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친구랑 노는 아낫

태양이 머리 위에 올라가 햇볕이 따갑게 내리쬐는 평원을 한 사람이 걸어가고 있었다.

"찾는 게 있는데."

허공을 보며 그가 말했다.

"찾는 게 있는데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어."

등 뒤에서 누군가 물었다.

"뭘 찾고 있지?"

"모르겠어."

"정말 모른다면 기억날 때까지 걸어볼까."

험한 길은 좁았지만 발밑만 조심한다면 걷기 힘들지는 않았다.

"여기는 낮에 이런 느낌이구나."

"어떤 느낌이지?"

"밝고, 고요하고, 적막해. 나는 이런 느낌이 싫지 않은 거 같아."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괜찮을 거야. 이 곳에는 무엇이 있지?"

"모르겠어. 뭐가 있을까. 어딘가엔 있을 텐데 어디에 있을까."

"기억나지 않는다면 포기해도 괜찮지 않나?"

"곧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조금만 더 가볼래."

그는 잠깐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돌을 쌓아 아래로 향하는 계단을 만들어냈다. 불빛 없는 계단을 그는 조금 빠르게 걸어 내려갔다. 

계단 옆 문 뒤에서 누군가 물었다.

"뭘 찾으면 될까?"

"나는 이제 아무것도 모르겠어."

"그러면 그대, 나랑 보물찾기를 해볼까?"

"보물찾기?"

"그래. 여기를 뒤져 무엇이든 마음에 드는 걸 찾는 거야. 그러다보면 무얼 찾고 있었는지 기억나겠지. 어쩌면 그 안에 그대가 찾고 있는 게 있을 수도 있고."

문 뒤에는 작은 방이 있었다. 두꺼운 커튼으로 꼼꼼히 창을 막아놓았지만 빛이 조금씩 새어들어오는 방 안은 먼지가 부드럽게 떠다녀 별이 가득한 여름 밤 같았다. 여기저기 낡고 먼지 쌓인 상자들이 쌓여 있었다.

"그래."

그때부터 그는 바닥에 주저앉아 상자를 뒤지기 시작했다. 어떤 상자에는 붉은 천이 담겨 있기도 했고, 어떤 상자에는 쇳조각이 들어 있기도 했다.

상자 속 붉은 눈이 물었다.

"아직도 뭘 찾고 있던 건지 기억이 나지 않나?"

"응. 뭘 찾고 있는 건 확실한데."

"그럼 보물은 찾았나?"

그는 잠깐 고민하더니 상자를 닫았다. 그리고 고개를 돌리다가 관 앞에 서있는 남자를 발견했다. 

"베인."

그 사람은 관 위에 손을 대고 있을 뿐 그를 돌아보지 않았다. 

"그 안에 뭐가 있어?"

"글쎄, 나는 잘 모르겠군."

"열어봐도 돼?"

"아니, 안돼."

"아쉽지 않겠어?"

"전혀."

"한 번 열어봐."

남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그 곳으로 다가갔다. 

관은 텅 비어있었다.

구름이 잔뜩 낀 평원을 한 사람이 걸어가고 있었다.

"찾는 게 있는데."

그 옆을 스쳐 지나가던 사람은 무슨 일인가 싶어 쳐다보았지만 말을 꺼낸 사람은 신경 쓰지 않고 느긋이 걸어가 뒷모습만 보일 뿐 이었다.

구름 사이 비친 달빛에 그의 등 뒤로 메여 있는 커다란 검이 잠깐 붉게 빛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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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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