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리프 챌린지 참여용...

승?화 글이긴 한데 중간에 그만둬서 굳이 읽으실 필요 없읍니다

무대 아래에서 들려오는 함성이 하늘로 승천하는 용처럼 우렁차다. 관객이 발을 구르고 손뼉을 치는 소리가 심박음과 같아서 살이 다 떨려온다. 조명이 오르고 스크린에 밴드 이름이 뜨자 살 떨리던 소리는 이내 우리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로 바뀐다. 폭풍우 치는 바다 같은 무대로 뛰어들기 전에 뒤를 돌아보면 하이어로팬트 그린을 든 카쿄인, 기타를 둘러메고 맥주를 들이키는 폴나레프, 베이스를 가지고 물병을 찾는 죠셉, 드럼스틱으로 생수병을 툭툭 쳐서 알려주는 압둘과 눈을 차례로 마주친다. 이기는 한 번 눈을 마주치고는 관객의 함성이 시끄럽지도 않은지 입을 쩍 벌려 하품을 한다. 무대에 등장할 때가 되었다는 뜻이다. 스태프에게 준비되었다는 사인을 보내면 우리를 태운 단이 올라가며 무대의 빛 아래에 서서히 우리의 모습이 드러난다. 압둘이 드럼스틱을 부딪쳐 박자를 맞추기 시작한다. 딱.딱.딱.딱. 한 순간 조용해지는 관객들. 우리의 소리와 그들의 소리가 섞일 시간.

그 유명한 쿠죠 사다오의 외아들이라고 해서 음악에 대한 조기교육을 받은 건 아니었다. 의무교육으로 배우기 전까지 악보를 보는 법도 몰랐고 리코더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악기를 잡아본 적도 드물었다. 어머니의 교육 철학은 아이가 하고 싶지 않다면 굳이 시키지 않는다는 것이었고 내게 음악을 가르칠 수 있는 아버지는 집에 돌아오는 날이 해외로 나가 있는 날보다 적었다. 그러나 세상 사람들은 내가 쿠죠 사다오의 피를 잇는다는 사실만으로 내게서 어떤 음악적 재능을 발견할 수 있으리라 믿고는 했다. 아버지의 부재보다 사람들의 그런 태도가 나로 하여금 음악이란 것을 싫어하게 만들었다. 아들은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는 날 비로소 독립할 수 있는 것이라 했던가. 내가 불량한 사고를 치고 다녔던 건 그 독립을 좀 더 앞당기고 싶었던 마음에서였던 것 같다. 내가 ‘쿠죠 사다오의 아들 쿠죠 죠타로’에서 벗어나 ‘죠죠’가 되었을 때쯤엔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죠죠, 야구부에 들어와라!”

“유도부, 유도부에 들어와!”

“일 년 정도 귀가부 했으면 이제 슬슬 부활동 해보고 싶지 않아?”

새 학기는 이래서 싫었다. 등굣길마다 붙어오는 여자애들로도 모자라 이젠 부활동 입부 홍보까지 듣게 된다니까. 공책을 찢어 유성매직으로 투박하게 그린 홍보 포스터를 한아름 받아 드는 것도 일이었다. 말마따나 고등학교 입학 뒤 일 년동안 수업 끝나고 곧장 다른 불량배 놈들이 싸움을 걸어오는 일상에 슬슬 질리긴 했다. 하지만 내겐 부활동을 하고 싶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내가 어느 동아리에 들어간다고 해보자. 그러면 내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를 관찰하는 여자애들에 의해 곧 전교에 소문이 퍼질테고, 나를 따라 입부하려는 여학생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며, 그것은 부활동 시간 내내 짜증나는 여자애들 사이에서 부대끼게 된다는 뜻이다. 지금도 여자들에게 충분히 시달리고 있다. 스스로 골칫거리를 만들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받아든 동아리 포스터를 보지도 않고 대충 책상 아래에 구겨넣으려 할 때, 문득 포스터 한 장이 눈에 띄었다. 공책에다 투박하게 그린 건 다른 포스터와 같았지만 맨 아래에 쓰인 ‘면접 필수’라는 문구가 다른 점이었다. 반쯤 구겨진 종이를 빳빳하게 펴보자 어설픈 기타 그림과 함께 간략한 소개 문구가 나왔다. 밴드부라……. 밴드라고 하면 보통 4명일 것이다. 학교에서 지원해줄 수 있는 악기의 수도 한정적이니 거기서 인원을 많이 늘릴 수도 없을테다. 제대로 된 음악을 연주하려면 악기를 어느 정도 다뤄본 녀석만을 뽑으려 들테고 그래서 면접을 보려는 것이겠지. 날 따르는 여자애들이나 나와 겨뤄보려는 남자 놈들이 입부하는 것을 대부분 쳐낼 수 있다는 뜻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좀 솔깃해졌다. 하굣길에 들이대는 여자애들에게서 부활동이라는 핑계로 멀어질 수 있고, 요즘 어머니도 친구들을 만나는 것에 재미를 붙인 모양이니까, 내가 집에 있으며 어머니를 지켜줄 필요가 없다. 가벼운 마음으로 면접이나 한 번 보고, 떨어지면 다시 귀가부나 하면 된다. 나는 포스터에 적힌 면접 날짜를 수첩에 옮겨적었다.

다행히 내가 밴드부에 관심이 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진 않은 것인지 밴드부실 앞 면접 대기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자기들끼리 떠들며 면접을 기다리던 녀석들은 대부분 나를 발견하고 긴장하는 티를 내었다.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는 여자애들이나 날 보며 괜히 열등감을 표하는 놈들보다는 나았지만 어쩐지 김이 새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까보다 조용해진 복도 벽에 기대 서서 대기줄을 찬찬히 살펴보니 우리 학교 교복을 입지 않은 놈이 보였다. 다른 학교 학생이 입부할 수 있었던가…? 검은색인 우리 학교 가쿠란과는 다르게 녹색의 긴 교복을 늘어뜨린 녀석은 악기 케이스로 보이는 것을 바닥에 두고 뚜껑을 열어젖혔다. 케이스 안쪽에 들어있는 것은 바이올린과 비슷한 크기의 현악기였다. 바이올린이나 비올라처럼 유선형의 몸체를 가졌지만 전체적인 모양이 그와 달랐고 현의 수가 아주 많았다. 활이 따로 있는 것을 보니 활로 켜는 현악기는 맞나 본데, 바닥에 두고 켜는 것인지 바이올린처럼 어깨에 올려두고 켜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는 모양이었다. 게다가 몸체는 따로 도색한 것인지 빛나는 녹색을 띄고 있었다. 녀석은 그 악기를 한 번 쓰다듬더니 허리께로 그것을 들어올려 조율을 시작했다. 나를 포함한 주변 녀석들이 모두 그의 행동을 지켜보고 있는데도, 주변이 자신을 어떻게 보든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한 태도로 그는 노랗게 물들인 부품을 섬세하게 돌려 현을 감아들였다. 나는 홀린 듯이 그에게 말을 걸 수밖에 없었다.

“처음 보는 악기인데, 이름이 뭐지?”

“카쿄인 노리아키입니다.”

“빛나는 멜론 같군.”

“…예?”

녀석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 보았다. 키는 180 정도 되려나. 붉고 곱슬거리는 머리칼을 길게 앞으로 낸 녀석은 눈을 몇 번 깜박이다가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건 제 이름이에요.”

“…아.”

악기 이름이 참 일본 사람 이름 같다고 생각했던 스스로가 조금 머쓱해져 쓰고 있던 모자 챙을 잡아눌렀다. 젠장, 10분 뒤엔 학교의 모든 녀석들이 이 대화를 알고 있겠군…….

“밴드부에 입부하러 온 거죠? 그러니까… 쿠죠 선배.”

“그래, 날 알고 있군?”

“이 학교에선 일본 총리보다 더 유명하시니까요. 덕분에 전학 온지 얼마 안 된 저도 선배 이름만큼은 알게 됐습니다.”

전학생이었던 건가. 교복이 달랐던 이유는 그 때문이었나 보았다. 들고 있던 악기를 한 손으로 옮기고 카쿄인은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내 이름을 알고 있으면 내가 평소에 무슨 짓을 하고 다니는지도 알고 있을텐데 녀석은 전혀 그것을 의식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내가 내민 손을 힘있게 맞잡고 흔드는 그를 나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짜증나지 않아서 좋았다.

“그래서, 그 악기는 이름이 뭐지?”

“하이어로팬트 그린입니다. 아, 어디에 찾아봐도 안 나올 거예요. 제가 직접 만든 거거든요.”

“호오.”

“어렸을 때 처음 만든 뒤로 쭉 친구처럼 함께해 왔어요. 물론 어렸을 땐 이것보다 작고 간단한 모양이었죠. 현악기조차 아니었던 걸로 기억해요. 크면서 이곳저곳을 고치고, 부품을 바꾸고……. 이젠 처음의 하이어로팬트 그린과는 전혀 다른 악기가 됐네요.”

그렇게 말하며 카쿄인은 하이어로팬트를 소중히 끌어안았다. 그것을 본 나는 녹색 바탕에 흰 장식이 붙은 하이어로팬트가 카쿄인에게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마치 한 몸 같았다. 나무 한 그루를 베어 반으로 쪼갠 뒤 하나는 악기로 만들고 하나는 사람으로 깎아낸 느낌이었다. 스스로도 이상한 생각이라고 느꼈지만 틀리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마치 제 몸을 다루듯 카쿄인이 조심스레 케이스에 하이어로팬트를 집어넣자마자 우리의 면접 차례가 돌아왔다.

“선배랑 같이 입부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카쿄인의 그 한 마디와 함께 밴드부실에 들어서며 나는 두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하나는 카쿄인과 한 대화가 내게 거슬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내가 애써 말을 꾸며내지 않아도 대화가 편안하게 진행됐고 말 속에 숨은 열등감이나 조바심이 느껴지지 않았다. 내게서 쓸데없는 말을 이끌어내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그의 목소리와 말투, 발음이 듣기 좋았다. 카쿄인의 말마따나 같은 부활동을 하게 된다면 꽤나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내가 연주할 줄 아는 악기라고는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다, 제길. 이걸 왜 이제 알아챈 거지?

“다섯 분, 왼쪽부터 자기소개 해주시겠어요? 이름과 학년, 반, 특기 하나 정도면 됩니다.”

부실 안에는 책상을 앞에 두고 의자에 앉은 면접관이 두 명 있었다. 한 명은 안경을 쓰고 평범하게 생긴 남학생이었다. 책상 위에 공책을 올려놓고 메모를 하는 것을 보니 부장인 듯 보였다. 나머지 한 명은…


여기까지 쓰고 생각했는데요 너무 재미없는 것 같음요 그래도 글리프 챌린지 참여는 하려고 업로드는 할게요… 이 뒷내용은 좀 특이한 음색을 가진 하이어로팬트를 면접관에게 비난받고 울컥한 카쿄인을 죠타로가 데리고 나가 새로운 밴드부 창설, 같은 고등학교 다니던 스타크루 모아서 밴드가 됩니다 죠타로 보컬 카쿄인 하팬 폴 리드기타 죠셉 베이스 압둘 드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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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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