애라 그런지 취향이 세련된 면이 있어. 그것보다 모모는 기념품 같은 걸 사오면 이상한 거 많이 사오는 편이니까.

역시 자신을 위해 많이 고민했다는 흔적이 나오면 기쁘다. 다른 사람들도 이것저것 도와주고 있고. 고민하는 모모를 돕기 위해 끌려 다니는 사람들도, 전부 귀엽고 고마울 따름이다. 다들 한 해 동안 고생 많았네. 모모가 제일 고생했어.

다음은 생일 선물이 아닌 것 같다. 역시 이거, 펑크난 약속들에 대한 복수 영상인가? 가쿠 군과 같이 레스토랑에 앉아 있는 모습이 질투난다. 그야 뭐, 방금 전까지 다들 고생했다고 얘기하긴 했지만… 저 때 아마도 모모 부족이라 엄청 힘들었는걸. 굵직한 일정들을 생각해보면 아마 말라 비틀어져가고 있었을 거다. 그때의 내가 저 광경을 봤다면 모모 미워, 하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버렸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가쿠 군, 소바 좋아한다고 했는데 야채는 별로인가? 저번에 같이 먹었을 때는 편식 안 하고 잘 먹어줬는데. 퍽 아쉬운 일이다. 다들 야채의 소중함을 모른다니까.

다섯 번째 영상은 자신이 친해지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지만, 정작 그럴 기회를 잘 주지 않는 사람이 게스트로 등장한 모양이다. “…아, 루리 씨다.” 얼굴을 확인한 순간 그렇게 말해버린다. 어머니의 날인데 안 계셨다니 유감인걸. 내년 어머니의 날에는 제대로 챙겨드려야겠다. 어머니라기 보다는 장모님 같은 느낌이긴 하지만. 아무튼. 루리 씨에게 허락받고 찍은 건가…? 그런 생각이 잠깐 들었지만, 모모의 일이고 알아서 잘 했겠지. 루리 씨, 날 마음에 안 들어 하는 부분 있으니까. 반의 일은 화 날만 하고, 귀여워하는 남동생을 채간 것도, 뭐. 화 날만 하지. 그래서 매번 친해지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장벽이 너무 높다. 얼굴 취향이 반에 맞춰져 있어서 그런 건가? 처제를 얼굴로 꼬시려는 생각은 아니지만, 호감 사이게 나쁜 겉모습은 아니니까.

“역시 많이 닮았는 걸.”

생긴 것도 그렇고, 서로를 소중하게 여기는 점도 그렇고. 취향은 좀 다르긴 하다. 루리 씨는 반 오시였고, 모모는 내 오시라고 했으니까. 그렇게 크게 싸웠는데도 지금은 사이가 조금 나아진 것 같아 다행이다. 지금까지 연락 안 하고 지냈으면 이쪽도 평생 한에 남았을지도. 모모가 자신 때문에 잃어버렸던 것들을 전부 돌려주고 싶으니까. 모모에게서 무엇 하나 빼앗고 싶지 않다. 가지고 있어도, 손에 쥐고서 다 지켜 보일 수 있는 사람이니까. 꿋꿋하게 자신이 잘 생겼다고 얘기해 주는 모모나 루리 씨가 퍽 재밌다. 얼굴에 대한 부분은 역시 타협이 없다.

가족들과 잘 지내고 있다고, 자신을 안심시키려고 해주는 걸까. 모모네 가족은 정말 모모와 비슷한 구석이 있어서, 안에 끼어 있는 모모 역시 행복해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부모님도 같이 계셨다면 더 좋았겠지만, 여행이라니 어쩔 수 없지. 두 사람이 사이 좋은 걸 봤으니까 그걸로 안심이다. 잘 모르겠지만 루리 씨는 자신을 위해 그런 걸 맞춰줄 사람은 아니니까. 카메라에 대고 “모모를 울리면 용서 안 할 테니까!” 같은 얘기를 한다면 모를까. 물론 그러지 않으려고 언제나 노력하고 있다.

아이돌은 성수기에 쉬기 어렵다. 보통 사람들이 쉴 때 일하고, 바쁠 때도 일하는 사람들이니까. 언제나 삶에 웃음과 휴식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으니까. 6월…에 저렇게 놀러갔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없는 것 같은데, 자신의 일이니까 아마 듣고서도 잊어버렸을 것 같다. 어차피 따라가지 못했을 테니까 별로 상관 없으려나? 서핑이라니. 물론 류노스케 군에게는 퍽 어울리지만. 모모는 나란히 서 있으니까 역시 작아 보인다. 그 체구와는 달리 스포츠를 잘 한다는 건 자신이 제일 알고 있지만.

“모모, 멋있어.”

꺄르르 웃으며 TV에 집중한다. 스포츠는 별로 관심 없지만, 모모의 멋진 모습에는 관심이 많다. 다른 곳에서는 한 번도 안 했으면서 엄청 멋있는 부분을 되감아서 보기도 했을 정도다. 서핑은 하나도 모르지만 파도 위에서 균형을 잡는다는 것만으로도 물 위를 걷는 예수님처럼 보인다. 모모는 서커스도 잘 할 것 같네. 손재주가 없다는 게 흠이지만, 나이프가 안 어울리는 얼굴은 아니란 말이지. 모든 종목이 다 어울릴 것 같다. 맹수 조련사는 역시 조련사 보다는 맹수 쪽이 더 어울린다. 그러면 이쪽이 맹수 조련사인가? 물지는 않겠지만 가끔씩 중요한 부분에서 얘기 잘 들어주지 않는 부분이 있으니까, 무대에 세우는 거 불안불안한걸.

류노스케 군의 가슴도 언제나 대단하네. 모모는… 예전보다 커졌나? 잘 모르겠다. 작아진 것 같기도 하다. 카메라 너머로 보니까 잘 모르겠는데. 나중에 벗겨서 다시 확인해야지. 별 차이 없는 것 같기도…. 모모는 차가운 거 많이 먹으면 배탈 난다고 하면서 꼭 빙수 같은 건 맛있게 먹는다니까. 북유럽에서도 빙수를 먹는 그 먹을 것 사랑은 잘 모르겠다. 배탈이 문제가 아니지 않나? 눈사람이 되어 버리는 것 아닌가?

이번에는 칠석날인 모양이다. 거듭된 촬영 덕분인지 퍽 안정된 촬영 솜씨가 엿보인다. 사무실의 탄자쿠는 비어 있다. 저 종이에 적혀진 내용을 이미 알고 있다. 보고서 많이 기뻤는걸. 사무소의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이지만 모모 만큼 다른 사람들과 친분이 있는 건 아니니까, 모모가 적어주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는 깜짝 놀랐었다. 그걸 얘기해준 것도 성 말고 이름은 잘 기억 안나는 사무소의 직원 분이었지. 모모는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많이 사랑받고 있구나. 덕분에 기운을 받았다고 얘기했던 사람들을 보면 나도 절로 기운을 받는다. 좋아하는 사람을 모두가 같이 좋아해주는 게 기뻐. 모모는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다.

서투르지만 하나씩 매달려가는 탄자쿠의 내용은 하나같이 주위의 사람들에게 관심이 없다면 적을 수 없는 내용들이다. 뭐, 이쪽에서 보면 모르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지만. 그래도 이런 기원을 받은 사람들은 매년 칠석이 되면 이 탄자쿠가 생각날지도 모른다. 사무소의 탄자쿠에는 매년 비슷한 내용을 적고 있지만 내년에는 ‘모모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기를.’ 하고 적어볼까 싶다.

여름 축제는 정작 바빠서 같이 가지 못했다. 이쪽은 모모가 없으면 사람들이 많은 곳에 일부러 가려고 하지 않으니, 모모가 동행하지 못하면 결국 드러눕고 만다. 리쿠 군과 같이 다녀왔다는 얘기에 조금 아쉽긴 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바빴는걸. 시간이 아예 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축제의 피크는 저녁이니까. 그 시간에 두 사람이 둘 모두 시간을 내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잠깐 걷고 오는 것만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가면 사람들에게 들켜서 더 피곤해지기만 하니까.

두 사람 역시 이번에는 유카타 차림에 가면까지 쓴 모양이다. 모모는 정말 어린 애들하고 같이 있어도 별로 스물 다섯이라는 티가 안 나네. 완전 동안이다. 다음에 같이 놀러 오자고 하는 모모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에 저 인형 뽑아줄게.”

뭐, 가망 없는 얘기라고 해도 마음만은 사격장에서 1등을 거머쥐고 있으니까. 역시 이런 곳에는 여러 꼼수가 많지만, 안되면 가게 째로 사버리지 뭐. 그런 걸 바라는 게 아니라는 사실은 잘 모르니까. 일단 커다란 곰 인형 안고 있는 모모는 귀여울 것 같다.

“예쁘지, 유키!”

불꽃놀이가 펑펑 터져서 주변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다. 그걸 눈치챈 건지 모모가 더 크게 소리를 올려 말을 건다. 높이 올라가 밤하늘을 장식하는 불꽃놀이는 장관이다. 확실히, 일출도 그렇지만 이것 역시 직접 보지 못해 아까운 광경이다. 불꽃놀이에는 이른 기상과 등산이라는 디메리트가 없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걸지도 모르지만. 그러게, 예쁘네. 모모의 손에 솜사탕을 쥐여주고 같이 데이트하면서 보면 딱 일 것 같은데. 일출과는 달리 불꽃놀이 명당에는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다. 저 정도라면 가도 괜찮을 것 같아.

모모의 한 해를 담은 것 같은 비디오도 벌써 중반을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타마키 군과 함께 게임하는 모습은 귀엽지만, 다른 것과 달리 이쪽은 어떻게 해서 이기는지 어떻게 해서 지는 건지 하나도 모르니까.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영상의 시간을 보냈다. 표정을 지켜보는 것도 재밌었지만, 역시 주방에서 노는 게 더 재밌긴 했다. 그렇게 하면 안 되는데, 같은 느낌이 가득한 요리 실패 영상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한달 반 전의 할로윈 일은 그래도 선명하게 기억하고 있는 축이다. 모모는 체셔 캣 의상을 입고, 나는 모자장수 의상을 입고 같이 할로윈 파티를 했었지. 모모는 고양이 귀가 꽤 어울리는 편이니까. 아니, 동물 귀가 대체로 다 어울리기는 하지만. 이쪽은 나이가 있으니까 그런 건 좀 버겁다. 모모랑은 한 살 차이밖에 안 나지만, 누구한테 물어봐도 대체로 그런 대답은 나오지 않겠지. 모모가 동안인 건 거의 공인된 사실이니까.

“할로윈 파티도 재미있었는데.”

가볍게 웃으며 의상 선정 비화를 지켜본다. 요즘에는 영화 등장인물 가장을 하는 사람도 꽤 많으니까 별로 이상하지는 않은데. 결론적으로 저 의상이 꽤 괜찮았기도 하고. 장난 치는 체셔 고양이, 모모에게는 딱 어울린다. 모모는 그런 짓궂은 부분이 자신에게는 없다고 매번 변명을 하지만 슬슬 인정할 때도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해. 다행히도 일정이 허락해주어 할로윈 전야제에 이어 당일날까지 무사히 파티를 마치게 됐다. 올해는 일정이 맞지 않아 후배들과는 같이 파티를 즐기지 못했지만, 그래도 사진이나 동영상 교환까지 했으니까. 야마토 군 네 성인들은 대놓고 놀래킬 만한 분장을 했던 모양이다. 여린 아이들에게 그런 자극적인 분장, 괜찮은 건가 싶긴 하지만… 결국 타마키 군은 사과까지 받아냈던 것 같고. 다들 그럭저럭 즐거운 시간을 보낸 것 같아 다행이다.

이쪽의 할로윈 파티는 집에서 뒹굴거리는 느낌이었지만. 조금은 건전하지 못한 것도 하고, 같이 집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맛있는 것도 먹고. 가장을 하고 나서 연기를 한다던가. 역시 파티는 기분이지. 모모도 비교적 만족스러워 해준 것 같아 다행이다. 물론 나도 즐거웠고.

11월의 영상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르다. 밝은 공간에서 촬영을 시작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들과 같이 시끌벅적한 곳에 가서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적막하다. 그래도 어쩐지 익숙한 음향인데. 반사되는 느낌이라던가, 어디선가…. 물론 곧이어 모모가 주위를 비쳐주자 그 모습을 알아채지만.

“…이런 곳까지 갔어?”

바쁜데 꾸준히 시간 내서 영상 찍었던 것도 놀라울 정도인데, 자신이 꼭 붙어 다녔던 11월에 라이브하우스까지 갔으니까. 급한 스케줄, 이라고 하니까 조금 생각날 듯 말 듯한데. 모모를 끝까지 잘 챙겨주지 못하는 게 퍽 아쉬웠던 기억만 남아있다.

모모가 잠시 돌아다니더니 멈춘다. 카메라는 모모의 눈에서 무대를 올려다본다. 이 시선은 낯설다. 무대를 올려다본 경험이 거의 없는 나로서는 생경할 정도의 감각이 느껴졌다. 모모가 처음 Re:vale와 만났던 자리. 모모의 눈. 모모의 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나는 모모가 느꼈던 것을 조금이라도 느끼게 된 것만으로도 퍽 기뻤다. 마음만 같아서는 손을 잡고, 무대 위로 끌어당겨 같이 노래하고 춤추자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모모의 말이 들렸다. 모모의 목소리가, 음색이 들렸다. 모모가 있던 자리에서 들었고, 느꼈다. 지금의 나는 결코 그때의 모모와 같은 감정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무대 있는 건 아이돌, Re:vale의 모모다. 좋아하는 아이돌에게는 역시 시선이 이끌려버려. 팬들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수없이 많이 들었던 말이지만. 모두들 이 자리가 좋았던 거구나, 하고. 서투른 영상만으로도 느껴져서.

미소 지으며 작게 박수를 친다. 자신만을 위한 공연이다. 비록 마지막은 쫓겨나버렸지만, 그래도 좋았어. 모모가 있던 위치에 내가 있고, 내가 있던 위치에 모모가 있다. 아이돌인 모모를, 팬의 위치에서 볼 수 있어서 좋았어. 내가 모르는 모모를 더 많이 알게 된 것 같아서. 편집된 영상을 보는 일이나 모니터링은 수도 없이 많이 하지만, 모모세의 위치에서 무대를 올려다보는 건 이제는 없을 경험이겠지. 모모도, 자신 역시. 무대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사람들이니까.

마중 나오지 말라고 했지만, 지금 당장 모모가 보고 싶어 졌다. 어차피 이 앞까지 와 있을 거야. 급하게 외투를 챙겨 집 밖으로 나갔다. 통화는 아직 연결된 채다. 민망해서 들어오지도 못하고 있었던 건지 고개를 푹 숙인 채로 시선만 위를 올려다보는 모모의 인영이 보였다. 추운 것도 모르고 모모에게 뛰어내려갔다. “모모!” 크게 외친 다음 달려가 손을 꼭 잡았다. 얼마나 여기서 이러고 있었던 건지 손이 다 차가웠다. 1월 1일에는 잡아주지 못했지만, 지금은 따뜻하게 데워줄 수 있으니까.

“…모모의 1년을 나에게 줘서 고마워. 더 더 잔뜩 행복했어. …모모 덕분이야.”

탄자쿠에 적어주었던 그 소원이 이뤄진 것처럼. 배시시 웃으면서 모모를 꼭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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