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30

글쓰기 모임, 8月

Lorem Ipsum by A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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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공기는 사람을 이상하게 만든다. 너와 나의 경계를 흐리게 만든다.


나는 새벽이란 밤을 새웠거나 일찍 일어난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새벽이란 시간대 자체를 누리지 못한다. 그들은 해가 지면 잠들어 해가 뜨면 일어난다. 그러니 해가 뜨지도 지지도 않은 새벽이란 그 중간에 끼어 외면당하기 일쑤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처우에 비해 새벽은 아름답다. 서서히 방 안이 푸른빛으로 차오르기 시작하는 그 순간을 나는 사랑한다. 오로지 그 빛을 보기 위해 일부러 밤을 새우는 한이 있더라도.

한편 전파를 통해 전해지는 목소리에는 어딘가 낭만이 있다. 이번에는 네 생각이다. 사람의 목소리는 녹음해서 들으면 완전히 달라지곤 한다. 전화도 마찬가지다. 전파를 거친 목소리는 과연 그 사람의 원래 목소리라고 할 수 있을까? 애초에 눈앞에서 직접 들은 게 아니라 전기 신호를 통해 전해진 목소리가 진짜라고 할 수 있을까? 말하자면 숲과 나무가 등장하는 역설 같은 것이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은 새벽을 누리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전화의 특별함 또한 누리지 못한다. 너와 나는 이렇게 평범한 것에 의미를 붙이며 놀곤 한다. 너와 내가 누릴 수 있는 특별함이란 대체로 이 정도가 전부다.

그러니 너와 내가 새벽에 전화를 자주 하게 된 것도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해가 뜨고 학교에 가면 자연히 얼굴을 마주하게 될 텐데도,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있어 직접 대화할 수 있는데도 너는 새벽에 내게 전화를 건다.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다. 너는 나를 위해 새벽을 맞이하고, 나는 너를 위해 전화를 건다. 그렇게 함으로써 너와 나는 서로의 특별함을 조금씩 공유하기 시작한다. 잔에서 흘러넘친 물이 섞이는 것처럼.

어쩌면 고대 로마인들이랑 비슷할지도 몰라.

내가 말한다.

고대 로마인?

네가 묻는다.

건배하는 행위는 원래 고대 로마에서 시작된 행위래. 상대의 술에 독을 타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려고 잔끼리 부딪혀 술이 섞이게 하는 거지.

내가 답한다.

너는 잠시 로마인에 대해 생각한다. 그들은 물론, 토가를 입고 있으며(아마도 목욕 가운과 비슷한 형태일 것이라고 너는 대강 짐작한다) 긴 소파에 드러누워 포도를 한 알씩 따먹고 있다. 그리고 잔을 부딪혀 제게 악의가 없음을 증명한다. 그렇다면 너와 나도 무언가를 증명하려 시도하고 있는 것일까. 새벽과 전화를 조금씩 공유하며 스스로를 내보이고 있는 것일까. 어쩌면 영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른다고 너는 생각한다.

있잖아.

내가 말한다.

왜?

네가 답한다. 나는 잠시 주저한다.

너도 같이 갈래?

이번에는 네가 주저할 차례다. 너는 침대에 누워 푸르게 물드는 방 안을 바라보며 한참 동안 생각에 잠긴다. 나 또한 굳이 답을 종용하지 않는다. 마치 질문하는 것으로 내 역할은 끝났다는 듯이. 그저 전화를 끊지 않은 채 각자의 푸른 방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부딪힌 잔에서 흘러넘친 포도주만큼, 딱 그만큼.

너는 여전히 침묵을 택한다.


새벽 공기는 사람을 이상하게 만든다. 너와 나의 경계를 흐리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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