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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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질문에 ▒▒▒는 과거의 일을 떠올렸다. 

외부인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을 것 같던 이 곳에도 종종 찾아오는 사람이 있었다. 필요한 물자를 주기적으로 가져다 주는 근처의 마을 사람으로, 그가 돌아가는 방향을 따라 사역마를 보낸 것은 순전히 호기심이었다. 그는 어디에서 오는 걸까. 그 곳엔 그 말고도 다른 사람이 있는 걸까. 누구도 신경쓰지 않고, 궁금해 하지 않는 것에 관심이 갔을 뿐.

그가 도착한 곳에는 평범한 사람들이 있었다. 마술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거창한 목표는 없을지라도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이. 그리고 그 모습은 꽤나 즐거워 보였다. 내가 모르는 장소, 내가 모르는 사람들. 그 만큼의 다양한 인생이. 이 숲의 바깥에는 이런 것들이 있는 것이다. 그게 더 알고 싶어서 사역마를 계속 보내보기도 했다. 멀리, 멀리, 더 멀리….

“또 쓸데없는 짓을 했더군.”

툭. 완전히 힘을 잃은 사역마가 발치로 던져졌다. 너도 어크하트의 일원이라면 이런 짓은 그만두고 제 몫을 하는 마술사가 되어라. 우리의 오랜 비원을 네가 이루는 거다. 무정하게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고 말하는 상대에게 ▒▒▒는 중얼거렸다. 근원 따위 엿이나 먹으라지. 변하지 않는 매일, 계약에 묶인 채 평생을 고여 썩어 갈 사람들. 그들은 그것조차 기쁘게 받아들일 것이다. 이런 인생은 말도 안 된다. 이것이 운명이고 순리라면 거슬러 주겠다, 고 생각한다.

18살의 어느 날. ▒▒▒는 미련 없이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뛰쳐나왔다.

감옥처럼 나무가 빽빽하게 둘러싼 숲을 빠져나와 가장 처음 눈에 담은 지평선, 뺨에 닿는 차가운 공기, 어크하트가 아닌 다른 사람들. 그것들과 마주한 순간 느낀 해방감은 아마도 평생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가자. 자유로우니 어디로든 떠나자. 빛이 가득한 방향을 향해 저절로 다리가 움직였다. 아직 모르는 곳, 아직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그리고 그건 아주 즐거운 일일 것이다.

아, 이렇게 물어볼 걸 그랬나.

당신은 처음 세상과 마주한 날을 기억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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