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보스/NCP] 오늘 하루만 도와줘!

2022.11.15

무농약 by ㅁㄴ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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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레보스 연성인데 일단은 논컾 조합입니다(둘이 아무 것도 안 함, 연애감정도 없음)

* 블레벅(사귐), 브레보스 씨피 요소가 있을 수 있음 

* 캐릭터에 대한 개인적인 해석과 이것저것 날조와 다소 폭력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브레이커의 헤남력(?)이 작렬하는 내용을 쓰고 싶었다는 사실을 미리 밝힙니다... 

블레이크가 벅이랑 사귄다. 브레이커도 물론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아는 것과 직접 보는 것은 달랐다. 먼발치에서 둘이 껴안고 있다가 키스를 하는 그런 장면을 목격한 브레이커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브레이커는, 말로는 블레이크를 이해한다고 했지만 사실은 하나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남자한테 그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부터 남자랑 연애를 하고... 게다가 하필 저런 녀석이 상대라는 게.

브레이커는 서 있는 자리에서 블레이크의 뒤통수와 그 상대의 낯짝을 똑똑히 볼 수가 있었다. 잠깐이었지만 마치 거울을 본 듯 한 착각이 들었다. 얼굴 정도는 똑같이 생긴 녀석이었으니까. 하지만 저런 녀석은 마음에 안 든다고... 저 녀석에 대한 얘길 처음 들었을 때부터 그렇게 생각했다. 비록 옛날 얘기지만 우리 도시에서 악명이 자자했던 악당인데다 실제로 싸운 적도 있고 블레이크한테는 못할 짓도 많이 했는데. 그런데도 연애를 할 생각이 들었다는 게, 블레이크도 블레이크대로…….

브레이커는 서둘러 그 자리를 떴다. 더 나쁜 생각이 들거나 더한 모습을 보게 되기 전에.

그게 벌써 일주일도 더 된 일이었다.

“네 동생이라면 못 봤어.”

그 녀석의 보스, 그러니까 블레이크와 똑같이 생긴 블레이크의 전신이 집 앞에 찾아와서 그 녀석을 찾고 있는 것이 브레이커는 영 못마땅했다. 왜, 어떻게 여기에 와있는 건지는 둘째치고 집 앞까지 찾아와서는 태연하게 말을 거는 게 오늘따라 마음에 들지 않았다. 모자를 눌러쓴 채로 얼굴도 보여주지 않으니 벽에다 대고 말하는 느낌이 들어 답답한 것도 같았다. 브레이커는 몸을 숙여서 눈을 맞추려고 했으나 보스는 뒤로 물러나 도망치려는 듯 했다. 그러자 브레이커의 손이 반사적으로 나가 보스를 콱 붙잡았다. 저도 모르게 잡은 것이었지만 잡은 김에 그는 말을 이었다.

“…그런데 너, 어떻게 여기에 있는 거야?”

“블레이크가 말 안 하드나? 내한테…”

“아, 했어, 했어. 들었지. 그러고보니까, 블레이크도 아침부터 나가고 없네.”

“...”

블레이크가 없는 거야 데이트 하러 나간 거고, 보스는 둘의 사이를 모르니 이렇게 찾으러 올 수도 있다고 블레이크가 요전에 브레이커와 베쉬에게 말해준 적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혹시라도 마주치지 않게 적당히 잡아달랬는데... 진짜로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이었다.

“안 바쁘면 들어와서 차라도 마실래?”

한편 보스는 거절하면 당장 때려눕혀서 억지로라도 끌고 갈 듯이 그의 어께를 단단히 잡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웃으며 하고 있는 듯 해 보이는 브레이커의 심기를 굳이 거스르고 싶지 않았다. 그의 동생인 벅은 대놓고 못돼먹은 성격에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를 치고 다니는데도 위협적이지는 않았지만 이쪽은 어떻게 이렇게 사람을 쫄리게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브레이커가 그를 들여보내며 모자와 겉옷을 빼앗으려 하자 순순히 넘겨주기에 이르렀다.

그런 이유로 눌러쓸 모자도 없이 셔츠에 넥타이 바람으로 눈을 내리깔고 테이블 앞에 잠자코 앉아있는 보스는 제법 얌전하고 순한 아이 같아 보였다. 평소에는 옷에 가려 보기 힘들었던, 날카로운 듯 예민해보이는 인상의 잘생긴 얼굴은 블레이크랑 정말 똑같았지만 몸집은 의외로 블레이크보다 좀 작은가 싶기도 했다. 위축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마른 것 같기도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인스턴트 커피를 태워 온 브레이커는 보스를 마주보고 앉았다. 보스가 앞에 놓인 머그컵을 들어 커피를 한 모금 마시는 동안 그는 보스의 옷소매에서 스르륵 빠져나온, 소매보다 한참 가느다란 손목을 볼 수 있었다. 뼈밖에 없네... 그는 커피를 마시며 시선을 돌렸다. 마침 그의 휴대폰에 알림이 온 게 보였다.

그러고보니 문제가 있었다. 보스는 확실히 안 바쁠 테지만 그는 바빴다. 항상 그랬듯이 오늘도 수시로 나가서 순찰을 도는 일정이 있었다. 그러다 무슨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르는데, 오늘은 블레이크도 없으니까 돌발 상황에 대처가 미흡해질 수도 있고 둘 뿐이라는 이유로 얕보일 수도 있다. 그런 생각이 들던 순간 블레이크와 아주 닮은 데다 한가해보이는 보스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너 오늘 안 바쁜 거 맞지?”

“그런데.”

“그럼 오늘 하루만 우리 도와줘!”

“…무슨...”

“별 거 아냐~ 블레이크인 척 하고 나랑 베쉬가 순찰 도는 거 따라와주기만 하면 돼. 응?”

브레이커의 얼굴은 웃고 있고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몸은 일어나서 테이블을 짚은, 당장이라도 누굴 덮칠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적어도 보스에게는 그래보였다. 처음부터 이럴 작정이었던 것만 같았다. 별 거 아니라는 말로 포장하지만 남의 팀 리더 자리 대타를 서는 게 별 거 아닐 리도 없고, 분명 따라가주기만 하는 걸로 다 될 리도 없을 테다. 하지만 거절하면 어떤 일이 생길지 그는 별로 상상하고 싶지 않았다.

*

“야, 브레이커. 이거 진짜 괜찮은 거 맞아...?”

“뭐, 별 일이야 있겠어.”

평소와 다르게 날지 않고 걸어서, 유니폼이 아닌 사복을 입고, 블레이크가 아닌 보스와 함께 순찰을 나온 이 상황이 베쉬에게는 불안하게 느껴졌다. 힐끗 뒤쪽을 볼 때마다 보스는 한눈팔지도 않고 조용히 따라오기만 하고 있었지만 그거야 겉으로 보기에나 그런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다.

“그냥 블레이크라고 생각해. 별로 다를 것도 없잖아.”

확실히 겉으로 보기에는 블레이크랑 다른 점을 찾기 힘들었다. 일부러 사복을 입었고, 후드를 써서 머리 길이가 다른 것이 보이지 않게 했고, 눈 색깔이 약간 다른 것은 유심히 보지 않는 이상 알기 힘드니까.

한편 보스도 아닌 척 하지만 내심 불안해 하고 있었다. 둘이 앞에서 이쪽을 힐끔대며 그에게 들리지 않게 속닥거리고 있는 것도 그렇지만 캐주얼한 차림으로 다른 애들과 대낮에 시내를 활보하는 이런 일은 처음이니까. 나온 지 꽤 됐지만 지금까지는 순찰이라기보다 산책을 하는 것 같았다. 주변을 살피는 데 집중할 뿐, 느긋하게 걸으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는 걸 보면 당사자들에게도 긴장감은 없는 모양이었다.

“블레이크!”

“…응?”

“아하하, 그냥 불러봤어~”

브레이커는 싱그럽게 웃으면서 말했지만 보스가 듣기에는 그가 뒤에서 잘 따라오고 있는지, 블레이크인 척은 잘 하고 있는지 확인할 겸 그를 압박하려는 것만 같았다. 웃는 걸 몇 번을 봐도 그의 동생과는 뭔가 달라도 한참 다른 것 같은데, 뭐가 그렇게 다른 걸까. 동생의 웃는 모습을 떠올리느라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는 골목길에 들어와있었다. 바일타운의 골목길은 도시의 겉모습 이상으로 지저분했고 음습한 분위기까지 풍기는 곳이었다. 건물들이 높으니 그가 살던 시절보다도 어두워진 듯 한 거리였다.

그리고 웃으며 그곳에 앞장서서 들어가는 단정한 차림의 큰 키와 말끔한 용모를 가진 청년은 숨만 쉬어도 눈에 띄는 듯 했다.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숨만 쉬어도 눈에 띌 텐데, 브레이커는 안쪽의 깡패 무리에 다가가 뭐라 시비를 걸더니 단신으로 무력 행사를 시작했다. 줄행랑 치는 놈들은 내버려두고, 덤비는 놈들은 쓰러뜨리고, 아무 것도 안 하는 놈들에게는 시간을 조금 주고 있었다. 베쉬는 브레이커 혼자서도 충분하다는 걸 안다는 듯이 팔짱을 끼고 보스와 함께 몇 걸음 뒤에서 그 풍경을 보고만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둘 사이에는 정적과 함께 어색한 기류가 흐르는 중이었다. 베쉬는 오늘 일의 자세한 경위가 궁금했지만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하고 이따금씩 보스 쪽을 힐끗 쳐다보기만 할 뿐이었다.

그렇게 브레이커가 돌아오기만을 잠자코 기다리던 중, 문득 보스 쪽을 보니 그가 뭔가를 발견한 듯이 시선을 어딘가로 고정시키고 있었다. 그 시선을 따라가자 골목 바깥쪽 길가의 경찰들이 보였다. 보스는 베쉬가 같은 곳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말을 꺼냈다.

“…경찰들이 참 한가하네.”

“그런가...”

“요즘 경찰은 저런 것도 쓰나?”

“뭐... 말이야?”

“차에.”

베쉬는 그의 말을 듣고 경찰차를 스캔했다. 트렁크에는 무기를 든 사람이 있었고 뒷좌석 아래의 가방 안에는 크고, 전선이 복잡하게 이리저리 연결되어있고, 이따금씩 붉은 빛이 번뜩이는, 마치 폭탄 같은 것이 있었다. 압수물품이라기엔 그 옆의 경찰들은 한가롭게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중이었다. 게다가 트렁크에 있는 건 또 뭐란 말인가. 잠시 넋을 놓고 있자 어느새 깡패들을 전부 처리하고 복귀한 브레이커가 또 다시 둘을 앞서 나갔다.

“경찰 아저씨!”

“응?”

“저 아시죠?”

“네가 누군데?”

“저 모르세요? 진짜로? 바일타운에 온 지 얼마 안 되셨나봐요.”

바일타운 경찰이 가장 주의하는 것이 파워펑크걸, 그 다음은 라우디라이트보이즈를 포함한 도시의 히어로들이니 진짜 경찰이라면 브레이커를 못 알아볼 리가 없었다. 설령 진짜 경찰이라고 해도 말이다, 트렁크에 무기를 갖고 숨어있는 수상한 사람과 뒷좌석 아래의 폭탄을 눈치채지 못했다면 문제 아닌가.

브레이커는 차의 트렁크를 열어 거기 숨어있던 복면 쓴 남자를 바닥에 내동댕이 치고 무기를 빼앗았다. 그 광경을 보고 경찰 옷을 입은 자들이 결국 가짜 경찰이라는 티를 내며 덤벼들자 차례대로 때려눕혔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 번 하더니, 뒷좌석 아래에 있던 가방을 꺼내 폭탄을 확인했다. 그는 폭탄을 해체하는 법은 모르지만 처리하는 방법은 잘 알고 있었다. 위로 던진 다음 공중에서 터뜨린다. 그는 바로 옆의 건물 옥상으로 날아서 올라간 다음 허공에 폭탄을 가방 째로 던지고 레이저를 쏴서 터뜨렸다.

잠시 후 베쉬와 보스가 기다리고 있는 위치로 돌아온 브레이커는 표정이 완전히 굳어 있었다.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숨이 거칠어서 힘들어 하는 건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그건 확실히 아니었다.

“브레이커. 너 오늘 좀 막 나간다.”

“응... 그런가. 오늘따라 기분이 안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자중해.”

“하하... 우리 잠깐 쉬었다 갈까?”

*

조금 이른 점심을 먹기로 한 그들은 편의점의 샌드위치와 주스를 사 들고 조용하고 사람이 없는 어느 건물의 옥상 위에 모여앉았다.

“블레이크.”

“응?”

“아하하.”

웃어놓고도 뭐가 그렇게 웃긴지, 브레이커는 알 수가 없었다. 보스가 그의 부탁대로 블레이크인 척을 제대로 해주고 있는 게 이렇게 재밌을 일인가. 아니면 샌드위치의 내용물을 입가에 묻히고 먹는 게 답지 않게 귀여워서일 수도...

“여기 다 묻었어.”

“...”

보스는 말 없이 브레이커가 가리킨 쪽을 혀로 한 번 햝았다. 위협적인 악당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그래서 블레이크도 경계를 풀기로 했던 걸까? 이렇게 친근하게 다가온다면 그런 것도 무리는 아닌 것 같았다. 어디까지나 이 애들이 하기 나름이지만 말이다. 브레이커는 그런 생각을 하며 손에 들고 있던 샌드위치와 주스를 마저 먹어치우고 말을 걸었다.

“그래서, 어때? 할 만한 것 같지 않아?”

“아직 모르겠는데.”

“오후에도 도와줄 거지? 오후 순찰까지 도와줬으면 하는데. 응?”

“알았다.”

“아, 우리, 오전 순찰은 저쪽 조금만 더 돌면 끝나거든? 나랑 베쉬가 빨리 돌아보고 올 테니까 너는 그거 마저 먹으면서 기다리고 있어. 베쉬, 가자.”

베쉬는 브레이커가 재촉하자 얼떨결에 따라나섰지만 이해가 안 됐다. 오전 순찰은 아까 그걸로 끝났으니까. 그들은 도시 전체를 두 바퀴는 돌았다.

“야, 브레이커.”

“이 정도 왔으면 안 들리겠지?”

“아. 드디어 어떻게 된 일인지 제대로 설명해주려고?”

“아하핫... 너 저번에 블레이크가 한 얘기 기억 나?”

“그러고 보니까 보스를 보면 데이트에 방해 안되게 해달라고 했지... 그런데 그거 솔직히 진심으로 한 소리였는지도 의문스럽거든. 그리고 이렇게 순찰 도는데 따라다니게 하면 오히려 마주칠 확률만 올라간 거 아냐?”

“그거야 우리가 조심하면 되지. 아까도 마주칠 뻔했는데 잘 피했어.”

“...”

브레이커는 자신이 생각해낸 방법이 좋은 방법이라고 진심으로 믿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 보스한테 말을 바꾸는 것도 이상하고, 브레이커를 나무라는 것도 내키지 않았던 베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조심해야 하는 대상이 보스가 아니라 블레이크인 꼴이라니. 당혹스러웠다.

“그래서 말인데, 우리가 원래 점심 먹고 2시 쯤에 오늘 오후 순찰을 돌기로 했잖아? 그걸 블레이크가 올 시간에 맞춰서 5시 쯤에 나가는 걸로 하자. 그리고 순찰이 끝나면 바로 돌려보내면 되지 않을까?”

“아니, 빌려준 옷은 어떡해. 그 전에 집에 들러야지.”

“그렇네...”

“2시간 정도 걸린다고 치고 3시에 나가자. 더 빨리 끝날 것 같으면 몇 군데 더 돌면 되고 늦으면 늦는 대로 블레이크한테 연락하고... 일단 블레이크한테 상황 보고부터 해두자.”

*

집에 가서 적당히 시간을 보내다 어느새 오후 순찰을 나가기로 한 시간이 되어 애들을 따라 나선 베쉬는 일에 전혀 집중을 못 하고 있었다. 오전에 그랬듯이 걷고 있고 사복이고 보스랑 함께라는 것에 더해, 블레이크를 마주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하며 시간을 맞춰야 하고 순찰까지 해야 한다는 상황에 부담감이 느껴졌다. 그는 그도 모르는 사이에 주변을 살피는 것을 멈추고 멍하니 옆의, 아니 조금 앞의 브레이커를 따라 걷기만 하고 있었다. 그가 그런 상태라는 것은 걷는 방향이 바뀔 때마다 즉각 따라오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그의 뒤에서 걷고 있던 보스도 대강 짐작할 수 있었다.

“어이, 배….”

“응? 나 불렀어?”

그렇다고 그가 스스로 생각하기에 베쉬와 이런 걸로 주의를 줄 사이는 아니었지만, 습관이 무섭다고 그는 베쉬와 닮은 그의 동생의 이름을 부르며 주의를 줄 뻔했다. 그는 베쉬가 자신을 부르는 줄 알고 돌아보기까지 하자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적당한 말을 골라냈다.

“……뭐가 좀 묻었다. 있어봐.”

“응?”

보스가 베쉬의 옷을 적당히 털어주는 시늉을 하느라 잠시 걸음을 멈춘 동안, 브레이커는 그 둘을 보다가 시선을 자연스레 걸어온 길로 돌렸다. 겉보기에는 텅 비어 있었지만 골목 안에 사람들이 숨어있었다. 당장이라도 떼거지로 달려들 듯 한 태세였다. 각자 권총을 하나씩 들고 대기하는 모습이 깡패라기보다 공적인 조직인 것 같았다. 브레이커는 다른 애들을 뒤로 하고 조심스레 그 골목 입구에 가서 섰다.

“당신들 뭐야?”

브레이커는 누군가를 위협하려는 의도는 없었지만 골목 안의 사람들은 지레 겁을 먹은 듯 했다. 그 중 맨 앞의 사람이 총을 브레이커에게 똑바로 겨눈 채로 입을 열었다.

“경찰이다. 신원을 밝혀라.”

“브레이커.”

“다시 한 번 말하겠다. 신원을 밝혀라.”

“브레이커. 바일타운에 브레이커가 저 말고 또 있어요? 경찰이시면 알 거 아니에요.”

“…라우디라이트보이즈의 브레이커?”

브레이커를 포함해서 그 자리에 있는 누구도 이게 무슨 상황인지 곧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들은 처음 듣는 인상착의의 상당히 강력한 초능력자가 도시 내에 나타났다는 보고를 듣고 신원 파악을 위해 출동해서 신고 내용과 일치하는 자들을 쫓은 것이었다. 실제로 목표를 발견했을 때도 처음 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라우디라이트보이즈라면 바일타운에서 나고 자라 히어로로서 활동한지가 벌써 10년이 넘어가는 아이들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들은 보통 성장기 아이들이 10살을 더 먹으면 더 이상 아이가 아니게 된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게다가 유니폼이 아닌 사복을 입었다고 완전히 못 알아본 것이었다. 잠시 정리하는 시간을 가진 후에 그러한 자초지종을 전해들은 브레이커, 베쉬는 황당해 하기보다도 일이 이렇게 될 수가 있다는 게 신기했다. 오히려 희소식이었다. 바일타운에서 라우디라이트보이즈의 이미지는 비호감이었으니까. 그간 얼마나 힘들었던가. 도움이 필요해보이는 사람에게 말을 걸면 십중팔구 그들을 알아보고 거절했고, 욕하지나 않으면 다행이었다. 그런 이유로 순찰을 재개한 브레이커와 베쉬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어쩐지 오늘따라 아무도 못 알아보더라~”

“…좋은 거 맞나?”

“좋지, 그럼. 길 가는 사람들 막 도와줘도 거절당할 일도 없을 거고, 소란 피울 것도 없고~ 내가 내 힘조절만 잘하면 돼.”

브레이커가 싱글벙글 웃으며 지나가는 강아지에게 인사를 하자 강아지를 산책시키던 견주도 그와 가볍게 인사를 주고 받았다. 아주 신났다...라고 보스는 습관적으로 비꼬는 투의 말이 입 안에 맴돌았지만 그런 브레이커를 보고 있자니 기시감과 함께 미묘한 감정이 올라왔다. 그는 곧바로 시선을 돌려버렸다.

그러고 나니 주변에 점점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그도 알 수 있었다. 저 앞쪽에 공원이 있었고, 오전 순찰 때보다 사람이 훨씬 많았다. 그들은 공원에 발을 들이긴 했지만 마치 하늘의 매를 피해야 하는 작은 들짐승처럼 탁 트인 곳으로 나가지 않고 공원의 가장자리를 따라 나무 아래를 걸었다. 그러는 동안 브레이커와 베쉬는 끊임없이 뭔가를 했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다 넘어지려거든 받아주고 나무에 뭔가 걸리면 내려주고 쓰레기를 흘리면 치워주고 화장실이 어딘지 물어보면 가르쳐주고... 보스는 이게 히어로인지 공원 관리자인지 모르겠다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그도 적당히 거들었다. 그래도 본 목적을 망각하는 일은 없는 듯 그들은 이내 공원을 벗어났다.

공원을 벗어나서도 그들이 하는 일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공원의 활기를 그대로 받고 난 후라서인지 브레이커도, 크게 내색은 안 하지만 베쉬도 한층 더 들뜬 듯 했다. 둘은 그 기세 그대로 순찰을 진행했다.

그러던 중, 저편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려오자 그들은 곧장 소리가 들린 쪽으로 향했다. 그들이 보게 된 것은 은행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사람들이 우왕좌왕하고 있는 풍경이었다. 브레이커와 베쉬는 동시에 보스를 쳐다봤다.

“내는 모르는 일이다.”

“그래? 어쨌든 넌 오늘 우릴 도와주기로 했으니까, 혹시라도 딴 데로 새면 안 되는 거 알지?”

“알았다.”

“그럼 가자.”

“야, 브레이커. 막무가내로 가서 될 일이 아냐. 뭘 어떻게 할 건데.”

“그건 가서 봐야 아는 거 아냐?”

“아니... 일단 우린, 지금 정체도 숨기는 중이고... 안쪽 상황이 어떤 줄 알고.”

“그러니까 그걸 보러가야지.”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 보스는 영양가 없는 대화를 잘라내며 자연스레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니 혼자 보고 온나. 빨리.”

“어? 응.”

보스가 시키는 대로 빠르게 내부의 상황을 보고 온 브레이커는 자연스레 보스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ATM기 하나에서 불이 났는지 연기가 나고 직원들이 소화기로 불을 끄고 있었어. 어떻게…”

“도둑이야!! 저기 모자 쓴 검은 옷 도둑이에요~!”

누군가 그렇게 외치자마자 그들은 일제히 은행에서 막 나오고 있던 모자를 쓰고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을 향해 몸을 돌렸고, 부리나케 달려가는 그 사람을 쫓아서 달리기 시작했다. 놓치지는 않지만 너무 빠르지도 않게. 이렇게 하는 게 과연 맞는 일인지 베쉬나 브레이커가 스스로 의문을 갖기 전에 보스가 먼저 말을 꺼냈다.

“브레이커, 골목으로 가는 게 안 낫겠나? 보는 눈도 없을 거고.”

“아~ 그렇겠다. 그럼 이따 봐.”

그는 상황파악도 전부 끝낸 상태였다. 그러니까 저 도둑은, ATM기에 폭발을 일으켜 소동을 벌였고 그 사이에 돈을 훔쳐 달아나고 있다. 자세한 건 여기 경찰이 조사할 일이고 그들이 할 일은 도둑의 도주를 막아 체포를 돕는 정도일 것이다. 그의 시야 끝자락에서 달리던 도둑은 어느새 브레이커한테 제압되어 길바닥에 누워있었다. 그 모습은 행인들의 시선을 대단히 끌고 있었다.

베쉬는 보스를 힐끗 쳐다봤다. 잘은 모르겠지만 멈춰선 걸로 봐선 역시 사람들의 주의가 쏠리고 있는 곳에 다가가기는 꺼리는 듯 했다. 물론 다가가지 않도록 하는 쪽이 맞을 테다. 거기까지 생각한 그는 브레이커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뒤쪽에서 벨소리가 울렸다.

“…브레이커 휴대폰 네가 가지고 있어?”

“아까 주웠다. 달리는데 떨구길래.”

“아. 그래? 그럼 너, 아니, 내가... 그래, 너 여기 골목 안쪽에서 기다리고 있어. 나는 브레이커 데리고 올게.”

“알았다.”

베쉬는 보스가 그의 말대로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 자리를 정한 듯이 멈춰 설 때까지를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나서 브레이커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직업상 휴대폰을 잃어버리거나 아주 망가뜨리는 일이 보통 사람보다는 빈번하니까 별로 놀랄 것 없다는 생각을 하던 그는 저쪽에서 브레이커를 둘러싼 상황이 이상하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사람이 아까보다도 훨씬 많았고 경찰도 와있었다. 그것까지는 자연스러운 일이었지만 어쩐지 브레이커에게 책임을 묻고 있는 듯 한 모습이...

그는 주변에서 떠드는 소리를 듣고 상황을 대강 파악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누군가 브레이커를 알아본 모양이었다. 그게 경찰일 수도 있고. 그렇다면, 이것도 그냥, 직업상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저 경찰은 뭐라고 시비를 걸고 있는 거람. 주변이 소란스러워 제대로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우리가 여기에서 할 일은 끝났으며 남은 일은 복귀 뿐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는 브레이커의 시야 안으로 이동한 다음 휴대폰 화면에 크게 글씨를 띄워 브레이커에게 보였다. ‘이만 가자’. 반가운 메시지였다. 브레이커는, 애초에 상대의 말을 귀담아 듣고 있지도 않았지만, 상대의 말을 대충 잘라냈다.

“아, 네. 아무튼 수고하세요~”

둘은 즉시 그 현장에서 도망쳤다. 그리고 상공으로 날아가는 그들을 쫓아갈 수 있는 사람은 그 자리에 없었다.

“어? 그런데 보스는?”

“…두고 왔어.”

“아니, 왜? 어디에?”

그대로 순찰을 끝내고 집에 돌아간다면 좋았겠지만 보스를 두고 온 것 때문에 그들은 되돌아가야만 했다. 게다가 그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다.

“야, 지금... 몇 시지?”

*

인적이 얼추 적은 곳이 보이는 대로 착지한 브레이커와 베쉬는 사람들의 눈을 최대한 피하는 경로를 골라 최대한 빠르게 베쉬가 기억하고 있는 장소로 되돌아가봤으나 허탕이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의문스러워 할 틈도 없이 둘은 흩어져서 주변을 뒤져봤지만 이미 늦었다는 사실만 알게 되었다.

보스의 시선이 먼발치의 한 커플에게 단단히 고정되어 있는 듯 했다. 그를 발견한 브레이커는 그의 뒤쪽에서 그와 같은 장면을 똑똑히 볼 수가 있었다. 뒤이어 거울을 본 듯 한 착각에, 적대감, 불쾌감 등이 올라왔지만 지금 그런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았다. 브레이커는 보스의 바로 앞으로 가서, 바로 옆의 벽에 기대 그의 시야를 완전히 가릴 생각으로 그를 막아섰다. 그리고 당혹감만이 드러난 얼굴로 그에게 말을 걸었다.

“…봤어?”

보스는 이제야 오늘 일이 전부 이해가 되는 느낌이 들었다. 비밀 유지를 위해 브레이커는 그를 자신의 일에 끌어들인 것이었다. 우스운 일이었다.

“그래. 보면 안 되나? 내가 아침 댓바람부터 찾던 동생 놈이 저기 있는데.”

“너... 다 알고 있었던 거야?”

“...”

하지만 뭐라 대답하려니 말이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그는 바보들 둘이 그에게 뭘 숨기려고 해봤자 들키는 것이 당연하다고 줄곧 생각해왔다. 그 정도로 저 둘의 사이에 대해 알기는 그닥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아무렇지도 않았냐면 물론 아니었다. 오히려 있는 대로 신경을 쓰게 되었다. 평생 함께 해온 동생의 연애 아닌가. 그러다가 둘이 애정행각을 하는 장면을 목격한 적도 있었다. 그 이후로는 모르는 척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그것도 그것대로 힘들었다. 뭐 하나 제대로 감추는 게 없는 바보들이었으니까. 그는 그 둘의 모든 것이 신경 쓰였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눈에 밟혔던 것은 블레이크 같은 녀석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듯 한 벅의 모습이었다.

“내가 안다는 건 비밀로 해라.”

“그건 이유를 들어봐야겠는데. 네가 내 보스도 아니고.”

“하... 내도 알고 싶다. 왜 내한테만 비밀인지.”

“그건 나도 궁금하네.”

“...”

“그렇다고는 해도 아직 납득한 건 아냐. 네가 안다는 걸 말하면 너한테도 비밀이 아니게 되잖아.”

“말이 안 통하네. 가들이 비밀로 하고 싶어한다니까. 내한테는. 그럼 니도 이쯤에서 납득이 안 가나?”

“음, 이제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런데... 너는 그래도 괜찮아?”

보스는 다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도 그가 괜찮은지 어떤지 몰랐다. 그뿐인가. 그는 논리적으로는 분명히 그 둘이 그에게 비밀로 하려는 이유를 대강 예상하고,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괜찮지 않을 수가 있냐고 생각하면서도 왠지 그렇지 않은 기분만 들어서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다. 그는 머리가 아파왔다. 애초에 그가 괜찮은지가 중요하긴 한가?

“보스? 내 말 들었어?”

그는 떨어뜨렸던 시선을 다시 들어 브레이커랑 눈을 마주쳤다. 그의 동생과 아주 닮은... 브레이커는 그를 걱정하는 듯 했다. 그의 어께를 잡은 손도 아까와는 다르게 위협적이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애초에 위협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전부 그의 착각이었을까. 왠지 안도감이 들었다. 그는 브레이커를 살짝 밀어내고 먼발치에서 블레이크와 뭔가 이야기를 하는 듯 한 벅을 보며 말을 꺼냈다.

“…아주 좋단다.”

“아. 그러게...”

“그래, 좋을 거다. 누구랑은 다르게 화도 잘 안 내고, 욕도 안 하고, 착하니까.”

“그렇긴 하지. 아니, 뭐? 솔직히 그건 별로 상관없지. 쟤넨 연애하는 거잖아.”

“근데.”

“각자 취향이 있는 거니까….”

“그것도 정도가 있지, 내 같이 성질 드러븐 사람은 뭐 누가 좋아한다고...”

“에이, 그건 네가 모르는 거야. 네가 여자였으면 나도 너한테 사귀자고 했을걸? 너 잘생겼잖아. 성격도 그렇게 더러운 것도 아니야.”

“...”

보스는 잠깐 옆의 브레이커를 흘겨보았다.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지는 알겠지만, 그가 남자인 걸 모르는 것도 아닐 텐데 뭐 이런 무책임한 소리가 다 있는지... 당혹스러울 지경이었다. 게다가 본인이 한 말에는 아무 악의도 없다는 듯이 맑은 표정을 하고 있는 게, 뭐라 하기도 뭣하고 그냥 그러려니 해야겠구나 싶었다. 그는 이내 진정하고 평소처럼 팔짱을 끼고 상대를 마주본 채로 벽에 기댔다. 상대는 물론 브레이커였다.

“아무튼 내 말은 가가 그러는 것도 이해는 된단 말이다. 블레이크 같은 아를 좋아하는 거나, 내한테는 그걸 들키기 싫은 게.”

“그래?”

“가는 내가 외출금지라도 시킬 줄 알데.”

“그랬구나.”

“그러니까 내가 안 개안타 하면 이상한 거 아이가?”

“응? 갑자기 왜 그렇게 되는 거야?”

“……니랑은 도대체가 말이 안 통하네...”

“아하핫... 아무튼 알겠어. 걔가 직접 말하기 전까지는 모른 척 해주고 싶다는 거지?”

“그래.”

블레이크는... 보스가 알게 된다면 노발대발하며 당장 헤어지라고, 찾아가도 절대 못 만나게 할 거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그 예상이 완전히 틀린 상황이었다. 지금 브레이커의 앞에 있는 보스는 그 둘이 서로 좋아한다는 거나 비밀로 하고 싶어한다는 게 이해가 된다고 하지 않는가. 누가 봐도 속으로는 마음에 안 들어 하는 눈치인데... 그것도 비밀로 했다는 부분을 언짢아 하는 걸 보면, 그렇게 성격이 더럽다는 것도 완전히 착각인 게 아닐까. 그러고 보니 오늘만 해도 갑작스럽게 부탁받은 리더 역할을 잘해주지 않았나.

“그럼 이제 돌아가자. 오늘 일은 다 끝났으니까. 그리고... 오늘 도와줘서 정말 고마워. 베쉬랑 둘이서만 순찰하면 힘드니까 무작정 도와달라고 부탁한 거였는데, 역시 그러길 잘한 것 같아~”

“맞나... 베쉬는 어디 가고?”

“연락을 해야지. 어? 내 휴대폰 어디 갔지?”

“...”

브레이커의 휴대폰이라면 아까 보스가 주워서 베쉬에게 건네줬는데, 아무래도 베쉬는 브레이커에게 전해주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건 또 무슨 촌극인지. 보스는 웃음이 나오려고 했다. 조금 전의 불쾌했던 기분은 진작에 다 잊어버린 상태였다. 화내다가 웃다가, 너무 바보 같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웃음이 났다.

결국 연락은 집에 가서 하기로 한 브레이커를 따라, 그 집에 다시 들어가서 환복하고 나가며 인사를 나누는 동안 보스는 브레이커에게서 친밀감 같은 것을 느끼다 돌아갈 수 있었다.

*

“…별 일 없었다니, 다행이네. 그렇긴 한데 어쩌자고 그런 생각을 한 거야, 브레이커. 보스가 작정하고 해코지라도 했으면.”

“아하핫... 그럴 애 같진 않던데. 우리 일도 잘 도와주고, 생각보다 착했어.”

“와. 뭐래, 정말... 그러니까, 아무리 착한 척을 해도 보스는 보스라고. 내가 몇 번을 속았는데. 조심해. 진짜 큰일 나.”

“알았어~ 조심할게.”

이후 브레이커와 베쉬는 블레이크에게 하루동안 있었던 일을 상세히 보고하듯이 말했다. 블레이크는 보스가 그들을 도와줬다는 부분을 의심하는 눈치였다.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닐까, 하고. 어쨌든 블레이크가 겪었던 일도 대강 전해들은 바가 있고 사실이었으므로 브레이커도 블레이크 말대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보스를 다시 만나면 또 별 생각 없이 친구 대하듯 하게 될 정도의 마음가짐이었다. 블레이크가 보기에도 브레이커는 아무 생각 없어보였다.

“베쉬, 브레이커가 내 말 안 듣는 것 같지 않아?”

“응.”

“나 듣고 있어.”

“아, 그래? 너 다음에 보스를 길에서 마주치면 어떻게 할 거야?”

“음~ 인사를 하겠지?”

“그러면 안 된다고. 그 자리에서 도망쳐!”

“오버 하는 것 같은데...”

“아니~ 이게 맞다니까~”

“블레이크, 브레이커한테는 그냥 나중에 다시 얘기해.”

그런 일방적인 논쟁은 아주 길어질 예정이었다...


후기

마무리가 머쓱해!~~!!~!

아니... 후반부 쓰면서... 내내... 대체 어느 타이밍에 끊어야 하는 거지 했네요... 이럴 수가... 나... 글 마무리하는 법 몰라...(새삼...)

저는 나름 재밌어 하면서 썼는데 재밌나요 이거... 브레이커... 헤남 같나요... 저한테는 그게 진짜 아무 관계없는 얘기라 제 안의 데이터가 조금 편향적일 수도 있어서 ㅋㅋ 하지만 그 데이터가 흥미로워서 결국 이런 글까지 쓰고 말았음... 이 글... 처음부터 끝까지 브레이커의 네가 여자였으면 어쩌구 하는 대사를 위해 빌드업을 했다고 봐도 제가 할 말이 없습니다...

갑작스럽지만 여러분은 짝사랑 속성 캐릭터를 좋아하십니까? 저는 너무 좋아해서 어떻게 하면 캐릭터에게 가망이 제로인 영구적인 짝사랑을 시킬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별안간 자신이 상대의 성적 취향에 부합하지 않는 짝사랑이 제 취향이라는 걸 깨달아버렸습니다... ㅋㅋ...크아악 그런 것도 있고 그래서 저는 이...런 쪽을 캐해석이나 소재로도 엄청나게 신경 쓰는 편인데... 네... 그냥... 그렇다구요,..,.,,쓰고 보니 별로 상관없는 얘기임(?)

그리고 뭐냐... 저는 분명 논컾 조합인 걸 냅다 진하게 붙여먹는 걸 또 좋아하는 바람에... 하... 여기에선 어께 잡는 정도의 접촉이 전부지만 이 글 쓰다가도 결국 못 참고 오타쿠욕망의상자에 두 사람을 집어넣는 상상을 조금... 아니 많이 했어요... 썰 로그엔 안 올렸음... 올릴 거면 성인 걸어야 되거든요 ㅋㅋㅋ 하.......보스한테대가리박으러갈게요

아 맞아,,, 저 이 글 쓰면서 보스가 딱히 헤남일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아닐 수도 있음... 근데 진짜 생각을 안 한 거라 헤남일 수도 있음... 나중에라도 공식 설정이 떴는데 연성을 버리게 되면 큰일이니까요... 이미 처음부터 끝까지 날조 적폐 연성이라 전체적으로 위기지만 ㅋㅋㅋㅋ 그렇지만 즐겁다면 당장은 그걸로 된 거 아닐까요... 어딘가에는 내 연성을 재밌어 하는 사람이 있겠지... 모처럼 끝까지 쓰기도 했고... 여튼 이것저것 많관부입니다... 그럼... 또 연성 해오겠습니다...(머쓱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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