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할 필요까진 없단다.
⋯⋯그러니 이제 그만 무릎 꿇으렴.
(연속하여 중얼거리면서 석고대죄를 하는 당신을 조용히 바라보다가, 한숨을 내쉬면서 눈을 감았다. 그러고는, 평소의 그 대형견 같은 웃음으로 키리사키 시도우를 대해준다.) 어쩔 수가 없구만. 그리 부탁한다면야. 행복해지질 않겠다는 내 이전의 언질을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밖에 없나? 대신에, 약속해주겠나? 가능성이 낮든, 높든. 자네도 행복해지겠다고, 맹세를 해주렴. 우리는 친우잖나. 함께 가야지. 이전에 당신도 그리 말했잖나. 내가 포기하면, 자네도 포기하겠다고. 나락으로 떨어지든, 천국으로 가든 간에! 그렇다면, 반대로! 내가 평안하게 지내려 노력한다면, 시도우 군도 그래야 이치가 맞지 않겠니? 뭐, 나도 알아. 설령 여기서 무사히 나가더라도, 바깥세상 형법의 칼날에 올라설지 누가 알겠나! 여기 모여있는 인간들은, 사유는 달라도 결국 모두 다 살인자니까. 그렇다면⋯⋯ 말이지. 적어도, 최종 판결 때까지의 이 밀그램에서라도 잘 지내주면 안 될까? (당신의 손을 붙잡으면서 중얼거린다.) 이 정도는, 아무리 이 아저씨라도 바랄 수 있지 않을까? 작고 작은 소망이잖나. (한참을 울먹이다가, 티슈를 꺼내서 스스로를 진정시킨다.) 후우 . 그래도 말이지. 이제는 괜찮다네. 정신이 어느 정도는 회복이 되었단다. 그래서 예상보다 빨리 나갈 것 같아. 으응. (파놉티콘으로 나갈 채비까지 한다! 그리고는 뒤돌아보더니, 당신에게 대답한다.) 맞아. 아저씨의 정신이 나갔던 이유가, 아마도 번아웃이었던 것 같아. 개판인 감옥 상황에, 여러 가지 의미로 많이 지쳐있었나봐. 나의 내면이. 뭐, 그동안 대놓고 티를 많이 내긴 했는데. 그럼에도 계속해서 수치가 쌓여서 올라가고 있었으리라. 이리 여기고 있어. 그러다가 결국, 이번 대화가 도화선을 붙여서 폭발을 한 것이고. 아, 탓을 할 생각은 없다네. 그러려고 내뱉은 언행은 아니란다. (정말이라는 것을 보여주려는 듯이, 당신이 아는 그 해맑고 순박한 아저씨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제 안심되니? 사명 군. 그러니, 똑바로 바라보아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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