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디미션 BOND

[체슬모쿠 / 체즈모쿠] 질투의 세레나데

당신의 대답을 이어줘요

‘인기 밴드 BOND의 멤버 간 열애설, 그 주인공은 바로?’

“하하, 이런 제목이라면 안 눌러보곤 못 배기겠네~”

“망할!! 내가 어딜 봐서 이 아저씨랑 연애 중인 건데!!”

“아론 자기, 나랑 연애 중인 게 아니었어?”

“…그 입, 다물지 않으면 강제로 다물게 해줄 테다.”

아론은 주먹을 꽉 쥔 채 부들부들 떨었다. 모쿠마는 가볍게 웃음을 흘리다가 ‘네…’라고 말한 뒤 입을 꾹 닫았다. 조용해진 모쿠마는 가만 생각했다. 이런 일이 일어났다면 가장 먼저 놀릴 법한 체슬리가 웬일로 지금까지 조용한 게 신경 쓰였다.

흘깃 바라본 체슬리는 평소처럼 태연한 표정이었지만, 어딘가 분위기가 무거웠다. 뭔가 거슬린 거라도 있나? 모쿠마는 슬금슬금 체슬리의 곁에 가 그의 팔을 툭 쳤다. 체슬리는 생각에 잠겨 있다가 현실로 불려 오기라도 한 듯 살짝 놀란 채 모쿠마를 바라보았다.

“뭔가 고민이라도 있어, 체슬리?”

“아뇨. 없습니다.”

별일 아니라는 듯 시큰둥하게 말하는 체슬리의 모습에 모쿠마는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도와주고 싶어도 저렇게 꽁꽁 감싸버리면 뭔가 해줄 수 없었다. …큰 문제라면 말해주겠지? 그렇게 생각한 모쿠마는 넘어가기로 했다.

모쿠마가 더 이상 관심을 주지 않자, 체슬리는 루크에게 화살을 돌렸다.

“보스. 열애설에 대한 감상은요?”

“어? 내 감상이 필요한가?”

“어라, 보스는 그래도 괴도 나리의 가장 친한 친우가 아니었나요?”

“그, 그건 맞지. 으음, 나는 그냥 우리 밴드가 그만큼 사이 좋아 보인다는 걸로 받아들였어!”

모쿠마는 체슬리가 일부러 ‘친우’라는 말에 강조했다는 걸 금세 알아차렸다. 성격하고는.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이 분명히 있는데 그걸 털어놓지도 않은 데다가, 그 화를 타인에게 푸는 건 정말 옳지 못한 행동이었다.

밴드 내에서 아론과 루크가 서로 사귀고 있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다들 쉬쉬해주었기에 아론과 루크는 모르는 줄로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체슬리는 루크의 반응을 떠 보려 일부러 아픈 곳을 후벼 팠다. 모쿠마는 그를 저지하려다 멈췄다. 저 녀석의 치료는 거친 편이기도 하니까, 어쩌면 이건 치료의 일환일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면 사랑을 이어주려 발 벗고 나선 걸 수도 있고. 그것도 아니라면 그냥 성격이 꼬인 거겠지만. …일단은 두고 볼까? 모쿠마는 시선을 굴리다 체슬리와 마주치곤 빙긋 웃었다.

체슬리는 금세 시선을 피했다. 그것도 아주 싸늘하게. 모쿠마는 제가 미움을 살 일이 있었는지 행동을 되새겼다. 딱히 책잡힐 일은 없었다고 생각하는데…. 약간 상처받은 모쿠마는 괜히 머쓱해져 손을 쓱쓱 옷에 닦았다.

“괴도 나리는 기분 나빠했고… 모쿠마 씨는요?”

“응? 나?”

“네. 아무렇지도 않으신가요? 열애설.”

“음… 나는 아론 같은 멋쟁이랑 열애설이 났으니까, 조금 설렜을지도!”

“그 말인즉슨, 저랑 열애설이 났다면 심장이 남아나지 않으셨을 거다?”

“어?”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저는 정형화된 미남이니까요.”

체슬리와 열애설? 모쿠마는 상상해 보지 못한 가능성에 잠깐 생각에 잠겼다. 모쿠마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체슬리였지만, 진심이 될수록 이런 일로 엮이면 상대에게 미안해지는 게 본디 인간의 성정이었다. 모쿠마는 그 마음을 에둘러 표현했다.

“으음, 뭐랄까… 체슬리랑 열애설 나는 건 오히려 내가 죄송해지는 느낌이야. 격차가 너무 난달까.”

“…그렇습니까? 분수를 아는 사람이었군요, 모쿠마 씨.”

“아하하… 화난 건 아니지?”

“네, 뭐… 만약, 제가 화났다고 하면 생각이 달라지나요?”

“으응? 글쎄~”

지그시 바라보는 체슬리의 시선에 모쿠마는 눈을 굴렸다. 어째서인지 시선을 마주하고 있기 힘들었다.

“어디 가시나요, 모쿠마 씨?”

“아~… 아까 술을 좀 마셨더니 졸려서 말이야. 조금 자고 일어나려는데… 뭔가 할 말이라도 있어?”

“개인적으로 할 말이 있으니 같이 가시죠. 고민 상담입니다.”

“어라, 나랑? …그래, 뭐. 가자.”

불편한데. 모쿠마는 내색하지 않으려 애쓰며 회의실을 먼저 나섰고, 체슬리는 얌전히 그의 뒤를 따랐다.

모쿠마는 자연스레 방에 들어가 침대에 걸터앉았다. 누워서 이야기를 듣는 건 예의가 아니었고, 그 정도는 알고 있었다. 체슬리는 문가에 기대어 있다가, 손에 들고 있던 종이를 한 장 내밀었다.

“이게 뭔데?”

“이번에 연주할 악보입니다. 모쿠마 씨의 솔로 연주 부분이 있으니 미리 숙지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아하… 그렇구나. 어디 보자….”

모쿠마는 악보를 받아 코드를 읽었다. 애절한 사랑 노래였다. 루크가 소화할 수 있을지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정 하다가 안 되면 스이에게 도움을 받아서라도 연습하면 되겠지. 모쿠마는 음을 흥얼거리며 가사를 되새겼다.

‘나는 안 되나요, 다른 사람들에겐 곁을 내어주면서, 왜 내겐 그러지 않나요, 아마 그댄 이렇게 말하겠죠…’

기타 솔로 연주가 끝난 뒤에는 체슬리의 키보드 연주가 이어졌다. 가사는 없었다.

“여기 가사는 의도적으로 비워둔 거야?”

“아, 거긴 아직 가사를 못 정했어요. 떠오르지 않아서 말이죠.”

“별일이네. 체슬리가 노래를 쓰다 막히다니.”

“네, 그래서 모쿠마 씨께 상담하러 왔는데요.”

“왜 굳이 나랑?”

“마침 열애설이 뜨기도 하셨으니 잘 아실 것 같아서요. …만약 모쿠마 씨가 이런 사랑을 받는 대상이라면, 뭐라고 대답하실 것 같으신가요?”

“엑, 열애설과는 전혀 상관없는 느낌인데… 으음,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라면 소름 끼치는 사랑일 테니까.”

“아는 사람이라면요?”

“…지금 같은 상황이라면, 이 열렬한 고백을 퍼붓는 쪽을 체슬리라고 해석해도 돼?”

“좋을 대로 생각하세요. 저는 이 고민만 해결된다면 금세 곡을 쓸 수 있을 테니까요.”

의뭉스럽게 웃는 체슬리의 모습에 모쿠마는 작게 침음했다. 제 마음을 알면서 찔러보는 건가? 체슬리라면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라서 더 골치 아팠다. 게다가 좋을 대로 생각하라는 대답은 또 뭐란 말인가. 모쿠마는 고민하다가 도로 질문했다.

“체슬리라면 어때?”

“이런. 질문에 질문으로 대답하시다니. 비열하기 짝이 없군요.”

“아무래도 나는 이런 문제에 대입하기가 쉽지 않아서 말이야. 특히나, 고백하는 쪽이라면 몰라도 받는 쪽은 더더욱.”

“그럼 문제를 좀 더 단순하게 생각해 보죠. 해석의 여지도 없이, 제가, 당신에게 고백한다면, 당신은 받아주실 건가요?”

“…질문의 의도를 모르겠어.”

“어렵게 생각할 것 없는, 그냥 간단한 상황극입니다.”

“……나는, 이 질문의 답을 그렇게 쉽게 정할 수 없어.”

“왜죠? 정말로 저를, 좋아하기라도 하신가요?”

모쿠마는 흔들리는 눈으로 체슬리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 지그시 모쿠마를 마주하고 있었다. 모쿠마는 평소처럼 너스레를 떨며 넘어가려 했다.

“응, 그야… 아저씨는 BOND 멤버들 전부, 정말 좋아하니까…!”

“그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요?”

체슬리의 성격이 확연히 드러나는 질문이었다. 상대방의 마음을 알면서도 유독 다시 물어 굳이 입으로 확인받고야 마는 것. 체슬리는 모쿠마의 입에서 ‘너’라는 말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모쿠마는 상대가 원하는 답을 쉽게 내어주는 편이었고, 이번 역시 그러했다.

“으음, 그럼 역시… 체슬리가 아닐까? 잘생겼고, 노래도 잘 쓰고, 연주도 잘하고…”

“그럼 뭘 더 고민하시나요?”

방의 분위기가 확연히 바뀌었다.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압박감에 가까웠다. 왜 저렇게까지 해서라도 제 진심을 듣고 싶어 하는 것인지. 모쿠마는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내가 어떤 답을 하길 바라?”

“모쿠마 씨가, 진심으로 저를 원해줬으면 해요.”

모쿠마가 답을 쉽게 내어줄 생각이 없다고 선을 긋자, 체슬리는 제가 졌다는 듯 먼저 원하는 답을 실토했다. 그러나 오히려 체슬리가 너무 당당한 탓에, 승리한 쪽은 체슬리 같아 보이기도 했다. 아니, 애초에 이건 싸움도 아니었다. 그러니 승자와 패자도 없는 게 당연했다.

진득한 체슬리의 시선은 여전히 무거웠다. 모쿠마는 마른침을 삼키며 체슬리가 제게 했던 질문을 그대로 돌려주었다.

“왜? 설마 진심으로 나를 좋아하기라도 해?”

“네. 지금까지 모르셨다는 게 분할 정도로요.”

“뭐?”

예상외의 답에 모쿠마는 놀라 토끼 눈을 떴다. 체슬리는 정말로 몰랐냐는 듯 어깨를 한 번 으쓱이고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모쿠마의 앞에 섰다.

“사실은 질투 났습니다. 제가 정말로 싫어하는 야수와 제가 제일 사랑해 마지않는 모쿠마 씨가 열애설이 났다는 게.”

“자, 잠깐. 너무 갑작스러워…”

“모쿠마 씨는 그런 제 마음도 모르고 괴도 나리에게 자기라느니, 설렜다느니 하는 소리나 늘어놓으시고.”

“그건…”

“게다가 저는 너무 격차가 나서 안 된다고 못을 박기까지.”

“으악, 그건 네 마음을 몰랐으니까!!”

모쿠마는 비명이라도 지르듯 외치며 체슬리에게 답했다. 그 모습이 여간 우스웠는지 체슬리는 목을 울려 큭큭 웃고는 모쿠마에게 물었다.

“자, 저의 패는 다 공개했습니다. 어떠신가요? 제 진심을 속속들이 파헤친 감상은?”

“거짓말 같아… 너는 사기꾼이잖아. 심리전에 능한.”

“네. 그렇죠. 하지만 제가 굳이 품을 들여 이렇게 모쿠마 씨께 고백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래서 더 모르겠다는 거야…”

“별걱정을 다 하시는군요. 그냥 그게 제 진심이라고 받아들이면 되는 것을.”

체슬리는 잠깐 기다렸다가 안주머니에서 펜을 꺼내 내밀었다.

“제 마음에 대한 대답은 가사를 잇는 걸로 대신해 주시겠어요?”

“내 센스를 알면서도 그런 막중한 일을 맡기는 거야? 곤란한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모쿠마는 펜을 받았다. 침음을 흘리며 고민하던 끝에 모쿠마는 답을 정했다. 그리고 천천히 가사를 써 내려갔다.

‘너는 나를 믿지 못해도, 네겐 이미 마음을 내어주고 있는걸’

적당히 가사가 이어지면서도, 더욱 절절한 노래가 되도록.


주제는 ‘밴드’였습니다. 그래서 포지션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체슬리는 당연히 키보드일 거고, 루크는 팀 본드를 묶어주는 기반이니까 베이스, 아론과 모쿠마가 문젠데… 아론과 모쿠마 둘 다 보컬은 안 해줄 거 같고, 아론은 기타 같은 걸 치기보다는 드럼에 더 어울리는 느낌이라 드럼을 줬습니다. 그렇게 보컬은 자연스럽게 루크가 병행하는 걸로…

정말 재미있는 소재였는데 (밴드 내 멤버 간 열애설) 잘 못 살린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다음에 쓴다면 더 오랜 기간을 들여서 잘 다듬도록 노력하는 걸로…

일주일 안에 끝내야 한다는 강박감 + 기력의 문제로 인해서 후반부는 급전개인 것 같아 조금 아쉬운 글입니다. 하지만 너그러이 봐주시길 바라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 (24. 06. 15.)

후반부 급전개 너무 마음에 안들어서 살짝 수정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도 행복하세요.

댓글 2


  • 더워하는 토끼

    비밀댓글이에요


추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