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세카] 요란한 시계소리, 요란한 웃음소리, 요란한 학교의 낮
츠카사+미즈키 NCP // 커미션 작업물
학교는 지루하고, 따분하고, 쓸모없다.
—1학년 A반 아키야마, 맞지?
—소문대로 진짜 예쁘다.
—아니, 소문이 약한 거 아니야?
매일같이 질리지도 않고 똑같은 일의 반복일 뿐이다.
—선배, 2학년 A반이라고 했죠?
…
미즈키는 무겁게 내리눌리는 눈꺼풀을 몇 번씩 깜빡거렸다. 커튼을 치지 않았는데도 방 안은 어두웠고, 벽 너머로도 집안의 고요함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옆으로 돌아 누운 미즈키는 스마트폰의 화면을 켰다. 3시 34분. 그럼 그렇지, 속 편하게 잠 잘 수 있을 리 만무하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두 시간도 채 잠들지 않았다. 이래서야 오늘 작업은 스킵한다고 한 의미가 없어지잖아, 성가심이 엉킨 심통이 가장 먼저 머릿속으로 튀어나왔지만 다시 PC를 킬 마음은 들지 않았다. 유키의 일로 모두가 예민한 시기였다. 그런 게 딱히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런 일쯤 짐작하는 건 어렵지도 않았다.
반 바퀴를 더 굴러 베개 커버에 얼굴을 푹 묻은 미즈키는 한참 동안 그 상태로 미동도 않고 가만히 있었다. 아날로그 시계의 초침 소리가 귓전을 시끄럽게 때리며 요동쳤다. 공연한 짜증이 솟구쳤지만 시계를 베개 속에 넣어버릴 마음은 들지 않았다. 사방이 고요할 때면 으레 시계 소리가 거슬려 몇 번이고 버리려 했으나, 시계조차 없는 방 안은 무기질이라도 된 것처럼 느껴졌던 기억이 선명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대로 저 소리를 인내하고 싶지만도 않아서 자리에서 일어난 미즈키는 침대 옆 서랍장의 한 칸을 열었다.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경보기 같은 모양의 기계장치를 내려다 보는 분홍색 눈이 무감했다. 그럼에도 미즈키는 그것을 손 안에서 몇 번 매만지다 아날로그 시계를 밀어낸 자리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이불 안으로 도로 들어간 뒤 기계의 동작 버튼을 눌렀다.
약간의 침묵 뒤에 가성 뺨치도록 가느다랗고 발랄한 목소리가 방 안에 울렸다.
「원더호~이♪」
미즈키는, 웃지 않았다. 그 대신 장치의 버튼을 한 번 더 눌렀다.
「반짝반짝~ 서니서니~☆」
「확실한 미래의 스타! 이름하여……」
「뭐라고오오오오?!」
두 번을 더 누른 끝에는 옆으로 누운 연분홍 머리의 사람 입에서도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나왔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쿡쿡대는 소리를 작게 죽이며 미즈키는 이불을 뒤집어쓴 채 중얼거렸다.
“뭐냐고, 진짜. 꼭 일부러 조정이라도 해 둔 것처럼. 기가 막히게 이어지잖아….”
‘기가 막히게 이런 순간에 필요한 대사가 나오잖아.’ 그 말은 입 바깥으로조차 나오지 않았지만, 반동이라도 되는 것처럼 미즈키의 안에서 한없이 맴돌았다. 미즈키는 그 소리를 말없이 듣고 있다가, 조금 뒤 숨이 답답해지기 시작해 이불을 턱 아래로 밀어내렸다.
코 끝으로 새벽녘의 공기가 조금 차갑게 들어왔고, 선잠에서 깨어나 몽롱한 채였던 고등학생은 그 상태로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곧 잠들 것만 같은 사람처럼. 무리도 아니었다. 바보처럼 웃고 나면 언제나 힘이 빠지곤 했으니까.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랬으니까.
사람이라면……. 그 뒤의 생각은 이어지지 않았다. 거짓말처럼 수마가 눈꺼풀을 두드리듯이 덮어 주었다.
…
…
“안녕하세요, 선배~”
“오, 아키야마. 기다리고 있었어. 정말로 와 줬네.”
흥미가 부추기는 호기심으로 얼굴이 반쯤 상기된 2학년은 올라간 입꼬리를 숨기지 못하며 미즈키 앞에 섰고, “진짜냐?”, “야, 빨리 와봐!”라며 수군대느라 바쁜 다른 2학년들이 그 뒤에서 노골적으로 몰려들었다. 미즈키는 아랑곳 않고 활짝 웃었다.
“그럼요~ 제가 먼저 오늘 뵙자고 했잖아요? 근데, 제 작은 부탁 하나만 들어 주실래요?”
“그럼, 물론이지! 뭐든 말해 봐.”
“그게~ 이 반에 있는…”
“이게 누구야! 아키야마 아닌가!”
호랑이는 제 말 하면 오는 법이라지만, 페가수스는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오는 법이랬다. 어떤 동화책에도 적혀 있지 않은 문장을 혼자 즐겁게 속삭이며, 미즈키는 깜짝 놀란 듯한 표정으로 츠카사를 바라봤다.
“와! 츠카사 선배~! 좋은 점심이에요~”
“그래, 물론이다! 너도 좋은 점심. 음? 우리 반의 센고쿠와 볼 일이라도?”
“아, 그게 말이죠. 실은 센고쿠 선배가 어제 저한테 살그마니 부탁하지 뭐예요. 츠카사 선배의 한정판 사인이 혹시 남아있느냐고….”
“뭣이?! 센고쿠, 아키야마에게 그런 부탁을 했나?”
“아, 아키야마?”
미즈키를 바라보던 2학년은 깜짝 놀라며 얼어붙었지만, 미즈키는 아니었다.
“저, 진심으로 2학년 선배의 부탁을 들어드리고 싶었지만… 저한테도 츠카사 선배의 한정판 사인은 굉장히 소중해서요~”
“그럼, 그럼. 물론이지! 잘 알겠다, 아키야마. 무척 난처했겠군. 여긴 걱정 마라. 나머진 모두 나에게 맡기도록 해. 센고쿠! 며칠 전부터 학우들과 비밀리에 모이던 게 설마하니 나 때문이었다니… 자, 따라와라! 너희 모두! 점심시간은 짧아!”
붙잡을 새도 없이 츠카사는 2학년과 그 뒤에 모여 있던 나머지를 남김없이 양떼몰이하듯 데려갔고, 미즈키는 휘파람 불듯 양 손을 입가에 대고 호응을 덧붙였다. “잘 부탁해요, 츠카사 선배~!” 확실한 미래의 스타는 알뜰하게도, 그런 미즈키에게 걱정 말라는 사인을 보내는 것까지 잊지 않았다. 어쩐지 작동시키지도 않은 기계장치의 버튼이 마구마구 눌리는 듯한 소리가 멀찍이서 들려와, 웃지 않을래야 웃을 수밖에 없는 건 덤이었다.
눈꼬리에 조그맣게 맺힌 눈물을 닦으며 미즈키는 즐겁게 몸을 돌렸다.
학교는 지루하고, 따분하고, 쓸모없으며, 매일같이 질리지도 않고 똑같은 일의 반복일 뿐이었지만, 이제는 원한다면 언제든 잘 짜인 희극을 감상할 수 있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놀랍게도 그랬다.
좋은 희극을 감상한 뒤엔 식도락이 고파지는 법. 복도를 내딛는 사람의 발걸음이 경쾌했다.
“다르게 흘러가면 점심이나 얻어먹을까 했는데, 실패해 버렸네~ 어쩐다. 안은 위원회에 간다고 했으니, 에나 동생에게나 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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