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커미션

샘플4

커미션 by 뽀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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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겨울 / 밝은 분위기

"아저씨 팥으로 5개랑 슈크림으로 5개 주세요"

"잉? 지금 팥 4개밖에 없어서 오래걸리는데, 좀 기다려봐. 빨리 구워볼게요~"

"아 그럼 그냥 4개만 주세요!"

"에헤이, 그럼 정없지. 슈크림 두개 더 넣어드릴게."

A가 노릇하게 익은 반죽이 포장되는것을 기다리며 하얀 입김을 내뱉었다. 바스락 소리와 함께 까만 비닐봉투 안으로 집어넣는동안 은행 어플을 켜서 계좌번호를 입력했다. '미카엘' 이라는 입금자명이 뜨자 화구 옆에 붙어있는 코팅 종이를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확인을 눌러 화면을 남자에게 보여주었다.

"자~ 맛있게 먹어요~"

남자는 대충 입금금액을 눈으로 훑더니 다시 틀안에 반죽을 부어넣었다. 작지만 역 앞의 장사이기 때문인지 곧 다른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줄을 서기 시작했다. 타이밍 좋게 받아간 A는 콧노래를 부르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을 향했다.

-

며칠 뒤 역 앞을 지나던 A는 유혹하는 냄새에 휴대폰에서 시선을 떼고 옆을 바라보자 환하게 킨 포장마차에 열심히 팬을 돌리고있는 남자가 보였다. 잠시 망설이다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고 발길을 돌리려는데, 꼬깃한 지폐 두 장이 손에 만져지니 이젠 정말 근원지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 먼저 순서를 기다리던 여성이 있길래 옆에서 기웃거리자 남자가 A를 확인하고 활짝 웃으며 말했다.

"어! 엊그제 왔었지? 내가 기억력이 좀 좋아~ 뭐 드릴까??"

"팥 두개랑 슈 두개... 근데 피자맛은 없어요?"

"피자맛?? 그건 재료값이 너무 많이 들어~ 작년에 해봤는데 못하겠더라고."

"에이 그래도 요즘 유행을 따라가야죠. 다시 하시면 제가 사먹을 수 있잖아요."

"뭐얏, 장사 망할일 있어? 백만원씩 주면 생각 좀 해보지 뭐."

"그럼 초코맛은요?"

"초코맛? 가만있어봐. 기다려봐요."

농담삼아 던진 말에 남자는 급하게 장갑을 벗더니 바로 옆에 있던 편의점에 달려들어갔다. 당황한 A는 주인없는 가게를 잠시 지키고 있다가 손이 시려워질 때 쯤, 남자가 헐레벌떡 양 손에 초콜릿을 들고 돌아왔다.

"내가 왕년에 한 요리 했지. 도전정신을 나이가 먹는다고 내려놓으면 안된다니까~ 내 금방 해줄게!"

A가 말릴 틈도 없이 남자는 포장을 뜯은 초콜릿을 또각또각 부숴서 반죽위에 올리더니 와하하 웃으며 A에게 말했다.

"야~~ 아가씨 이거 잘되면 아가씨한테는 평생 내가 꽁짜로 줄게! 부자될 생각 하니까 웃음이 멈추질 않네."

그러나 곧 화구에서 탄내가 새어나오고 호들갑을 떨던 남자는 급하게 반쯤 익은 반죽을 꺼내놓더니 시골 강아지 같은 눈썹을 하곤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놀렸다.

"어휴... 부자되긴 글렀네. 아가씨 기다리느라 고생많았어. 지금까지 구워놓은거 다 줄 테니까 다음에 또 와. 그떈 피자맛 준비해놓을게..."

피식 웃으며 그래도 만들어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가득 담긴 봉투를 받아 돌아갔다. 오늘은 저녁을 따로 차리지 않아도 괜찮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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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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