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헤헤. 미카 씨의 고등학생 시절에 대해서도 얘기해 주시면 안 될까요? 어떤 학생이었을지 궁금해요."
"아, 말씀드리지 않았었나요? 자퇴했습니다."
그는 예상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은 표정을 했다. 미카는 조금 웃고 말았다. 그러고는 딱 잘라 덧붙였다. 무례한 질문은 아니었으니 사과는 됐습니다. 미카는 잠시, 학창 시절을 포기하고 대신 얻은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학교에 다녔다면 친구를 사귀었겠지만 연예계 인맥은 얻지 못했을 것이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즐거운 추억을 쌓았겠지만 지금처럼 노래를 잘하게 되지는 못했으리라. 하나를 쥐면 다른 하나를 반드시 놓치는 건 세상의 오래된 이치였으므로 미카는 자신이 놓아 버린 것들에 대해 곱씹기를 그만두었다.
"제 세상은 학교의 바깥에 펼쳐져 있었으니 자퇴한 걸 후회하지 않았습니다, 대체로는요."
"'대체로는'?"
"아예 후회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거든요. 네버랜드가 가라앉을 때에는 차라리 여느 또래들처럼 학교에 다녔으면 어땠을까 생각했습니다. 물론 저는 저 자신을 책망하느니 죽는 게 낫기 때문에 그 후회는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말이죠……"
눈을 반짝이던 그를 응시하던 미카는 잠시 뒤를 돌아, 하나사키가와 여학교를 바라보았다. 이 사람이 아니었다면 미카는 저곳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을 터였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또한 영영 알 수 없을 발자취들이 저곳에 있었다.
"조금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마루야마 씨와 같은 풍경을 볼 수 없어서."
"같은 풍경이라면……"
"공통 심상이라고 할까요. 마루야마 씨께서 숨을 쉬듯 자연스럽게 떠올리는 기억들을 저는 똑같이 떠올려낼 수 없겠죠, 아마도 영원히."
고등학교를 박차고 나가지 않았다면 당신의 추억과 조금이나마 비슷한 것들을 눈에 담아둘 수 있었을까. 그리하여 당신의 이야기를 들을 적이면 언제든 비슷한 것들을 눈앞에 그려낼 수 있었을까. 그리 생각하면서도 미카는 스스로가 조금 우스웠다. 고작 그런 사소한 이유 따위로 내가 내린 결정을 후회하다니, 말도 안 되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하면 당신이 그만큼 나에게 사소하지 않은 존재가 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어째서, 당신이 무슨 권리로…….
시시콜콜한 감상에 잠겨 있자면 줄곧 생각에 잠겨 있던 그가 무어라 말을 걸어 왔다.
"그래도, 같은 것을 보고도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것을 떠올리잖아요. 저와 같은 학교를 재학하고, 같은 수업을 들으며, 같은 풍경을 눈에 담은 친구들도 저마다 다른 기억과 추억을 간직하고 있을 거예요. 그렇지만 미카 씨는 제가 본 풍경을 그대로 전해받고 저의 느낌을 온전히 전해받을 수 있어요, 저에게 물어봐 주시기만 한다면요!"
"여쭤보면 말씀해 주시렵니까?"
"궁금하게 여겨 주신다면요."
부정할 여유 따위 부릴 수 없을 만큼 미카는 그의 이야기가 궁금했다. 당신의 눈으로 담아 당신의 색채가 입혀진 풍경들을 모조리 꺼내어 읽고 싶었다. 그리하여 미카는 더 망설이지 않고 긍정하기로 했다. 네, 궁금해요. 봄이 한창이었다. 만개한 벚꽃들 사이에서도 구태여 가장 늦게 피는 벚꽃 앞에서 그가 활짝 웃었다. 가장 늦게 피었으니 가장 늦게 시들 것이었다, 천천히 피어나는 마음은 결코 시들지 않을 것 같았다.
"천천히 하나씩 알려주세요. 하나하나 아껴서 듣고 싶습니다."
"그래요! 그렇다면 오늘의 이야기는 말이죠, 제가 처음으로 하나사키가와의 교복을 입었을 때의 일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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