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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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이야기다. 산 아래 위치한 마을에는 오래도록 구전되는 전설이 하나 있었다. 물이 흐르지 않는 계곡, 그 동굴 안에는 수백 년 전 용이 되는 데에 실패하고 흉포해진 이무기가 산다고. 그때 용이 되지 못하게 한 죄인이 이 마을 출신이었기 때문에 이무기는 이 마을을 증오하고 복수할 날만을 꿈꾸며 살아간다고. 그들은 실제가 어떻든 한 해 농사가 통째로
저녁 식사를 마친 뒤 방으로 돌아온 리카코는 장식장 앞에 멈춰 섰다. 대부분은 상장, 아니면 상패였다. 그리 중요하지 못한, 이제는 장식품에 지나지 않은, 지나간 영광이 만든 그림자 아래에는 리카코가 진정 아끼는 마음으로 모아둔 물건들이 마치 보물처럼 놓여 있었다. “우와, 바다야, 바다! 리카! 드디어 바다에 왔어!” 시즈쿠가 같은 단어를 외치며
전쟁이 끝나자 군수품 공장들은 차례차례 문을 닫았다. 그보다 더 ‘생산적으로’ 국재를 사용할 곳이 훨씬 많았다. 예를 들면 부상을 당했거나 아예 세상을 뜬 군인, 그러니까 전쟁영웅들의 유가족을 위한 지원금이라거나. 차야가 있던 곳은 그 시작을 열었다. 어느 곳보다도 규모가 작았고, 폭발물이나 총기를 다루는 곳도 아니었으므로 어찌 보면 당연했다. 마르셀은 그
담벼락 뒤로 그림자 하나가 숨어들었다. 이반은 그를 눈치채고 숨소리도, 발소리도 죽였다. 그리고는 건물 사이의 좁은 틈을 타고 올라갔다. 그다음은 낙하다. 구름에 달이 가려진 타이밍에 미행자를 정확히 겨냥하여 덮쳤다. 프로답게 “나를 찾느냐”고 묻는, 쓸데없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이반이 손을 맞부딪혀 흙먼지를 털고 있자,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없는, 가벼운
“야… 카나미, 이거 봤냐?” 며칠 만에 말을 건 켄지로가 뜬금없이 들이민 것은 핸드폰 화면이었다. 그리고 거기에서는 말도 안 되는 영상이 반복되고 있었다. 카나미가 그를 가만히 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러는 사이에 동영상은 벌써 5번째 재생되는 중이었다. “공룡이야? 진짜 공룡? 무슨 영화도 아니고. 어디서 합성한 게 와전돼서 퍼진 거 아냐?” 말도 안 되
이건 현실이 아니다. 주마등? 환상? 어쩌면 꿈일지도 모른다. 그래, 꿈. 원은 꿈이란 것이 대체 무엇인지 겪은 바가 없었다. 일부 수감자나 부하 직원들의 표현을 종합하면 현실성 없는 일들이 벌어지는 공간이라고 하던데, 그렇다기에는 이 상황과 감각이 몽롱하기는커녕 너무나도 생생했다. 울부짖듯이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어떤 목소리까지. 그 음성에는 분명히 애원
싸구려 장난감이 뿌득거리는 소리를 내며 겨우 한 바퀴를 돌아갔다. 고작 2달러쯤 하는, 윤활 처리가 되지 않은 큐브라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정도가 심했다. 물론 이 물건을 다루는 중인 에슈에게는 첫 장난감이었으므로, 루빅스 큐브들은 다 이 모양 이 꼬라지인가 하는 생각이 싹트는 중이었다. 한 바퀴를 돌리는 건 물론, 각 조각의 모서리가 딱 맞게 하는 일이
“천아. 류천.” 어디에선가 아득한 목소리가 들려와 류천의 귀에 닿았다. “특산품 사 올게요. 닷새 후에 봐요.” ‘으응, 미나 씨…’ 하는 중얼거림이 류천 본인도 모르게 튀어 나갔다. 반도 못 뜬 눈으로 바라본 창밖은 아직 어두웠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이미나가 선거운동을 위해 대구로 떠나는 날이었다. 물론 대구에만 머무르지는 않고, 5일 짜리 여정의 끝