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연애

둘의 시작은 정말 뜬금없이 어느날 갑자기 드림주가 오이카와를 불러낸 것에서 시작했다.

우리 사귀지 않을래?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제 얼굴만 뚫어져라 보며 고백하는 드림주를 보고 오이카와는 처음에 벌칙게임 같은 거 때문에 억지로 고백한다는 생각까지 했다. 아무리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능글맞은 마츠카와도 제 이상형을 말하면 귀를 새빨갛게 붉히는데 앞에 서있는 드림주는 무려 고백을 하면서도 같이 매점이나 갈래? 하고 묻는 것처럼 평소 표정과 다를게 없었다.

벌칙게임일 것 같은데, 대놓고 차버리기엔 드림주가 불쌍하니까 민망하지 않게 하려고 가볍게 거절하며 장난을 치려했다. 그런데 갑자기 눈을 마주한 드림주가 환하게 웃으면서 "네 얼굴이 너무 좋아. 하루에 얼굴 세번 보는 조건으로 사귀자" 라고 난생 처음 들어보는 고백을 했다.

" 매일 얼굴 보고 싶은데, 적당한 친구 관계면 못 보니까 "

" 지금 이거 고백 맞아? "

" 일생일대의 고백이야 "

정말 하루 세번 잠깐이면 된다는 드림주의 조건(?)에 진짜 이상한 애다, 하는 생각을 하며 또 바로 옆반이라 멀지도 않아서 굳이 거절할 이유를 못 찾고 오이카와는 흔쾌히 드림주의 조건을 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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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둘은 서로 이해관계가 맞아서, 미리 약속한 범위 안에서 행동하는 것에 가까웠다. 사귀고 있느냐, 하면 어울리고 있다는 쪽 표현이 옳지 않을까? 하나마키의 질문에 별 생각 없이 답했다가 천하의 쓰레기를 보는 눈빛만 돌아와 오이카와는 도려 억울해졌다. 아니 드림주가 더 심하다니까? 아무리 소리쳐도 제 친구들은 오이카와의 수많은 여자 편력을 알기 때문에 고개를 저을 뿐 이었다.

맛키 너무 하지 않아?! 오이카와의 투정을 들으면서도 드림주는 오이카와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드림주는 그의 말에 부정할 생각이 없었다. 굳이 입밖으로 꺼내진 않지만 정말 사랑과 애정이 있어서 사귀는 관계도 아니고, 그는 귀찮은 여자애들과 거리를 두기 위해, 저는 제 눈 복지를 위해,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서 서로 서로의 사정에 어울려주는 것이 맞았다. 드림주는 그럼 다음에 가서 내가 아니라고 말 해줄까? 덤덤하게 말했지만, 왜인지 그 무표정에 자존심이 상한 오이카와는 입만 비죽이며 됐네요! 소리쳤다.

못생긴 오리입이 된 그를 보면서도 드림주는 오늘도 잘생겼다며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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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오이카와가 '드림주는 내 어디가 좋아?' 하고 물었다. 드림주는 첫 마디부터 익숙하단 듯 빨대에서 입을 떼고는 오이카와의 물음이 완성도 되기 전에 말을 끊었다.

" 얼굴 "

이와쨩보다 더 단호한 얼굴 처음이야.. 오이카와의 질린 목소리에도 드림주는 여상한 얼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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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일단 대외적으로는 사귀는 사이니까, 둘은 종종 가벼운 스킨쉽을 나눴다. 해봐야 손잡거나 포옹 수준에서 그치긴 했지만 그 작은 행동들에도 드림주는 호불호가 확실했다.

뒤에서 와락 끌어안는 걸 싫어하진 않았지만 그닥 선호하지 않았다. 이유를 물으니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이한 대답이 돌아와 오이카와는 배를 붙잡고 엉엉 울정도로 웃었다. 저렇게 한결같은 취향도 없을텐데, 한참을 웃고 나서 고개를 들자 드림주는 작게 웃으면서 오늘도 잘생겼다며 저를 칭찬했다.

그만큼 드림주는 오이카와의 얼굴에 약했다. 아무리 오이카와를 오래 좋아했던 팬이라도 그 덩치에 3인칭을 쓰거나, 답지않게 귀여운척 애교를 부리거나 하면 어색하게 웃곤 했는데 드림주는 귀여운 소동물이라도 본 것 처럼 얼굴이 풀어지고는 오이카와의 부탁을 들어주곤 했다. 그 덕에 데이트는 언제나 오이카와가 좋아하는, 선호하는 것들로 가득했지만 누구도 이견을 내지 않았다. 드림주로써는 그의 얼굴 감상 시간이 늘어나니 눈 정화나 하고 가자, 라는 맘이었다.

합의교제 한달쯤 지나자 오이카와는 지금까지의 여자친구랑 드림주랑 다르다는 걸 느끼기 시작했다. 드림주는 굳이 필요한 약속이 아니면 연락을 잘 해오지 않았고 이야기를 들어주는건 즐거워 했지만 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 그에 대해 아는 거라곤 이름이랑 옆반이라는 것 정도에 집 방향이 비슷하다는 것 정도? 이걸 사귄다고 말 할 수가 있나? 오이카와는 문득 의문이 들었다.

하루에 세번 얼굴 보자는 약속이랑 같이 얼렁뚱땅 사귀게된 계약관계에 가까운 연인사이지만 오이카와는 드림주가 마음에 들었다. 얼굴만 잘 보여주고 이쁜짓만 잘 해주면 배구한다고 약속 깨도 뭐라고 안 하고, 오히려 응원해달라고 매달리면 눈 마주쳐 주면서 응원도 해주면서 자잘한 용품도 챙겨주고, 가끔씩 먼저 데이트하자고 요구하기도 하는데 곤란해 하면 강요하지 않고, 대회 기간에 오래 데이트같은 데이트를 못 해도 학교에서 스쳐지나가면서 얼굴 보는 것만으로도 괜찮다고 하고... 그리고 매번 얼굴만 보면 첫사랑에 빠진 것 마냥 볼 붉히고 웃는게 귀엽고, 하나씩 드림주의 대해 나열하다보니.

아, 내가 드림주를 정말 좋아하는 거구나. 하고 어느순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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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주는 진심으로 오이카와의 얼굴 말고는 관심이 없었다. 여자들에 둘러 싸인걸 봐도 아, 역시 미소년이라 인기 많구나. 배구한다며 약속을 파토내도 뭐 얼굴은 봤으니까. 하고 넘기는 편이었다. 드림주는 내 어딜 보고 만나는 거야? 하고 오이카와가 묻는다면 본심은 망설임없이 얼굴이라고만 답할 것이다. 뭐 실제로 그렇게 말 하기도 했고

근데 아무리 이쁘고 잘생겨도 언젠간 좀 질리고, 오이카와가 수줍어 하는것도 보기 좋았고, 항상 생글생글 웃는 것도 귀엽긴 했지만 드림주의 이상형인 성격이랑 오이카와의 성격이 많이 달라서 드림주는 하루하루 보는 얼굴에 서서히 마음이 식어갔다. 마음이 식는 것과 별개로 그의 얼굴이 잘 생긴건 변함이 없어서 얼굴만 마주하면 베시시 웃는 드림주에 그녀의 마음이 식어가는 걸 오이카와는 전혀 알지 못 했다.

오이카와는 저와 마주하면 웃는 드림주의 얼굴에 조금씩 설레면서 이제는 제가 먼저 데이트 신청하고 드림주가 관 심갖고 즐거워 하는게 뭔지 궁금해 하기 시작했다. 다들 싫어하는 소나기가 시원하다고 좋다고 하는 취향 하나, 단 음식은 별로 안 좋아하면서 주머니에 사탕 하나씩 넣어두고 다니는 습관 하나, 아침잠이 많아서 종종 지각하는 버릇 하나, 하나씩 알아가기 시작하면서 오이카와는 이제 이 관계를 즐기기 시작했고, 자기가 얼굴 관리만 잘 한다면 헤어지지 않을 거라고 안심하며 자신에 차 있었다.

하지만 드림주는 잘생긴 얼굴을 보면 웃음은 나는데 굳이 오이카와한테 메여있을 정도의 매력은 이제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고, 오이카와가 자각하기 하루 전 날, 그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오이카와"
"응?"
"우리 이제 헤어질까?"

평소랑 똑같은 데이트, 평소랑 똑같은 미소, 평소랑 똑같은 말투로 드림주는 덤덤하게 이별을 고했다.
너무 평소랑 똑같아서 이제 집에 갈까? 같은 물음처럼 들려서 오이카와는 얼떨떨하게 수긍해버렸고, 나중에 집에 가서 멍한 상태로 씻고 침대에 누운 다음에서야 헤어진걸 자각하고 눈물 뚝뚝 흘렸다. 헤어진 날, 12시가 땡 하면서 눈물도 후두둑 떨어지고 후회도 같이 떨어졌다.
뒤늦은 후회와 함께 오이카와는 드림주를 향한 마음을 자각하고 더 서럽게 울다가 다음날 눈 퉁퉁 부어서 등교했고, 드림주는 당연히 시작이 미적지근 했고 어제 오이카와도 아무렇지도 않게 수긍하길래 별 생각 없이 등교했다가 오이카와 얼굴 보고 극대노했다.

" 얼굴 말고 볼게 없는 애를 누가 이렇게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놨냐!!!"

오이카와 말 듣고 이와쨩 울부짖으면서 뛰어갔고, 드림주는 얼떨떨하게 혼자 복도에 남아서 얼굴이 왜 퉁퉁 부었나만 고심했음.

얼빠라 오이카와 얼굴'만' 좋아하는 드림주 때문에 난감해하는 오이카와 보고 싶음< 에서 시작했는데 왜 일케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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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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