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레나] 救援
https://youtu.be/oY5Rfs_uEbU?feature=shared
구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구원이란 어느 위험한 상황에서 구출이 되거나, 속박에서 해방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종교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뜻이 약간은 달라지지만, 사회에서 통용되는 구원이란 의미는 그렇다. 나아가려고 하는 사람의 발을, 팔을, 몸을 구속하는 그 모든 것들에게서 비로소 해방되는 것. 그것이 구원이다.
그런 의미에서 에이티식스들은 구원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죽음으로 이 세상에서 벗어나기 전까지는 말이다. 저거노트에 탑승하여 밀려오는 레기온들을 사냥하며,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는 나날들을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 마모되어 아스라이 스러질 때, 레기온에 끌려가기 전 저승사자에게 마지막을 주기 전까지는 구원받지 못했을 것이다. 내세에서 고통을 받다가 고통에서 해방되는, 그 죽음만이 그들을 세상에서 구원하는 것이다. 그러니 【언더테이커】는 에이티식스들에게 있어서 구원자였을 것이다.
허면 그는 누구에게서 구원받을 수 있는가.
【언더테이커】가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가지고 있고, 정예병들의 집합소인 스피어 헤드 전대의 전대일지라도 그는 한 명의 에이티식스에 지나지 않는다. 하나의 생명체고, 인간이며, 에이티식스다. 다른 이들의 끝을 장식해주는 것으로 누군가에게 구원을 주는 【언더테이커】―신에이 노우젠은. 그 스스로가 구원받지 못한 채 세상을 떠돌고 있는 망령이다….
망령. 죽은 사람의 영혼.
돌아보내 달라고 울부짖는 레기온들.
신에이 노우젠은 레기온도 아니고 죽지도 않았으나 동시에 죽은 것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었을 것이다. 자신을 죽일 것이라 외치는 형에게 안식을 주는 것만을 생각한 채, 수많은 총알과 포탄이 날아다니는 전장 속에서 살아남았다. 인간으로서의 육체는 당연히 살아있다고 보는 것이 맞으나, 정신은 점점 죽어갔을 것이다.
그에게 있어서 좋지 못한 과거의 잔재는 흔적을 남기고 그의 다리를 붙잡았으니, 신에이 노우젠은 망령과 다를 바 없는 사람이었다. 그런 망령을 사람의 탈을 씌워 살아가며 안식을 주는 저승사자로 만들었으니, 그의 노고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진작 무너지지 않은 것이 기적이었겠지.
아무리 죽음에 무던하고, 죽음으로 안식을 주는 그라고 한들 죽음이 무섭지 않을 리가. 아니, 어쩌면 죽음자체는 무섭지 않을 지도 모른다. 죽음보다 더 무서운 것. 그것은 망각. 내가 살았었다는 흔적을 그저 손짓 하나로 없애버리는 것과도 같은 그런 간편한 사형선고는, 자각하지는 못했지만 그가 원치 않은 것이었을 것이다.
당신들이 여기에 있었노라 선언하는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 그들은 한낱 가축에 불과한 삶을 살았으니까.
미숙하고 성장하지 못했기에 초반에는 실례를 범하기도 했지만, 성녀놀음과 다를 바 없다는 비아냥을 들었을지라도 그 마음만은 진실되었기에 차츰 마음의 문을 열 수 있게 만들었던 핸들러 원이 아니었다면 에이티식스들은 자신들의 이름을 빼앗기고, 다른 이들에게 받은 가축이라는 낙인을 받은 채 그렇게 전장에서 숨을 다했을 것이다.
하여 망령 신에이 노우젠이 그녀에게 아주 조그마한 틈을 내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구원은 신이 인간에게 하사한 것, 망각은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이다.
모든 생명체라면, 흐르는 피를 가지고 무언가를 느낄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생명체라면, 무릇 인간이라면, 당연히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없다. 그 뇌를 컴퓨터에 이식한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인간은 기억하는 능력을 가졌으나, 그 넘처나는 기억에 붕괴할 것을 슬퍼한 신이 망각이라는 축복을 인간에게 주었기 때문이다.
때론 인간은 신이 되곤 한다. 신이 되는 방법은 간단하다. 누군가를 기억하면 된다.
누군가를 잊지 않고 기억한다는 것은 당연 섭리에 어긋나는 행위와도 같으며, 동시에 섭리에 어긋나는 일을 할 지언정 당신이 이 세상에 존재했다는 것을 신이 잊을 지언정 나 자신은 하나의 인간으로서 기억하겠다고 하는 선언이다. 기억은 존재가 살아가는 데 있어 필연적인 것이니까.
그렇기에 누군가에게 나를 잊지말고 기억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은 신의 뜻에 거역해주시옵소서 하고 간청하는 것과 동시에, 자신이 살아있던 생명체라는 것을 당신이라도 기억해달라고 부탁하는 것과 같다. 나의 죽음을 기억해달라는 것은, 내가 살아있었음을 증명해달라는 말이다.
누군가를 기억함에 따라 사람은 하나의 신이 되어준다.
그리고 신은 자신의 사람을 구원한다.
신에이 노우젠은 블라디레나 밀리제에게 자신을 기억해줄 수 있냐고 부탁했다. 그것이 섭리에 어긋나는 일임에도, 신의 뜻에 거역함과 동시에 내가 살아있었다는 것을 증명해달라고, 망령이 인간에게 부탁한다. 인간은, 한낱 인간은 결국 그 부탁을 수락한다.
그리고, 수락함과 동시에 하나의 선언을 한다.
죽음을 기억할 것이며, 그 전에 죽게 내버려두지 않겠다는 선언을.
이 선언은 곧 당신을 구원해주겠다는 말과도 같다. 죽는 것은 사람의 운명. 운명이라는 이름 아래 발목을 잡는 족쇄. 그 족쇄를 끊어낼 것이며 동시에 기억하겠다고 하는 것은 과거의 잔재 속에 파묻힌 망령을 구원해주겠다는 말이다. 인간은 그렇게 단언한다. 오만한 발언이지만 설령 신이 온다고 한들 물러날 수 없는 하나의 신념. 인간이지만 신의 탈을 쓰고 망령을 구원해주겠다는 오만한 선언.
타인에게만 주던 구원을, 블라디레나 밀리제에게 받음으로 늪에서 한 발자국 벗어나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인간이 된다.
그렇게 신에이 노우젠은 구원받아, 인간으로서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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