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천
시라카나
오래된 이야기다. 산 아래 위치한 마을에는 오래도록 구전되는 전설이 하나 있었다. 물이 흐르지 않는 계곡, 그 동굴 안에는 수백 년 전 용이 되는 데에 실패하고 흉포해진 이무기가 산다고. 그때 용이 되지 못하게 한 죄인이 이 마을 출신이었기 때문에 이무기는 이 마을을 증오하고 복수할 날만을 꿈꾸며 살아간다고.
그들은 실제가 어떻든 한 해 농사가 통째로 망쳐지는 것만큼이나 나를 두려워했다. 그러므로 나는 그들 틈에 비늘 반 조각도 떨어뜨릴 수 없었으며, 그들 또한 산에 금줄을 쳐서 사람이 깊이 들어가는 일을 막았다. 그리고 이를 어기는 자는 반드시 마을을 떠나야 했다. 가증스런 인간의 침입을 눈치챈 내가 쫓아가서 반드시 화를 입힌다나. 아마 그 여자아이도 같은 일을 저질러 산으로 내쫓겼고, 특별히 먹은 것 없이 며칠이고 깊은 어둠 속을 헤맸을 것이다.
“용님.”
“왜, 큼, 왜 그러느냐?”
“어째서 하늘로 날아가지 않고 여기 계세요?”
빌어 처먹을 너희 마을 놈들이 날 자꾸 이무기, 이무기 하고 불러서, 라고 답하기에는, 이 녀석은 나를 꼬박꼬박 용이라고 불러 주었다. 그 덕분에 내게는 힘이 쌓이고 있었다. 정말로 용이 될 힘이. 그 오랜 기간 내게 발라졌던 먹이 이렇게 짧은 기간 사이에 모두 지워진다니 정말 우스웠다.
이제 갓 성인이 된 듯한 녀석은 가만히 엎드린 채로 눈만 뜬 내게 늘 말을 걸었고, 나는 그런 녀석이 밉지 않아 나무 열매가 자라는 곳을 몇 군데 알려 주었다. 일종의 공생을 이루었던 셈이다. 특이한 건, 요놈은 내 곁을 떠나 다른 마을에 정착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대강 대답했다.
“아직 때가 안 되…었느니라.”
그리고 이 다음 인간 녀석이 한 말은 나의 오랜 궁금증을 해소해주었다.
“그럼… 제 이름은 세가와 카나미라고 해요. 저는 곧 산을 내려가 다른 마을에 정착하려고요. 용님도 어서 하늘로 올라가세요.”
아, 그러고 보니 이런 전설도 있었다. 이무기가 용이 되는 것을 도운 인간은 평생 그 은혜를 보답받게 된다고. 그리고 그건 사실이다. 약은 놈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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