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腔 2차] 흘러 너머로
엔딩 후 날조 / 주의사항 본문 상단 내 기재
※ 마루토쿠기지丸得基地의 쿠腔 2차창착입니다.
※ 모브시점 묘사(등장비율 높음), 엔딩 스포일러, 후일담 날조 주의. 범죄(살인, 폭력, 갈취 등) 및 범죄 조직 묘사가 등장합니다.
의도적으로 비속어를 사용하거나 맞춤법을 지키지 않은 문장들이 존재합니다. 인명 및 고유명사도 한글 표기가 이게 맞는지 자신없네요 … 쩝
*
한 조직의 끝은 허무했다. 한 때 거리를 주름잡고 위세를 떨쳤던 조직이 왜 절멸했는가. 그 까닭에 왈가왈부하는 자는 많았으나, 결국 목소리들은 하나의 결론으로 모였다.
“설마 처형인이 배신할 줄은.”
혀를 찬 여자가 담배를 켰다. 맞은 편에서 굽실거리며 라이터를 가져다 댄 남자도 불퉁거렸다. 오오쿠라 요지가 부린 난동에서 살아남고 짭새들의 체포영장으로부터 겨우 도망친 몇 없는 조의 잔당이었다. 대가리 후보들의 지난한 정치싸움 중 어느 쪽에도 줄을 서지 않고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거듭하던 쥐새끼같은 삶 덕분에 겨우 목숨만은 건진 것이다.
“처음부터 말이죠, 요지 님께서 수작질을 벌일 거야 다들 예상했지만요. 설마 거기 처형인이 붙을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 못 했습죠.”
“그새끼한테 님 자 떼. 혈통만 믿고 설치다 전부 말아먹은 새끼가 님은 무슨 님이야?”
“네엡. 하지만 정말로 그렇지 않습니까요? 젊은 두목이었던 에노하라는 처형인을 높이 사고 있었는데요. 앞길도 출세 탄탄대로였을텐데 왜 하필 다 같이 고꾸라지자며 그런 길을 택했는지.”
폐부를 찌르는 연기가 매캐하다. 후 불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탁한 연기. 안개라도 낀 듯 읽히지 않는 모습이 처형인의 심중 같다. 빛 한 점 안 드는 시커먼 눈동자는 어디 쓰레기통에 거꾸로 처박힌 인형 눈깔을 떼다가 안구에 박아넣었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런 물건이 대체 어디서 기세를 부렸는지. 여자가 생각에 잠긴 채 무시하자 남자는 여전히 좋을대로 지껄여댔다.
“게다가 기껏 에노하라를 친 뒤에는 뭔 의사 놈팽이 하나 끽 처리한 후에 짭새들에게 자수라고요. 말이 됩니까. 내 목을 잡아잡수쇼. 이러고 반질반질 잘 닦아 내어준 거죠. ”
남자의 어조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투덜거렸다.
”애초부터 요지가 에노하라 목을 딸 수 있던 이유가 뭡니까? 처형인씩이나 되는 놈이 거기 붙어서 아닙니까. 요지야 원래 세력도 뭐도 없는 놈이고요. 그런데 처형인이라는 압도적인 힘이 없어졌으니 올타꾸나. 에노하라 따르던 놈들이 반역이다 뭐다 명분삼아 다 뒤집어 엎고, 거기 또 애먼 꼰대들은 이제 대가리 감이 없는데 그러면 전 두목의 혈통을 따라야지 않느냐, 하고 있고. 흰 눈 뜨던 놈팽이들은 아예 딴 맘 먹고 이 기회에 자리 한번 차지해 보겠다고 온갖 쌩쑈에…”
그렇게 개판이 난 조직에 들이닥친 게 처형인의 자백을 듣고 들이닥친 짭새무리였다. 여자에게도 기억이 생생했다. 정기 수금일이었다. 일이 이렇게 되었어도 자릿세는 받아야지 않겠느냐며 외근을 핑계로 뛰쳐나와 등신같이 내분한 조직의 꼬라지를 지켜보던 중이었다. 사이렌 소리가 순식간에 다가오더니, 방검 조끼를 갖춰입은 짭새들이 한복판에 들이닥쳤다.
그걸로 끝이었다.
짭새들이 살아있는 조직원을 전부 연행했다. 시신의 수습은 조금 늦어졌다. 워낙에 죽은 놈들이 많았던 탓이다. 두목이 없는 조직은 죽는다. 조직, 이라고 해봐야 어차피 뒷골목 깡패들을 모아둔 오합지졸이다. 머리가 잘린 짐승처럼 향할 방향도 모르고 발버둥치다 허망하게 숨이 끊긴다.
폴리스 라인 안쪽에 검은 정장을 널브러뜨리고 죽은 놈들이 꼭 피웅덩이에 배를 드러내고 뒤진 시꺼먼 잉어 떼 같았다.
“그 이후로 처형인을 본 놈 있나?”
“없습죠. 누가 좋다고 면회를 갑니까. 저도 그렇고, 거기서 겨우 튄 놈들은 다 교도소 방향으론 눕지도 않습니다요. 새파란 면상을 보자마자 죽여버리고 싶은 놈들이 한둘이 아닐 걸요.”
여자는 다시 담배를 물었다. 필터를 질겅거리면 종이 쓴 맛이 묻어나왔다. 도망치면서 챙긴 거라곤 기껏해야 마지막에 겨우 빼돌린 자릿세가 전부다. 엉엉 울며 이제 도저히 무리라고 바지 자락을 잡고 비는 점주들의 이마를 후려치고 뜯어낸 푼돈이다. 피 묻은 봉투에서 꺼내 몇 장을 헤아려도 도망쳐서 신분을 세탁할 자금으로는 턱없이 모자라다.
“자리를 뜬다.”
두 사람이 숨어있던 골목 저편으로 도망치려던 찰나였다.
“저기에요!”
이마에 붕대를 감은 중년이 이쪽을 향해 소리치고 있었다. 그동안 자릿세를 상납받던 점주였다. 눈에 독기를 품고 있었다. 혀를 차고 도망치려던 찰나, 강한 라이트가 정면으로 눈에 비친다. 순간적으로 시야가 멀어진다. 주변을 우수수 포위하는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포위해라!”
철컥, 익숙한 쇳소리. 권총의 안전장치를 해제하는 소리였다.
“폭력단 배제조례에 의거하여 당신들을 특수폭행 및 금품갈취 혐의로 긴급 체포한다. 당신들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으며, 변명의 기회가 있고 불리한 진술을 거부할 수 있으며… …”
그리고 짧은 도주행의 종점에 대한 선고이기도 했다.
*
붙잡힌 조직원들에 대한 재판은 무심하게 흘렀다. 갈취당해왔던 피해자들의 분노과 착취해왔던 가해자들의 불만 사이에 선고된 형은 선례를 담습하듯 전형적이었는데, 재판에서 유일하게 눈에 띈 것이 있다면 특별 선임된 증인이었다.
검은 머리카락, 새카만 눈을 가진 청소년. 이누카이 아키하루. 범죄 조직에서 일어난 지독한 아동 폭력과 함께 사회적으로 큰 이슈가 되었던 지난 재판에서 마침내 소년 교도소행을 선고받은 수감자이기도 했다. 마침내 사회에 드러난 그의 첫 사진은 조간지 1면에 모자이크 처리된 채 붙어 있었다.
첫 재회에는 조직원 중 누구도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조직에 몸을 담갔던 긴 세월동안 아무도 밝은 빛 아래 선 이누카이 아키하루를 본 적이 없었던 탓이다. 죄수복은 품새가 커 상대적으로 뼈가 보이도록 마른 체구가 도드라졌고 밝은 빛 아래로 드러난 얼굴은 채 젖살이 빠지지 않아 퍽 어린 까닭도 있었다. 체포당한 이들은 ‘처형인’이라는 별명이 나오고서야 비로소 그를 알아보았는데, 그마저도 저들이 아는 그 살인마와 정말로 동일인인지 눈을 의심했다.
이누카이 아키하루가 살아있는 인간의 표정을 짓고 있었던 탓이다.
누가, 왜, 그 죽은 눈의 살육인형을 인간으로 되돌려 놓았는지 아무도 몰랐다. 후일 몇몇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교도관에게 물어 안 사실은 혼란만 가중시킬 뿐이었다. 수감된 그는 언제나 교도관들의 명령을 고분고분하게 따랐으며, 교정 프로그램에 협조적인 모범수였고, 특히 집중인성교육 중 독서활동 전반과 독후감 작성에 흥미를 보였다. 저녁 인원 점검이 끝나고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5평 남짓한 방의 한 켜 구석에서 자신에게 배정된 자리에 앉아 무언가를 끄적거린다. 흉터와 굳은 살이 배긴 손은 더이상 권총을 쥐지 않았다. 누군가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일도 없다. 아키하루가 텅 빈 손에 쥔 것은 싸구려 볼펜과 종이 몇 장이 전부였다. 그것이 도구였던 ‘처형인’을 인간 ‘이누카이 아키하루’로 되돌리는 데 필요한 전부였음을 이해하는 자는 이제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외부인이 관측할 수 있는 것은 바깥에서 관측된 행동의 편린 뿐. 이누카이 아키하루에게 전에 없던 기묘한 버릇이 생긴 부분이다. 그는 때때로 바닥을 내려다봤다. 초점은 꼭 작은 들짐승 한 마리 정도의 높이에서 움직였는데 마치 발자국 궤적이라도 쫓는 시늉을 했다. 시선은 제 발치며 바닥을 줄곧 내려보다가 서서히 먼 곳으로 이어졌다. 아득히 먼 너머. 아무도 보지 못하는 미지의 방향. 오로지 이누카이 아키하루만이 이해하는 세계. 그러면 새까만 눈이 어느새 미약한 빛으로 반짝이는 것이다. 중얼거리는 말은 어느새 입버릇이 된 한 마디.
“가자.”
- 흘러 너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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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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