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림

시라카나

그 여자는 갑자기 나타났다. 그리고 다 쓰러져가는 집의 주인을 이곳저곳 묻더니, 모든 부분을 손수 보수하고는 거기서 살기 시작했다. 마을 사람들은 처음 몇 개월간 그 여자가 산을 넘어왔을지도 모른다며 피했다. 지금은 당연한 듯 인사를 주고받으며 음식이며 옷가지를 나눠주기까지 한다. 나는 이 변화가 마땅찮다. 외부인을 경계하던 모습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인가?

 

처음은 뒤에서 제일 수군대던 청년이었다. 청년은 우리가 알아채기도 전부터 그 집에 요깃거리를 가져다준 모양이다. 그리고는 어느 날 태도가 돌변하더니 저 불쌍한 사람을 돕는 것이 옳지 않겠냐며 일장 연설을 늘어놓았다. 청년 뒤로도 많은 사람이 여자의 집으로 가 일 년간 땀 흘린 결실을 쉽게도 내놓았다. 여자는 곧 마을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될지도 몰랐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 여자를 적대하지는 않았다. 당장 집을 수리할 때 쓴 도구들은 어디서 났겠는가? 이들이 다른 사람들을 어떻게든 설득했거나, 사람들이 그 여자에게 단단히 홀렸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리고 아마 전자의 경우에도 여자가 무슨 술수를 썼을 테다.

나는 생각한 내용을 여러 마을 사람들과 논의했다. 거기에 여자에게 호의적인 사람은 없었다. 다들 나름의 의견을 늘어놓고는 결국 영물이든지 요물이든지 둘 중 하나일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날 밤 나는 꿈 하나를 꾸었다. 기다랗고 갈기가 달렸으며 사슴과 같은 뿔이 달렸고 메기 같은 수염이 길게 넘실대는, 용이 나오는 꿈이었다. 하지만 이내 나는 진흙 속에서 꾸물대는 그 형체를 들여다보다가 알고 말았다. 이건 용 꿈이 아니다. 이건 이무기 꿈이다. 이무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나를 가만히 노려보았다. 그리고 환골탈태하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나는 그 아래에서 배웅하듯 손을 흔드는 그 여자를 보았다. 그 여자가 꿈에도 있었다. 그 여자가 이무기를 용으로 만든 것이다. 그 여자 옆에 용이 붙어 있다. 그 여자가 용을 키웠다. 용은 추락하지 않는다. 용은 추락하지 않는다. 용은…

 

새벽녘 나는 그의 집에 안 쓰게 된 놋쇠 식기 한 묶음을 가져다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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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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