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앞머리가 이상하고 착해보이는 애

쟤구나

지겹다. 모든게 똑같이 돌아가는 하루 하루의 반복이다. 누군가는 학생의 특권이라 말하는 교복이 지루하기 짝이 없다. 겨우 할 수 있는거라곤 교복에 모자 달기 정도일가. 괜히 앞에 있는 유지의 모자를 툭 건든다. 해맑은 유지는 왜?하며 뒤돌아본다. 엎드려 있던 몸을 세우고 유지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아무말없이 빤히 자신을 보는 시선에 당황한 유지는 어어...? 무슨 일 있어...?하며 (-)의 옆에 앉은 노바라를 쳐다본다. 노바라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양 옆으로 젓는다. 왜저래, 나도 몰라, 어제 임무 끝나고 나서, 유지와 노바라가 이유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소란소란한 소리에 유지 옆에 있던 메구미도 몸을 돌린다. 괜히 친구들까지 심란하게 했나, 한숨을 크게 쉰다. 후.. 깊은 숨을 내뱉고 고개를 드는데 메구미와 눈이 딱 마주친다. 이번엔 메구미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당황스러워하는 메구미를 보며 눈에 들어온 건 그의 앞머리다. 그래, 이거다. 

"나, 앞머리 짤라줘" 

어차피 학생이라 교복은 계속 입어야 하고, 훈련하느라 입는 체육복은 실용성이 중요하다. 결국 이 지루하고 지겨운 상황을 가장 쉽고 빠르게 변화시킬 수 있는건 머리다. 나는 손재주가 없으니까.. 패션에 관심이 많은 노바라를 믿는다. 노바라. 나 앞머리 짤라줘 한번더 말한다. 오늘따라 공허한 표정으로 책상에 엎드려 있다가, 갑자기 유지를 건들고, 조용히 친구들을 쳐다보기만 했던 뜬금없는 (-)의 모습에 친구들은 이상한 표정이 된다. 너 혹시 실연당했어? 무슨 일 있어?라며 걱정스러운 질문을 건네는 친구들에게 아니아니, 그냥 오늘따라 지루해서.. 미약하게 웃는다. 

결국 어디선가 가위를 구해왔다. 출전을 결심한 장군같이 결의를 다진 표정으로 노바라 앞에 앉는다. 갑작스럽게 진행되는 빠른 상황에 유지와 메구미도 덩달아 긴장한 표정이다. 노바라는 침을 꿀꺽 삼킨다.

"나... 진짜 짜른다...?"

"응." 단호하게 대답하며 눈을 꼭 감는다. 하지만 친구의 머리를 건든다는 것은 생각보다 싱숭생숭해서 노바라는 쉽사리 가위를 움직이지 못한다. 심지어 노바라는 앞머리를 적당히 길어 넘기고 다니기 때문에 자신은 물론 남의 앞머리를 건들여본 적도 없다. 눈을 꾹 감고있음에도 느껴지는 친구의 심란함에 (-)은 덤덤하게 말한다.

"망해도 상관없으니까, 노바라 편할 때 짤라줘. 나 눈 꼭 감고 있을게"

째깍째각, 시간이 계속 흐른다. 단지 앞머리를 건드는 건데 분위기가 무겁다. 누가보면 전투에 져서, 머리가 날아가는 것을 기다리는 장군같기도 하다. '후...' 낮은 한숨과 함께 드디어 노바라는 한 손에는 열린 가위를 잡고, 한 손으로는 (-)의 앞머리를 잡는다. 어느 정도 길이를 생각하고 가위를 앞머리 사이에 넣고 닫을가 말가 잠깐 고민한다. 하필이면 그때 문이 덜컹 열린다. 

"오~에~ 우리 친구들 사이 좋은줄 알았는데, 이게 무슨 상황일가? 다 같이 (-) 괴롭히는 거야? 유우지~ 나는 너를 제일 믿었는데~오늘 교토 친구들도 왔는데 이러면 곤란해용~ 그레잇 티쳐 고죠의 위상을 지켜줘~"

그와 동시에 노바라의 절망 섞인 목소리가 교실을 울린다. "바보 센세.. 안돼... 안돼...!!!!!!!!!!!!!!!" 긴장하던 노바라는 갑자기 덜컹 열린 문소리에 놀라 가위를 잡고있던 손을 움직였다. 당연히 앞머리를 처음 짤라보는 노바라는 머리를 짜르고 나면 살짝 올라간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채로 길이감을 재고 있었고, 결국 (-)이의 앞머리는 눈썹 위로 쏙 올라갔다. 유지와 메구미는 돌처럼 굳었고, 노바라는 절망했다. 이 일의 원흉이라면 원흉인 고죠는 물음표를 가득 띄운 표정으로 노바라 앞으로 가 눈을 감고 있는 (-)을 본다. 어, 눈꺼풀 떨린다. 

사실 눈을 감고 있던 (-)은 시각이 차단된 만큼 청각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 고죠 선생님 목소리, 서걱 앞머리가 짤리는 소리. 하필 들리는 소리들이 눈을 뜨고 싶지 않게 만드는 것들만 잔뜩이다. 하지만 노바라에게 부담을 준 것은 본인이고, 망해도 상관없다고 말한 것도 본인이다. 그래.. 머리는 다시 길어진다. 단백질 많이 먹자.. 속으로 한번 다짐을 한다. 앞에 노바라가 있겠지, 괜찮다고 웃어야 겠다. 지루함은 사라졌잖아. 

그래. 눈 뜨자.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을 연다. 베시시 웃으며 "나 괜찮아, 뭐든지 좋다고 했잖아"라고 말한다. 어, 예상 외로 앞에 있는 건 다정한 갈색눈이 아니라 검정색 선글라스와 그 아래 살짝 비치는 시원한 파란눈이다. 

"어, 고죠쌤?"

"......"

?? 굳어버린 고죠를 두고 '노바라~ 나 진짜 괜찮아! 변화를 주고 싶었어'라며 절망하고 있는 노바라를 위로하고, 돌이 되어버린 유지와 메구미에게 '뭐야, 나 안 어울려? 거울 있는 사람?'이라며 웃는다. 분위기가 풀리며 '아니.. 안어울리는 건 아닌데..' 말끝을 흐리는 동급생들을 보고 결국 핸드폰을 든다. 카메라를 키고 화면을 전환한다. 드디어 앞머리를 본다. 

"어, 처피뱅이네" 하하 웃는다. 생각보다 무던한 반응에 놀란 것은 친구들이다. 거기다 되려 "나 귀여운데? 언니, 오빠라고 불러도 되겠다. 노바라 언니 ~ 유지 오빠 ~ 메구미 오빠~ 후배에용~"란다. 굳어있는 고죠는 버려두고 자기들끼리 노는 1학년들이다. 친구들은 아까 우울해하던 모습보다 평상시의 (-)으로 돌아온 것 같아 좋기도 하지만 진짜 어려보이는 그 모습에 괜히 기분이 이상하다. 유지는 "와.. (-) 진짜 중학생같다. 분위기 완전 달라졌어"라고 말한다. 앞머리가 없는 (-)의 모습이 세련되고 약간은 차가워보였다면, 지금의 모습은 귀엽고 순해보인다. 눈꼬리가 내려가 있는줄 몰랐는데, 앞머리가 내려오니 둥글게 어울리며 전체적으로 착해보인다. 

"그치? 앞머리는 5년만이라 어색하네, 그래도 마음에 든다. 기분 전환 완료! 고마워 노바라" 

"노바라~? 언니라고 불러야지. (-) " 기운을 차린 노바라는 바로 장난스럽게 헤드락을 건다. 그에 "도와줘요 메구미 오빠 ~"라며 (-)이 외친다. 그 호칭에 왠지모를 이상한 감정이 든 메구미는 일단 (-)을 휙 당겨 옆에 둔다. 그리고 드디어 굳어있는 고죠에게 관심을 준다. 

"고죠선생님, 그래서 왜 오셨어요. 교토 얘기는 또 뭐구요"

"아, 교류회 전에 잠깐 왔대. 그래서 인사나 시킬가 했는데, 우리 참가자가 중학생이 되버려서 어쩌나 ~"라며 메구미 옆에 있는 (-)을 쳐다본다. "그쵸 쌤, 저 진짜 어려보이죠"라며 뿌듯해하는 (-)을 보며 괜히 자기도 다른 호칭을 듣고 싶은 고죠다. 

"흐음, 나는 중학생은 담당안하는데 왜 쌤이야?" 

"그럼... 삼촌...? 흠.. 그래도 쌤은 젊어 보이시니까 오빠라고 할가요?"라고 장난스레 웃는다. 삼촌이라는 말에 상처받은 표정을 하더니 뒷말을 듣고는 흐뭇하게 웃는다. "응, 앞머리 길 때까지 오빠라고 불러"라는 고죠의 대답에 노바라와 유지, 메구미는 모두 쓰레기보듯 고죠를 쳐다본다.  

"에이 그건 아니죠, 쌤" 단호한 (-)의 말에 고죠를 제외한 모두가 빵터진다. 그러면서 또 1학년들끼리 언니 ~ 오빠 ~ 후배는요 ~ 라며 장난을 친다. 왜 나만 그대로 쌤이야..  호칭이 마음에 들지 않는 고죠다. 흠, 토도의 이상형이랑 조금 가까울려나. 걔는 키크고 귀여운 아이돌을 좋아하니까. (-)을 교토에 보여주고 싶지는 않다. 인사는 시키지 않을거다. 일어나서 (-)의 머리를 쓰다듬고 '그럼 인사는 그냥 교류회 시작 전에 하고, 쌤은 이만 어른의 일을 하러 갈게요~'라고 문을 나선다. "네~ 다녀오세요"하는 목소리가 듣기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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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회식 자리가 한창이다. 주당인 나나미, 쇼코, 우타히메는 신나게 달리고 무알콜인 고죠는 잔을 돌리며 아까 봤던 (-)의 얼굴을 떠올린다. 앞머리는 엄청 짧아져서는 괜찮다고 베시시 웃으며 눈을 뜨던 모습이 반복 재생된다. 그 생각에 대화를 놓치고 있던 고죠에게 함께 회식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묻는다. 

"고죠, 그래서 너 이상형은 뭐야?" 

"앞머리가 이상한데 착해보이는 애"

고죠가 씩 웃으면서 말한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역시.. 이상해.. 생각하며 고개를 흔든다. 술이나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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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회 아침이 밝았다.  1학년들을 인솔해서 온다더니 역시나 고죠는 지각이다. 우타히메는 짜증이 난다. 조금더 기다리니 멀리서 뛰어오는 1학년들과 뒤에서 여유롭게 휘파람을 불며 걸어오는 흰머리가 보인다. 그 중에서도 처피뱅 앞머리의 여자아이가 눈에 콕 들어온다. 

아 양심도 없는 놈, 학생이잖아. 쟤구나 고죠가 말한 이상형. 단번에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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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고죠랑 고1은 나이차이가 너무 나잖아요...? 그래서 잘 안써졌는데, 다른 소재가 생각이 안나서 일단 이걸 업로드 합니다. 하하. 내용은 괜찮을지 모르겠네요.. 오늘은 굿루킹가이보다 친구들과의 케미가 더 많았네요. 그럼 괜찮았기를 바라며 다들 월요일 파이팅하세요. 아자아자 

유료는 가위 사이로 마주친 눈 | 만남의 시작입니다. 주술 설정아니고 현대! 가수 주인공과 모델 고죠의 뮤비 촬영~! 밝은 분위기는 아니구요. 작가 시점.. 으로 적었어요! 대화는 많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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