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타투

[왕샤오]미스테리연하보X조폭형님잔

쓰다 by 인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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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샤오 연성

*미스테리연하보X조폭형님잔

*본 연성은 주간 창작 챌린지 도전 6월 1주차 주제 - ‘무지개’에 참여한 글입니다. 1,800자의 아주 짧은 단편입니다.


“그냥 죽여요.”

“그럼 되겠니? 이렇게 밤일을 잘하는데.”

하얀 셔츠 한 장 걸치고 있던 샤오잔은 침대 옆 협탁에 두었던 지포 라이터의 뚜껑을 열었다.

띵- 탁, 띵- 탁.

침대 헤드에 기댄 그가 지루한 표정으로 은색 뚜껑을 여닫길 반복했다. 입에 담배가 물려있었으나 불을 붙이진 않은 상태였다. 나체로 옆에 누워있던 왕이보는 상체를 들어 샤오잔의 잇새에 자리 잡은 담배를 손가락에 끼워 가져갔다. 그러곤 보란 듯이 샤오잔의 라이터 든 손을 끌어왔다. 샤오잔의 크고 길게 뻗은 나른한 눈이 왕이보를 훑었다.

왕이보는 열린 지포 라이터의 불을 켜선 곧장 담배에 붙였다. 열기 띤 주홍빛이 아직 이십 대 초중반밖에 되지 않은 남자애의 얼굴을 비쳤다. 어쩌다가 이런 어린애랑 반 년 가까이 잠자리를 가지고 있는지. 샤오잔은 새삼 어이가 없어서 눈썹 한쪽을 올렸다. 왕이보는 어디서 본 건 있는 듯 담배를 불에 댄 상태로 습습 숨을 들이마시다가 콜록거렸다.

“애쓴다.”

샤오잔은 땀으로 젖었던 머리를 손으로 쓸어올리곤 왕이보의 마디 굵은 손에서 담배를 뺏어갔다. 볼이 옴폭 팰 정도로 깊게 들이마시는 모습에 왕이보의 서러운 눈이 올곧게 그를 응시했다.

“그건 요즘 애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건가.”

“뭘요.”

“손목에 그거.”

왕이보가 저의 손목을 돌렸다. 깜찍한 무지개 타투가 컬러로 새겨져 있었다. 그는 민망한 듯 금세 손을 내려 이불에 숨겼다.

“아니에요, 그런 거…….”

“귀여운 취향이네.”

“…아니라고요…….”

입을 일자로 꾹 물곤 눈동자를 굴렸다. 토라졌다는 게 팍팍 티 나는 어린 남자애를 보며 샤오잔은 설핏 웃음 지었다. 처음 몸을 섞었던 침대에서 이미 본 타투였지만 굳이 언급하진 않았었다.

어느 날 차 앞으로 뛰어든 맹랑한 녀석. 겁을 주고 돌려보냈더니 그 이후로 계속 같은 길목에서 튀어나와 기어코 치이는 바람에 골치 아프게 했던 놈.

“오늘은 기다리지 말고 집에 돌아가 있어.”

“…왜요. 또 뭐 하는데.”

“뻔하지.”

“…누구 죽여요?”

픽 웃은 샤오잔이 입꼬리를 길게 올렸다. 저렇게 겁먹을 거면서 툭 하면 자길 죽이라고 한다. 왕이보가 죽음을 얘기할 때마다 쟨 뭘 믿고 저렇게 까불까 하며 외려 더 지켜보고 싶었다.

샤오잔은 아직도 저 아이가 왜 차에 계속 뛰어들었는진 알아내지 못했다. 그저 귀찮고 조금 궁금하고 바득바득 대들던 눈빛이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호기심에 침대로 불러들였다. 예상보다 더 만족해서 여태 받아주고 있는 걸 보면 보통 내기가 아니었다. 하긴, 생긴 건 좀 취향이었다.

 

블랙 수트의 재킷을 걸친 샤오잔에게로 회색 후드티를 입은 왕이보가 다가왔다.

“향수 안 뿌리는 게 좋던데.”

“까분다.”

샤오잔은 향수를 꺼내기 위해 재킷 주머니로 넣었던 손을 빼냈다. 그의 손이 들린 것 없이 빠져나온 걸 보곤 왕이보의 광대가 봉긋 올라갔다.

“내일은 꼭 날 죽여줘요.”

구두 굽을 탁탁 바닥에 치던 샤오잔이 대충 손을 들어 휘휘 저었다.

“그래. 내가 널 죽이고 싶을 만큼 박아봐. 더는 잠자리 안 해도 되겠다 싶을 만큼 만족하면 그 소원 들어줄 수도 있을 테니.”

“쓸 만큼 쓰고 버리겠다는 말로 들리네요.”

팔짱을 낀 왕이보를 보며 샤오잔이 작게 고개를 저었다. 입꼬리를 올리고 있던 그가 표정을 지우고 문고리를 돌리자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정장 차림의 사내들이 허리 굽혀 인사했다. 샤오잔은 제 부하에게 별다른 눈길도 주지 않고 현관을 빠져나갔다.

까맣고 고요한 눈이 닫힌 문을 바라봤다. 왕이보가 저의 손목 안에 자리 잡은 무지개 타투를 만지작거렸다.

“…기억도 못 하면서.”

발을 돌린 왕이보도 그의 집에서 나가기 위해 외투를 걸쳤다.


안녕하세요, 인망입니다.

글리프 챌린지를 하길래 슬쩍 참가해 볼까 하고 아주 짧은 글을 끄적여 봤어요.

뭘 쓸까 하다가 트위터에서 짧게 풀었던 썰이 떠올라서 뒷내용이라고 제 멋대로 상상하고? 썼습니다 ㅎㅎ 밖에서 급하게 썼던 거라 썰에 대한 오타는 눈감아주세요… 트위터 수정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네요.;;

혹시 궁금한 분이 계실까 봐 썰은 아래 링크로 남겨두었습니다.

https://x.com/ZzinLove_2020/status/17446196682484494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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