爛漫

유휘 재회 IF

견월록 2차 by 키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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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월은 놀리던 붓을 멈추고선 창 밖을 바라보았다. 작열하는 태양, 새파란 하늘, 선선하게 부는 바람에 흔들리는 이제 막 봉우리를 맺은 꽃나무까지. 그 광경을 눈에 담자니 한숨이 턱끝까지 차올랐다.

결국은 또, 영락없는 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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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봄마다 그 곳을 찾는건, 어쩌면 나름대로의 추모였을지도 모른다. 그 곳은 그 사람이 남긴 유일한 가장 그 사람다운 공간이었으니까. 그 곳에 가만히 그를 기다리고 있다보면, 결국 옷에 매화향기가 잔뜩 묻어 애써 생각하려 하지 않던 그의 미소가, 그의 마지막이, 그와의 첫만남이 계속해서 생각나 아마 한동안은 또 고생하겠지만.

잊지 말아달라고 했으니까.

이 곳에서 만나자 했으니까.

시선을 올려 지독히도 붉은 꽃잎을 가만히 바라본다. 하나씩 떨어진 꽃잎이 바람에 휘날려 파란 하늘을 수놓는다. 손을 올려 매화 한 가지를 쥐어 꺾었다. 이 꽃을 귀에 꽂아주면 그가 환하게 웃곤 했었는데. 꺾은 꽃을 그러쥔 손에 힘을 준 채로 나무에 기대어 걸터앉는다.

나는, 매화를 그리 좋아하지 않아. 당신과 미치도록 닮아있잖아. 휘월이 자조적으로 웃었다. 돌아오면 이 곳에서 가장 먼저 만나기로 했으니까, 그러니까 기다리는거야. 이 빌어먹을 향기가 가득한 공간에서. 듣는 이 없는 한탄인 걸 알면서도 휘월은 중얼거렸다. 그러다 보면 그리운 목소리가 대답해줄 것만 같아서.

바람에 매화향기가 훅- 하고 불어온다. 눈쌀을 찌푸리기 전에 사박사박 마른 꽃잎을 밟는 소리가 들려온다. 익숙한 인기척에 고개를 돌리기도 잠시.

달아-

하고 그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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