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머 걔

[왕샤오]드러머보X보컬유튜버잔

쓰다 by 인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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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패치

*드러머보X보컬유튜버잔

*본 연성은 주간 창작 챌린지 도전 6월 2주차 주제 - ‘밴드’에 참여한 글입니다.

*3,200자

* * *

쿨흑표 : 안녕하세요, 회색늑대님. 유튜브에 올라오는 노래 항상 잘 듣고 있습니다. ^^ 저 이상한 사람은 아니고, WZ밴드에 속해있는 왕이보라고 합니다. 그리 유명한 밴드는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공연도 하고 있습니다. 궁금하시면 확인해 보시라고 저희 공연 영상 링크 첨부해 드릴게요.

다름이 아니라, 이번에 저희 보컬 자리가 비어서요. 제가 예전부터 회색늑대님 음색을 좋아해서 구독도 하고 매번 잘 듣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사심 좀 넣어서 저희 팀 보컬로 들어오실 생각이 있는지 연락드려봅니다. 너무 부담 갖지 마시고 천천히 생각하고 답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긍정적인 답변 기다리겠습니다ㅠㅠ!)

그럼 좋은 하루 보내세요! (_ _)


“…WZ밴드?”

핸드폰으로 DM창을 뚫어지게 보던 샤오잔이 쿨흑표가 보내준 영상 링크를 눌러볼지 말지 고민했다. 이거 누르면 돈 빠져나가는 거 아니야? 아니면 친구가 필요한 외로운 여성들이 헐벗고 있다던가. 눈썹이 좁아진 샤오잔은 쿨흑표의 계정에 들어갔다. 프로필 사진이 없어서 설마 했는데, 만든 지 얼마 안 된 듯 아무런 게시물도 없었다.

수상한데.

고민하던 샤오잔은 유튜브 검색창에 ‘WZ밴드’를 직접 검색했다. 그러자 WZ밴드의 공식 계정으로 보이는 프로필이 보여서 클릭했다. 안에는 그동안 공연했던 영상이나 연습하는 모습들이 있었다. 구독자 360명에 가장 높은 조회수는 582회. 흠…. 샤오잔은 가장 높은 조회수 동영상을 눌러봤다. 그건 딱 봐도 어디 지하실 라이브 바 같은 곳에서 좋지 않은 화질로 촬영된 영상이었다. 전체적으로 어두웠고 조명도 조잡했다. 샤오잔은 조금 따분한 얼굴로 연주가 시작되길 기다렸다. 드럼의 스틱 소리가 딱딱 들렸다.

시작부터 올드하네.

샤오잔이 턱을 괸 채 아무런 기대 없이 바라봤다. 기타의 독주로 먼저 시작된 연주가 중반을 넘어 음악 한 곡이 끝날 때까지, 샤오잔의 표정은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예상대로 별로였다. 일단 첫 번째로, 샤오잔의 음악 스타일과는 맞지 않았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곡 자체도 올드하고 전혀 임팩트가 없었다. 다들 연주 실력은 괜찮은데, 트렌드는 모르는 느낌. 어떤 패턴이 인기 있고 대중적인지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시간 낭비 했다.

샤오잔은 재생하던 영상의 뒤로가기를 눌렀다. 그리고 황급히 다시 껐던 영상을 켰다. 방금 뭘 본 것 같은데…. 밴드의 연주가 끝나고 조금 밝아진 조명으로 멤버들의 얼굴이 드러났다. 그들은 서로의 연주에 만족했는지 가볍게 눈을 마주치며 웃었고 이내 관객에게 인사했다. 샤오잔이 핸드폰에 들어갈 기세로 뚫어져라 영상을 보았다.

드럼 치는 애… 좀 잘생겼네…. 얼굴 더 자세히 나온 건 없나?

영상이 끝나자마자 재생 목록을 훑었다. 그러다 환한 연습실 썸네일을 보곤 재생시켰다. 아까 그 영상은 화질이 너무 안 좋기도 하고 어두침침해서 어느 정도 미화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번 영상은 화질도 좋고 불도 훤하게 켜 있었다. 샤오잔은 제발 실망시키지 말라는 마음으로 화면을 지켜봤다. 보컬이 가지고 있던 카메라가 거치대에 세워지자 각 악기를 점검하고 있는 멤버들이 화면에 잡혔다.

“…보컬 한다고 할까…? 재미있을 것 같긴한데.”

확신의 잘생김이었다. 캐주얼한 복장에 모자까지 눌러썼으나 그 빼어난 외모는 숨겨지질 않았다. 그리고 보다 보니 역시 연주 실력은 다들 수준급이었다. 역시 곡을 잘못 만난 느낌…. 그리고 보컬의 기량도 부족해 보이고. 영상의 마지막까지 드럼 멤버를 뚫어져라 보던 샤오잔이 다음으로 뜨는 추천 영상을 본능적으로 눌렀다.


회색늑대 : 안녕하세요, 쿨흑표님. 그간 잘 지내셨나요? 우선 좋은 제안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신중하게 고민해 보느라 답이 늦어졌네요. WZ밴드의 공연들 몇 개 찾아봤는데… 조금 갈등이 되기는 해서요. 사실 제가 링크는 선뜻 누르기가 꺼려져서 직접 검색으로 찾아봤거든요. 그런데 쿨흑표님의 계정에는 프로필 사진이나 게시글이 없어서……. 정말 WZ의 멤버가 맞는지 확인할 길이 없네요….

음……. 그래서 말인데, 혹시 셀카나 얼굴 나온 사진 하나 보여주실 수 있을까요? 다른 뜻은 없고 정말 확인상…. 아, 그리고 멤버 중에 어떤 악기를 담당하시는 지도 알려주시겠어요?

아, 그리고 제 노래를 좋아해 주신다니 감사합니다.


“미친!”

DM창을 확인한 왕이보가 벌떡 일어났다.

“왜?”

“회색늑대님한테 답 왔어!”

“하겠대?”

“아니, 아직 확실한 답은 안 줬는데 일단 사진 좀 보내달래. 내가 멤버인지 확인이 필요하다네. 아, 역시 우리 회색늑대님 꼼꼼하고 섬세하시기도 해라.”

“지랄 났다.”

베이스의 줄을 튕기며 WZ밴드 멤버인 규태가 고개를 내저었다. 왕이보는 아랑곳하지 않고 핸드폰 앨범을 뒤적거렸다.

“씁, 어떤 걸 보내줘야 하지. 우리 멤버 다 같이 있는 사진을 보내줘야 하나. 셀카나 얼굴 사진 보내달라고 하긴 했는데.”

“셀카를?”

“응. 셀카 별로 없는데…. 그냥 지금 찍어서 보낼까.”

왕이보는 일어났던 의자에 다시 앉았다. 앞에 있던 드럼 스틱을 잡고 탐과 심벌이 잘 보이도록 위로 들어 셀카를 찍었다. 한참을 찍고 지우고를 반복하자 규태는 딩~하고 튕겼다.

“야, 헛물켜지 마. 구독자 25만 명이라며. 우리는 350명인데 그 사람이 왜 우리 보컬을 해주겠냐. 게다가 작사, 작곡까지 하는 능력자라며.”

“인생 그냥 들이대 보는 거지, 뭐.”

신중하게 사진을 고르던 왕이보고 고민하다가 사진 하나를 골랐다.

“안녕하세요, 답장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급하게 연락하느라 없던 계정을 만들었거든요. 제가 미처 그 부분까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WZ밴드의 드럼을 맡고 있는 왕이보라고 합니다. 사진은 방금 찍은 걸로 보냈습니다. 저 믿으셔도 돼요!”

왕이보가 DM의 메시지를 적으며 입으로 읽었다. 그러다가 마지막 문장을 말하곤 눈을 굴렸다.

“마지막은 뺄까?”

“어. 더 수상해.”

“오케이.”

규태의 말마따 뒤의 문장을 지우고 전송 버튼을 눌렀다. 왕이보가 끄아악 하는 소리를 내며 앱에서 나왔다.

제발, 보컬은 아니라도 이번 기회에 회색늑대님 실물 영접 한 번만이라도…!

왕이보의 마음속 외침이 끝나자마자 메시지의 알림이 울렸다.

“왔다, 벌써 답 왔어! 아 떨려….”

회색늑대가 보낸 답은 간단했다.

회색늑대 : 일단 만나서 얘기 나눌까요? 😊


안녕하세요, 인망입니다.

주간 창작으로 나오는 글은 모두 프롤로그, 혹은 1화 정도라고 볼 수 있겠네요.

원래 2화라는 건 반응이 좋아야 나오는 거 아시죠…? ^^*

글리프에 올라오는 글은 가볍게 읽고 넘겨주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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