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1차 헌터물 조각으로 써대던거 평화AU 써보기

한여름날이었다. 하늘은 맑다못해 구름 한 점 없었고, 창 너머로 뜨뜻미지근한 바람만이 불어왔다. 다들 더위를 피해 도망간듯 밖은 매미소리만 가득하다. 나는 연신 옷을 펄럭였다.

“아, 더워. 더워서 미쳐버리겠네, 진짜. 옷 다 찢어버리고 싶다.”

“나는 이런 날씨에 에어컨도 선풍기도 고장난 니네 집에 날 부른 널 더 찢고 싶다. 이게 뭐야, 진짜.”

“시끄러, 어차피 과제는 해야했잖아….”

부러 더위에 투정도 부려봤지만 친구는 그 투정을 팩 내팽겨쳐버렸다. 당연하지, 내가 한여름 이 땡볕이 그대로 내려쬐는데 선풍기 하나 없는 집에 불렀으니. 나는 손수건에 싼 얼음팩 하나를 던져주며 말했다.

“그래서 연구과제는 생각한 게 있어?”

“겠냐…. 너는?”

매한가지지.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친구는 내 움직임에 한숨을 거나하게 내뱉더니 연신 투덜대기 시작했다.

“아니, 그래서 대학생에게 무슨 가설부터 세워서 연구를 하라는 건데. 교수가 우리를 무슨 예비 대학원생으로 보나봐.”

“예비 대학원생 맞잖아.”

“아니, 그 말이 아니잖아!”

친구의 신경질에 나는 웃음을 잔뜩 터뜨렸다. 내가 웃자 친구도 연달아 웃었다. 전파된 웃음을 잔뜩 즐기다가 조금 소강되었을 때, 친구의 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어쨌든. 중요한 건… 아, 씨X, 이거뭐야!”

“아아아아아악!!! 이거 좀 어떻게 해봐!”

“머리 좀 더 털어봐, 아, 날라간다! 잠깐만, 저거 잡아서 밖에 날릴게.”

“방충망 안닫았어? 이렇게 큰 게 어디서 들어왔대?”

...물론 금방 끊겨버렸지만. 아니, 근데 생각해봐. 애 머리 쓰다듬는데 무슨 고양이 뭉친 털도 아니고 뭐가 턱 걸려. 근데 그게 알고보니 다리는 여섯개요, 크기는 검지손가락만한 매미라고. 대화가 안끊기는게 이상했다.

“됐다…. 매미주제에 왜저리 날쌔냐. 살려주려해도 지X이야. 그냥 방충망 열어둘까, 나가라고?”

“너 그러다 모기에게 다 뜯긴다? 내가 잠자리채 찾아봄. 있다면서.”

“어, 거 신발장에.”

머리에서 털어낸 다음은 괜찮았다. 나와 친구는 매미를 잡는데 성공했고, 무사히 양 손 안에 가뒀다. 이제 창 밖으로 던질 차례인데… 창을 열기 위해 한 손으로 바꿔잡기에는 탈출할까 두려워 친구의 도움을 받았다.

“방충망 연다?”

둘, 셋. 친구가 방충망을 엶과 동시에 나는 팔을 뻗어 매미를 해방시켰다. 매미는 위잉- 날개를 흔들며 저 멀리 날아갔다. 파란 하늘 너머로 날라가 점으로조차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우리는 한가지를 발견했다.

“어, 무지개다!”

“인공눈물 주랴?”

“아니, 여기 봐!”

방충망에 빛과 물이 어렸는지 손바닥보다도 작은 무지개가 빛나고 있었다. 무지개보다는 CD조각이나 거울에 비친 빛 같이 히끄무리했지만, 우리에겐 무지개였다.

“매미가 준 선물인가봐.”

“그러려면 매미가 오줌 싸고 갔다는 소린데.”

“아, 더럽게 왜 그래! 근데 연구 소재 이걸로 할까? 완전 하늘이 내려준 운명의 주제 같잖아.”

“미쳤냐...”

매미가 두고간 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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