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가

비마주나인지 비마+주나인지 마음이 사특하니 비마주나겠지요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비마는 이 밤중에 누가 감히 제 침소에 찾아온 것인지 의아함을 느끼며, 침대에 누운 채 반쯤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

“누구냐?”

상대는 잠시 말이 없다가 비마가 재차 묻고자 입을 열었을 때에서야 대답을 내뱉었다.

“접니다. 아르주나입니다.”

“아르주나?”

비마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성큼성큼 발을 내디디며 문을 열자 그 말대로 제 동생, 아르주나의 얼굴이 보였다. 두 손을 모은 채로 우물쭈물 서 있는 모습이었다. 비마가 아르주나를 안으로 잡아끌며 말했다.

“왜 바로 들어오지 않고. 어서 들어오거라.”

아르주나는 방으로 들어오고 나서도 완전히 마음을 놓지 못한 듯 주변을 어색하게 살폈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느냐? 네게 못되게 구는 녀석들이라도 있었어?”

“아니, 아닙니다. 그런 것은 아닙니다.”

“그럼 이 오밤 중에 무슨 일이냐?”

비마의 물음에도 아르주나는 쉬이 대답하지 못하고 입을 어물거렸다. 비마가 잠시 아르주나의 표정을 살피고는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아르주나. 내게는 뭐든 말해도 좋다. 형제가 아니면 누구에게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겠느냐.”

아르주나는 그 말에 겨우 마음이 놓인 듯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겨우 입을 떼었다.

“사실은, 홀로 잠에 드는 게 익숙하지 않아서……. 부끄럽게도 며칠째 잠을 제대로 자고 있지 못합니다. 혹여 괜찮다면, 함께 잠들 수 있을까 하고…….”

뒤로 갈수록 점점 아르주나의 목소리는 작아졌다. 비마는 끈기있게 아르주나의 말을 잡아내고는 동생의 등을 세게 두드렸다. 앗, 아르주나가 앓는 소리를 내자 호탕하게 웃었다.

“고작 그런 문제 가지고 이렇게 주눅들어 있는 거냐? 당연히 괜찮지. 어서 방으로 돌아가 베개라도 가져오거라.”

비마의 말이 끝나자마자 아르주나의 얼굴에는 화색이 돌았다. 예. 예에. 짤막한 대답을 남기고 그는 서둘러 문가를 떠나 제 방으로 향했다. 비마는 그 뒷모습을 오랫동안 바라보았다. 어느덧 열넷이 다 되었지만 제가 보기에는 아직도 어린애였다. 고작해야 일이 년 정도 더 오래 살았을 뿐이지만, 형의 마음이라는 게 본래 이런 것 아니겠는가. 평생을 살아왔던 숲을 떠나 하스티나푸라에 적응하는 게 어려울 만도 할 텐데 군소리 하나 하지 않고 번듯하게 행동하는 동생이 비마는 대견한 동시에 걱정스러웠다. 그렇기에 최대한 동생의 어리광을 받아주고 싶을 따름이었다.


“아르주나, 자냐?”

“아니오.”

아르주나에게서 빠른 대답이 돌아왔다. 목소리는 잠겨 있었지만 또렷한 것이 아직 쉬이 잠들 기색은 보이지 않는 듯했다.

“왜 여즉 못 자고 있어.”

“그러시는 형님은 어찌 아직도 주무시지 않으십니까? 본래 침대에 눕자마자 잠드시지 않으셨습니까.”

“뭐, 그야 그렇다만. 동생이 영 잠을 자지 못한다는데 신경이 쓰여서 말이다.”

비마가 툭 내던지듯 말하자 아르주나의 몸이 움츠러들었다.

“죄송합니다. 괜히 저 때문에…….”

“아니, 그렇게 생각할 것 없다. 그보다, 어떻게 해야 잠이 잘 올까.”

“저는 괜찮습니다. 형님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훨씬 마음이 편해져요. 곧 잠에 들 것 같습니다.”

“그거야 다행이다만.”

비마는 잠시 생각하더니 무언가 떠오른 듯 작게 탄성을 흘렸다. 아르주나는 의아한 듯 비마의 얼굴을 살피려 했지만 어둠 속에 가려진 얼굴은 표정을 식별하기가 어려웠다. 비마는 곧 제 쪽으로 몸을 돌리더니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낮고 잔잔한 음색이었으며, 무엇보다도 익숙하고 편안한 음색이었다. 아르주나는 곧장 그것이 어떤 노래인지 알 수 있었다. 지금보다 더욱 어렸던 시절, 어머니가 쉬이 잠들지 못하는 저들 형제에게 불러주셨던 노래였다. 노래가 몇 번인가 반복되며 천천히 비마의 손이 제 몸을 쓸어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긴장되어 있던 몸이 풀리고, 번잡했던 생각들이 흐르듯 사라졌다. 천천히 의식이 흐려지는 것을 느끼며, 그는 눈을 감았다. 마지막으로 무언가가 눈가에서 흘러내리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비마는 어느새 잠든 제 동생의 이마에 입을 맞추곤 저 또한 눈을 감았다.

오늘은 좋은 꿈을 꾸며 편히 잠들길, 내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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