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위소병] 트위터 썰 백업 3 (옮김)
경영학과 남궁도위 애인 있습니까? 썰 백업.
트위터에 풀었던 경영학과 남궁도위 애인 있습니까?!(경영도이)썰을 약간 수정하고, 완결까지의 내용을 추가해서 백업합니다. 오탈자는 나중에 수정하고자 하니 너그럽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제 스스로는 쓰면서 이게 아닌데,, 를 많이 외쳤던 썰이라 부끄럽기도 하네요 . > //// < 모쪼록 끝까지 재밌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2023.10.08 재발행 (124가 없는 이유가 있음)
도소의 천도소를 위해 재발행합니다. 현패기도 하고 캐붕 심하다고 생각해서 내렸는데,,, 부끄러움을 이겨내 보겠습니다. 프사 완전 옛날거네 쩔어 시간이 많이 지나서 캐해가 꽤 바뀐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부끄러워서 버티기 힘들면 다시 내릴게요... 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2024.01.19 펜슬 이전
옮깁니다요
제목:경영학과 남궁도위 애인 있습니까?
ㅈㄱㄴ
ㄴ 아는 사람 있음? 고백받는것만 일주일에 두세번은 보는디
ㄴ 걔 친한 사람 별로 없자너 화학과 ㄷㅍ나 누구냐 그 허연 사람 말곤 같이 다니는거 못 봤는데 거기가서 물어보셈
ㄴ제가 몰라서 그러는건데요?
ㄴ 니 누구야
제목: 경영 남신 오늘 얼굴 왜 저러냐
애가 완전 하얗게 질렸던데 조별과제땜에 말거니까 비틀대면서 대답해주는데 안쓰럽더라;; 근데 그래도 잘생겼음 역시 남신 이름 어디 안 가는 듯
ㄴ 너는 그 와중에도 얼굴을
ㄴ 니가 한번 봐라 그 얼굴 보고 침 안 흘릴 수 있는지 난 마스크 있어서 살았음
제목: 여쭤볼 게 있어서 글 올립니다.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말하자면, 친한 선배한테 고백받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마음이 없어서요. 거절하고 싶습니다. 선배 마음에 상처 안 받게 거절하는 방법 같은 거 없을까요? 선배만 괜찮다면 계속 친구 사이로 지내고 싶은데. 조언 부탁드립니다.
ㄴ 길어 3줄요약좀
ㄴ 고백을 차면 차는거지 친구사이로 계속 지내고 싶다는건 뭐냐? 고백한 그 분도 용기있게 고백한걸텐데 너도 찰거면 용기있게 차라
ㄴ진짜 친한 선배라서요. 그리고 그리 진심으로 고백하신건 아닌 것 같았습니다.
ㄴ ;; 니가 그걸 어케 암
ㄴ 절 좋아하실 분이 아닙니다
ㄴ 남녀 사이에 좋아할 사람 아닌 사람이 어딨음 니가 그냥 눈치없는거 아니고?
ㄴ 고백받기 전날까지만 해도 그런 기미 없었습니다. 오히려 저한테 나중에 여자 소개시켜달라고 한 적도 있는데요.
ㄴ 엥 남자임?
ㄴ 남자입니다. 그게 중요한가요?
블루투스 1차임 적립이군. 임소병은 핸드폰을 보면서 머리를 감싸쥐었음. 당패나 본인인 저한테는 물어볼 수 없었을테니 화타(화산대 세계관의 에브리타임즈)를 사용한 거겠지만, 본인이 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던 걸까? 물론. 커뮤니티라고는 안 볼 것 같게 생긴 도련님이니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경영학과 남궁도위 애인 있습니까-하고 떡하니 올렸던 제 과거는 잊은 채로, 임소병이 생각했음.
말투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고. 부정하고 싶었으나 빼도박도 못하게 임소병과 남궁도위, 둘의 이야기였음. 젠장, 어제 술을 더 먹여서 아예 골로 보내버렸어야 하는데. 알코올이 부족했나... 술을 먹고 뻗었어도 어디서 굴러다니는 대학생과는 차원이 다른 남궁 도련님은 뇌랑 간세포도 우수한지. 임소병이 간밤에 고백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은 듯 했음.
임소병도 섣불렀다는 감이 있었음. 고백이요? 저한테요? 하는 남궁도위의 얼굴을 보자 아차 싶었지만 술에 취한 장기가 말을 듣는 법이 어디 있던가? 임소병의 의사와는 다르게 이미 말은 나가고 있었지. 평소라면 개미지옥마냥 남궁도위가 절대 거절하지 못할 책략이라도 짜서 빼도박도 못하게 함락- 내걸로 확정- 으로 만들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첫 풋사랑에 들뜬 임소병과 알코올 분해에는 소질이 없었던 개쓰레기 간의 조화는 상상 이상의 네거티브 시너지를 냈음.
맨날 투닥투닥 싸우는 악우로써 지내는 선후배 사이지만. 술도 먹이고 밥도 먹이면서 친해지면. 뭐라도 될 줄 알았는데! (게다가 술안주 비싼 집이었단 말이야!). 뭐가 되긴 돼, 이보다 쪽박 치기도 어려울거임 학교 가기 싫다고 침대에서 버둥거리며 대리출석을 해줄 친구를 구해봤지만 임소병의 대학 교우관계도 그리 좋지 못했던터라.
유감스럽게도 임소병은 꼼짝없이 남궁도위와 같은 수업을 들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었음. 청명 후배^^하고 평소와는 다르게 다정스런 말투로 보낸 카톡이 4시간째 씹히고 있는것만 봐도 알 수 있었지. 이럴거면 수업 좀 잘 들어놓을 걸, 학점 미리미리 채워둘걸... 그러나 임소병은 가련한, 장학금을 학교에 붙들린 대학생이었고.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는 법이었음.
그렇게 임소병은.... 아침부터 자신을 기다린 남궁도위와 조우하게 됨. 1교시부터 수업이 있고, 그 사이에 지옥의 공강이 기다리는 저와 다르게, 남궁도위의 시간표는 가히 예술적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로 깔끔하게 짜인 것으로 아는데 (이것이 정파광기인가? 정파는 수강신청도 잘하냐?). 왜 남궁도위가 제 눈 앞에 보이는 건지 이해할수가 없었음. 1교시부터 얘가 제 강의실 건물도 아닌 곳에서 죽치고 있는다는건 상식적으로 임소병을 기다렸다는 말 밖에 안되었지. 그러나 수업에는 학점이 걸려있었고. 어제 제가 고백했든 말든 그딴건 임소병의 삶보다 중요하지 않았음.
미안한데, 사실 미안안합니다만. 저 수업 들어가야하거든요? 그러니까 비켜! 임소병이 남궁도위를 밀치고 들어가려는 순간
"오늘 현교수님 휴강이에요."
하는 나긋한 목소리가 귀에 들려왔음. 뭐? 과연 남궁도위의 말대로 단톡방에 공지가 올라와 있었음. 저만 그제 일에 정신이 팔려서 확인을 못했던 것 뿐이었지. 나는 몰랐다 치자, 그걸 왜 너는 아시는데요. 그리고 휴강인거 알았으면 내가 안 오겠구나- 하고 생각해야지 왜 여기서 기다리고 있냐고. 소병이 황당한 얼굴로 쳐다보자 도위가 말했음.
"선배 원래 카톡 확인 잘 안하잖아요. 오늘도 그러실 것 같아서. 기다렸습니다."
남궁도위는 임소병을 너무 잘 알았음. 1년의 아웅다웅으로 다져진 사이니 굳이 말할 필요가 있을까, 보기보다 세심한 성격인 남궁도위가 사실 임소병보다 임소병을 더 잘 알 것이라는 건, 지나가던 당패가 인정해주고 갈 상식이었음. 이렇게 세심하니까 내가 반하지, 남궁도위가 잘못한 거라니까? 아무튼 내가 맞음. 혼자 끙끙거리며 생각하던 임소병을 일깨운 것은 남궁도위의 한마디였음.
"선배. 저랑 이야기할거 많으시죠."
그렇게 말하는 남궁도위의 눈빛이 진지해서 조금 두근거렸기는 한데, 그 새 사람들이 웅성거리면서 모이고 있었음. 전봇대만한 미남이 아래에 쭈그렁 쥐새끼를 몸으로 가두고 있으니. 화제가 될 만한 광경이기는 하였음. 제목 : ㄱㅇ ㄴㄱㄷㅇ랑 ㅁㅊ ㅇㅅㅂ 싸웠냐? 같은 게 집가면 화타에 올라와있겠군. 당 후배가 댓글로 울겠지. -나 또 걔네 화해시켜야해? 못해. 때려쳐! 절교한다 기필코.-거 미안합니다! 뭐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아무튼 둘은 자리를 옮겼음.
그리고 임소병이 들은 말은 뜻밖의 말이었음.
"선배가 말한 거 말인데요, 선배가 괜찮으시다면. 네. 저희 사귈까요?"
"뭐요? 오늘따라 귀가 막혔나 헛소리가 들리는거 같은데. 미안한데. 다시 말해보십쇼."
"오늘부터 1일입니까?"
친구한테 고백받더니 충격을 너무 받은 나머지, 드디어 미친건가? 내가 너무 그 동안 괴롭혔나? 임소병은 다행히도 주문한 음료가 ? (hot)아메리카노였기 때문에 고백한 사람이 고백 받아준 사람한테 첫날부터 찬 음료 갈기기 같은 일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었고. 그건 남궁도위에게 정말로 다행인 일이었음. 장난으로 얼버무리려고 준비했던 임소병의 102가지 시나리오들은 쓸모가 없어졌지. 남궁도위가 고백을 받아줘버렸으니 말임.
아마 남궁도위의 마음은 임소병의 진지한 마음보다야 훨씬 가벼울 것임. 실제로 고백을 받아주는 태도도 두근거림보다는 평소의 오만함이 더 드러나보였지. 하지만 그게 중요한가? 일단 고백을 받아준거면 내거 땅땅이고. 꼬시는 건 그 다음에 하면 된다! 기적의 논리였지. 마음이 없는 것 보다는 받아줄 마음이라도 있기만 하면 되니까. 임소병은 급속도로 기분이 좋아졌음. 내가 이번 생에 남궁 간 쓸개 다 빼본다. 기대해라 남궁도위!
뜨거운 커피를 들고 실실 웃는 임소병의 모습에 반대편에 앉아있던 남궁도위는. 조금 등골이 오싹해진 것처럼 보였으나. 그건 임소병의 알 바가 아니었음.
세상아 봐라, 내가 해냈다!
제목 : 연애할때 데이트 장소로는 어디를 추천하시나요?
이번에 두학년 위의 선배에게 고백을 받아 연애를 하게 되었는데요, 제가 지금까지 연애를 해본적이 없어 데이트 장소 선정이나 코스 짜는 데 그리 재주가 없습니다. 화산대 근처 맛집이나 분위기 좋은 장소 추천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남궁도위가 방금 쓴, 꽤나 정직한 글이었음. 화타같은건 그리 건드려본적은 없습니다- 하는 태가 아주 잘 배어나오는 글이었지. 바로 아래에 비오는데 학교 보내는거 대학생 학대 아니냐? 하는 글이 올라온 것과는 매우 상반되어보이는 모습이었음. 아무튼, 남궁도위는 고민에 휩싸여 있었음.
당연하게도 그건 임소병과 관련된 일이었는데, 화타에서 조언을 받다 홧김에 고백을 받아줘 버린게 문제였던거였음. 남궁도위의 글 -여쭤볼 게 있어서 글 올립니다.-는 임소병이 보고 이불을 차고 머리를 뜯은 후 화면을 지워버린 후에도 꽤나 오래 화제가 되었는데, 점점 정상적인 조언은 커녕 장난기를 담은 말들만이 댓글의 주를 이루고 있었음.
그리고 남궁도위는 생각보다, 저는 아마 아니라 생각하겠지만 순수했고. 결국 그것은 마지막 댓글 -야 그러면 네가 역으로 고백해서 혼내주는건 어떠냐-하는 글로 이어졌음. 아마 댓글을 쓴 사람은 남궁도위의 오랜 항변으로 인해 임소병의 마음이 장난이라 짐작하고 있었을 테고, 그래서 그런 글을 쓴 거겠지만. 안타깝게도 임소병은 잔뜩 후배를 괴롭히다 혹시.. 이게 사랑..! 하고 깨달아버린거지 결코 그 마음에 거짓은 없었다 말할 수 있었지. 문제는 남궁도위에게 있었음.
고백으로, 혼내준다? 그게 뭡니까? 근데 뭔가.. 꽤 괜찮은 생각인 것 같아.
왜냐면 나도 고백으로 혼났으니까(?) 소병 선배도 진짜 고백받으면 장난을 그만두시지 않을까(?) 1년 365일. 연중 무휴로 임소병에게 괴롭힘을 받아왔던 남궁도위는, 임소병의 고백이 장난이라는 말을 듣자 그럼 그렇지. 하는 생가을 품게 되었음. 그런 상황에서 고백으로 혼내주자는 말은 꽤나 인상깊게 들렸지. 그리고 남궁도위는 진짜로 고백을 받아주게 되어버렸고. 핸드폰에는 D-DAY어플이 깔렸음. (1일 기준은 임소병과 합의해, 고백 받은 날로 잡았음)
그러나, 어느순간 머리가 아득해지던 때도 분명 있었지. 이 장난은 어디까지 가는가? 나는 왜 화산대 데이트 코스를 검색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궁도위가 멈추지 않은 이유는, 지금 이 상황이 왜인지는 모르겠으나 퍽 만족스럽고. 임소병과 이런 장난을 한다는 사실이 왜인지 모르게 기분을 들뜨게 했기 때문이었음. 왜인지 맨날 당하던 자신이 역으로 장난친다니. 재밌잖아!
그러나 남궁도위가 간과한 것은 임소병의 취향이 평균적인 대학생들의 취향과는 꽤나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었음. 아기자기한 카페에서 디저트를 먹어? 거 국밥 한그릇이 더 낫지. 너무 단건 소화도 잘 안된다고요! 예쁜 산책로? 거, 우리 대학 옆에 산 많은거 알죠? 거기나 갑시다! 야심차게 준비한 데이트 계획은 다 까여버리고. 졸지에 주말 일정이 바다에 알탕먹으러가기 or 이틀동안 산타기 둘 중 하나로 고정되어버린 도위는 이게 데이트입니까? 승진을 위한 부장님 기분 맞춰드리기 사원 풀코스지. 같은 생각을 잠깐 했으나 속으로 삼켰음. 임소병이 기뻐보였기 때문임
개구지게 미소짓는 활짝 웃는 얼굴. 문득 도위는 그저, 장난으로 어쩌다 사귀게 되었을 뿐인 저한테도 이런 얼굴을 보여주는데, 진짜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임소병이 어떤 얼굴을 보여줄지 궁금해졌음.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것을 함께한다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을 테지. 약간 입안이 썼음. 자신의 취향따위는 도저히 고려해주지 않는 임소병의 독선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그와 함께하는 데이트는 놀랍게도 항상 즐거웠음.
아니, 임소병과 함께라면 남궁도위가 아니라도 그 순간을 즐거워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임. 원래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고 자신의 즐거움만을 택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런 모습은 원래의 남궁도위었다면 용납되지 않을 것이었음. 물론 임소병이라는 사람은 그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서일지도 모르나, 다른 사람이었다면 오늘부터 우리 친구 그만두자, 절교하자는 소리야. 네가 선을 많이 넘었거든. 그런 말을 통해 관계를 끊었을지도 몰랐지.
그런 기조로 사람을 숭덩숭덩 잘라낸 전적들이 있는 남궁도위의 삶에서 임소병은 항상 예외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음. 최악의 첫만남, 순탄치 않았던 관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것은 그의 무엇이었던가. 집에 사람을 잘 들이지 않는 남궁도위의 벽도 어느새 깨고, 임소병은 낼름 그 속에 들어앉아 있는 그런 사람이었음. 침대에 아이스크림이랑 과자를 들고 올라가서 흘렸다고 말하거나, 남의 옷을 훔쳐입거나, 술먹고 디비 자고 일어나선 남의 칫솔을 들곤 이거 후배 칫솔입니까? 제가 좀 썼습니다. 하고 천연덕스럽게 이야기하던것도. 그 순간순간에 짜증이 좀 나긴 했어도 그저 그 뿐.
이 사람을 쳐내고 싶다거나, 울화통이 터져서 이대로는 안되겠다거나 그런 생각이 들었던 적은 추호도 없었음. 임소병과 비슷하게 친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당패가 그런 행동을 한다면 즉각적으로 재재를 가했겠지. 그러나 임소병이 하는 행동들은 그렇게 밉지 않았고. 그렇다면 그 둘의 차이는 뭐지? 산양처럼 산을 타고 오르는 임소병의 뒷모습을 보면서 남궁도위는 생각했음. 왜 이렇게.. 당신만 예외인 것 같을까.
원래 재수가 없어서?
그럴 만한 사람이라서?
원래 예의라고는 없던 사람이니까?
그것도 아니라면, 사파새끼라?(아니, 사파가 뭔데?)
갑자기 속이 울렁거리고 마음이 혼란스러웠음, 밥을 급하게 먹었던 건 아닌데, 생소한 음식이라 체했나?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멈춘 이유는 하얀 손이 제 눈 앞에서 흔들리며
"후배, 뭐 잘못 먹었습니까? 나는 잘 먹였다고 생각했는데. 도련님들은 시래기국밥같은거 먹으면 체하나?"
위장까지 고급이네, 재수없기는. 하는 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임. 아니거든요! 하면서 다시 남궁도위는 같이 산을 올랐음. 그러며 무의식 중에서 떠올렸지. 이 장난이 끝날지라도. 이런 시간을 더 가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른 사람 말고, 이 사람과 더 함께하고 싶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남궁도위와 임소병의 D-DAY 일수가 어느덧 50일에 가까워지고, 몇번의 데이트가 더 있었으나. 그 둘의 진도는 손 잡기에서 도무지 나아가지를 못했던 그 즈음... 사건은 터졌음.
제목: 남자친구가 50일 될때까지
손 잡는걸로 스킨십이 끝인데 이거 정상임? 얘 어릴때 한번 거기 차였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이거 사실인가봐 어케 확인 못하냐, ;; 내가 급한 거임?
글쓰기 버튼을 누르려다 됐다. 하고 임소병은 핸드폰 화면을 꺼버렸음. 아니, 손 잡는거. 좋다 이거야. 남궁도위의 두툼하고 관절이 튀어나온 손은 확실히 만지는 맛이 있었음. 최근엔 너무 조물조물거려서 남궁도위가 파렴치한을 보는 표정으로 임소병을 본 것도 여러번이었지(딱히 다르지는 않았음.) 하지만 솔직히. 그것만 하는건 질린다고! 도련님으로 오냐오냐 살았으니 그래, 연애가 처음이라 진도 느린거면 내가 겸허히 이해해 준다고도 생각했지만. 남궁도위는 이미 연애 경력이 있는 건장한 남자였음! 임소병을 만나기 전에는 여자만 만난 것으로 알지만. 여자하고 남자가 뭐 달라? 아랫도리 사정 빼고는 똑같지.
투덜거리며 임소병은 생각했음. 당 후배한테도 물어보길 그리 쑥맥도 아니었던것 같더만. 왜 그러는지 말야. -그걸 왜 선배가.. 물어보시는지.. 하지만 이거 더 캐면 저 귀찮아질 것 같으니까 그냥 말씀해드릴게요 도위한테 말하지 마세요-!- 하고 빠른 배신을 택한 당패가 머리에 어렴풋이 떠올랐음.
하지만 니가 안하면 누가 하면 된다? 내가 한다. 입이 하는 일을 머리가 모르게 해라, 남궁도위 기다리시지! 네 정조를 빼앗으러 가겠다!
산적같은 포부로 침대에 누워서 임소병은 야망을 불태우고 있었음. 그 시각에 남궁도위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는 있었지. 연애에 관한 것이었음. 유감스럽게도 남궁도위의 눈치란 임소병이 다 먹어버렸는지. 남궁도위는 여전히 이 가짜 촌극이 (임소병에겐 진실이겠지만) 어디까지 갈지, 언제쯤 깨질지를 가늠하고 있었음. 그도 그럴게 아직도 도위는 임소병의 고백이 장난인 줄 알았으니까.
장난 치고는.. 지나치게 긴데? 싶었지만 좀 스킨십이 늘어나고!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그랬긴 해도 선배님이 고백했다는 사실도 잊었구나-하지만 나한테 시간을 내준다는건 우리가 더욱 친해졌다는 거겠지- 신난다- 이런 생각만이 남궁도위의 한계였음. 그 선배가 니잡아먹을생각같은걸 하고 있단건 꿈에도 모른 채로..
하지만 그렇다. 결전의 시간은 올 수 밖에 없음. 썰 쓰고 있는 사람이 피곤해서라도 그럴 수 밖에 없었지. 친구였을때부터 문지방이 닳도록 지나다녔던 남궁도위의 집에 이번 주말에도 임소병이 와 있었음. 도위는 언제나처럼 임소병의 깐깐한 삥뜯기를 당하고 있었지.
"남궁 후배, 나 탄산은 싫고 커피도 싫고 그냥 물도 싫은데 녹차 티백이나 그런거 없습니까?"
"예예, 다 있습죠 쌍화탕도 있습니다. 그거 드실래요?"
"아, 음. 그건 싫습니다 평소면 먹었을지 모르겠는데 오늘은 좀 할 게 있어서"
"예?"
"쓴 거 싫어하잖습니까."
"네 그렇긴 한데.."
남궁도위는 금방 차를 끓여 내왔음. 임소병의 수발을 드느라 이 정도는 익숙했음. 아 차 맛 조오타. 역시 고급 인력이 끓이는 차 맛은 다르네요. 그거 그냥 커피포트에 물 끓이고 20초 담근건데요. 내가 좋다면 좋은거지 어디서 말대꾸야! 성질머리하고는.. 근데 그거 봤습니까? 뭔데요. 청명 후배가.. 시시껄렁한 대화를 나누는 동안 임소병이 의도한 것인지 아닐지는 모르겠으나 두 사람의 거리는 가까워지고 있었음.
눈치챘을때는 거의 몸이 반쯤 기댄 상태로, 몸은 거의 겹친 상태였지. 장소는 침대 위고. 이거 위험하지 않나? 뭔지는 모르겠지만. 느낌이 안 좋은데? 하고 도위의 머리가 수없이 삐용삐용하고 경광등을 울리고 있었음. 그치만 몸은 마음대로 움직여주지 않았지. 가까이 앉아있는 사람의 숨결이 느껴지는 거리라는건 그만큼 위대했음. 목덜미를 간질이는 숨결, 눈 앞으로 보이는 폭력적일 만큼.. 아찔한 정경. 선배는 왜 오늘따라 옷을 저렇게 펑퍼짐하게 입고 온거야?! 원망해본대도 입에서는 제 숨 하나 새어나가지 못했음.
딱히 평소와 다른 모습이 보이지 않는 데도 절로 사람을 움찔거리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침대에 손을 얹고 몸을 뒤로 빼었으나 상대는 고민하듯 입을 오물거리더니 오히려 얼굴을 가까이 대었음. 더 이상 분위기가 야릇해지면 위험하다, 알고 있는데도.. 지금 정신을 차려야 하는 것은 자신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데도. 그냥 상황에 맡겨버리고, 아무 생각을 하고 싶지 않다는 충동이 숨을 헐떡거리게 만들었고. 그대로 고개를 숙여 입을 맞추려던 순간-
임소병과 눈을 마주치고. 도위는 그대로 소병의 몸을 밀어내고야 말았음. 아니다, 나와 이 사람은 지금 사귀는 사이가 아니며. 그런 사이에서 이런 짓을 하였다가는 돌이킬 수 없을 터이다. 그러니, 다행이다.. 다행이 맞는건나? 밀어내진 당사자는 황당한 얼굴을 하더니 소리질렀음. 지금 뭐하는 짓입니까?
"뭐 급작스러웠던건 알겠는데, 저희 '그럴 분위기'아니었습니까? 평소에 봐주는 것도 한두번이지. 슬슬 저희도 진도 뺄 때 됐거든요?"
"..."
"뭐어.. 좋습니다. 후배님이 그렇게 부끄러우시다면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이번에 약속 한번 잡읍시다. 언제 할건데?"
남궁도위가 침묵하자, 제가 생각하기에도 좀 멋쩍었는지 임소병의 말이 빨라져있었음. 그러나 남궁도위는 이해할 수 없었지, 뭐. 진도 뺄 때? 그제서야 도위는 소병과 자신 사이에 있었던 위화감. 갑자기 친밀해진 관계 등의 이유를 알 수 있었음. 처음부터 이 관계는 거짓이 아니었던 거야. 정확히는 자신에게는 거짓, 임소병에게는...
남궁도위는 급작스레 숨이 턱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음.
그리고 임소병은 그 간극을 놓칠 사람이 아니었지.
뭐야, 뭡니까?
"왜 그렇게 얼굴이 하얘져선, 못 들을 말이라도 들은 것처럼.. 역시 내가 너무 빨랐나?"
"...저희가 이럴 사이는 아니지 않습니까."
남궁도위의 입에서 결국 튀어나온 말이 분위기를 차갑게 적셨음.
"이럴 사이? 그게 뭡니까. 데이트도 하고, 손은 잡는데 키스부터는 안돼? 저희 사귀는 사이 아닌가요?"
임소병의 언행이 격해졌음, 아무래도 무언가를 눈치챈 것이 틀림없었지. 따지는 듯한 말투는 약간 고압적이었음.
"뭐 그래, 연애는 해도 스킨십은 불쾌해하는 사람 있다는 거 압니다.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
"..."
"하지만, 남궁 후배는 그렇지 않은 걸로 아는데. 그럼 왜지? 이유가 뭘까. 내가 잘못 알았습니까?"
도위, 말 좀 해보십쇼. 평소에는 이런저런 이야기 잘도 떠들었지 않습니까. 소병이 침대에서 일어나 답답하다는 듯이 빙빙 돌다가 퍼뜩, 무언가가 생각났는지 멈춰서는 침대 위에 놓여있던 핸드폰을 들어올렸음 자판 위를 손가락이 빠르게 오가고, 이윽고 임소병이 허, 하는 한숨을 터트렸지.
"이런 거였습니까?"
도위는 짐작할 수 있었음. 아마 소병의 핸드폰에는 제가 올렸던 게시물의 창이 띄워져 있을 것이며. 고백해서 혼내주자는- 그 장난스러운 댓글도 같이 보였을 것이라는 걸. 제가 따랐던 그 댓글 말이야. 서둘러 지어낸 변명이라도 말하고 싶어 고개를 들었지만. 임소병의 얼굴이 붉어져있었음. 평소의 희게 질린 피부색과는 생판 다른 모습이었지.
투명한 눈물이 긴 눈꼬리 끝에 맺혀 떨어질락 말락 흔들리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안쓰러워 보일 수가 없었음. 적어도 남궁도위의 눈에는 그랬음. 그리고 이 사단을 낸 것이, 자신의 옳지 않았던 판단이라는 것을 도위는 알았지. 눈가를 닦아주려는 손길을 떨쳐내고 소병은 물었음.
"그러니까 말이죠. 처음부터 다 거짓말이었다는 거, 맞습니까?"
소병의 물음에 도위는 고개를 떨굴 수 밖에 없었음. 사실이었으니까. 그렇지만, 그럼에도. 도위는 제 입으로 다 가짜였습니다. 죄송합니다. 라고 말할 수가 없었음. 진실과 거짓으로만은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분명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것을 알아내기 전에는, 임소병과의 관계를 끊어내고 싶지 않았음. 무례하다고 해도 그럴 수 밖에 없었지. 그러나 무슨 염치로 그럴 수 있을까.
당신이 슬퍼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어쩌면 나도 당신에게 마음이 있을 수 있겠죠. 그런 어중간한 마음으로 사람을 붙잡는게 과연 옳은가? 남궁도위가 고민하는 사이. 임소병은 생각을 마쳤다는 듯 침묵하더니 말했음.
"진짜 아무 마음도 없었군요. 남궁 후배는."
그대로 소병이 도위를 밀치고 문을 열어 떠날 때까지. 도위는 아무 행동도 할 수 없었음.
열받아, 짜증나!
눈물로 범벅이 된 눈가를 소매로 슥슥 훔쳐 닦으며 임소병은 생각했음. 어쩐지 이상하긴 했음. 손을 처음 잡았을 던 날에도 끙끙거리며 눈치를 보는 것이,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보였고. 그걸 간과한 것은 임소병의 실책이기는 했음. 내가 뭐 알았겠냐고! 후배놈이 날 철저히 배신할지!
이 사단을 만든 남궁도위한테도 원망이 들었지만. 임소병은 그런 하수한테 눈이 멀어 자기 마음을 홀랑 뺏긴 자신도 어이가 없었음. 그리고 고백공격? 같은 걸 제안한 익명 11도 말이지. 사실 그 자식만 없었더라면 이런 굴욕은 없었을텐데. 찾아내서 산에 묻어버려?
있지도 않은 전생에서나 했을 생각을 하며, 임소병은 거리를 걸었음. 눈에 보이는 것은 죄다 미워보였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 억울함은 하루 푹 잔다고 가실게 아니었음. 곧바로 임소병은 전화를 걸어 누군가를 불러냈음. 장일소. 너 나와! 밤잠에 취한 목소리가 들렸지만 소병은 신경쓰지 않고 문자로 주소를 찍어 보냈음. 어차피 그들이 나올지 말지는 그렇게 중요한 일은 아니었지.
오냐, 오늘은 마시고 뒤져야겠다. 마시고 죽으면 때깔이라도 곱겠지! 임소병은 퉁퉁 부은 눈을 비비며. 술집으로 향했음.
술집에서는 장일소와 호가명이 기다리고 있었음. 부른 애가 가장 늦게오면 어떡하니? 이미 술은 시켜뒀단다. 하고 장일소가 말했고. 마찬가지로 집에서 자다 나왔는지 호가명은 반쯤 눈이 감겨 졸고 있었음.
"카톡을 몇번을 보내도 다 단답하고 무시하던 애가 무슨 일이래. 큰일이라도 난 줄 알았잖니. 가명이도 걱정되어서 한달음에 달려왔단다!"
"아닌 것 같은데. 니가 불러서 온 거겠지. 저기 죽어가는거 안 보이냐? 툭 치면 쓰러지게 생겼구만."
"..."
한밤중에 연락을 해도 의리있게 임소병을 찾아온 장일소와 호가명.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셋의 조합은 마찬가지로 같은 대학 선후배 관계로, 임소병이 후배, 일소와 가명이 선배였음. 같은 동아리에 들어서 다 같이(라고 쓰고 호가명과 임소병이) 고생해왔던 인연이 술친구로 오래 이어져온 사이었지. 웬만하면 임소병이 먼저 연락하는 일이 없었기에 장일소는 흥미롭게 소병의 모습을 관찰해보았음.
눈은 퉁퉁 불었고. 성질은 여전하구나. 눈이 불었다는 것은 누가 울렸다는 소리인데. 교수님한테도 따박따박 대꾸하던 임소병이 단순한 일로 저렇게 서러워했을 것 같진 않았음. 무슨 일일까. 장일소가 그리 생각하는 사이 임소병은 첫 잔을 부었고. 입에서 쌍욕이 섞인 한탄을 내뱉었음. -남궁도위 그 후배 놈이- 로 시작한 말은 점점 길어져갔지.
"신기하구나, 네가 연애하는건 별로 본 적이 없는데."
"니같은 놈한테 연애 이야기 털어놨다가 뭐하게. 비웃음이나 당하지!"
"지금 그러고 있잖니."
장일소가 웃는 모습에 임소병은 술잔으로 책상을 가볍게 치며, 젠장! 부러워, 나도 남의 이야기였으면 개 쪼갰을텐데. 술이 꿀맛일텐데! 하고 절규했음. 술 쏟아진단다/는다. 그새 잠에서 깬 호가명이 장일소와 화음을 맞춰 나지막하게 말하는 건 들리지도 않았음. 가장 술이 약한 것이 임소병이었으니. 가장 먼저 술에 꼴은 것도 임소병이었지.
"망할, 니네는 내 손 베일까봐 손에서 병뚜껑 치우는 것도 안해주잖아! 걔였으면 해줬을 거거든!"
"소병아, 현실을 보렴. 넌 차였단다!"
"맞아. 넌 차였어."
누가 말해달래? XX! 임소병은 점점 포악해지다 필름이 끊겨 기절했지. 아무래도 장일소도 슬슬 술에 늘어져갔다보니. 임소병을 집으로 이송하는 임무는 차를 끌고 와서 안주만 집어먹었던 호가명이 맡게 되었지. 잘 들어라. 임소병. 토 나올것 같으면 삼켜라. 아니면 도로 바닥에 버린다. #$#$%$#%@$...@#@#!! 하.. 걱정만 되는군.
차에서 바닥을 기는 아메바를 끌고 나와 간신히 어깨에 몸을 걸친 후. 20분의 유도 심문이 끝나고서야 호가명은 임소병과 엘리베이터에 타서, 소병의 집으로 향할 수 있었음. 비밀번호는 .. 니가 알아서 써라. 그 정도는 몸이 기억하겠지. 그러나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호가명과 눈이 마주친 것은 수상하게 임소병의 집 앞에 서있는. 건장한 남성이었음.
층수를 잘못 눌렀나 봤지만 그것도 아니었고. 호가명이 호수를 헷갈린 것도 아니었지. 남자가 헷갈렸다고 치기에도 좀 그랬던 게, 장일소를 오래 봐와서 명품 보는 눈을 기른 호가명에게도 저 남자가 두르고 있는 옷과 시계는 결코 가벼운 가격이 아니었는데. 그렇게 비싼 옷을 입는 사람이 사람이 임소병이 사는 곳에 볼 일이 있다기엔 이상했거든, 집의 주인에게 볼일이 있다면 모를까..
그제서야 잠에 취해 비몽사몽한 중에 들었던 이름이 기억났지. 어째선지 자신을 축축하고 불쾌한 시선으로 보고 있는 저 자식이. 임소병을 어젯밤 장렬하게 차버린 그 상대. 임소병식으로 요약해서 XXXXX인. 남궁도위구나. 하고. 하지만 그게 호가명의 알 바인가? 자기는 여기까지 성심성의껏 임소병을 옮긴 것으로도 할 소임을 다했음. 그 주정을 들어준 것까지만 해도.
아주 배려해줬다고 말할 수 있지. 그렇기 때문에 애써 남자의 시선을 무시한 채, 술에 취한 인사불성의 임소병을 달래 집에 집어넣은 뒤 호가명은 등을 돌렸음. 물론, 그 후의 일이 조금 신경쓰이기는 했지만. 그건 자신과는 상관없는 타인들의 일. 호가명은 묵묵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집으로 돌아갔음. 그리고 한 10분쯤이 더 지나서일까. 앞에 남아있던 다른 한 사람도 자취를 감추고 자리를 떠났음.
시간을 조금 앞으로 돌려서, 임소병이 나간 이후의 도위는 매우 혼란스러웠음. 뒤늦게 소병을 쫒아 나갔지만 경공이라도 쓰는건지 임소병은 사라진 후였고, 아마 제 집으로 갔으리라고 생각되었지만 글쎄, 엇갈릴 수도 있는 일이었지. 게다가 가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제 마음도 안 정해진 상태에서 섣불리 횡설수설 말을 붙였다간 더 큰일이 발생할 것이 틀림없었지. 많이. 슬퍼하셨으면 어쩌지. 눈물이 맺혀있었는데. 가서 우셨을까. 소병에 대한 생각이 도위의 의식에 끊임없이 범람해갔음.
물론 그 시각 임소병은 장일소를 불러다-그리고 항상 함께하는 호가명과- 마셔라 부어라 젠장 그 썩을놈 콱,,, 소문이 사실이 되어버려라. 어제까지도 네가 쓰려고 했던거 아니니? 내가 못 쓰면, 필요없숴! 같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거기까지 남궁도위의 생각이 닿을수는 없었지.
그간 간악하고 영악하고 아무튼 쥑쥑이같은 모습을 많이 보았음에도 불구하고, 연인으로 지내던 50일동안 n번의 산행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도위의 안에서 임소병은 아직 의외로 여리고, 섬세한.. 인물이었음. 임소병을 아는 지인들이 남궁도위의 지금 생각을 들여다볼수 있었다면 우와 쟤는 눈에 콩깍지가 씌워지다 못해 그냥 눈이 완두콩으로 변했어! 소리를 들을 정도였지.
적당한 후회와 고민과 침묵의 시간이 흐른 후. 남궁도위는 생각했음. 그래도 이대로 임소병을 놔줄 수는 없다. 왜냐면 그 사람은 풀어주면 휴학신청후 군입대 날짜 잡고(중국인대두?) 휴가때는 얼굴도 안 비쳐두고선 1년 반 후에 여 오랜만입니다 하고 돌아올 인간이니까!
그러나 임소병의 집으로 찾아가 기다리던 남궁도위와 조우한것은 임소병이 아닌, 임소병을 업은 다른 사람이었음, 도위가 도착했을 무렵, 임소병은 술집에서 알코올절임이 되고 있었기에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으나, 희게 질려 웩웩대며 정신을 못 차리는 임소병과 그를 업고 있는. 자신이 아닌 다른 정체 모를 남자를 본다는 것은 썩 기분좋은 일은 아니었음.
제정신으로 생각한다면 쌍소리까지는 아니어도 점잖아보이기만 하는 거친 말로 사람을 다루고 있는데. 미쳤다고 그들을 누가 친구관계가 아닌 연인관계로 보겠냐고 할 수 있으나. 인간의 상상력은 장대하고 쓸데없는 구석이 있어서, 남궁도위는 그 짧은 순간 동안 머릿속에서 별 생각을 다 떠올리고 있었음. 저렇게 술 취한 사람을 막 대하다니. 무례하군. 근데 저 두 사람, 무슨 사이인거지.
요즘 세상에는 연인 관계가 아니더라도, 즐거움만을 위해 그런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있다던데. 소병 선배가 상처받아서.. 그 사이에.
아냐, 이런 생각은 너무 무례한 일이지. 그치만 소병 선배는 나름, 매력적인 분이시니까... 그새 다른 사람을 찾았대도. 말이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가명이 들었으면 기절했을 생각을 하며, 남궁도위의 상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잔가지를 뻗어나갔음.
제가 굉장히 수상하게 둘을 노려보고 있었단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로 가명을 보내고서야. 도위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음. 상대인 임소병이 저렇게 술에 취해서 왔으니 깨운다쳐도 대화가 되지 않을 것은 당연했으며, 설령 가능하대도 자신 또한 이 상황이 당혹스러워, 어쩌면 아까 그 남자와의 관계를 추궁하고 캐내려하다. 임소병에게 더한 미움을 받을 수도 있는 일이었음.
그렇기에 돌아가는 것이 당연했지만, 그럼에도 남궁도위는 그 앞에서 잠시간을 머무를 수 밖에 없었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 같이 떠들며 웃는 것이 당연했던 사이였음. 그런 사이에서 하루만에 이렇게 멀어질 수 있다고는 미처 생각하지도 못했지. 떨어져 있던 시간이 길지 않은데도 이렇게 그리워하는 것을 보면 어쩌면 입을 맞춰오는 임소병을 받아주는 편이 좋았을지도 모르겠다고, 남궁도위는 생각했음.
그 순간 남궁도위는 깨달을 수 있었지, 늦게 깨달은 이 감정은 사랑이며, 나는 임소병. 그를 좋아하노라고. 그건 이상하게도 알게된 순간 통쾌하다기보단 새삼스럽다는 감정에 더 가까워서. 자신이 몰랐을 뿐. 이 감정은 오래되었다는 것을 도위는 짐작할 수 있었음. 첫사랑을 겪는 애도 아니고 이렇게 무지했을 수가, 하는 의문까지 들 정도였지.
이미 상황이 이렇게 된 순간, 방법은 하나. 격돌해서 부딪히는 수밖에 없었음, 검을 들지 않아도 그는 남궁도위, 길을 뚫어내는 것에 적격인 인물이었지.그리하여 남궁도위는 집에 돌아가 앞날을 준비했고, 침대에서 떨어져 바닥에 디비 누워 자던 임소병만 한기에 몸을 떨었음.
케엑, 웩, 쿨럭!
"호가명, 너 나 바닥에 눕혀두고 갔지! 의리도 없는... 웩, 켁!"
"니가 침대에서 떨어진거다, 어리석은 놈..."
"뭐, 야! 끊었네.."
머리는 어지럽고 목은 팅팅 부은 채로, 한번 변기와 인사하고는 대낮부터 호가명에게 전화를 걸어 대거리를 한 후 임소병은 침대에 누웠음.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더라, 장일소한테 전화하던 것까지는 기억이 나는데... 텅텅 빈 냉장고에, 라면이라도 끓일까 하고 봤더니 찬장에도 아무것도 없어.
장 안 봐두고 뭐했냐... 하니 생각나는 것이, 맨날 남궁도위에게 얻어먹었다는 기억뿐이라. 에잉 쯧, 하고 머리를 벅벅 긁고는 임소병은 대충 구겨신은 슬리퍼를 끌며 라면을 사러 나갔음. 그러나 임소병의, 남궁도위가 없음으로써 생기는 수난은 이것만이 아니었음. 묘하게 라면 맛이 이상한데. 물을 더 넣자니 싱거울 것 같고, 그렇다고 안 넣자니 텁텁하고 짜!
남궁도위와 임소병이 있을때 요리는 예전엔 주로 임소병이 담당했었으나, 맨날 팬을 태워먹기만 하던 곱게 자란 도련님 남궁도위가 요리를 배워오겠다고 큰소리를 뻥뻥 쳤던 이후로 그가 전담하게되어, 사실상 임소병은 남궁도위의 손맛에 길들여진지 오래였음. 처음에는 요리를 뒤지게 못해서 나 빼고는 당패조차도 질색했었는데, 나중엔 먹을만해졌었지-
아, 남궁도위가 해준 콩나물국 먹고싶다.
입맛을 쩝쩝 다시며 소병이 생각했음. 이미 식욕은 가신지 오래였기에 남은 라면은 버릴 수 밖에 없었지. 사실 그리 먹고 싶지도 않았기도 하고 말야. 대충 이를 닦고 목욕재계를 마친 뒤, 후드티를 몸에 걸치고선 임소병은 나갈 준비를 마쳤음. 근데 이건 또 어디서 샀던 거더라, 받은건가? 묘하게 넉넉한 옷이 이상하게 신경쓰였음. 학교에서 다시 만난 남궁도위와 눈을 마주치고서야 깨달을 수 있었지.
안녕하세요, 어제 헤어진 전남친 후드티를 입고 나오는 상또라이가 여기 있수다!
말하건대, 임소병도 절대 고의는 아니었음, 누가 전남친 엿먹인다고 다음날 술에 찌들어서 남의 옷을 입고 나오겠어? 게다가 정확히 말하면, 임소병이 처절하게 차인 쪽이기에 오히려 임소병만 우스운 꼴이 되는 거였지. 임소병의 머리에 까마득한 옛날에, 옷에 커피를 엎지른 임소병이 빌려입었던 옷을 빨아서 돌려주겠다고 했다가 까맣게 잊었던 기억이 스쳐지나갔음.
자존심 완전 구기겠군 하던 임소병의 예상과는 달리, 남궁도위의 시선은 뭔가 애틋했음. 뭐지? 사실 그때 빌려줬던 이 옷이 아버님의 유품같은 소중한 옷이었나? -아니, 그러면 옷을 왜 빌려줬겠어.- 하지만 그림으로 그린 정파와 같은 남궁도위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임소병은 말을 꺼냈음. 진정하고 말을 꺼내고 싶었으나, 다소 빈정거리는 어투로 말이 나간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
"거, 지금 벗어서 돌려드릴까요?"
남궁도위도 당황하긴 마찬가지였지. 잔뜩 들이댈 생각으로 큰맘 먹고 짝남(그러나 구남친)을 찾아왔는데. 당일치기로 스트립쇼 선언을 당해버렸다. 무슨 헛소리야? 싶은 황당한 문장이었으나 현실이었음. 아직 술에 취해계신가? 얼굴이 빨간 것을 보니 사실일지도 몰랐음. 항상 임소병은 술에 취하면 후유증이 오래 가는 타입이었으니, 어제 과음했다면 아직까지 술에 취해있는것도, 당연히 말이 되지 않지만 가능할 수도 있다고 도위는 생각했음.
"그, 취하신 것 같습니다. 얼굴이 붉으신데. 제가 데려다 드릴테니 돌아가시는건 어떠세요?"
"무슨, 오늘 술 한 방울도 안 마셨거든요?"
"어제 마시셨지 않습니까. "
"그게 오늘까지 가겠습니까?!, 아니. 그리고 댁이 그걸 어떻게 알아!"
미행했냐?! 온몸으로 삿대질을 하며 바락바락 소리를 질러대는 임소병에게 다급하게 도위가 말했음.
"아뇨! 집에 찾아갔었습니다. 집에 찾아갔었는데. 안 계셔서. 기다리다가..."
"기다리다가?"
"그, 어떤 분과 같이 오시는 걸 봐서..."
임소병의 짐작대로라면, 아마 그것은 호가명이 틀림없었음. 장일소라면 저와 함께 술을 마셨을 것이니, 차를 끌고 여기까지 오기에는 부적격인 인물이었을 테니까. 정말 추한 꼴은 다 보였구만. 술에 취해서 몸도 제대로 못 가누고 헛소리나 웽알웽알 떠들어댔을 자신의 모습을 남궁도위가 보았다는 생각을 하니 절로 한숨이 나왔음. 뭐 됐다. 이미 헤어진 상대이니 별 상관도 없지. 헤어졌다고 하기에도 부끄러운 상대지만 말이야.
"뭐 알겠습니다, 옷은 오늘은 입고 와버렸으니. 나중에 빨아서 당 후배 쪽으로 전해주든 하겠습니다. 이걸로 끝. 됐죠? 그쪽도 당일 헤어진 상대 집에 찾아온 거 그리 떳떳한 행동 아니라는거 알고 있을 테니까."
왁왁거리면서 대응할 기운도 없었던 임소병이. 손을 허공에 휘적이며 임소병이 남궁도위를 보내려 할때쯤. 갑자기 도위가 임소병의 손을 붙들어왔음.
"저, 그게. 선배"
"뭡니까? 스킨십이 너무 친밀한데요. 우리가 이럴 사이는 아니지 않습니까?"
소병의 말을 듣자마자 도위가 황급하게 손을 뗐지만. 결연한 얼굴은 변하지 않았지. 뭐, 뭐하려는거야. 남궁도위가 이런 얼굴을 할 때 임소병의 인생에 제대로 풀린 일이란 없었는지라. 소병은 황급하게 도망치려 했지만 그럴 수는 없었음. 도위의 입에서 나온 것은 간단한 말이었지.
"그 선배랑 혹시 사귀는 사이십니까? 아니면, 그 비슷한 관계십니까?"
"미친 징그러운 소리를 하고 있어! 겠냐?!"
"그렇담,"
저 자식 입 좀 막아봐, 아니. 못하면 내가 막는다. 당장 집어쳐! 인적이 드문 곳이었으나. 소란스러운 소리에 누가 궁금해서 찾아왔는지 인기척이 느껴지는 것 같기도 했음. 그러나 남궁도위는 꿋꿋했지. 소문이 나든 말든 반반한 얼굴로 설치고 다닐 성정이었으니 그야 당연하다만. 나는 아니라고! 하지만 소병은 끝내 도위를 막지 못했음.
"이번에는, 진짜로. 저는 어떻습니까?"
도위가 간절한 얼굴로 물어왔음. 그 얼굴이 퍽 진실해. 만약 그를 처음 본 사람이라도 네하고 대답해버릴 외모였지, 물론 개빡친 임소병한테 별로 그리 효과가 있진 않았지만.
"어떻긴 어때. 일단 그 입부터 다무쇼!"
"다물면, 고려해주십니까?"
"고려해줄테니까, 닥치라고요!"
임소병의 얼굴은 화와 부끄러움, 그리고 열로 한껏 붉어져 있었고. 이내 술병에 연이은 홧병으로 인해서 열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져버렸음. 그런 임소병을 남궁도위는 병원에 데려갔고. 거기에서 둘은 다시 한번 연애해보기로 결정을 내렸지. 남궁도위가 워낙 완강하기도 했고.
그렇게 임소병과 남궁도위의, 우당탕 고백사건이 막을 내렸음. 정확히는 앞으로 얼마간은 의심이 많아진 임소병으로 인해 둘이 이뤄지기는 요원한 일일테고, 남궁도위는 그런 임소병을 보며 후회하기도 하고. 가슴 아파하기도 하겠지만 어쨌든, 머지 않은 미래에 화산대의 화타에...
제목:경영학과 남궁도위 애인 있습니다
ㅈㄱㄴ
ㄴ 뭐임? 그 사이에 사귀는 사람 생기셨대? 어디서 알아온거임??
ㄴ 걔 친한 사람 별로 없자너 ㄷㅍ나 ㅇㅅㅂ 아님?
ㄴ맞는데요 본인입니다! ^^
ㄴ 니 누구야?!
이런 글이 올라올 것이라는건, 분명한 사실이었음.
사실 중간에 한번 더 도위 오해로 꽈서 (호가명이랑 임소병이랑 연애한다! 오해하는 파트) 한번 굴려볼까.. 생각을 했었는데요! 후회공에 재능 없기도 하고, 너무 오래 이야기 끈 것 같기도 하고.. 무엇보다 외전으로 삼사파 셋이 놀던 사진 발견하고 근데, 둘이 무슨 관계였어요?! 하는 도위 쓰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어 미뤄둡니다. 물론 추후,,, 이게 더 재밌겠다고 생각 들면 수정 들어갈 수도 있겠습니다.
아무튼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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