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찾은 자아

우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자캐 노트 by 나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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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으로 내려와 내가 배운 것은, 인간들의 감정과 다양한 의사소통 방법이었다. 그들만의 문화와 정서가 담긴 여럿 행동들은 흥미로웠기에 늘 기록을 하며 하루하루를 깨우쳐갔다.

인간은 위에서 배운 지식과는 매우 다른 행보를 보였다. 우리는 인간의 백과 흑만을 배운다, 그들의 세부적인 감정과 사고방식은 직접 익혀야만 터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친절을 배풀어주면 좋은 결과를 도출하였다. 우리들의 단점은, 그저 1을 배우면 1에 대한 것만 꾸준히 고찰하고 연구한다는 점이 아닐까.

만물을 창조하신 신들은 그저 인간들이 활동할 수 있는 생명과 땅을 만들어냈을 뿐, 인간이 어떻게 후를 살아갈지에 대해선 가이드를 제시하지 않았다. 어떻게보면 방치였다. 우리는 그저 일을 해결하기 위해 투입되는 청소부같은 역할이다. 신들이 인간에게 모든 일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했다면 전쟁같은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나의 처지 또한 인간에 대해 모든걸 알고 있다고 생각한 나의 무지함에서 일어난 일이다. 그들은 말을 할때 표면적인 뜻을 잘 비추지 않는 경향이 있다. 마치 다른 사람을 테스트 하듯 말을 던지면, 상대가 자신의 마음을 읽고서 올바른 답을 해주길 원하는 모양이였다.

이게 정녕 맞는걸까? 왜 당연하게 사람들이 자신에게 맞춰줄거라 생각하는거지? 아주 오만하기 짝이없다. 심지어 인간들은 저런 악습을 나이가 어려서도 풍조처럼 받아들이곤 자연스럽게 생활한다. 나는 뭔가 이해할 수 없었다, 계속 인간에 대해 탐구하다가 얻은 것은 다름 아닌 헛수고였다. 인간들은 모두 다른 사고 방식을 가지고 있기에, 큰 틀로 그들을 묶어놓는 것은 가능하지만 모든 인격체에게 올바른 선택지를 줄 수 없었다.

지금까지 인간에게 친절을 배풀며 벗어던진 족쇄는 어언 4개가 되간다. 마지막, 마지막 과제는 도대체 뭐란 말인가? 일반적인 선행으로도 얻을 수 없는 마지막 힘의 조각을 찾기 위해 신은 나에게 어떤 시련을 내린걸까? 이 죄만 청산한다면 난 인간계를 벗어날 수 있다. 오직 이 날 만을 기다려왔단 말이다. 이 감옥 같은 넓은 집과 고립된 자연환경과 인간들의 비위를 맞춰주며 꾸역꾸역 몸을 더럽혀가던 일도 모두 끝이 날 것이다.

나는 모든 경험과 느낀 감정들을 쏟아 부어내듯, 갑자기 펜과 종이를 꺼내들어 지금 당장 드는 생각을 미친듯이 적어내리기 시작하였다. 뭐든 좋다, 내가 시간을 보내며 배운 것들 중에서 내가 놓친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안에서 해답을 찾아내고 싶었다, 만약 아직도 내가 도달하지 못한 사상이 있다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해나갈지에 대해 고민해야한다. 그것은 꽤나 오래 걸릴 것이며, 언제까지나 여기에 홀로 박혀 살아야한다. 그건 몸을 불사지르는 느낌보다도 훨씬 치욕적일 것이다.

“ ..이건가? ”

혼잣말을 읊조렸다. 무작정 휘갈긴 글씨들 사이에서 무언가 단서가 보였다. 무언가 이끌리는 단어들에서 공통점을 찾아보았다. 내가 인간계에서 그들과 동화되면서 놓친 것이 있었다. 계속 자신을 내리면서 인간과 똑같이 대우를 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들을 대하였다, 하지만… 난 언젠가 이 나라를 다스릴 통치자가 될 존재이다. 반복되는 겸손은 언젠가 나를 혼란하게 만들 것이다. 이제야 말로, 다시 천계의 뜻을 새로이 배우고 자신의 본분을 찾아가야한다.

인간이 올바른 길로 갈 수 있게, 그리고 천사의 본분을 다하기 위해.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악을 정화하기 위해.

나는 본래의 모습을 지키기 위해 깨달음을 얻었고, 어느 순간 마지막 족쇄는 풀어져 내 힘을 전부 해방시켰다. 신이 내린 마지막 과제는, 인간을 위한 자선과 친절이 아닌… 천사의 본분을 다하기 위한 시험이였구나, 여기서 만약에 내가 계속 그들에게 헌신하겠다는 어리석은 선택을 했었다면 이 상황까지 오지 못했겠지.

신이 천사를 만든 목적은, 지상을 수호하기 위한 군대를 위함이다.

이제, 그 역할로 다시 되돌아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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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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