輪廻、その後

輪廻の狭間で 01

さよならまたいつか!

드림 덩어리 by R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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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인 사니와들 등장

* 개인 사니와의 이야기

一,

긴 머리를 높게 올려 묶은 20대 초입의 여성이 수트를 갖춰 입은 정부 직원과 마주하고 있다. 딱딱하고 무표정한 여성에 비해 능글맞게 웃는 모습의 직원이 대비된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니와님. 이제부터 사니와님의 혼마루까지 안내하도록 하겠습니다.”

“…….”

그녀는 원래도 그다지 상냥한 표정은 아니었으나, 날카로운 눈매 안으로 보이는 눈동자에서 의심과 의구심이 깃들어있다. 날 선 목소리가 얼핏 들으면 따지듯이 들렸다.

“제가 알기로 신임 사니와들은 새 혼마루를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하, 예. 보통은 그렇지요. 하지만 사니와님께서는 논외이십니다. 당신의 혼마루는 이미 존재하고 있으니까요.”

“…그게 무슨 소리죠?”

“지내시다 보면 아시게 되실 겁니다. 모르시는 게 나으실 수도 있고요.”

의중을 알 수 없는 대답에 여성의 입술이 삐뚜름하게 비틀린다. 하아, 짧은 한숨을 내쉰 그녀는 알겠습니다. 가죠. 라는 말을 끝으로 시간정부의 게이트 앞에 섰다. 소용돌이치는 듯이 보이는 시공간의 경계 너머에는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른다. 힘을 실어 발을 찍어 내리듯이 딛고 문을 넘어선다.

“사니와님 귀환하십니다!”

귀환? 그녀는 잠시 의문을 가졌으나, 농담으로도 작다고 말할 수 없을 만한 크기의 본성과 그녀 앞에 고개를 숙여 예를 갖추고 있는 인간의 형상을 한 백 자루가 넘는 검들을 보고 숨을 삼켰다. 그 군중 속에서 두 자루의 검이 앞으로 나와 다시 한번 고개 숙여 예를 갖추었다.

“주인에게 귀여움받기 위해 기다려 온… 아니. 이게 아니라. 당신의 초기도, 카슈 키요미츠야.”

“당신의 근시인 쥬즈마루 츠네츠구라고 합니다. 이 세상의 평온을 위해, 당신의 곁에서 힘을 휘두르겠습니다.”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으나 인간이라기에는 너무 기형적인 분위기의 이들이 깍듯이 예를 갖춘다. 분명 이런 상황은 처음이다. 그럼에도, 익숙하지 않음에도 이상하게 익숙한 인사말에 왜인지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을 삼켰다. 그녀는 그렇게 사니와가 되었다.


二,

카페 밖 테라스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이 제법 눈에 띄었다. 특히 제 앞에 놓인 프라푸치노를 짜증 난다는 듯이 빨대로 뒤섞던 여자는 이제 아예 빨대를 들어 푹푹 얼음덩어리가 된 음료를 찌르고 있는 수준이었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 눕듯이 기대어 앉아 있는 50대 정도의 남성이 픽 웃음을 짓고는 놀리듯이 운을 떼었다.

“야, 너는 어린 게 성격이 왜 그렇냐?”

“별로 아저씨한테 듣고 싶지는 않은데요?”

그는 불퉁하게 대답하는 말에 한마디를 안 지네, 하고 답하고서는 자기 앞에 놓인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앞으로 쭉 뻗은 긴 다리가 맥없이 건들거렸다. 아직도 분풀이하듯이 얼음을 찔러대던 그녀는 잠깐 손을 멈추고 제 앞에 앉아 있는 남자 사니와를 쳐다보았다. 한참을 바라보더니 조그마한 목소리로 입을 뗀다.

“있잖아요.”

“엉?”

“근데 아저씨는 왜 이렇게 저한테 친절해요?”

처음부터 이상하게 친절했잖아. 그 말에 그는 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씨익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이고, 하는 추임새에 이어 그의 옆에 앉아 있던 야만바기리 쿠니히로도 함께 일어섰다. 그가 오른손에 든 빈 플라스틱 컵을 흔들자 얼음만 남아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다 마셨으니 나는 간다. 너는 방금 태어난 게 그렇게 아득바득거리면서 살면 오래 못…, 아니다.”

부자연스럽게 말을 끊고서는 제 앞에 있는 그녀의 머리를 헤집듯이 쓰다듬는다. 무슨 강아지를 대하듯이 머리를 엉망으로 만들고서는 너무 화 많이 내지 말고,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라. 그 말만 남긴 채, 손을 흔들고는 훌쩍 가버리는 것이다.

“아, 저 아저씨 오늘도 대답 제대로 안 하네.”

“…그래도 아마 저 사니와는 주인한테 나쁜 일은 안 할걸.”

“카슈, 너 엄청 확신한다.”

응, 그럴 거 같거든. 그 말만 하고 카슈는 예쁘게 눈을 휘며 엉망이 되어있는 제 주인의 머리를 살살 정리해 준다. 뭐, 카슈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우리도 이제 갈까?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이 일어나 함께 돌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야만바기리는 벌써 저 앞에 가버린 제 주인에게 빠른 걸음으로 돌아갔다.

“주인은 괜찮나?”

“엉? 뭐…. 그냥 친해지면 좋잖냐. 이 녀석이랑도 잘 지내고 싶고.”

비록 더 이상 그 녀석은 아니지만. 그는 길 중간에 멈춰서서 조소를 지어 보였다. 어떻게 된 게 쟤는 다시 태어나도 성질부리는 게 똑같냐. 이미 오래전에 죽어버린 친우를 생각하며 그는 괜스레 머리를 벅벅 긁었다. 짧은 머리의 제 친우, 벌써 죽은 지 백 년은 지나버린 그 녀석. 그 친우와 똑같은 얼굴에 똑같은 습관, 똑같은 영혼을 지니고 그 녀석의 초기도를 데리고 다니는, 더는 내 친구가 아닌 앳된 사니와.

문득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영업이 끝난 가게의 까만 유리창에 그 자기 얼굴이 비쳐 보인다. 그 녀석과 주먹다짐이나 하고 허구한 날 놀려댔던 그 ‘나’는 이미 이 세상에 없다. 마찬가지로 제 마음에 안 든다고 자신의 정강이를 발로 까대던 ‘그 녀석’도 더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거겠지. 마지막으로 숨을 길게 내뱉고서는 다시 아무렇지 않은 듯 그는 멀어져갔다.


三,

그 날따라 혼마루에는 내내 비가 왔다. 있을 법한 일이지만 그날따라 더욱 강한 빗소리에 혼마루가 낮게 가라앉아있었다. 전호후랑이라 했던가, 조용한 혼마루에 콘노스케가 뛰어 들어왔다. 입에는 급보라는 뜻인 붉은 실이 묶인 검은 족자를 물고 있었다. 게이트 앞의 길을 가르고 별채 사이를 뛰어 들어가 지금은 누구도 살지 않는 듯 조용해진 사니와의 별채로 뛰어든다. 계단을 후다닥 오르면 오른쪽 끝에 근시의 방이 있다. 콘노스케는 그 앞에서 얌전히 앉아 물고 온 족자를 내려놓는다.

“쥬즈마루 츠네츠구님. 전달해 드릴 사항이 있습니다.”

“…예. 오시리라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문을 열고 나온 그는 콘노스케의 앞에 놓인 족자를 손에 쥔다. 하얗고 긴 손가락이 족자를 집어 올린다. 그는 아무 말 없이 까맣고 조그마한 족자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손을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족자를 차마 열지 못한 채로 그 자리에 그저 서 있었다. 답지 않게도 열지도 않은 족자를 꾹 쥔 채 손에 힘을 주었다. 바스락, 작은 족자가 손안에서 찢어질 듯이 구겨졌다. 그러고도 한참을 서 있고서야 손에 힘을 풀었다.

스르륵, 불길한 붉은 실을 거두어내자, 그 안에는 짧은 단어들이 나열되어 있을 뿐이었다.

사망. 흔적 추적 실패.

“…… 사인은 알 수 있습니까?”

“사고사입니다.”

불운하시게도, 태어나신 지 십 년을 넘기지 못하셨습니다. 쥬즈마루는 그 말에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이를 꽉 물었다. 그 자리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던 그가 겨우 입술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이만 물러가셔도 괜찮습니다.”

콘노스케가 돌아가고, 쥬즈마루는 방으로 다시 들어갔다. 여전히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서 있던 그는 자신의 손에 들려있던 족자를 뒤집어 바닥에 천천히 내려놓았다. 공허한 방 가운데에 정좌를 하고 명상을 하려하였으나, 내려놓은 새까만 종이가 어느새 연기가 되어 머릿속을 가득 채워 그의 머릿속을 헤집어놓았다. 사망, 실패. 지금 도신을 제 손으로 다시 불가마에 달궈 그 네 글자를 덮어 새기는 것만 같았다.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으나, 믿고 싶지 않았던 것뿐이다. 한 꺼풀 벗겨진 인연의 실이 그녀의 죽음을 알려왔으니. 그는 꼭 연꽃잎이 한 장씩 시들어 떨어지듯이 한 꺼풀 얇아져 버린 인연을 느끼고 있었다. 아무리 굳센 돌에 조각을 새기어도 물과 바람에 깎여내려가는 것처럼, 신과의 백년가약이라 하는 것도 삶을 반복하면 어느샌가 흐려진다.

“…어찌 그리 바쁘셔서 한 번을 보고 가지 않으시고.”

만나지 못한 채 강을 건너버리셨으니, 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이었다. 인간 그 자체인 제 주인을 위해 스스로 멍에를 뒤집어쓴 검은 여전히 그 방에 머물고 있다. 쥬즈마루는 느릿하게 일어서 주인 없는 빈방에 들어섰다. 옷장 안에는 여전히 익숙한 옷들이 차 있고, 책장에는 손때가 묻은 책들이 있고, 책상 위에는 메모가 가득한 노트가 있다. 주인이 없는 메모를 손으로 살살 쓸어보는 손길이 조심스럽다.

그 책상 옆에는 이제 소리 내 울지도 못하는 기타며 악기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한 번도 그녀는 그에게 악기를 관리하는 법을 가르쳐준 적이 없었지만, 그는 늘 해왔다는 듯이 홀로 천으로 하나씩 닦아내었다. 어깨너머로 본 행동을 흉내 내면 머릿속에는 그녀가 얼마나 즐겁게 연주했는지 그 표정이 떠오른다.

“…….”

그가 제 주인을 지킬 수 있는 것은 그녀가 사니와가 되고부터이다. 사니와가 되기 전에는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없었다. 그저 조용히 혼마루를 지키며 당신이 자신에게 기대던 그 법당에 앉아 하릴없이 당신의 무사를 기도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차라리, 인간으로 인간과 맺어져서 편히 사셨다고 하셨으면 이리 아팠을까.

누군가 후회하느냐 묻는다면 후회하지 않았다. 누군가 미련이 남았느냐 하면 미련이 남았다. 미리 알 수 없는 끝이라는 것은 이렇게나 길었다. 그렇다고 해도 그는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가 쥬즈마루 츠네츠구이므로, 그리고 그녀가 그것을 바랐으므로.


四,

연련장으로 향하는 외길 복도에 앉아 있던 그녀는 제 옆에 앉아 있는 쥬즈마루 츠네츠구에게 기대 멍하니 앞을 바라보고 있다. 아니, 혼마루에서도 아니고 연련장에서 갑자기 급한 임무가 있다며 정부의 콘노스케에게 앞길을 막힌 탓이다. 그래서 돌아가지도 못한 채 그저 배치된 의자에 앉아 마냥 기다린 지 30분째이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그 말과 함께 콘노스케의 입에서 서류를 하나 전달받는다. 기밀이라고 커다란 붉은 도장이 찍힌 서류는 이미 그 모습이 범상찮다. 으, 하는 짧은 탄식과 함께 한 장씩 서류를 넘기는 그녀의 표정이 굳어간다. 이게 뭔데. 옆에서 함께 서류를 보던 쥬즈마루 츠네츠구 또한 드물게도 표정이 굳어진다.

쎄한 걸 받은 거 같은데, 나. 서류의 요지를 살피면 이건 임무장이 아니라 소환장에 가까웠다. 정확한 내용은 불문이었으나, 사니와 중 일부에게 나타나는 현상이 있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시간정부 본부에 출석하라는 반강제적인 소환장이다. 읽자마자 뜨끔한 감각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온다.

“이거…. 엄청 신경 쓰이는데요. 검사라니.”

“…썩 좋지 않군요.”

너무 집중했는지 누군가 다가오는 것도 몰랐던 그녀 앞에, 사람의 인영이 곧게 서 있었다. 작은 체구에 고풍스러운 기모노를 입은 여자 사니와가 그녀 앞에 있었다. 면포에 가려져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그 사니와의 시선은 그녀 무릎 위의 서류에 고정되어 있었다. 펼쳐진 서류에는 사실 검증을 위한 검진 출석 요망 따위의 글이 어지러이 쓰여있었다. 얼굴도 보이지 않는 그 사니와는 한 손을 그녀에게 뻗고는 운을 떼었다. 그 말에서 이 사람은 인간이 아니라는 것이 느껴졌다.

“줘요. 그 서류.”

그 압박감에 굳어있던 그녀의 무릎에서 우아한 손짓으로 서류를 가져가는 그 사니와의 얇고 새하얀 손만이 시선에 가득 비쳤다. 그래도 기밀 문서인데 이렇게 취급해도 되는지 의문이 들어 그 사니와의 얼굴 쪽으로 시선을 향했다. 하지만 그 사니와는 매정하게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리고서는 함께 있던 야만바기리 쵸우기와 말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지금 바로 혼마루로 돌아가세요.”

두어 걸음 앞으로 걸어가다 그 말만을 읊조리고는 언제 멈춰 섰냐는 듯이 시야에서 사라져갔다. 당황스러운 언행에도 왜인지 불만이나 의문을 표할 수 없었던 건 덧붙여준 마지막 말이 묘하게 슬프고 공허하게 들려서였을까.

“…괜히 나 때문에 저 사람 곤란해지는 거 아냐?”

“저분이라면 괜찮으실 겁니다. 하지만…, 그렇군요. 다음에 또 뵙게 된다면 제가 인사드리겠습니다.”

“…응, 그렇게 해 줘.”

얇은 목소리의 미세한 떨림이 이상하게 뇌리에 남았다. 조금 가슴이 울컥했다. 저 사람, 행복했으면 좋겠네. 그런 생각을 하며 그녀는 자신의 혼마루로 발길을 돌렸다.

그녀를 스쳐 지나간 그 사니와는 복도 한중간에 멈춰 서 있었다. 별로 마주치고 싶지 않았는데. 분명 자신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을 텐데도 왜인지 자신의 얼굴이 보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손에 쥔 서류가 바르작거리며 구겨졌다. 난폭한 영력의 흐름이 기분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검사요망이라는 명분의 실험 동의서를 든 채 그 사니와는 어디론가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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