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고구마
달2회 챌린지 - 제철음식
하하호호, 정겨운 웃음소리가 들린다. 그들은 봄이 왔다며 새로운 시작에 행복해 한다. 그들의 웃음에 누군가는 마음이 문드러지고 있음을 모른 채, 그들은 행복해 한다. 그들은 이제 막 자란 새싹을 보며 미래를 점치고, 그것이 어떤 식물이 될지 내기한다. 이것은 분명 예쁜 꽃을 피우리라 믿기도 하고, 저것은 분명 훌륭한 나무가 되리라 믿기도 한다. 그들의 희망과 응원을 품은 채, 새싹은 햇볕으로 눈을 돌린다. 그 누구도 그림자를 보지 않는다.
푸른 이파리가 녹음을 이룬다. 누군가는 거대한 나무가 되려 애쓰고, 누군가는 화려한 꽃을 피우려 분주하다. 그들은 제각기 다른 이유로 영양을 흡수하려 든다. 그들의 뿌리가 얽히고 설켜 땅을 뒤덮었지만, 그 누구도 불편을 토로하지 않으며 자신의 성장만을 뽐내고 있다. 그들을 보며 햇볕은 웃음 짓고, 바람은 산들거리며 소식을 전한다. 그에 질세라 구름도 따스한 비를 내리며 온기를 건넨다. 그들만의 축제이다. 그 누구도 땅 밑을 보지 않는다.
붉고 노란 것들이 땅을 뒤덮는다. 푸른 것들은 지고, 붉은 것들이 올라온다. 자신의 화려함을 뽐내지 못한 이들은 뒤늦게 노력하며 시선을 끈다. 자신의 화려함을 온세상에 알린 이들은 만족하며 마지막 열매를 맺는다. 누군가는 열매를 보며 생의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누군가는 그것을 맛보며 생의 순환을 깨닫는다. 그들은 자신의 교훈을 귀하게 여기며 다른 이에게 설파한다. 교훈을 전해들은 이들은 또다시 다른 이에게 살을 덧붙여 전한다. 그들의 이야기는 끊이지 않는다. 그 누구도 내면을 보지 않는다.
하얗고 차가운 입자가 흩날린다. 누군가의 머리에도, 누군가의 입에도, 누군가의 어깨에도. 모두에게 공평히 내리는 그것은 헐벗은 이에게 옷이 되어준다. 화려함이 끝난 곳에는 또다른 아름다움이 남는다. 누군가는 차갑게 여기는 그것이, 누군가에겐 따스하게 여겨진다. 모두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껏 웃는다. 그 누구도 발 아래를 보지 않는다.
그러나 괜찮다. 그들은 하나같이 무언가를 들고 있다. 짧은 생 내내 외면당해온 이는 생이 다해서야 그들을 마주한다. 아름답지도 거대하지도 않던 이는 황금빛을 띄며 고개를 든다. 그림자에 묻혀 외로움에 떨어야만 했던 이는 모두의 온기를 느끼며 행복을 전한다. 그제서야 그는 웃음을 품을 수 있게 된다.
댓글 0
추천 포스트
염님
연교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