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돌_단편모음

Going Home

깜돌_일상물

부드러운 아침 햇살이 하민의 눈꺼풀에 장난을 친다. 잠을 방해받아 눈살을 찌푸리던 하민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한 곳으로 고정된다. 하민에게 폭 안긴 남청빛의 머리칼이 그가 뱉는 한숨, 한숨에 반응하여 작게 일렁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못내 사랑스러워 하민의 눈꼬리가 급히 휘어졌다.

운이 좋은 날이다. 하민이 제 애인의 잠든 모습을 보는 날은 극히 드물었다. 부지런한 하민의 애인은 늘 하민보다 먼저 일어나 살며시 그의 곁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혼자 멀끔한 얼굴로 간단히 아침을 준비하고는 자는 동안 퉁퉁 불어 터진 하민의 얼굴 곳곳에 입 맞추며 그를 깨웠다. 처음 애인의 집에서 자고 일어난 날에는 제게 내려오는 뽀뽀 세례를 기분 좋게 받고서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거울을 보고는 가을볕을 충분히 머금은 맛 좋은 사과처럼 얼굴이 벌게진 채로 나왔던 적도 있었다. 여전히 하민은 그에게 못난 꼴을 보이고 싶진 않았다. 그래도 이제는 제 몰골이 어떻든 변함없이 가해지는 애정을 기분 좋게 받아낼 만큼의 여유가 생겼다.

"예준이 형."

하민이 제 가슴팍에 얼굴을 푹 묻은 채 잠들어 있는 예준의 이름을 아주 작은 소리를 내어 부른다. 막 일어난 터라 목이 낮게 가라앉아있었지만 언제나 예준의 이름을 부르는 것은 하민을 들뜨게 했다. 하민은 예준이 혹여 깰까 몸의 움직임을 최소화 하면서도 그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욕망에 한편으로는 그를 깨우고 싶기도 했다. 밤이 다 가도록 서로의 얼굴을 마주하고서도 또 눈에 담고 싶다니, 제가 생각해도 과했다. 하민은 예준을 볼 때마다 종종 그런 생각을 하곤 했다. 피사체의 아름다움을 담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예술가가 된 것만 같다고. 예준과 터놓고 마음을 나누기 전에는 초조함에 절여져서 주변으로부터 왜 이렇게 산만해졌냐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으니 아예 없는 말도 아닌 듯했다.

잠시 과거에 머물던 하민을 끌어올린 건 그의 품 안에서 꼬물거리는 예준이다. 예준이 갓 지어낸 따뜻한 숨결이 제 가슴에 바로 닿고 있음을 미루어보았을 때 숨쉬기 답답하기도 했을 것이다. 하민은 예준의 뒤척임에 맞춰 그가 편하게 자세를 취할 수 있도록 몸을 움직인다. 아마 예준은 이미 깼을 것이다. 그는 날이 새면 깊이 잠들지 못했으니. 그래서 어제도 하민은 적당히 하고 잘 계획이었다. 예준이 두 다리로 하민의 허리를 감싸 제 몸쪽으로 당기지만 않았어도 말이다.

"음···, 하민아. 언제 일어났어? 깨우지이···."

"형 더 자요. 어제 무리해서 피곤하잖아요."

"아아! 부끄럽게 왜 아침부터 그런 얘기를 해."

예준이 귀 끝을 물들인 채로 말끝을 늘인다. 그리고 쥐구멍 대신 하민의 품 안에 자신을 묻었다. 하민은 예준의 살결을 피부로 느끼며 그의 체향을 폐부 깊숙이 가둔다. 한창 바쁠 때는 이 향이 고파도 맡을 수 없으니 늘 허기가 졌다. 예준은 다른 멤버들이 있는 곳에선 절대 이런 행동을 허락하지 않으니 지금이라도 양껏 들이마셔야 했다.

예준의 살갗에선 늘 햇빛에 널어 바싹 마른 이불에서 나는 포근한 향이 났다. 예준은 그것이 섬유유연제 향일 것이라고 항상 말했지만 하민의 생각은 달랐다. 예준의 집 모든 곳에서 이 완연한 볕의 향이 묻어있었기에. 아, 이제야 행복에 잠겨 죽을 것만 같다. 바빴던 모든 것들을 내려놓은 채로 오직 예준을 느낀다. 당장 5분 뒤의 일도 알지 못하면서 잘 될 거라고 말하며 불안을 믿었던 날들의 유일한 안식은 예준이었다. 그때는 예준의 격려 한 번에, 예준이 내민 손 한 번에, 예준이 기꺼이 내어준 품 한 번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박동이 단순히 꿈에 대한 열정 때문은 아니란 걸 알게 된 건 조금 나중의 이야기. 어쨌든 처음 들인 습관은 잘 고쳐지지 않아 잘 되어가고 있는 지금도 여전히 예준을 찾는다. 마치 일을 끝마치면 당연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처럼.

하민이 예준의 뺨을 붙잡고 봉긋하게 솟아오른 두 뺨에 짧게 키스한다. 우뚝 솟은 코에도, 매끈한 이마에도. 우주를 박아 넣은 듯 반짝이는 눈동자를 주시하다 그 눈망울 위에 제 입술을 살며시 놓는다. 바르르 떨리는 속눈썹이 입술을 간질이는 것을 느끼며 기분 좋게 웃는다. 마지막으로 예준의 얼굴에서 가장 붉은 곳에도 쪽 소리가 나게 입을 맞춘다. 한 번으로는 부족해서 두 번, 두 번으로도 부족해서 세 번. 맑게 웃는 예준을 보며 하민도 소리를 흘리며 웃는다. 그리고 말한다.

"좋은 아침이에여, 예준이 형."

예준이 답한다.

"오늘도 사랑해, 하민아."

_

비하인드...(찾은 사람 잇을까...?)

평소 깜돌의 일상과 정 반대라서 마지막 두 대사도 사실 원래 같았으면 예준이가 굿모닝 인사하고 하민이가 사랑한다고 말하는데 포지션 바꿔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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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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