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막한 식사

묵윤

수면속 by 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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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뚝뚝 흘렀다. 눈썹부근의 살이 찢겼다. 묵은 시야를 가리는게 귀찮은지 눈두덩만 훔쳐냈다. 비릿한 냄새. 묵의 것보다 더 비리고 진한 냄새. 숲와 바다의 것이 아닌, 온전히 살아숨쉬는 것들의 향기. 끈덕지게 매단 시선을 알아차렸나, 묵이 손을 내밀었다.

“윤. 먹고싶어요?”

빙글 웃은 눈매가 유순하게 늘어졌다. 붉은 손끝이 어서 행하라는 양 눈앞을 맴돌았다. 냄새. 향긋한 냄새. 허기를 부르는 생의 향기.

넌 가끔 뭐든 내어줄 것처럼 굴더라.

윤은 삿된 것을 만지듯 검지만 쭉 뻗어 묵의 손을 밀어냈다.

“...됐네요~...”

결국 상대가 내어놓을 틈을 노리면서.

손가락 끝으로 붉은 것이 스쳤다. 묵은 빤히 눈을 굴리다 이내 어깨만 으쓱댔다. 순순한 것은 전혀 순순하지않다. 윤은 쭈볏 솟은 경계를 그대로 두며 붉게 물든 제 손끝만 부볐다. 혀로 그 끝을 핥아냈다.

“...비려~...”

“죽은걸 먹으니까 그렇죠. 산게 여기있는데.”

혓바닥으로 차가운 살갗이 감겨왔다. 턱을 틀어쥔 손과 입안을 침범하는 손. 불청객이 혀를 휘어잡아 끄집어냈다. 따라가려는 몸을 끌어안은 손이 고개를 젖혔다.

“잔뜩 허기진 눈을 해놓고 밥상을 거절하다니... 배가 불렀어요.”

그러니 먹이가 서운하지않겠어요?

다시 피가 뚝뚝 흘렀다. 뺨을 타고 턱끝에 방울 맺힌 것에 혀를 움켜쥔 손아귀가 더 강해졌다. 품안의 쥐가 꿈틀거렸으나 이렇게 달라붙어있을 때는 제게 힘을 쓰지 않음을 뱀은 알았다. 그건 순응이기도 했고, 행여 제가 다칠까 두려워하는 배려기도 했다. 작은 머리통을 굴리는 것이 퍽 탐스럽다. 저를 향한 경계가 공포와 다정에서 옴이라니, 품지않을 이유가 있나.

“콜록, 켁, 콜록!!”

혓바닥에 핏방울을 뭍히고서야 쥐는 뱀의 품에서 벗어났다. 제 혓바닥을 낼름인 뱀이 콜록이는 등을 두드렸다. 손과 품안에서 꿈틀거리던 감각이 아직 생생하다. 흥이 올랐다. 쉭쉭 거리는 소리가 저절로 튀어나왔다.

“먹을래요?”

물기어린 눈동자가 매섭게 저를 꿰뚫고 나면, 멱 잡힌 몸이 어느새 그의 시선 밑까지 깔린 후였다. 방금까지 손안에서 움츠리던 살덩이가 눈덩이 위를 스쳤다. 묵은 반사적으로 눈을 감고, 마치 눈동자가 달아오르는듯한 감각을 마주했다. 뜨겁고, 축축하고, 아리다.

“으… 아파요.”

앓는 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혓바닥이 상처를 헤집었다. 눈가가 저절로 움츠려들었으나 제 멱을 틀어쥔 손이 꿈쩍없었다. 허리도 아픈데~… 불만어린 목소리에도 한창 식사를 즐기는 쥐는 들을 생각이 없어보였다. 뭐, 이대로 둘까. 한방울이라도 놓칠 세라 제 턱부터 눈가를 게걸스럽게 안달내는 몸이 꽤 달았으니.

식사는 금새 끝이났다. 살만 깊게 찢겨 피가 멈추지 않았을뿐, 그렇게 핥아댔으면 더 나올 피도 없을 것이다. 그제야 묵은 제게서 떨어진 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핏물 어린 입가를 핥아낸 자윤이 느리게 숨을 뱉었다. 평소와 같은 말간 낯이 여전히도 허기진 눈을 하곤 저를 담았다. 뒷목이 성큼 죄이는 감각. 피식자의 것을 맞닦뜨린 묵이 혓바닥만 낼름댔다.

“피는 멎었는걸요.”

“알아.”

갈증을 끊어낸 목소리엔 평소와 같은 늘어짐조차 없었다. 윤은 제 입가를 닦아내곤 오래 눈을 감았다 떠냈다. 욕망이 침잠한다. 인내가 배인 몸이라니까. 허기가 가라앉은 동공엔 무엇도 비치지 않았다. 손가락이라도 뜯어내 물려주고 싶으나 그랬다간 손으로 안끝나려나. 아쉬움 남은 묵이 윤에게 폭삭 기대고는 입가에 남은 핏자국만 핥아올렸다.

“비린내 나.”

“먹음직스럽나요?”

“응.“

슬 제쪽을 스친 눈동자에 혓바닥이라도 먹어치우고픈 허기가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빙글 웃은 먹잇감이 제 사냥감을 끌어안았다. 목덜미 가득 제 체취를 뭍히며 미끄러졌다. 묵의 선글라스가 어깨를 치곤 바닥으로 떨어진다. 자윤은 몸통을 휘감하며 타고 올라오는 검은 뱀에 미간만 찌푸렸다 펴냈다. 차갑고, 축축하고, 끈적하다. 옷속을 파고 들어간 것이 제 몸을 남김없이 자윤에게 휘감은 뒤에야 움직임을 멈췄다. 고개만 빠끔 올라온 것이 목덜미에 머리를 기댔다.

“움직이기 불편한데…”

제 말에 보란듯 거대한 몸통이 몸을 압박해왔다. 흉통이 조여 숨을 멈췄다 뱉어낸 자윤이 얕게 콜록댔다. 호흡에 따라 저를 조였다 풀어내는 몸에 소름이 쭈볏 돋았다. 붙었다 떨어지는 살결 사이로 끈적한 액체가 늘어졌다.

“옷에 냄새도 배는데… 으, 알았으니까 물지만 마~… …나도 물어버릴꺼니깐.”

작게 투덜거린 자윤이 묵의 선글라스를 주워들어 제 머리에 얹었다. 불만인듯 뱀이 꼬리를 움직였으나 별 도리가 있나. 수면안 대위에 선글라스가 올라간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자윤이 발을 움직였다. 허기가 잦아든 얼굴에 평소와 같은 귀찮음만 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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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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