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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모빵집 by 효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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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늘 미래를 꿈꾸었고 하나의 성과를 확인하면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하는 방법을 고안하는 데에 몰두했다. 모든 것이 가속화되는 시대에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외쳤다. 다음. 다음. 다음! 건물들은 하늘에 닿기 위해 손을 뻗듯 솟아올랐다. 아주 먼 과거에 하늘과 교류하고자 쌓아 올렸던 첨탑과 같이. 하늘에 닿는 것이 불가능해지자 그것들은 땅에서 멀어지기로 했다. 부유형 건축물이 정식으로 승인을 받고 도시에 자리 잡자, 사람들은 그 아래로 다니기 시작했다. 인간이 누비는 영역은 끊임없이 확장되었다. 그들에게는 제약이 없었다.

맨틀을 관통해 물건을 운반하는 지하 수송기를 개발했을 시절이었다. 인류가 다음을 부르짖던 순간. 이다음은 없다고 말하는 이들이 나타났다. 지하 수송기 개발에 참여한 연구진들은 오랜 기간의 중력파 모니터링 끝에 5년 뒤의 대규모 화산 폭발로 인한 멸망을 예측했다. 그들의 이야기는 여느 멸망론이 그러하듯 비웃음과 조롱에 파묻혀 없던 일이 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국민들이 조소하면 그들은 근거를 내놓았다. 믿지 않으면 지치지도 않고 설명했다. 온갖 음모론을 소재로 저녁 식사 시간의 반찬거리를 제공하는 싸구려 방송이든, 몸을 부풀린 이슈의 진상을 파헤치고자 그들에게 잠시 마이크를 넘겨주고 이야기를 들으려 하는 메이저 채널의 방송이든, 친절한 과학자들은 매일같이 이야기했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고. 아직 멀쩡하게 살아있음에도 아동용 위인전에 등장해 매출 TOP3를 기록할 정도의 저명한 지질학자가 그들과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기 시작하자 사람들은 반발하기를 포기했다.

인간은 더 이상 다음을 찾는 데에 몰두하지 않았다. 5년이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높은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몰두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설령 다음 경지에 도달했다 하더라도 그 이상은 마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모두가 잘 알았다. 그러므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멈추기로 했다. 물론 그럼에도 당장 코앞에 멸망이 도달한 상황은 아니기에, 하지만 5년 안에 멸망에서 벗어날 방법은 (적어도 200 언저리의 월급으로 연명하는 서민들에게는) 없기에 몸에 익은대로 출퇴근을 하고 하루하루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정도 그러한 부류였다.

앞으로 5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건설 업계가 호황일 리가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요즘 기술로 2주 만에 뚝딱 만들어버리는 이동식 컨테이너 주택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었으나 정이 근 10년간 몸을 담아온 분야는 완공까지 최소 3년에서 길게는 6년까지 봐야 할 분야였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건축물 배선 전문가였던 그가 맡았던 현장은 대부분 하늘에 닿기 위해 손을 뻗은 이들의 꿈이 담긴 초고층 건물이었다. 건축의 첫 단계부터 당장 시공하지는 않으나 이제 와서 건물 어느 정도 다 지어가니 배선 좀 봐달라고 요청할 만한 곳도 없었다. 그런 그의 계좌에 지금까지 꼬박꼬박 월급이 들어오는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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