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돌,놔갱_썰모음

오메가버스 썰

깜돌

돈 없는 대학생 알파 유하민. 방학 때 돈 벌려고 알바 수소문 하다가 어느 회장님 집 가정부로 단기 알바하러 들어가게 됨. 원래 하던 직원이 장기 휴가를 갔다나 뭐라나. 그래서 아무튼 거기서 마당 청소하고 빨래널고 개밥주고 정원 관리하는 거 도와주고 그럼. 

사실 베타 한정으로 인력을 구했는데 유하민 몸으로 하는 거 다 잘해서 페로몬 갈무리 쥑이게 했더니 다들 베타로 착각함. 어차피 한두달 하는 단기알바니까 뽑는 쪽도 별로 신경 안 쓴듯. 

암튼 그래서 열심히 일함. 재벌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월급도 짭짤했음. 근데 여기는 직원 두명 짝 지어서 밤에 상주를 해야함. 혹시 고용주가 뭐 해달라거나 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드디어 유하민도 그 날이 옴. 늦게까지 저택에 남아있는 건 처음이라 긴장한 유하민. 옆에 선배직원이 별거 없다고 가끔 회장님이 빡쳐서 유리잔 집어던지면 그런거 치워주면 된다고 함. 더 쫄아버린 유하민... 

그래도 금방 적응해서 직원들 따로 있으라고 내어준 방 쇼파에 앉아서 폰으로 피파보는 유하민... 그러다 깜빡 졸았는데 옆에 선배직원이 유하민 막 깨움. 누가 왔대. 그 분 빨래 받아서 정리하고 뭐 차려달라하면 차려줘야된다면서 부랴부랴 나감. 유하민도 정신차리고 뒤따라감. 

독한 술냄새 폴폴 풍기고, 몸을 비틀대며 복도를 걸어가는 남자 뒤를 쫓으면서 선배직원이 이것저것 물음. 식사하셨냐, 뭐 좀 더 드시겠냐, 씻을 물 준비하냐 등등. 유하민은 선배직원이 다 해주니까 그냥 어영부영 몸만 움직이고 있었는데 갑자기 앞에서 걸어가면서 선배직원의 질문에 취해보이는 몸과 다르게 한점 흐트러짐 없이 명확한 발음으로 대답하던 남자가 뒤를 돌아 얼굴을 보여줌. 

유하민 깜짝 놀람. 남자가 너무 곱게 생겨서. 피부도 맑고 잡티하나 없고, 이목구비 뚜렷한데 청회색의 눈동자와 차분한 블루블랙의 머리칼은 오묘함과 신비함까지 줌. 자기도 모르게 감탄하면서 얼굴 보다 헉, 실수했다. 생각하고 바로 고개 숙이는 유하민. 근데 이미 늦은 듯 했다. 남자가 유하민쪽으로 걸어옴. 유하민 좆됐음을 감지하고 바로 죄송합니다 외칠 준비함. 근데 정작 아무말도 못했어. 왜냐? 

-알파? 

남자의 시선이 정확히 유하민에게 꽂혀있었고, 유하민도 그걸 느낌. 모른척 할 수도 없었음. 선배직원이 유하민이 말 없이 고개만 숙이고 있으니까 옆구리 쿡쿡 찌름. 대답하라고. 유하민 어떻게든 놓친 정신줄 붙잡고 대답함. 

-아닙니다. 베타입니다. 

거짓 답 하자마자 남자가 페로몬 풀음. 진짜 기분나쁨을 농축한 느낌의 페로몬이었음. 유하민 자기도 모르게 헙,하고 숨 들이마시니까 남자가 코웃음침. 

-다른 건 다 필요 없고요, 이 사람 해고처리하고 지금 내 방으로 올려보내세요. 

선배직원이 공손하게 알겠다고 인사한 뒤 유하민 데리고 직원 방으로 감. 

-진짜 알파예요?

-아···. 네. 

단박에 짤렸는데 이제와서 거짓말할 필요도 없으니 유하민 걍 털어놓음. 재수 없었다 생각하고. 어차피 지금까지 번 알바비로도 충분히 한학기 생활비 쓸 수 있기 때문에 아쉽긴 해도 미련은 없었음. 

-하민씨 그렇게 안봤는데 정말···. 속일 게 따로있지···.

-죄송합니다.

-나한테 죄송해서 뭐해요. 짤린건 하민씬데. 일단 짐 챙겨서 예준님 방으로 가요.

-네. 

나 짜른 남자 이름이 예준이구나. 아마 성은 남이겠지? 회장님 성이 남씨니까. 형질자인 줄은 몰랐는데. 아씨 하필 걸려가지고.

뭐 그런 쓸데 없는 생각하면서 자기 짐 다 챙긴 유하민 선배직원 따라 난생처음 도련님방에 입성함. 유하민은 외관 담당이라 실내에 들어온 게 사실 이번이 처음임. 궁금해서 슬쩍슬쩍 눈 돌려가면서 도둑구경했는데 방 욕실에서 샤워가운 정갈히 입은 채 김 퐁퐁 내뿜으며 남예준이 나옴. 직원은 남예준에게 꾸벅 인사하고 바로 나감. 

유하민이 쭈뼛대며 문 앞에 서있으니까 남예준이 손님 응대용 쇼파에 본인이 먼저 앉고 유하민에게 이리와 앉으라고 손짓함. 유하민이 앉자 남예준이 대뜸 물어봐. 

-지금 내 기분이 어떤 거 같아요? 

해고했으면 됐지 이런 식으로 또 사람을 쪼는구나(?)

생각하며 식은땀 좔좔 흘리는 유하민. 근데 약간 짭쪼름한 바다향이 나면서 안정감있는 페로몬이 느껴지는 거임. 아, 이 사람 화 풀렸네. 싶어서 처박은 고개 들어올리는 유하민. 

-나쁘진 않으신 거 같은데요.

-정확하네요. 신기해라. 

딱 그 말 한마디 하고 탁자서랍에서 뭔 종이랑 펜을 주섬주섬 꺼내더니 유하민 앞에 들이미는 남예준(아마 회장 손주). 

-당분간은 내 밑에서 일해요. 내일 나 출근 할 때 같이 가고, 퇴근할 땐 집에 데려다 줄게요. 보수는 지금 받는 것의 두배로 줄게요.

-네?

-왜요? 싫어요?

-아니요. 너무 갑작스러워서요. 

유하민 입장에서야 돈은 벌 수 있음 버는 게 좋으니까 일단 펜 들긴 들음. 수상해서 계약서도 꼼꼼히 읽어봤는데 별로 특별할 건 없는 거 같음. 기다리느라 지루했었는지 하품하는 남예준을 보면서 유하민이 자기 한달뒤에 개강하는데 괜찮냐고 물음. 상관없대. 그래서 싸인까지 함. 싸인하는 모습 보고 만족스러운 듯 슬쩍 미소짓는 남예준. 그리고 그런 남예준 곁눈질 하는 유하민. 남예준이 유하민 자라고 보내면서 딱 한마디 함. 

-다음부턴 거짓말 하지 마세요. 화나니까. 할 거면 티나게 해, 오늘처럼. 

다음 날 남예준 차타고 같이 출근하는 유하민. 기사가 데려다 줄 줄 알았는데 아니라서 1차 실망하고, 회전문 들어가면 직원들이 줄서서 90도 인사할 줄 알았는데 그런거 일절 없어서 2차 실망함. 그래도 남예준 업무공간 개인실이라 불편하진 않겠구나 싶은 유하민. 

남예준이 시키는대로 고분고분 응대쇼파에 앉아있으니까 갑자기 또 뭔 서류 하나를 내밈. 그리고 사인하래. 보니까 기밀유지각서임. 내용 훑어보니 비밀 안지키면 장기 다 떼다 팔아도 못 갚을만큼의 책임을 물겠대. 갑자기 등골이 싸해지는 느낌에 유하민 냅다 튈까 고민함. 어차피 생활비도 다 벌었고 괜히 이런 일 하다가 좆되면 나만 손해아냐?

그래도 좀 궁금하기는 해. 도대체 뭔 비밀이길래 그렇게까지 숨길려고 하지? 그래서 중간으로 타협보고 남예준한테 물음 

-제가 충분히 지킬 수 있는 건가요?

-그럼요. 입만 함부로 안놀리면 되는데. 그게 어렵나? 

꽤 진중한 스타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눈이 틀렸나요? 아닌데···. 그러니까 한달 넘게 베타인 척 하고도 잘만 지냈지. 그쵸?

방긋방긋 웃으면서 사람 압박하는 남예준과 결국 얼레벌레 싸인 해버린 사회적 아기 유하민. 남예준은 유하민이 떨떠름하게 싸인 하자마자 종이 갈취해서 잠금장치 있는 본인 책상 서랍에 바로 집어넣음. 유하민은 뭔가 잘못된 것 같은 기분에 갑자기 식은땀이 나기 시작함. 그러거나 말았거나 콧노래까지 부르며 다시 쇼파로 온 남예준이 이제 자기 비밀과 유하민이 할 일에 대해 설명해주겠다고 함. 

-지켜야 될 비밀은, 내가 형질자지만 페로몬을 못 맡는거. 

형질잔데 페로몬을 못맡으면 걍 베타 아냐? 뭔 소리야?

유하민 속으로 뇌정지와서 혼돈의 카오스 상태됨. 유하민이 이해되게끔 남예준이 설명 붙여줌. 페로몬 맞으면 몸의 변화가 오긴 오는데 페로몬을 못 느끼니까 본인이 위험하다함. 개인의 고유한 페로몬 향 뿐만 아니라 페로몬을 통해 소통하는 것 자체도 불가능하대. 호기심대마왕 유하민 듣다보니 궁금해져서 그럼 페로몬 조절 어캐 하냐고 물어봄. 그건 또 할 수 있대. 그래도 주의하려고 억제제랑 조절제는 계속 먹는다함. 유하민은 어차피 뭐 본인 페로몬은 본인이 맡을 수 없으니까. 생각하고 넘어감. 실제로도 남예준이 사용하는 공간에는 페로몬을 노력해서 맡지 않는 이상 잘 느껴지지 않았음. 그냥 은은한 잔향처럼 느껴져서 형질자가들어와도 몸 닳아오를 일도 없을 거 같았음. 

-어쨌든 하민씨가 비서인 척 하고 나랑 함께 얘기하고 있는 상대가 기분이 어떤지, 나한테 무례하게 굴고 있는지, 그런걸 좀 파악해서 티안나게 실시간으로 내게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할 수 있겠죠? 나도 최대한 협조 할테니 오늘 나 퇴근하기 전까지 방법 고안해서 알려주세요. 

그렇게 시작하는 깜돌이 보고 싶었습니다... 은밀하게 사인 주고 받는 깜돌... 어쩌다보니 구구절절 말이 많아져버림... 남예준이 페로몬 못 맡는 이유는 후천적으로 발현한 오메가라서... 약물이나 이런것에 의해 베타였는데 억지로 형질자로 만든 거임... 일종의 부작용임.(여기는 알파나 오메가나 별 차이 없고 형질자이냐 아니냐가 중요. 눈으로 안보이고 귀로 안들리는 대화들을 듣고 안듣고가 중요해서.)

가끔 남예준이 투자받아야해서 상대한테 기고 들어가야할때는 유하민한테 사인 주지 말라고 함. 그러면 그 날은 알파 페로몬 흠뻑 맞아서 남예준 헤롱거림. 그럼 그 뒷처리 담당은 위장비서 유하민의 몫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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