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궁

[견휘] 戀書

수취인불명

오늘따라 달이 무척 밝은 밤입니다.

밤하늘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그 아무리 칠흙같은 어둠일지라도 당신의 머리칼만큼 완전한 어둠은 없어서, 저는  매일 종종 그 어둠에 어울리는 별이 되고 싶었습니다. 당신의 곁에서 그 어떠한 핑계도 생각해 낼 필요없이 당당히 옆에 있을 수 있는, 그러한 존재가 되고 싶었습니다.

제가 아주 어릴 때 당신이 그런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습니다. 하늘이 정해준 인연은 태어날 때부터 붉은 실로 이어져있다는 이야기를. 그 뒤로 저는 당신의 새끼 손가락을 가만히 쳐다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습니다.

그 이야기가 머릿속에 희미하게 남아있을 만큼 오랜 시간이 흘렀을 무렵에는 당신과 나의 사이에 붉은 실이 아니라 검은 실이라도 이어져있길 바래본 적이 있습니다. 그마저도 당신의 다정에 금세 녹아버렸지만.

저에게 세상을 알려준 사람도, 세상을 수놓은 글자를 알려준 사람도, 심장이 전속력으로 널뛰는 감정을 알려준 사람도 전부 당신이 처음이라. 당신이 베풀던 다정은 너무나도 달콤해서, 세상 그 어떠한 것보다 덜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사랑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커다란 운명의 작용처럼 당신을 사랑하게 되었으나, 당신에게 나는 그저 작은 아이일 뿐이라, 그걸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나라서, 이 기만의 감정을 품게 된 나를 많이 원망했습니다.

당신의 애정 없는 다정과 저의 아양(啞羊)같은 사랑이 이 계절을 전부 낱낱이 헤아리며 지나갈테니. 지나갈 모든 계절이 멸렬하게 되어, 당신의 다정이 섞인 기만이, 저의 사랑이 섞인 기만이 전부 사라진다면. 그 때는 또다시 제가 당신을 죄책감없이 사랑하게 되어 당신의 별이 되길 기도합니다.

오늘도 밤하늘을 들여다보며 당신의 머리칼을, 당신의 눈을,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밤하늘에 별이 제게로 쏟아져, 밤하늘을 무수히 수놓는 별이 될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언젠가는 저도 별이 될 수 있을까요.

끝내 끝을 적지 못해, 아마 영원을 수취인불명으로 남게 될 연서들이 당신을 향하지 않은 적이 없으니. 저는 다만 당신이 제게 알려준 언어로 당신에게 사랑을 전할 뿐입니다.

카테고리
#오리지널
페어
#BL

해당 포스트는 댓글이 허용되어 있지 않아요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