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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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룬은 느리게 눈을 떴다. 오, 휘황찬란하군. 거대한 샹들리에가 낯선 천장에 박혀있었다. 삶의 역사를 되짚어보건데 처음보는 화려함의 극치다. 생각보다 구실은 못하는지 시야는 어두웠다. 얼굴에 어룽거리는 빛은 마치 느지막한 밤중에 잠에서 깬 기분을 들게했다. 잠결을 닮은 얇은 웃음소리가 나지막히 울렸다. [이런. 인간은 무척 말랑하다는걸 잊어버렸네. 기억
불은 여전히도 숨을 죄여왔다. 남들에 비해 배는 호흡이 힘들 일호가 마른 기침을 한번 뱉어냄으로써 주의를 모았다. “자.. 작전은 다들 숙지했지? 바람을 막는건 우리 위즐의 특급에테르병을 맛본 총무가 할거고, 베넬리와 로로미야가 맞불을 놓는다. 하네코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 보호막을 걸거고. 나머지는 건질 수 있는걸 건지고, 2층에 불이 번지는걸 최대한 막
“집 안에 코코룬씨가 없는건 확실하죠.” “응. 코코룬이 눈사람만큼 은신에 재능이 있지 않은 이상은 집에 없어.” 불은 이미 2층 제일 안쪽의 방 두어개를 집어삼키고 그 옆으로 손을 뻗고 있었다. 울루카의 바람에 기세가 약하긴 했으나 완전히 막진 못했다. 불은 끊임없이 번지고 있었다. “제일 안쪽은 이미 비었어요.” “그 다음 방이라면…” 쿵소
“코코룬이 사라졌다고?” 파묻히다 싶히 눈구덩이에 들어있던 두 라라펠이 일제히 표정을 굳혔다. 무스가 헉헉 대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이 주변을 뺑뺑 돌았는지, 좀처럼 지친 모습을 보기 힘들던 그가 숨을 고를 여유도 없어보였다. 사사도가 머뭇이는 낯으로 짧게 침음했다. “음… 잠깐 산책이라도 나간 것 아니오? 아무래도 요새 상태가 좀, 예민했으
피가 뚝뚝 흘렀다. 눈썹부근의 살이 찢겼다. 묵은 시야를 가리는게 귀찮은지 눈두덩만 훔쳐냈다. 비릿한 냄새. 묵의 것보다 더 비리고 진한 냄새. 숲와 바다의 것이 아닌, 온전히 살아숨쉬는 것들의 향기. 끈덕지게 매단 시선을 알아차렸나, 묵이 손을 내밀었다. “윤. 먹고싶어요?” 빙글 웃은 눈매가 유순하게 늘어졌다. 붉은 손끝이 어서 행하라는 양 눈앞을 맴
습한 냄새. 자윤은 코 끝을 움찔거렸다. 겨울이 아닌 곳에서 맡는 시체의 향은 여전히도 낯설었다. 얼어붙은건 냄새가 덜한데. 감상을 짧게 끊어내고 관짝을 향해 몸을 기울였다. “정우봉, 남성, 72세. 술에 취해 달밤에 거닐다 사망한 것으로 추정. 뭐에 놀라 자빠진 건지 논두렁에 처박혀있었다네~..” 달랑 두줄. 그것으로 남자의 사인은 끝이었다
자윤은 꾸벅, 고개를 박았다 일으켰다. 잠이 번쩍 깼다. 주변은 어둡고 몸을 감싼 천이 부드럽다. 굳이 장소를 추측할 필요가 있나. 천에 배인 살내음이 익숙했다. 바다와 숲을 스쳐온 바람같은, 서로 다른 푸름이 얽혀있는 비릿한 향. 기지개를 쭉 펴내곤 묵의 소맷깃에서 기어나왔다. 움직임을 눈치챈 묵이 알아서 손을 뻗어와 멀리 갈 것도 없었다. 윤은 손바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