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狼星

정비 기록 - (Ⅰ) : 문준휘와 전원우

0.

혹시 이런 것도 고쳐주시나요.

 

처음 남자가 이 곳에 찾아왔던 날, 남자는 낡고 작은 구형 태블릿을 하나 들고 왔다. 전원우는 흙먼지가 잔뜩 달라붙은 로드바이크에 체인을 잠그던 샛노란 뒤통수를 가만 보다 정비소의 가장 안으로 손을 뻗어 안내했다. 큰 키 덕에 천장에 머리가 닿지 않도록 고개를 가볍게 숙이며 원래부터 여기 있었던 사람인 것처럼 남자가 첫 발을 들였다. 고객의 양 손에 소중히 들린 구식 모델에 시선을 맞추며 전원우는 마침내 첫 마디를 뗐다.

 

“네, 성함이요?”

 

天狼星

문준휘 전원우

 

1.

정비 신청서의 이름 칸에 ‘준’ 한 글자가 적혔다. 준은 실링팬이 삐걱대는 소리에 작게 몸을 움츠리는가 싶더니 보기완 다르게 단단하게 고정된 이음새를 확인하고는 안심하고선 이내 몸을 곧추 세웠다. 샛노란 금발 끝자락을 보기 좋게 묶어 내린 꽁지가 실링팬의 소리와 맞춰 흔들거렸다. 정비소를 거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과 가벼운 이야기를 나눠왔지만, 그 중에서도 손 꼽히는 인상이다. 귀 뒤로 넘겨 가볍게 흘러내린 옆머리가 창문 틈으로 새 들어오는 햇빛에 닿아 윤슬을 만들어낸다. 안경을 고쳐쓰고 수리 전 읽어보아야 하는 서류들을 정리하는 손 틈새로 준의 작은 시선이 자꾸 마주쳤다. 작지만 분주한 시선으로 옆의 서재를 흘끔대던 준이 마침내 하나의 선반에 시선을 고정한 것과 원우가 서류철을 들고 맞은 편의 1인용 소파에 털썩 주저앉은 것은 거의 동시였다. 시선이 꽂혔다 돌아온 곳에는 주르륵 늘어선 기술 서적 사이에 꽂힌, 사두고 먼지만 쌓여 표지만 너덜거리는 1400페이지짜리 은하 지도 가이드가 있었다. 전원우는 남자가 큰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모습을 보니 시덥잖은 농담이라도 던지고 싶어졌다.

 

“신청서 양식 드릴게요. 이건 여기 시설 이용 가이드, 서약서, 이건 개인정보 동의서고요, 이건 장기 정비 계약동의서예요. 부속 재고가 없을 시에 시일이 무한히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고, 또 이건 … 아무튼. 관련 서류 천천히 읽어보시고 궁금하신 거 있으시면 질문하시면 돼요. 없으시면 서명해주시고 다음 절차 알려드릴게요.”

“이름이 긴 서류가 많네요.”

“앞쪽에 따로 목록 정리해뒀어요. 서류가 많은 건 정비 끝나고 딴지 거는 사람들이 많아서. 일종의 방어막이죠.”

“아아.”

 

준이 고개를 한쪽으로 갸웃하더니 이내 입꼬리를 올려 묻는다.

 

“딴지 걸지 말라는 건가요?”

“네.”

 

준이 작게 웃는 소리를 금새 캐치한 원우가 입꼬리를 익살스럽게 휘며 펜을 권했다. 서류를 읽으며 건네준 펜으로 빈 종이에 의미없는 동그라미를 그리던 준이 이내 종이 한 장을 들어 올리더니, 얼굴 옆에 가져다 댔다. 갸웃대며 이쪽을 멀뚱히 쳐다보는 모습이 책에서 본 고양이를 닮았다. 준이 동그랗고 큰 눈을 원우에게 고정하고 물었다.

 

 

“이건 뭔가요?”

“정비 포기서는 정비가 너무 길어질 때에 정비 포기를 할 지 결정하는 서류예요. 장기 정비 계약 동의서의 내용과 상반되는 경우에는 이 쪽 정비소에서는 책임지지 않구요, 대신 재고나 이쪽 기술의 부족시 전액 환불.”

“미리 돈 내야 하나요? 그, 선입금?”

“계약금만 받죠. 일단 제품을 한 번 보긴 해야 하니까요.”

“아아, 네.”

“정비 신청서랑 제품은 여기 두시고, 4호로 들어가시면 돼요. 시설 이용 가이드 참고하시구요, 저는 항상 여기 공간에 있으니 필요하시면 찾아오세요.”

“네! 감사합니다.”

 

 

준이 빠르게 일어나 옆에 놓아둔 크로스백을 낚아챘다. 저 짐으로 여기까지 온 건가. 준이 일어난 자리엔 실물화폐 몇 장이 놓여 있었다. 밖을 내다보니 주황색으로 앞 범퍼에 포인트를 준 로드바이크가 한 구석에 덩그러니 서 있다. 준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복도 한 구석으로 사라지자 짤랑거리는 열쇠 소리가 멀어졌고 더 이상 손님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서야 원우는 안경을 벗어 셔츠 자락으로 대충 닦아 쓰고 신청서로 눈을 돌렸다. 상단에 짧게 쓰여진 몇 개의 문장만이 있었다. 이름, 준. 주소, 공란. 생년월일, 6월생이고, 오, 나랑 동갑. 그 옆에 언제 그렸는지 조그맣고 동그란 동물 그림 몇 개는 덤으로. 그러고 보니 준의 목소리가 익숙했다.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준이 가져온 구식 인공지능 인터페이스는 단종된 모델이었다. 내부 소프트웨어의 버전을 확인하려 했더니 방전되어있었고, 아마추어가 건든 듯 충전 단자는 주변이 온통 긁힌 흔적투성이었다. 미묘한 이음새에 표정마저 미묘해지려던 찰나, 구형 드라이버를 들고 와 열어보니 무선 충전 방식도 아니었고 외장 배터리 충전 방식이었다. ...건전지? 원우가 알기로는 원우와 또래일 남자가 22세기에 무려 건전지 충전 방식의 태블릿을 들고 올 확률은 없다시피 했다. 퍽이나 그럴 것이 빠르게 나아가는 세상에서 구시대의 향수를 불러들이는 사람은 대체로 집착광이거나 혹은 감정이 실려있다거나 하는 경우였으므로. 굳이 따지자면 전원우는 전자였다. 지훈과 이 도시 끝자락에 정비소를 차릴 즈음에는 일로만 느껴지던 차가운 기계 부품에 감정이 남아있을 틈이 없었다. 그럼에도 정비소를 선택한 이유는 한 치에 오랜 시간을 들여 깊게 파고드는 것을 좋아하는 성정과 그런 성정에서 비롯된 익숙함에 대한 선호 때문이라고 해도 좋을 터였다. 이거 완전 구형인데. 원우의 입가로 웃음이 절로 나왔다. 희미한 쇠 냄새를 풍기며 삐걱대는 실링팬 소리에 맞춰 심장박동이 울렸다. 고철 전문 잘 찾아오셨네. 지훈이가 여기 있었으면 좋아했겠는데. 다음 문장으로 눈을 돌리자 들뜬 마음이 살짝 원래 궤도로 내려 앉았다.

 

정비 사유 - 제 가족이에요.

 

가족?

 

준은 후자인듯 했다.

원우가 펜을 들어 빈 칸을 채웠다.

담당 정비사 - 전원우.

 

 

2.

 

준이 들고 온 모델은 구시대의 산물이라고 불릴만 한 고물이었다. 음성 인터페이스가 보편화된 요즘 흔치 않은 태블릿 유형이었고 충전식 외장 배터리가 (무려!) 별도로 있었다. 건전지는 정말 세기를 넘어선 기술이구나... 원우가 아무튼 끄덕였다. 태블릿은 구세대에서 인기를 끈 모델이었다. 사용자의 데이터로 학습된, ‘곁에 있지 않더라도 어디서나 함께 할 수 있다’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보급형 인공지능만을 위한 단말기. 구세대는 그런 것을 좋아했다. 와중에 최신 소프트웨어와 연동되는 서버 연결 비용은 또 따로 내야 해서 꽤나 신경 많이 쓰이는 기기였다. 그러니까 이건, 전형적인 구세대 하드웨어였다. 시간의 흐름을 지닌 낭만은 돈 많은 자의 특권이었고 전원우는 그 축에 속하지는 않았다. 단말기의 크기는 손바닥보다 조금 작았으나 두께가 상당했고 모터사이클에 장착하는 접지부분은 준이 직접 손댄 듯했다. 작은 카메라가 앞쪽에 달려있었는데, 먼지가 잔뜩 쌓인 태블릿이었는데도 렌즈만큼은 공들여 닦은 듯 했다. 준은 일반인치고도 손기술이 좋은 편이었는지 복잡한 회로가 곧잘 연결되어 있었다. 이 작은 기기는 모터 사이클과의 접지부분에 연결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보였다. 다시 살펴보니, 단순히 배터리 노화로 인한 충전 오류인줄만 알았는데 내부 부품이 죄다 녹슬고 삭아 지금까지 견딘 것만으로도 용해 보였다. 전부 갈아 엎어야 할 것 같은데. 원우가 머리를 짚었다. 아무래도 오래 전 출시된 제품이라 대체품이 없었다. 창고엔 적확한 용도로 사용할만한 부품이 없어 일차적으로 지훈에게 그 지역 주변 정비소 데이터를 참고해달라는 언질을 넣어 두었다. 데이터베이스 쪽은 지훈이 아무래도 훨씬 잘 아는 탓에, 관련 모델에 대한 정보도 함께 요청해 두었다. 유사한 다른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 칩만 갈아 끼고 싶었으나 칩 역시 개조된 탓에 불완전한 연동으로 오류가 날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이 단말기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짝이었다. 준이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칩에는 반쯤 녹아내린 작은 장치가 접합되어 있었는데, 충전오류탓인지 그 장치가 녹아내려 칩을 손상시킨 것으로 보였다. 원우가 아는 바로, 준이 들고 온 칩은 민간에게 공개되었던 초기 기술 중 하나로, 명을 달리한 사람들의 정보로 제작된 인공지능 모델이었다. 이 모델은 8번이나 리뉴얼될 만큼 인기가 좋은 라인으로, 목적은 그리움 해소였다. ‘두 번째 장례식‘ 사건 전까지는 꽤나 인기를 얻었던 제품으로 기억한다.

 

많은 것들이 기계로, 데이터로 대체되던 시대에 인간도 예외는 아니었다. ‘인간’의 범주에는 ‘생명’의 기준은 없었다. 그리움을 이기지 못한 몇몇 인간의 우주적 섭리를 향한 도전. 인간이 지구에 존재한 이후로 끊임없이 디지털화 된 데이터뭉치는 한 시대를 살아낸 인간의 양식을 갖추기에 충분했다. 한 사람이 살았던 삶의 궤적을 업로드하기만 하면 그럴듯한 모양새로 되살려낼 수 있었다. 데이터로 다시 살아난 사람들은 최초로 얻었던 생명에서의 삶만을 인식했다. 자기 자신의 죽음에 대한 데이터는 없었으므로 그들은 그들이 죽었다는 사실을 잊은 채 다시 원래의 삶을 살아갔다. 살아난 사람들은 어리둥절했고 살아있던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했다. 전자에게서 쏟아져 나오는 데이터가 ‘행복’을 의미했으므로. 많은 사람들이 울고 웃었다. 행복하다고 생각하며 울고 웃었다. 그렇게 믿었다. 살아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더미, 즉 쓰레기 데이터로 치부되어 분석의 축에도 들지 못하고 살아있던 사람들의 감정에 묻혔다. 갈 곳 잃고 발산된 더미 데이터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본사에서 마침내 과부하의 원인을 눈치챘을 때에는 전 세계에서 시스템의 서버를 불안정하게나마 유지하기 위해 오만 전력을 쏟아붓고 있었다. 되살아난 사람들을 위해 지상, 지하, 우주를 통틀어 모든 방법을 총 동원해 발전소가 끊임없이 돌아갔고 곧이어 세계 곳곳에서 전력난이 벌어졌다.

결국 서버는 국제기구에 의해 강제 셧다운당했다. 기업은 이 사건에 대해 일언반구도 없이 도망쳤다. 부속 연구원들은 기업이 파산을 공표한 날 하루 전 모두 신변을 정리하고 사라졌다. 울분에 찬 사람들이 본사가 있는 도시를 습격했을 때 그들이 마주한 것은 빈 폐허뿐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시위가 있었고 폭동이 일어났다. 줄파산과 주식 폭락을 이어 데이터센터가 불타고 이해관계가 허공에서 맴돌았다. 이내 가질 것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전쟁이 발생했다. 어딘가에서 그 기업의 대표가 목이 잘렸다는 이야기가 괴담처럼 떠돌았다. 사람들이 감정 하나로 전장에 뛰어들었고 지키고 싶은 것이 남은 사람들은 갈 곳이 없어 재만 남은 도시로 숨어들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은 전부 사라지고 사라진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뿐이다. 그 중에서도 오로지 인간에 대한 감정만이 남았다. 묘지가 행성의 절반을 뒤덮었을 때, 누군가가 이 모든 일의 시초를 ‘두 번째 장례식’이라 명명했고 살아남은 인류는 그 때까지 아무도 다시 삶으로 돌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에 주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전원우는 이 대목에서 그 날의 이지훈을 떠올린다. 답지않게 비명처럼 내지르던 고함소리.

 

여기서 나가야 해.

지금?

지금 당장.

명호는?

지훈아, 명호는.

 

별로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날의 기억이 원치않았던 속도로 밀려와 원우가 휘휘 고개를 젓는다. 준 역시 유일한 가족을 잃어버렸다고 했다. ‘잃어버렸다’가 ‘현실’에 해당되는 이야기인지는 구태여 묻지 않았으나 준이 먼저 입을 열었다. 오래전에 사라진 동생이 있는데, 생전의 데이터를 시스템에 연동해두고 갔다고 했다. 살아가며 기록된 모든 활동반경을 기준으로 제작된 데이터였으니 시스템만 켜 두면 사라졌다는 사실도 잊어버릴 수밖에 없도록 그냥, 거기 있었다고 했다. 경찰의 말로는 스스로 걸어 나갔다는데, 늦은 저녁에 출근해 해가 중천에 뜨고 나서야 퇴근한 형은 동생의 부재를 알아채지도 못했다. 민규는 평소와 똑같았다. 창문 너머로 지나가던 강아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준의 저녁 메뉴 레시피를 함께 고민하곤 했다. 민규는 여전히 먼저 입을 떼어 준을 밤새 흥미에 가득 차게 만들어놓고선 먼저 지쳤다. 어디선가 주워들은 지식을 밤새 떠들다 스르르 감기는 눈을 부릅뜨곤 했다. 준은 그럴 때마다 가만히 민규를 바라보기만 했다. 준의 하루는 그 날 이후로 약간 바뀌었다. 식은땀을 흘리며 깨어나 비상 전원부터 주먹으로 후려치고 보는 밤이 늘었다. 창 밖의 날씨를 모르고 지나가는 낮이 늘었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를 잊어 몇 번이고 설명을 해주는 시간이 길어졌다. 기묘하리만치 따라붙는 시선이 집요하고, 서글펐다. 동생의 형상을 한 데이터 모델은 본체와 같이 기류를 읽는데 능했다. 부재에 대한 아슬아슬한 불안을 알아챘는지 민규의 음성장치는 꺼질 일이 없었다. 준이 ‘진짜’의 행방을 물을 때를 제외하고는. 그럴 때면 시스템 민규가 먼저 입을 닫아버리곤 고개만 도리도리 저어댔다고 준은 말했다. 다른 건 몰라도 그건 얘기하고 싶지 않았나봐요, 하고 준이 입꼬리만 끌어올렸다.

두 번째 장례식의 여파가 세계를 쓸고 지나갔을 때에도 준과 민규는 괜찮았다고 했다. 형제가 사는 남쪽구역은 중심구와의 비상연락망조차 기차를 타고서도 3일이 지나서야 받아볼 수 있는 곳이었다. 다섯 블럭은 넘게 사는 이웃과의 왕래도 적은 것이 일상이었고, 민규가 사라진 날 이후로는 준이 TV를 켜는 일도 뉴스를 보는 일도 없었으므로 준은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도 민규가 어느날 지나가듯이 말해주어 알았다.

준휘 형, 그런 일이 있었대. 무섭다. 내 친구도 사라졌어. 그래도 여기 있을거야.

민규가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해서 준도 아무렇지 않게 웃었다. 눈 쪽의 폴리곤 그래픽이 텅 비어보였다. 민규가 밤새 자리를 비운 것은 일주일 후였다. 나 잠깐만 생각 좀 하고 올게. 기다리지 마. 동생의 마지막 말을 뒤로 하곤 시스템의 전원이 픽, 하고 꺼졌다. 재부팅을 위해 로딩중이라는 표시만 스크린을 밤새 맴돌았다. 하루 하고도 반나절만에 다시 돌아온 민규는 충혈된 눈을 한 형을 앞에 두고선 여행을 가자고 했다. 민규, 나 요즘 일 안하고 있긴 하지만... 아냐, 지금 가야해. 지금 아니면 못 가. 지금 무조건 가야 해. 민규가 여상하지 않게 다그쳐 결국 준은 벌어둔 돈을 탈탈 털어 바이크를 구매했다. 형제는 책 여러 개를 겹쳐 쌓아 인터페이스를 거치해두고 늦은 공부를 시작했다. 불법과 합법 사이에서 둘만의 비밀 이야기에 낄낄대며 단말기를 손 봤다. 두꺼운 책을 뒤져가며 모터바이크에 구식 인터페이스를 연결했고, 전방 카메라를 먼지 하나 없게 닦았다. 준은 민규와 달리고 싶은 경로를 시스템에 몽땅 저장해두었고 민규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바이크를 타고 달릴 때 준이 지르는 환호성에 동참했다. 어느 날 기름이 다 떨어질 때까지 새벽 내내 해변가를 달리던 민규가 물어왔다. 형, 행복해? 준이 대답한다. 한 사람 분의 목소리가 뚝 끊긴다. 준이 질문한다. 민규? 대답은 없다. 준이 몇 년 넘게 수명을 연장시켜온 기계가 마침내 고장난 걸 깨달은 건 그때였다. 준은 도로를 떠돌다 이 곳으로 왔고, 전원우를 만났다.

그리고 준은 한 손으로 빙빙 돌리던 렌치를 반 정도 내려놓고 원우를 마주본다. 이 정도면 설명이 되었나요? 준이 물었고 원우가 단말기를 닫으며 무심결에 끄덕인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을 가진 채로. 두 번째 장례식을 거치고 살아남은 데이터는 없다. 그렇다면.

 

‘김민규’가 어떻게 남아있지?

그렇다면 문준휘는,

어떻게 아직 살아있을 수 있는거지?

3.

원우는 준에게 장기 정비 계약 동의서를 내밀었다. 남자의 발언으로 이야기는 정비의 맥락을 완전히 벗어났다. 그러나 아직은 질문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무작정 동의서를 들이민 것이 발화의 시작이었다. 준은 영문도 모르면서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가 마지막이라서요. 원우는 준의 단어를 완전히 이해하진 못했지만 일단 끄덕였다.

준은 낯을 가리지 않는 편은 아니었지만 몇 번 대화를 나눈 후에는 첫 날의 준이라고 생각치 못할 만큼 말이 많아지기도 했다. 처음 보는 사람과 금방 쉽게 친해지는 편은 아니었으나 장난기를 참지 못하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이 편하게 말을 섞기 시작한 것은 먼저 나이를 물어본 준에게 스물 여덟입니다, 했다가 헐! 저도요! 하고 반기는 소리와 눈이 동그래진 바보같은 표정에 원우가 푸하하, 하고 웃어버린 것이 시작이었다. 민규의 입을 빌린 준의 이름은 문준휘였다. 민규가 곁에 있을 적에는 준 형, 준 형 하고 불러서 본인도 이제 둘 다 익숙해졌다고. 어떻게 부를지 물어보니 역시 편한대로 불러달라고 문준휘가 쾌활하게 웃었다. 문준휘는 좋아하는 것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때에는 언어가 여기 저기로 튀었다. 정비사로서의 원우가 말하는 것은 진지하게 듣다가도 동갑 전원우가 말하는 것은 어느새 장난으로, 웃음으로 치환해 원우는 그가 채널을 휙휙 바꿔대는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외곽에 위치한 정비소를 어떻게 알고 찾아왔느냐 물으니 준은 지나가다 우연히 네온사인을 보았다고 했다. 우연히 들릴 만큼 사람이 자주 지나다니는 도로는 아니지만 순찰하는 교통드론은 자주 보았기에 처음엔 교통경찰인가, 싶었다. 혹시 경찰인지, 아니면 경찰과 친분이 있는지 물으니 문준휘는 깔깔 웃으며 내가 지금까지 한 이야기는 어디로 들었느냐며 핀잔을 주었다. 바이크를 익숙하게 몰 즈음부터 라이더 일을 했다고 했다. 음식 배달은 아니고, —아예 안 하는건 아닌데— 따지자면 여행 가이드쪽에 가깝다고 했다. 해변 남쪽에 오래 살아서 소규모 현지 가이드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그게 민규와 오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 할땐 어쩐지 고양이 귀가 축 쳐진 모습 같았다. 원우, 매운 거 좋아해? 어느새 눈을 반짝이며 물어오는 탓에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러고 보니 자주 먹네. 좋아하는 거 같아. 라고 대답했다.

문준휘는 낮 동안에는 원우의 정비를 구경하고, 질문하고, 농담하고, 햇빛을 쬐며 산책하고, 바이크를 정비했지만 해가 지면 곧장 방으로 들어가 해가 뜰 때까지 나오지 않았다. 언젠가 밤에 잠시 나온 날에 물어보니 별을 본다고 했다. 그냥 떠 있는게 좋다고. 평화로워서. 그렇게 말하는 눈동자 안에도 별이 그득 차 있어서 오래 시선을 두었다. 전원우가 그리 물어본 뒤로 문준휘는 자주 밖에 나와 앉아 있었다. 별을 보겠다고. 낮 동안 곁에서 조잘조잘하던 목소리가 잦아들면 원우는 정비실로 들어가 지훈이 즐겨 듣던 라디오를 켰다. 그러고 보니, 라디오 디제이가 바뀐지 꽤 되었다. 마지막 방송이라는 언질도 없이 디제이가 바뀌었다. 지훈은 출장 간 곳에서도 라디오를 즐겨 듣는 편이었으니 퍽 아쉬워할 듯했다. 지훈은 외출이라고 부르는 것이 옳을 출장횟수보다 먼저 걸어오는 연락횟수가 많은 편은 아니었으나, 오래 돌아오지 않는 날이면 출장 겸, 재료 수급 겸, 사업 겸, 별별 이유를 대어 뜸하게 안부를 물어오곤 했다. 원우는 지훈의 무딘 듯 보이지만 어느 무엇보다 섬세하게 조각된 마음들을 좋아했으므로, 이번에도 역시 근황 보고를 위해 준에 대한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 오랜만에 손님이 방문했다, 지훈아. 책에서 본 고양이를 닮았어. 네가 좋아할 거 같은 사람이다.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야. 장난은 많이 치지만 너도 대화하다보면 재밌어 할 거 같아. 김민규의 형이래. 그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아 장기 정비로 넘겼다. 말 할 자신은 아직 없지만 … … 그 전에 할 일을 다 처리해야겠지. 네가 빨리 돌아온다면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 그 애는 찾았어? 밥 거르지 말고. 출발하기 전에 연락 줘. ]

 

여러번 글 매무새를 다듬고 메일 송신을 위해 메인 컴퓨터를 네트워크에 연결하기 전 전원우는 끝에 추신을 달았다.

 

[ 추신. 석민이를 알고 있을지도. ]

 

4. 

문준휘는 전원우의 아침 루틴에 기분 나쁘지 않게 들어와 한 자리를 잡았다. 가이드라더니 이전의 생활습관을 버리진 못했는지 곧잘 일어나 정비소 내부를 돌아다녔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매일같이 체인의 모난 곳을 줄로 갈고, 기름칠을 하고, 브레이크를 손 보고, 타이어의 압력을 확인하고, 마지막으로는 몇 번이고 긴급 SOS 연동을 확인했다. 느지막히 일어나던 원우도 그 소리 덕에 아침에 잠을 깨곤 했다. 눈을 떠 밖에 나가면 어느새 멀끔히 리스 칠이 된 바이크가 원우를 반겨주곤 했다. 정비 소리가 시끄럽진 않았는데 모터사이클 정비를 구경하던 반려 AI 월드에게 자꾸만 말을 거는 소리에 눈이 떠졌다. 눈높이에 맞춰 둥실둥실 떠다니는 월드의 하드웨어가 고양이처럼 생기긴 했다만, 진짜 길고양이를 마주한 듯 고양이의 울음소리를 흉내내다 웃음을 터뜨리는 소리가 퍽 다정하여 반쯤 뜬 눈으로 귀만 쫑긋 열어 모닝콜 삼기도 했다. 지훈이 있었다면 꽤나 분주하게 정비소 이곳 저곳을 누비는 준을 못마땅해 하려나 생각하다가도, 은근 지훈도 그런 조잡한 것에 마음을 잘 주어 분위기 환기 겸, 좋아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월드의 비행센서가 작동하는 소리와 문준휘의 정비소리, 그리고 고양이 울음소리는 묘한 화음을 만들어내곤 했다. 전원우의 하루는 완전히 바뀌었다. 문준휘가 옆에 없는 오후가 되면 온 종일 문준휘의 단말기를 들여다 보고는 온갖 정비기구를 가져다 대 보았다. 구세대의 하드웨어가 곱게 말을 들을리는 없었지만 전원우 역시 곱게 포기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전원우의 관심사는 딱 한 가지였다. 문준휘. 좀 더 자세하게 말하자면,

문준휘가 지금까지 살아있을 수 있었던 이유.

본사가 불탄 이후 다시 살아난 사람들과 관련된 사람들은 모두 원한 속에 사망했다. 고작 프로젝트에 참여했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이 받은 것을 다시 앗아갔다는 이유만으로 사람들이 떼로 죽어나갔다. 몇 년이 지나도 끝까지 추적해오던 세계의 여러 범죄 조직 탓에 살해당한 많은 사람들은 매스컴도 타지 못하고 길바닥에 버려지기 일쑤였다. 그 날 살아남은 본사 직원들이 유언조차 남기지 못한채 길 한복판에서 신체 일부분만 발견되는 일이 잦아 전원우는 사망자의 신원을 알아볼 생각은 진작에 내다버렸다. 그런데 두 번째 장례식이 지났는데도 살아남은 데이터 쪼가리와 그 데이터와 상호작용하던 민간인? 민간인이고 나발이고 연구직으로 몰렸거나 단순한 감정탓에 진작에 살해당했을 터였다. 질투와 오만이 생각보다는 강한 감정이라고 이지훈은 단언하곤 했다. 혹은 단말기와 함께 사막 한 가운데 묻혔다 해도 할 말이 없는 경우였다. 그 날 정신없는 와중에도 전원우와 이지훈의 본사 프로필 데이터를 서명호가 삭제한 덕에 두 사람은 간신히 살아남을 수 있었다. 전원우는 조직을 떠올린다. 문준휘는 민간인이었겠지만 김민규는 … …

“왁.”

“아, 깜짝이야.”

몇 가지 코드를 더 입력하고 엔터를 누른 원우가 기지개를 펴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준휘와 눈이 마주쳤다. 전혀 놀란 표정이 아니잖아, 원우! 문준휘가 어깨를 들썩이며 전원우의 양 팔을 잡고 앞뒤로 흔들어댔다. 놀람이 잦아들자 숨을 가다듬으며 손가락 끝으로 모니터 전원버튼을 올려 종료하려니 벌써 오늘치 일을 다 했냐며 문준휘가 물어온다.

지훈에게선 아직 답장이 없다. 한 번 나가면 연락을 잘 확인하지 않는 편이니 그럴만 하다고는 하지만 이번만큼은 최대한 빨리 확인해주길 바랐다. 두 동갑내기는 혼자보단 두 사람분의 머리가 효율적임을 언제나 인지하고 있었기에. 문준휘의 사연을 알게 된 이후 전원우는 꽤나 바빴다. ‘장기 정비’라는 이름 하에 정비를 미룰 수 있는 특권을 얻었고 사막 한 가운데서 하나의 머리를 열심히 굴려 질문 혹은 이야기의 서문을 열 핑계를 찾았다. 이 오랜만에 찾아온 금발의 손님이 속 터지게 느긋해 보이는 성정의 소유자가 아니었다면 끝도 없이 늘어지는 정비에 진작에 정비소를 박차고 떠났을거였다. 문준휘는 전원우가 애타게 할 말을 찾고 있는 줄도 모르고 늘 사람 좋게 말했다. 천천히 해, 원우. 말을 하거나 정비를 할 때면 그렇게 느긋해 보이는 편이 아니었는데, 문준휘는 유독 정비에만 아량을 베풀었다. 급한 게 아니었나. 가족이라며. 하려던 말이 목 끝까지 차오를 때면 문준휘는 어느새 눈 앞에서 사라지고 없었다. 그럴 때면 늘 이야기를 꺼낼 타이밍을 놓쳐버리곤 했다. 뒤에서 말을 걸어보려 목청을 다듬어봐도 이내 쓸쓸한 표정으로 바이크만 바라보고 있는 탓에 다음으로, 또 다음으로 미뤄버렸다. 고개를 들어보니, 이번에도 준휘는 금새 멀어져 시야 저 끝에서 월드와 정비소 앞 산책로를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렇게 웃을거면 그런 씁쓸한 표정을 짓질 말던가. 반칙이다. 심란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문준휘가 더 멀어진다.

거리를 두어야겠다고 다짐한 마음은 오후가 되면 누그러져 텅 빈 정비소를 두 사람분의 대화소리가 가득 채우는 날이 늘었다. 단지 그 이야기를 하기 위해 좁혀야겠다고 생각했던 거리가 이 정도로 가까워질 줄은 몰랐다. 지훈이 그 애를 찾아 오면 넷이 즐겁게 떠드는 밤 역시 늘어날 테다. 전원우가 이마를 짚는다. 무의식 속에 ‘우리’에 문준휘를 포함해 생각하고 있었다. 어느새 문준휘가 그만큼 조용하던 정비소에 원래 있어야 했던 존재처럼 들어맞는 사람이 되었다. 결핍이라는 것이 원래 빈 상태에서는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가도 공백이 메꾸어지는 순간 그 곳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눈 앞에 들이밀어 준다고 하질 않던가. 해소되지 않은 의문과 말하지 못한 죄책감은 불안이 되어 커져만 갔다. 정비소가 있는 이 외딴 구역에도 한 달에 몇 번이고 사이렌이 울린다. 전쟁이 끝난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잘 숨어있던 관련자들이 태양 아래로 끌려나와 쥐도 새도 모르게 생명을 잃거나 상해를 입는다. 평화는 언제라도 깨질 수 있는 허상이다. 김민규가 문준휘와의 연결 고리를 지웠다고 단언할 수 있나? 아니면, 두 번의 장례식을 거치고도 존재했던 데이터가 한 번 더 살아나지 못할 이유가 있나?

김민규가 아직 살아있다면, 혹은 돌아온다면.

문준휘가 위험하다.

다시금 눈이 마주친 문준휘가 이쪽으로 손을 붕붕 휘저으며 웃었다. 바이크 정비를 막 마쳐 온통 기름때가 묻은 손의 가장 깨끗한 부분으로만 태블릿 연결 단자를 든 채로. 전원우는 모닝콜보다 먼저 울리던 정비 소리를 떠올린다. 문준휘의 허밍과 화음을 넣는 월드의 소리도. 아침을 거를 때면 금새 토스트를 구워 앞에 얹어주곤 정비를 구경하던 눈을. 문준휘가 손을 휘저을 때마다 전원이 켜지지 않은 태블릿 스크린에 반사된 햇빛이 번쩍거려시야를 가렸다. 전원우는 다이오드가 박힌 패널을 사이에 두고 동생을 마주보던 그 찰나에 머물러 있을 문준휘의 시간을 계산한다. 두 눈을 질끈 감아도 그 무엇도 꿈이 될 수 없었기에 이제는 이야기를 꺼내야 했다. 왜냐하면 전원우는,

이 사람이 살아남기를 바라서.

“준아. 할 말이 있어.”

5.

“늦게 말해서 미안해.”

“이거 못 고쳐.“

“… 갑자기?”

문준휘가 당황한 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오늘은 이거 들여다보지도 않았잖아. 원우, 그런 농담은 재미 없는데. 미안, 농담 아니야. 원우가 덧붙이는 말에 일순간 굳어버린 얼굴. 문준휘가 묻는다. 그게 원우가 내린 결론이야? 전원우가 대답한다. 응.

네가 죽는 거 보단 배신당한 표정이 오히려 낫다. 그게 내 결론이야. 말하지 못한 단어만 입 안에 감춰둔 채로 원우가 눈을 질끈 감는다. 이유는 안 물어보나. 울 거 같은 표정이던데. 어쩌면 늦게 말했다고 한 대 치려나. 꽉 닫힌 시야 속에서 바람빠지는 소리가 났다. 이내 전원우는 문준휘의 웃음소리에 눈을 뜬다. 오히려 후련해 보이는 표정.

“…왜 웃어?”

“허탈해서.”

“미안해.”

“아니, 아니야. 그 문제가 아니야.”

“그러면?”

“고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 안 했어.”

“어?”

이번엔 전원우가 당황해 숨을 급하게 삼킨다.

“…그럼 여기 왜 찾아온 거야?”

“원우에게 실망했다는 이야기가 아니야. 나도 거짓말해서 미안해. 오해는 하지 마. 기대를 하지 않았다는 건 그 어떤 것에 대한 비난과 같은 말이 아니니까. 사실은 말야. 나는 그 애가 다시 돌아올 거라고 생각 안 한지 꽤 … … 오래됐거든. ”

이건 예상하지 못한 대답.

“... 왜?”

“오래 생각해봤어. 그 애가 왜 떠났을까? 왜 나만 두고 갔을까? 그러다 여기까지 온 거야. 왜 나를 남겨두고 떠났을까.”

“ … ”

“…민규는 호기심이 많았지. ”

문준휘의 말이 이어진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싶었을 수도 있고, 멋진 풍경이 보고 싶었을 수도 있겠다.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니 그런 걸 먹어보고 싶었을 수도 있고. 종말론이니 뭐니 사람들이 떠들어댈 때 그 애는 미리 싸 둔 가방을 몇 번이고 둘러 멨어. 이내 다시 풀러놓기는 했지만. 걱정했을 거야. 혼자 남을 사람을. 두 번째 장례식 때 그 애의 모델이 어떻게 반응했는지 모르지? 그 애는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말하면서도 세상의 절반을 걱정하더라. 그제서야 깨달았어. 이 애는 어떤 것도 포기할 수가 없었던 거구나. 성정이 그래서, 자기를 남겨두고 간 거야.

 

걱정했겠지. 그 애의 세상 절반이 너였으니까.

전원우가 애써 묻는다.

어떻게 알아.

 

문준휘가 대답한다.

모르지. 몰라. 나는 형이니까 그 애에 대해 모든 걸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무것도 몰라. 그냥 짐작하는 거야. 여기 오기 전 다른 정비소 6개를 더 들렀어. 대부분 어느 정도 봐주다 그냥 손 놓더라. 돈을 떼먹은 곳도 있었고, 자재를 떼먹으려는 곳도 많았고. 중간에 몇 개 비어보이지 않았어? 다 떼먹힌거야. 자기들이 고쳐주겠다고 하곤 회로가 복잡해 보이니 그대로 갖다 팔아버리려고 한 곳도 있었어. 웃기지. 누구는 소중한 기억만 보이는데, 누구는 거기서 돈만을 봤다는게. 나는 그 애가 그랬던 것처럼, 그 어떤 것도 포기하지 않으려고 했어. 어떤 것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거든. 전국의 정비소를 다 돌았어. 자기들이 고쳐줄 수는 없지만 건전지 오류라는 말 한마디에 작은 건전지 하나 찾으러 밤새 주인이 버리고 간 상점을 뒤지는 마음이 어떤 건지 알아? 창문 너머로 해가 뜨는 광경은? 깨진 창문에 반사된 햇빛 때문에 민규가 다시 기적적으로 돌아온 줄 알고 허겁지겁 전원을 다시 켜 보려고 한참을 주저앉아있었던 건 어때? 그깟 햇빛 때문에, 그러니까, 나는.

 

전원우는 잔뜩 생채기가 난 충전 부품을 떠올린다. 마치 술을 마시고 건전지를 밀어넣으려 시도했던 것 마냥 요란하게 쓸리고 벗겨진 자국들을. 그렇게도 소중히 여기던 바이크를 한쪽으로 밀어 넘어뜨린 채 전원이 켜지지 않는 인터페이스를 붙잡고 소리치는 문준휘를. 불조차 켜지지 않는 사막 한 가운데의 가게 안에서 주저앉아 밤새 기기를 뜯어내어 건전지를 밀어 넣는 남자를. 온통 젖은 얼굴에 아침 햇살이 내리쬐던 어떤 날의 공기를. 전원우는 문준휘가 언급한 폐허를 알고 있다. 혼자 남은 남자가 밤새 뒤진 폐허의 끝자락에서는 날이 맑으면 동 트는 순간 지평선에 걸쳐 이 정비소가 보인다. 남자의 시야 끝에 전원우와 이지훈의 정비소가 들어오는 순간.

 

“나는 여기서 확답을 받고 싶었을지도 몰라. 기술이 연장해 둔 우리는 여기까지고, 그 애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걸. 그 애가 형 같은 건 신경쓰지 않고 이 정도면 됐다 싶어 아주 떠나버렸다고도 생각해볼까, 했는데. 별로더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마음이라도 좀 편해질까 싶었는데,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아서.” 문준휘의 끝말이 울렁거렸다.

 

*

 

전원우는 말을 고른다. 여기서부터는 문준휘가 모르는 이야기이므로. 전원우는 김민규를 안다. 5층 데이터 처리부서 소속 후처리 담당 직원. 살아난 사람들의 두 번째 삶을 도와주는 업무를 주로 맡았던 부서. 워낙 싹싹한데다가 성적도 좋아 인센티브로 긴 휴가를 받아 형과 시간을 보내겠다고 옆 자리 직원에게 말하곤 했다. 뿌듯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던 김민규는 휴가 이틀 만에 본사로 돌아왔다. 이지훈이 전원우의 연구실 방문을 부숴버릴 듯 두드리던 날. 전원우가 총성 속에서 앞서나가는 이지훈의 뒷모습만 보고 숨차게 달린 날. 김민규와 서명호를 그 곳에 놓고 나온 날. 머릿속에 사이렌이 가득 울린다.

본사는 원활한 알고리즘 학습을 위해 죽은 사람의 데이터뿐만 아니라 살아있는 사람의 데이터 역시 수집했다.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건들지 말아야 할 조직의, 국가의,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모였다. 가벼운 유출이 심각한 범죄로 이어졌고 본사의 권한 아래 많은 정치적 지시가 내려졌다. 일어나지 말아야 할 거래가 이루어졌고 저명인사들이 물밑에서 살해당했다. 그런 와중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생자들의 행복을 위해 끊임없이 수집되었고, 학습되었고, 재생산되었다. 본사는 겉잡을수 없이 커진 눈덩이를 감당하지 못했으나 많은 사람들의 생이 그 안에서 존재했다. 세간에 알려졌던 감정 과부하는 새발의 피였다. 그러나 그것 역시 개인의 힘으로는 멈출 수 없는 문제였고 연달아 터지는 연쇄적인 문제 속에서 본사가 내린 선택은 따로 있었다.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무엇인가?

분노를 쏟을 대상이 사라지는 것이다.

 

말단 연구원들이 사라진다는 괴담이 돌았다. 상부에 불려나가 돌아오지 않아 비어버린 연구원들의 자리가 늘어났다. 본사 자체에 연루된 범죄가 많았으니 남은 사람들이 어느 곳을 탓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보호자가 없는 사람들만 연구직으로 모집했다는 사실이 그제서야 물 위로 떠올랐다. 이지훈과 전원우는 의도적으로 상부의 응답을 피했다. 불안에 떨던 연구원들은 상부에 항의했으나 돌아오는 답변은 데이터센터를 계속 가동해야 한다는 자동응답뿐이었다. 원우의 생활을 보조하던 시스템 속 명호에게 물어봐도 권한이 없어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휴가를 낸 사람들이 영문도 모르고 본사로 돌아왔다. 돌아온 김민규가 이지훈만을 슬쩍 불러내 다급하게 속삭였다고 후에 전해 들었다.

 

너 왜 벌써 돌아왔어?

연구원님, 우리 여기 나가야해요.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바보같이 들릴 거 아는데, 우리 형을 가지고 협박했다고요, 저 사람들이.

그게 무슨 소린데.

얘기한 적이 없는데, 형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어요. 방송국 CCTV화면 같은걸 갑자기 왜 보여주는데요?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고 나만 다시 들어오라고 했어요. 휴가는 끝났대요. 그게 무슨 말인지 짐작이나 가요? 제발요, 우리 지금 나가야 해요.

 

몇 시간 후 곧장 연구동이 봉쇄되었기 때문에 김민규와 이지훈이 전원우보다 먼저 건물을 나가는 일은 없었다. 민규는 맨몸으로 문에 부딪혀 보기도 하고, 출입구 해킹을 시도하기도 했으나 이내 포기하고 남은 식량을 모아 연구동에 가져왔다. 애초에 인사과 직원이 출입구를 해킹한다는 행위가 가능할 리가 없었지만 김민규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개인 연구실이 있던 7층 복도 한가운데 주저앉아 약간의 면식이 있던 이지훈과 전원우에게 주절주절 말을 하던 김민규는 내쫓기듯 본가를 나오기 전 자신의 데이터를 죄다 개인서버에 업로드해두고 왔다고 했다. 형이 걱정할 것 같아서, 적적할까봐. 어차피 나갈 거지만요. 아직 휴가가 남았거든요. 민규가 여상히 밝게 웃으며 말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스스로의 불안을 잠재우려고 일부러 그랬던 것 같다.

본사가 파산을 선포할 거라고 으름장을 놓듯 안내방송을 하자 전원우는 곧장 개인 연구실로 뛰어들었다. [연구원 직계] 태그를 단 서명호의 데이터가 스크린 속에서 물었다. 형, 왜 그래. 뭐가 그리 급해? 뭔진 몰라도 천천히 해. 땀에 젖어 미끄러지는 손을 애써 모른 체하며 전원우는 단 한 사람분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냈다. 응, 잠시만. 업로드만 해 두면 돼 ... ... 괜찮아 걱정할 거 없어 ... ... 괜찮아 ... ... 전원우의 자기 안심용 합리화가 끝나기 전에 서명호의 말이 끊겼다. 당황과 혼란의 감정 신호가 스크린에 치솟았다. 형, 출입구 감시카메라. 원우가 고개를 돌리자 출입구를 비추는 감시 카메라 화면이 꺼졌다 다시 켜지더니 이내 방탄복을 입은 무리가 물밀듯이 출입구로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각지대를 피할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보이는 존재마다 족족 쏴 버리고 있는 사람들. 순식간에 스피커가 찢어질 듯 여러 사람의 비명으로 진동했고 복도가 피로 물들기 시작했다. 5층 연구실에는 김민규가 있을 터였다. 알려주어야 하는데 손이 움직이질 않아서. 명호가 고함을 질렀다. 원우 형, 정신 차려. 그들이 빠른 속도로 2층 방호벽을 돌파하는 것을 원우가 멍하니 보는 사이 벽을 쾅쾅, 내리치는 소리가 울렸다. 이지훈이었다. 백업 진행 바가 애타는 속도로 치솟는다.

여기서 나가야 해.

지금?

지금 당장.

명호는?

지훈아, 명호는.

형.

 

여기서 나가.

 

나 괜찮아. 스크린 속에서 서명호가 웃는다. 화면 속에서 편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달린다. 흰색과 검은색이 어지러이 교차하며 살아있는 사람들이 넘어지는 사람들 위로 달린다. 이내 그중 화기를 든 몇몇이 총구를 위로 들어 가스 배관을 조준한다. 5층 연구실을 비추는 화면 속에서 김민규가 고개를 든다. 노이즈가 가득 찬 화면 속에서 눈이 마주친다. 김민규가 무언가의 버튼을 누른다. 명호가 손짓한다. 먼 곳에서 폭발음이 들림과 동시에 건물 전체가 요란하게 진동한다. 전원우가 손을 뻗는다.

 

명호야.

폭음과 함께 찾아오는 정적.

켜진 채로 멈춰버린 5층 감시 카메라 화면 속 무너진 연구실에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정돈되지 않은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메아리처럼 귓가에 울린다. 모든 곳에 경보처럼 울리던 그 날의 뉴스 특보. 시멘트가 타는 냄새가 코 끝에 맴돈다. 이지훈이 도망치기 직전 모든 건물에 셧다운 코드를 때 맞춰 활성화시킨 덕에 많은 연구원이 공격을 피해 도망칠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서명호가 추적을 대비해 두 사람의 프로필을 삭제해, 쓰러진 사람의 품에서 찾은 출입증으로 건물을 나갈 수 있었다. 먼지 속에서 어지럽게 일렁이는 아지랑이. 무너진 비상구 사이로 빠져나와 먼지 구덩이에서 뒹군 꼴로 살아남은 이지훈과 전원우. 살아남은 연구원들은 입을 모아 말했었다. 살아난 사람들의 감정 과부하가 저 위 어딘가에서 전력 전쟁을 일으켰다고. 그 날 찾아온 사람들이 데이터 센터 자체를 날려버릴 거라고 말했다고 했다. 사건과 관련된 건 끝까지 추적해 관련된 모든 걸 무無로 되돌릴 거라고. 김민규가 그 소문을 몰랐을 리가 없었다. 문준휘의 방문으로 확실해졌다. 아마도 그 애는 거기 처박혀서 둘만의 공간에 개인적으로 백업해 둔 서버의 유효기간에 대해 재고 있었을 테다. 중앙 구역에 전쟁이 발발하고, 데이터센터가 무너져도 남쪽 구역의 집에서 자가발전만으로 구동할 수 있는 최대 시간.

김민규가 문준휘의 곁에 남아있을 수 있는 시간.

그러므로 전원우가 문준휘에게 전할 수 있는 이야기는 하나밖에 없었다.

 

“...이 정도면 됐다, 라...”

“응?”

“나는 그 애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그 애는 네가 ... 자기가 없어도 잘 살았으면 하고 바랐던 거 같아서.”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타이머.”

전원우가 칩을 들어 올렸다. 칩에 붙어있던 반 쯤 조각난 작은 부품. 자세히 알아보기는 힘들었지만 분명 조건부 실행장치였다. 일정 신호와 매칭되어 특정 조건이 성립되면 실행되는 장치. —자폭을 목적으로 한 교란장치였다. 연결부위에 오류가 생기면 충분히 같이 녹아버릴 수 있는 위치에 접합되어있어 착각했지만 조금 달랐다. 문준휘의 이야기로 완성되는 김민규의 마지막 시간.

“나도 알아챈 지 얼마 안 됐어.”

전원우가 칩을 들어 보였다.

“타이머 같더라고.”

이제서야 퍼즐이 맞춰진다.

“특정 조건이 성립되면 타이머가 작동해 칩이 반파되도록 되어 있어. 음성으로도 활성화가 되도록 설정된 장치야. 어차피 타이머가 없어도 수명이 다 해가던 칩이긴 했는데, 사용자가 시스템 종료 시간을 임의로 설정하고 싶을 때 그 기능을 많이 사용하지.”

“특정 조건?”

“민규가 마지막으로 했던 말이 뭐였는지 나한테 말해줬었잖아. 뭐였어?”

“... 형, 지금 행복해? 라고.”

“뭐라고 대답했는데?”

“응, 이라고 ...”

 

문준휘가 고개를 떨어뜨렸다.

 

“아.”

“연동된 기록이나 GPS 정보도 아마 같이 삭제됐을거야. 뒤탈 없도록. 그거랑 별개로, 가기 전에 꼭 확인을 하고 싶었나봐.”

“…‘그럼 됐다’고 했는데.”

“다행이다. 대답은 듣고 갔네.”

 

문준휘가 이 쪽을 쳐다본다.

“나는 못 했거든.”

서로의 시선이 허공에서 맞부딪힌다.

“미안해.”

 

다시금 터질 듯이 귓가를 두드리는 그 날의 경보음 속에서 전원우는 침묵을 선택했다.

과거를 꽁꽁 싸매 보이지 않게 만들어버린 채로 겨우 지탱하는 인간의 심장에 지나간 누군가의 감정이 과부하를 일으킬 것만 같아서. 제가 쌓아 올리고 문준휘가 짜 맞춰내 김민규가 쏟아버린 마지막 퍼즐 조각에 쓸려가고도 멀쩡할 자신이 없어서. 손을 뻗어 문준휘에게 티슈를 건넸다. 두 장은 자기를 위해 남겨둔 채로. 유독 명호가 보고 싶었다.

 

 

6.

 

“이거, 친절하게 봐줘서 고마웠어.”

잔뜩 빨개진 눈을 벅벅 비비며 문준휘가 먼저 말을 걸어왔다. 한 손에는 두 개의 따뜻한 음료 캔을, 한 손에는 정비금 봉투를 든 채로. 날이 춥진 않았으나 일몰 이후의 정비소는 구름이 없어 쾌청한 만큼 쌀쌀하다고 할 만큼 바람이 부는 곳이었다. 쭈그려 앉아 하늘을 보고 있자니 마침 추워진 참이었다.

“됐어. 고친 것도 아닌데 뭘 줘.”

음료 쪽으로 손을 뻗자 이내 ‘두 개 다 내 건데?!’하며 문준휘가 손을 하늘로 주욱 뻗었다. 종아리를 아프지 않게 찰싹 치자 이내 웃으며 음료를 내민다. 몬스터는 이제 그만! 가벼운 으름장을 놓으며 문준휘가 내민 캔은 두 잔 다 밀크티였다. 땡큐. 전원우가 실없이 웃으며 캔을 받아 든다.

준아.

응.

이제 뭘 할 생각이야?

글쎄, 여행을 그만 둘까. 문준휘가 소리 없이 웃는다. 사실 마구잡이로 들쑤시고 다니는 걸 그렇게 좋아하진 않아서. 아니, 좋아하나? 이제 잘 모르겠다. 원래는 별 보는 거 좋아했는데. 나 새벽 디제이였거든. (여기서 전원우는 한 번 소리를 질렀다) 아, 내가 얘기 안 했나. 나 나름 유명했어. 카메라는 안 켜고 일했지만. 민규 돌아오고 나서 바로 그만둬 버리는 바람에. 아, 청취자였다고? 그건 좀 부끄러운데… 아, 기다리기도 했다고? 뭐야!! 원우만 먼저 날 알고 있었잖아. 반칙. 몰랐다고 하지 마. 진짜? 진짜로? …

그거 알아? 중앙 방송국에서는 별이 정말 가까이 보여. 민규가 그랬는데, 닿을 듯 닿지 않는 게 꼭 닿아보고 싶게 만든대. 별에 대한 이야기도 엄청 많구. 가고 싶어. 언젠가는. 천문학자가 되고 싶었는데 그냥 아직 여기에 발 붙이고 서 있네.

나도 그랬던 적이 있어.

로비에 있던 별의 역사 가이드. 알지. 원우, 별 좋아해?

좋아해. 갈 일은 없지만, 아직은 이 땅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서.

어떤 면에서?

이야기가 많잖아. 좋든 싫든. 그게 내가 하는 일이고. 기계든, 사람들이든 이야기 듣는 거.

이야기라.

응.

그러면. 혹시, 같이 갈래? 정비소 빈 지가 꽤 오래 된 것 같아서. 혼자 있는거 별로 안 좋아하는 거 같길래. 그냥, 나도 이제 혼자 있는 건 싫어서 …

여기, 별 잘 보여.

문준휘가 고개를 돌려 전원우를 바라본다. 전원우가 좋아하는, 별을 가득 담은 눈동자다.


7-1.

- 서버는 어떻게 개조했어? 연구원 출신이 아니라면 그 정도 개조는 힘들었을텐데.

- 민규가 해 둔 모양이야. 그 일이 있기 전 시스템 상에서 친구를 사귀었다고 하더라고.

- 그 ‘데이터’가 ... 생전에 연구원이었나봐?

- 그건 아닌 거 같아. 연구원의 동생이라고 했어. 형이 동쪽 도시에 사는 연구원인데, 이런저런걸 많이 알려줬다고 하더라고. 가끔 주요 기술에 대해 이야기한 적도 있었는데 권한을 잠시 빼돌리는 방법 같은 것에 대해서 말할 때는 그걸 어디에 기록해두었나 봐. 둘이 나름 그 형 분이 얘기해 주신 걸 바탕으로 개인 서버에 백업을 해 보려고 했대. 불법이었지만, 일이 이렇게 될 줄 예상했던 것도 아니고. 일이 이렇게 된 걸 보면 민규만 성공한 모양이던데.

- 혹시 동생 친구, 이름이 어떻게 되는지 알아?

 

전원우의 표정을 마주한 문준휘가 입을 뗀다.

 

- 이 찬이라고 했어.

 

7-2. 

[ ‘이지훈’ 님이 보낸 확인하지 않은 음성메시지가 있습니다. ]

[ 3초 후 자동으로 메시지가 재생됩니다. ]

[ … … ]

[ 아, 아아. 원우야. 들리냐? 여기 송신 신호가 잘 안 잡혀. ]

[ 이 메시지도 잘 갈지 모르겠네. 메시지 확인하면 답장 줘. ]

[ 권순영 찾았어. 나 지금 돌아가. ]

天狼星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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