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LLing Verse

드림 밴드 에유

이해불능 by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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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산한 저녁에 웬 남자 다섯이 연습실에서 우울한 분위기로 주저앉은 풍경은 가관이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험악한 얼굴인 것은 성준수였다. 후배들은 저들이 처한 상황에 울분을 토하고 싶어도 그의 표정을 보고는 아무런 소리도 낼 수 없었다. 상황을 중재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진재유 뿐이었다.

“준수, 니 그런다고 답 나오는 거 없다.”

둥둥거리는 베이스 기타 소리와 함께 툭 던져진 말은 현실을 일깨워주었다. 준수는 깊고 깊은 한숨을 뱉으며 관자놀이를 꾹 눌렀다. 그래, 성준수가 맞이한 문제는 언제나 답이 없었다. 언제나… 언제나 노답이었지 X바…….

“할 거면 지금 해라. 여 근처 객원이라고 해봤자 다 아마 아이가. 차비까지 줘도 가가 훨 낫다.”

“XX, 수고비도 안 받으니까 문제인 거지….”

후배들은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로 두 연장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객원 부른다는 거임? 이제와서 찾아봤자 보컬을 살릴 수 있나. 다은과 희찬이 수군거리고 있을 때 기상호는 그저 미동도 없는 준수를 빤 바라본다.

탁, 성준수가 바닥에 놓인 핸드폰을 순식간에 집어들었다. 하도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희찬은 몸을 움찔하다가 쥐가 날 뻔했다. 손가락을 빠르게 휘적거리며 띄워놓은 창은 한 사람의 연락처였다. 상호는 쉽게 저장명을 읽을 수 있었다. 진설하. 분명 본명일테다. 핸드폰 주인은 성준수이니까.

전화 버튼을 누르기까지 1cm를 남겨놓고, 성준수는 고뇌했다. XX, 진짜로, 정말 이 방법밖에 없나? 다른 선택지는 없나? 그러나 있을 리 없었다. 그런 게 있었으면 누구보다도 먼저 찾아냈을 것이다. 이번 일에 공태성의 잘못이 한 줌도 없다는 사실이 뼈아팠다. 지금 준수는 누구에게든 욕을 뱉고 싶었다. 그는 전화를 걸자마자 귀에 가져다댔다.

뚜루루. 뚝.

“넹, 어쩐 일이시죠~”

왜냐하면 진설하는 1초만에 받을 테니까. 이 저녁에 전화했다고 미안해 할 필요도 없는 상대였다.

“…야, 부탁 좀 하자.”

“알았어. 뭔데?”

성준수의 망설임과 반비례하는 시간차로 진설하는 대답했다. 아직 말 안 끝났다. 준수는 벌써부터 눈앞이 아득해졌다. 아마도 부탁의 내용을 듣고 나면 막차든 첫차든 바로 KTX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오겠지. 이래서 얘한테 전화하기 싫었다.

“우리 보컬이 문제가 생겨서. 네가 좀 와줄 수 있냐.”

“음음, 서브 기타도 필요해? 아니면 베이스? 6현도 샀다. 짱이지.”

“아무것도 챙겨오지 마. 특히 비올라로 XX하지 말고.”

얼떨결에 새어나온 통화음을 들은 기상호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기타에 베이스는 이해해도 비올라는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어느새 대화는 마무리에 들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빨리? 보통 객원 보컬이라 함은 좀 더 트러블이 생겨야 하는 것 아닌가?

진재유와 성준수만이 알고 있는, 진재유와 성준수 둘 다 알고 있는 객원 보컬. 단순하면서 장대한 타이틀에 모두가 긴장했다.


헉, 허억. 누구의 것인지 모를 숨소리가 가쁘게 울렸다. 일단 확실한 점은 보컬의 것은 아니라는 사실. 방금 전의 합주는 객원이 합류한 후 처음 맞춰보는, 말하자면 분위기 쇄신 용이었다. 하지만.

“준수야, 프론트맨 힘내야겠는데?”

“아가리 안 쌉치냐? 그냥 닥, 하, XX.”

성준수가 대강 땀을 닦으며 온갖 욕지거리를 입에 올렸다. 다른 멤버들도 내색만 안 할 뿐 같은 기분이었다. 겨우 보컬 한 명이 밴드를 삼키려고 하고 있다.

그제서야 정희찬은 세간에서 진설하를 무어라 논하는지 떠올린다. 모든 밴드의 마지막 공연에 불려가는 용병 보컬. 아무리 형편없던 밴드였더라도 퇴직금은 챙기게 만들어주지만, 다시는 부활할 수 없게 하는, 사람들에게서 그들의 이름을 지워버리고 용병의 얼굴만이 남도록 하는….

합주 시작 직전 모두의 불안한 눈빛을 가뿐히 넘기며 진설하는 말했다. 내가,


그리고 시작되는 것은 프론트맨의 솔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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