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발

썰 / 퇴고 안함

하나< 라고 지칭하는 부분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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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경기마다 언제나 작은 꽃다발이 왔음 좋겠다.

오이카와는 유난히 여자팬이 많았고, 그만큼 꽃이나 과자같은 선물이 많았는데 그 중 오이카와가 제일 좋아하는 선물은 많고 화려한 것등 중에도 그냥 색지에 꽃 한송이만 잇는 아주 작은 꽃다발이였다. 이 꽃다발은 이와쨩도 알고 있을 정도로 특별한 건데, 오이카와가 중학생이 된 그 날 부터, 공식전을 하거나 팬이 몰려와서 정신없이 선물을 받고 나면 언제나, 제 선물들 사이에 끼어있었다.

어느날은 연습경기라서 외부인 출입 불가라 꽃다발은 물건너갔네~ 했는데 등교하니까 꽃다발은 작은 쇼핑백에 담겨서 오이카와 책상 옆에 댕그라니 놓여있었다. 오이카와 팬들도 눈이 장식은 아니라 오이카와가 좋아하는게 눈에 보이니까 비슷한 꽃다발을 준비하는 애들도 있었는데, 매번 받는 꽃다발에는 작은 메모, 좋은 경기였어. 오늘도 좋았어. 하는 사사로운 응원이 있었기에 오이카와가 헷갈리거나 오해하는 경우는 없었다. 대신 매번 나타나지 않아서, 귀신이라는 소문이 붙어버려서 오이카와는 언제나 아니라고 부정하기 바빴다.

그러다가 어느날 웬 여자애가 과자가 든 쇼핑백에 그 꽃다발을 들고 나타났다. 처음엔 네가 지금까지 이거 줬었어?!! 하고 좋아하고, 여자애도 팬이니까 맞다고 맞장구 치면서 결국 사귀기로 했는데 일주일만에 글씨체도 다르고 나중에서야 '그 꽃다발 누가 전해달라고 했었어' 라고 말해줬고 얼마 안가 둘은 헤어졌다. 이후로도 종종 그런 식으로 만나고 오해하고 사귀게 되는 경우가 늘어서 네번째 여친이랑 헤어진 다음에 오이카와는 반드시 찾는다고 다짐했다.

다음부턴 가져오는 여자애부터 역추적 하겟다고 다짐했는데 인터미들에서 시라토리자와한테 진 어느날, 평소랑 다르게 두 송이나 온 꽃다발이 조금 시들어 있었고 포장지도 조금 구겨져 있었다. 아쉽지만 내년엔 이길테니까. 하는 덤덤한 글씨에 찍힌 물자욱에 오이카와는 눈물콧물 닦으면서 어디서 보고 있을지 모르는 그녀를 위해 제 나름의 잘생긴 표정을 지으려고 노력했다.

오이카와의 역추적은 실패를 거듭했다. 어느날은 모르는 사람이 나한테 부탁했다. 어느날은 어느 순간부턴가 같이 있더라 하는 경우가 많아져서 2학년 겨울이 넘어서 부터는 그냥 포기하고 수호신 같은 존재로 여기기 시작했다.

카게야마한테 처음으로 교체된 날, 처음으로 꽃다발이 오지 않아서 정말 실망하고, 하나쨩도 결국 하면서 우물 파다가 이와쨩의 명언으로 되돌아온 오이카와.

다음날 붕어눈으로 온 오이카와가 본 건 연녹색 가디건을 걸친 여자애가 자기랑 똑같이 붕어눈 된 채로 자기 책상에 꽃다발을 올려 놓는 장면, 분명 만나면, 소리칠거라고, 하나쨩! 하고 외칠거라고, 고맙다고, 언제나 응원 고맙다고 인사하려고 대화하려고, 눈을 마주치려고, 친해지려고, 그렇게 생각했었지만 오이카와는 그 광경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처럼 느껴져서 문 하나 너머가 다른 세계 처럼 느껴지고 이걸 방해하면 안될거라는 생각을 했다. 여자애는 다행히 뒷문으로 가서 다른 반으로 쏙 들어가 사라졌고, 오이카와는 후다닥 반으로 들어와서 꽃다발을 끌어안았다. 평소랑 다르게, 다섯송이 정도, 풍성한 해바라기 같은 걸로 가득했다. 나는 네 플레이를 더 좋아하고, 응원하니까 힘내. 꾹꾹 눌린 고민이 눌린 글

울컥, 해바라기를 끌어안고 엉엉 우는 남자애를, 하나쨩은 좋아해 줄 수 있어?

오이카와만 정체를 알아챈 하나쨩은 옆반이였다. 이렇게 가까울줄 몰랐지만 오히려 운동엔 관심 1도 없어 보이는 애라 오이카와는 더 신기해 하며 그녀의 대해 알아내기 시작했다.

그녀는 음악을 전공으로 한다고 했다. 피아노를 위주로 플룻도 배운다고 했는데 어느쪽 성적도 그다지 좋지 않고 오히려 초등학교 때에 비해 부진한 편. 그 외에 자잘하게 그녀를 알아가던 어느 날 콩쿨이라는 소식에 오이카와는 변장 하고 그녀의 콩쿨을 보러 갔는데, 화려한 피아노에 반하고, 성격이 드러나는 부드러운 선율에 반해서, 차곡차곡 쌓여진 감정에 결국 사랑에 빠졌다.

뒤에서 두번째였던 순서가 끝나자마자 오이카와는 헐레벌떡 근처 꽃집에 가서 자기가 살 수 있는 가장 크고 화려한 꽃다발을 사서 뛰어왔다. 얼굴을 마주하고 건네주려고 했는데, 막상 만나려니 부끄러워지고 사실 그녀의 대해 이것저것 알게된 건 많지만 직접 그녀에게 묻거나 친해져서 알게된게 아니라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에 관계자에게 맡기고 도망갔다.

이때가 중3겨울. 그녀도 오이카와도 아오바죠사이에 입학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꽃다발을 선물하는 기묘한 관계가 시작됐다.

맛층 맛키 이와쨩은 오이카와 하나라고 부르는 여자애의 정체도, 그녀가 주는 꽃다발도 알고 있고 콩쿨이 있는 날이면 감독에게 빌고 빌어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 콩쿨까지 따라가서 꽃다발을 선물하고 나오는 오이카와도 알고 있었다. 저 정도면 쌍방 아니야? 하나마키가 매번 하는 말이었다.

그녀는 그렇게 재능이 넘치진 않지만 노력을 열심히 해서 꾸역꾸역 재능을 따라가는 편 이었다. 그래도 한계는 있어서 고등부로 올라온 뒤로는 순위권에 들기 어려워져서 결국 시간을 쪼개서 연습을 더 하는데, 그때문에 연습경기 같은것도 챙기던 예전이랑은 다르게 공식전 외에는 꽃다발은 커녕 배구를 생각할 시간도 없어져갔다. 인터하이도 겨우 보러갔지만 이젠 팬이 너무 많아져서 접근이 곤란하고, 고등학생이라 지갑사정이 괜찮아진 애들은 점점 화려한 선물을 들고 오기 시작해서 문득 평범한 색지에 감싸진 제 선물이 초라해 보이기 시작했다.

하나는 그닥 여유롭지 않은 형편에, 응원이 하고 싶어서 한송이씩 사던거였고, 마음이 담겼으니까! 하고 외치던 선물도 화려한 선물에 끼워 넣으려니 어쩐지 형편없이 보여서 오이카와 주려고 사왔던 작은 꽃다발을 조용히 등뒤로 숨겼다.

오이카와는 혹시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두리번 거리다가 멀리 서 있는 그녀랑 눈이 마주쳤다.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어색하게 웃다가, 오이카와와 저의 시선 사이에 다른 누군가가 끼어들었을 때, 후다닥 뒤로 돌아 뛰기 시작했다. 작은 안개꽃 꽃다발이 흔들리면서 후두둑 떨어졌지만 그녀는 전혀 모른채 버스에 올라탔고, 방울방울 떨어지는 눈물의 이유도 알지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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